719화 그런 뜻이에요
수횡천은 잠깐 어리둥절해졌다.
"확실한 거야?"
"당연히 확신할 수 있죠."
그녀뿐만 아니라 해주 공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 깔끔하게 고현광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폐하의 사람이 아니더냐?"
수횡천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는 북요 사람이기도 해요."
월령안은 확신 있게 대답했다.
수횡천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럼 완안경은? 그는 우리의 중요한 패잖아. 완안경이 없으면 무엇으로 곽하와 거래할 건데?"
월령안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되물었다.
"제가 왜 곽하와 거래해야 하나요?"
"곽하와 거래를 안 하면, 그를 찾을 수 있어?"
"찾을 수 없어요."
"그럼 그에게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럼 너는……."
"수 오라버니!"
월령안은 귀찮다는 듯이 수횡천의 말을 가로챘다.
"폐하께서 제게 주신 임무는 완안경을 고현광에게 넘겨주는 거예요. 전 이미 임무를 완수했어요. 다른 건……. 폐하조차도 이제 내가 무엇을 하든 저를 간섭할 권한이 없어요. 오라버니도 그럴 자격이 없는 건 마찬가지고요."
"령안……."
수횡천은 눈썹을 찌푸리고 마치 자신이 들은 것을 믿을 수 없는 듯,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겨우 다시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
"좋아…… 내가 너를 간섭할 자격이 없다. 그럼 그는? 너는 그가 죽거나 살거나 상관하지 않을 거야?"
월령안은 화가 난 나머지 웃고 말았다.
"수 오라버니는 제가 그의 생사를 상관하지 않는다고 여기시나요? 그럼 오라버니는 제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를 구해야 그의 생사를 관심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수횡천은 다급히 변명했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다. 나는 다만……."
"하지만 오라버니가 하신 말씀은 그런 뜻이에요."
월령안은 사정없이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지금 저를 탓하고 있잖아요. 제가 그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완안경을 죽이고, 내가 금나라 수도에서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면서 그를 찾지 않는다고 탓하잖아요. 또 내 수중에 권세가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탓하잖아요……. 지금 제가 그를 위해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탓하고 있잖아요!"
"나는 그게 아니라……."
그러나 월령안은 이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수횡천의 말을 끊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
"수 오라버니, 강을 건넌 졸을 아세요?"
월령안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강을 건넌 졸은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 되죠. 제가 금나라로 오기로 결정했을 때, 저는 이미 강을 건넌 졸이었어요. 저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외에 어떤 선택지도 없어요."
그녀는 원해서 이 시기에 금나라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금나라의 내전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육장봉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스스로 위험한 환경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그녀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녀가 육장봉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월령안은 수횡천의 자책감이 어린 불안한 표정을 외면한 채 위압감을 내뿜으며 살기등등해서 물었다.
"금나라는 지금 내란 중이에요. 수 오라버니, 월씨 가문 가주가 이 시기에 금나라에 나타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세요?
오라버니는 그 사람이 위험에 처해서 우리가 그를 구해야 한다는 것만 알죠. 지금 제 처지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나요?
금나라에 내란이 일어났어요. 황자들은 황위 다툼이 한창이에요. 그리고 제 수중에는 황자들이 원하는 세력이 있어요. 심지어 여러 황자들이 실력이 비슷한 상황이고요. 지금 제가 누구에게 힘을 조금이라도 더하면 그 사람이 반드시 승리할 거예요.
싸움으로 비유하면 제가 바로 전략적 요충지예요. 황자들은 황위를 다투는 가운데 저의 지지를 얻으면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어요. 그들은 절대로 저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저를 강요해서 선택하게 할 거예요.
일단 제가 선택하면 저는 반드시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앞에서 돌격하는 졸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다른 황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를 없애 버리려고 할 거예요!
물론, 오라버니는 제가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줄타기를 잘하면 된다고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바보가 아니에요. 제가 줄타기를 하면서 어느 쪽도 돕지 않는다면 저를 기다리는 건 오직 자멸뿐이에요.
수 오라버니, 지금도 제가 그의 생사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나요? 아직도 제가 그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월령안은 차가운 얼굴로 되물었다.
"미안해. 난 너의 처지를 몰랐어."
수횡천은 월령안의 기세에 밀려 연신 물러서며 풀이 죽어 사과했다.
"내가 완안경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었다. 그것만 생각하고 실수했어. 미안하다."
금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월령안은 신비롭게 행동했다. 그에게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다. 그는 왠지 그녀에게 소외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완안경의 죽음에서 그 소외감이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그는 이 소식을 듣자 곧장 박차를 가해 달려왔다. 월령안을 만나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똑똑히 물어보려 했다.
왜 그에게 얘기하면 안 되는지, 왜 그를 피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월령안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그 원인을 알고 싶고 월령안에게 소외당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괜찮아요."
수횡천에게 한바탕 분풀이를 하고 나서 월령안은 이성을 되찾았다.
수횡천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느린 말투로 설명했다.
"수 오라버니, 사람을 구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걱정하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미친 듯이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만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금나라 수도에 나타나 황위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 바로 그를 구하는 것이에요. 두고 보세요. 곧 금나라 세 황자가 수도로 돌아올 거예요."
