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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18)화 (718/1,004)

718화 월씨 가문은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지지 않습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월령안은 술 사발을 냅다 던져 버렸다.

거의 동시에 흑의인 무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와 방 안으로 쳐들어오더니 칼을 뽑아 월령안을 겨냥했다.

"멈춰라!"

오림은 혹시라도 늦어 사람들이 월령안을 죽일까 두려워 급히 명을 내렸다.

월령안이 죽으면 그도 틀림없이 살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월령안이 말한 것처럼 그녀가 이 자리에서 죽으면 월씨 가문 추종자들은 그의 구족을 멸할 것이다.

"참 이제 보니…… 진짜 신호군요."

월령안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기는커녕 도리어 흥미진진하게 창문으로 걸어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다락방 아래는 온통 사람들뿐이었다.

월령안 같은 연약한 여인은 물론이고, 설령 수횡천이 있다 해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월령안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인, 정말 저를 너무 높이 사는군요. 이만큼 자라도록 이 정도 장면은 정말 처음입니다. 이건 저와 얼마나 큰 거래를 하려는 것입니까? 나라를 훔칠 건가요?"

"월 낭자, 밥은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오림은 이마에 땀을 훔치면서 마음속으로 괴로워했다.

냉정을 되찾은 월령안에게 이런 '곰탱이' 같은 면이 있을지 누가 알았으랴.

그는 월령안이 일부러 이리 행동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월령안도 오림을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

"저기, 오림 대인……. 저는 관성 무역지역 장사를 제외하고, 다른 거래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나갈 수 있을까요?"

"정말 거래하지 않을 겁니까? 제가 누구를 대신해서 거래를 제안하는지 아십니까?"

오림은 무언가를 암시하듯이 물었다.

"월씨 가문에서는 이제 돈만 벌 것입니다. 돈 되는 장사 말고, 다른 장사는 일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월령안은 아예 시원하게 거절했다.

오림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재확인했다.

"확실합니까?"

"물론이에요."

그녀가 완안유와 약속한 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

"월 낭자께서 오늘 한 말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오림은 엄숙한 표정으로 월령안에게 공수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월씨 가문 사람들은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지지 않습니다. 제 목숨은 제 부모님 그리고 오라버니까지 세 사람의 목숨으로 바꿔 온 것입니다. 저는 제 목숨을 아낍니다."'

월령안은 온몸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녀는 냉담하게 오림을 힐끗 쳐다보더니 돌아서 나가 버렸다.

찰칵…….

사방팔방을 지키고 있던 흑의인들이 칼을 들고 앞으로 다가갔다.

오림이 명령했다.

"막아 서지 말아라."

월령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락방을 나섰다.

다락방 아래에는 역시 큰 칼을 든 흑의인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 서 있었지만 숨결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고 눈빛이 차가웠다. 아무런 감정도 띠지 않았다.

이는 사사들이었다.

월령안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그들 곁을 지났지만 마음속으로는 다시금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언제든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다니다니. 금나라 황제를 다시 암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그녀도 그냥 아쉬워할 뿐이었다.

기회는 이번에 없다가도 다음에는 생길 수도 있었다. 정 안 되면 그녀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었다.

급하지도 않고 급해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월령안은 누추한 주점에서 여유롭게 나왔다. 주점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기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금나라 황제는 저도 모르게 감개무량해했다.

"월씨 가문에는 이 딸 하나만이라도 충분하겠군."

"폐하, 이렇게 그냥 보내 주시겠습니까?"

오림은 다락방 밀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있는 금나라 황제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넌지시 물었다.

금나라 황제는 눈을 감은 채 힘없이 말했다.

"죽이는 건 쉬우나, 후환이 끝이 없을 거야."

육장봉의 검은 금나라 황제를 그 자리에서 죽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몸에 치명적이고도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는 지금 말은 고사하고, 숨을 쉴 때 좀 힘을 주어도 통증이 따랐다.

그러나 신하 앞에서 금나라 황제는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금나라 황제는 가까스로 지탱하며 담담하게 명을 내렸다.

"여기서 자리를 옮긴다. 이곳을 불살라 버려."

"네, 폐하."

오림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고서는 허리를 굽힌 채 물러났다.

그는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월령안이 떠나기 전에 한 그 한마디는 그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월씨 가문 사람은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지지 않습니다.'

월령안은 그가 제안하려는 거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 한마디를 함으로써 그에게 알려 주려 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에는 금나라 황제가 연관되어 있었다.

금나라 황제는 자신을 황위까지 차지하게 해준 월씨 가문 부자를 죽였다. 그럼 물론 그도 의심할 것이 뻔했다.

오늘의 판은 금나라 황제가 월령안을 위해 짠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해 짠 것이었다.

금나라 황제는 그를 믿지 못하고 떠 보려는 것이었다.

오림은 마음속으로 무슨 심정인지 딱히 말할 수가 없었다. 실망도, 분노도 있지만 더욱 많이는 평온함이었다.