육장봉을 구하고자 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지금 이 시기에 금나라 수도에 와서 무엇을 하겠는가.
황제의 명령 때문에? 그건 황제의 꿈일 뿐이다.
"미안해. 내가 너를 오해했구나."
수횡천은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후련해졌다.
'령안이 이런 일들을 나에게 알려 주니 나를 남으로 여기는 건 아니겠지?'
월령안은 고개를 저으며 조소 어린 미소를 지었다.
"오해한 게 아니에요. 완안경을 죽일 때, 전 확실히 그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았어요. 나 자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월령안은 말투를 바꾸었다. 눈빛이 살짝 차가워졌다.
"다시 한번 선택해도 저는 여전히 이렇게 했을 거예요! 여전히 제 안위를 우선으로 하여 선택할 거예요."
수횡천은 묵묵히 월령안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설명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설명하지 않았다. 거의 냉혹함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수 오라버니. 저는 원래 이렇게 이기적이고 냉혹한 사람이에요. 그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제 눈으로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지 보지 못했을 때, 저는 자신의 안위를 위주로 선택할 거예요. 결코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을 거예요. 수 오라버니께서도 다음부터는 제발…… 제가 할 수 없는 기준을 저에게 요구하지 마세요."
수횡천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월령안의 일 처리 방식은 그가 알고 있는,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하는 것, 선비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의협심에 부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월령안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먼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었다.
"시간이 늦었네요. 사람을 부를게요. 수 오라버니, 먼저 가서 쉬세요."
월령안은 머리가 아파서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날 그녀는 별다른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피로감을 느꼈다.
마음이 고달팠다.
"그래."
수횡천은 금방 월령안을 자극해 그녀가 한바탕 화를 내게 했다. 그는 여전히 제 발이 저려 설령 쉬고 싶지 않아도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수횡천이 나가자마자 아로한이 들어오며 말했다.
"주인님, 곽하 장군이 만나보자고 합니다."
"안 본다고 해."
월령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절했다.
"곽하 장군은 이미 도박장에 와 있습니다. 바로 밖에 있습니다."
거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분명했다.
"들어오라고 해."
월령안은 머리가 아파 이마를 문지르며 애써 정신을 차렸다.
사람이 이미 입구까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곽하는 검은 옷을 입고 방 안에 들어서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월 낭자, 당신과 거래를 하려고 왔소."
"무슨 거래요?"
월령안이 곽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으나 곽하는 거절했다.
"괜찮소. 두어 마디면 끝날 일이오. 끝나면 바로 갈 거요."
"곽 장군, 말씀하세요……."
월령안은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 오림 같은 늙은 여우보다는 곽하 같은 외골수 무장이 상대하기 더 편했다.
하나는 하나, 둘은 둘이니 서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당신이 찾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소. 대신 나는 알고 싶소…… 우리 전하는 누구의 손에 죽은 것이오?"
대황자가 죽었으니 그에게 어떤 앞길도 열어 줄 수 없었다.
하지만 대황자의 외삼촌으로서 그는 대황자의 복수를 할 것이다.
"해주 공주가 아니면 십육 나리겠죠."
월령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완안유를 내던졌다.
그렇다고 '나'라고 말할 수는 없잖는가.
곽하는 눈을 반짝이며 월령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당신은? 당신은 그중에서 어떤 역할을 했소?"
월령안은 지엽적인 것을 골라 말했다.
"제가 죽이려 했으면 금나라 수도까지 올 필요가 없었죠."
그러나 곽하는 고집불통이었다. 월령안이 대답하지 않자 그는 다시 한번 물었다.
"당신은 그 가운데서 무슨 역할을 했소?"
"이건 두 번째 질문이에요? 곽 장군은 무엇으로 거래하려고 하나요?"
월령안이 되물었다.
"당신의……."
곽하는 갑자기 월령안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목숨!"
"주인님, 조심하십시오!"
아로한은 입구에서 지키고 있다가 검을 뽑아 들고 뛰어 들어왔다.
슉……!
거의 같은 시각, 월령안도 수중의 암기를 발사했다.
하지만 암기는 곽하의 몸을 맞히자 소리만 내고 바닥에 떨어졌다.
월령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잽싸게 뒤로 물러났으나 곽하의 동작이 더 빨랐다.
그는 심지어 아로한의 칼을 피하지도 않고, 월령안에게 덮쳐들었다.
"소용없어. 나는 진작 당신이 암기를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
피슉!
아로한의 칼이 곽하의 어깨를 뚫을 때, 곽하도 월령안의 목을 단번에 졸랐다. 그러고는 되돌아서 그녀를 앞에 당겨 막았다.
아로한은 재빨리 검을 거둬들이고 긴장해서 불렀다.
"주인님!"
월령안의 얼굴은 숨이 막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
"네 말이 적중했구나. 정말 바보를 만났네."
"곽하, 주인님을 내놓아라!"
아로한은 두 눈이 새빨개졌고 수중의 검으로 곽하를 겨냥했다.
곽하가 되물었다.
"가능하다고 생각해?"
"물론…… 가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