금나라 황제는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그는 믿을 만하지 않았다.

오림은 걱정거리를 가득 안은 채 다락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가 떠난 후, 다락방에서 갑자기 큰불이 일어났다.

월령안은 직감적으로 뒤돌아 다락방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녀는 금나라 황제와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월령안은 허름한 골목을 빠져나오다가 소병을 안고 달려오는 아로한을 보았다.

그는 초원의 독수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이 속도가 매우 빨랐다. 월령안이 잠시 정신을 판 사이 이미 눈앞까지 달려왔다.

"주…… 주인님! 괜찮으시죠?!"

아로한은 숨을 헐떡였다.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엇갈리고 또한 당혹감과 불안감도 감추지 못했다.

월령안은 등 뒤의 불에 타고 있는 다락방을 흘끔 돌아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내가 말했잖느냐. 금나라에서 누구도 감히 나를 못 건드린다고."

"주인님, 이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멍청한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똑똑하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아로한은 숨을 채 고르지 못한 채 계속해 말했다.

"주인님, 다음에는 모험하지 말아 주세요. 너무 위험합니다!"

"좋아."

월령안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아로한이 또 잔소리할까 두려워 그의 손에 들고 있는 소병을 가리켰다.

"배고프구나."

그녀는 오늘 정말로 모험을 했다.

지금 돌이켜 보자 그녀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흠뻑 배어나왔다.

그녀는 오림이 자신을 만나고 금나라 황제에게 보고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주점에 금나라 황제의 사람이 있을 거라고도 짐작했다.

하지만 금나라 황제가 그 정도로 다쳤으면서도 직접 나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금나라 황제는 정말로 월씨 가문을 무척이나 꺼려했다.

다행히도 결국 조금 놀랐을 뿐 위험은 없었다.

와그작!

월령안은 소병을 한입 베어 물었다. 눈에는 놀라움과 그리움이 나타났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맛은 여전하구나. 똑같이 맛있어."

"그때 주인님께서 저한테 준 그 소병보다 맛없어요."

아로한의 얼굴에도 그리움의 빛이 반짝였다.

월령안은 웃으며 말했다.

"같은 집 소병인데 어찌 그리 차이가 나겠느냐."

"차이가 있죠. 그때 그건 주인님이 주셨으니까요. 주인님이 준 건 달라요."

그는 평생 그 소병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당시, 그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월령안은 소병 하나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죽어도 배부른 귀신이 되어야지. 아귀는 너무 비참하잖아."

그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이미 잊었다. 하지만 그 소병의 맛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소병은 그가 평생 먹어 본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먹고 싶으면 가서 사 와. 내 거는 너에게 나눠 주지 않을 거야."

월령안은 또 한입 떼어먹으면서 아로한의 말속에 담긴 속뜻을 헤아리지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네, 주인님."

아로한의 눈에는 실망의 빛이 살짝 비껴갔다. 곧 품지 말아야 할 감정을 숨기면서 조용히 월령안의 뒤를 따라갔다.

금나라 수도에서 대부 도박장보다 안전한 곳은 별로 없었다. 해주 공주가 사람을 데리고 와서 한번 난리를 피웠어도 월령안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렀다.

월령안과 아로한이 도박장에 돌아왔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도박장에 도착하자마자 관리인이 찾아와 주나라 사람이 월령안을 만나려 한다고 보고했다. 오후 내내 기다렸다고 했다.

"주나라 사람이라?"

그렇게 중얼거린 월령안의 입매에는 살포시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어렴풋하게 누군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관리인의 안내에 따르면서도 그녀에게는 기대감이 떠나지 않았다.

역시나 이미 알고 있었어도 그 모습을 보니 여전히 기뻤다.

"역시 수 오라버니였군요. 무사한 걸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수횡천은 월령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월령안이 기뻐하는 것에 비하면 그는 다소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령안아, 고현광이 죽었다고 들었다."

월령안은 잠깐 멍해져 있었다. 얼굴에 웃음기도 옅어졌다.

"네. 죽었어요."

수횡천은 또 말했다.

"완안경도 죽었어."

"예, 완안경도 죽었어요."

월령안의 얼굴에는 이제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때 무릇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해 물어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수횡천은 결코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진지했다.

더 이상 물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네가 죽인 것이냐?"

"제가 손쓴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런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녀는 수횡천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도 숨길 것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인정할 용기가 있었다.

수횡천은 그녀가 이렇게 시원하게 인정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잠깐 멍하게 있다가 계속해 물었다.

"령안, 왜 금나라에 왔는지 기억하고 있는 거야?"

"기억하고 있어요."

완안경을 곽하에게 넘겨주고, 곽하의 도움을 받아 육장봉을 금나라에서 구출해 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럼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니? 너는 완안경과 고현광을 함정에 빠뜨릴 때, 그의 안위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맞아?"

육장봉을 찾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육장봉과 함께 순조롭게 금나라를 떠날 수 있는가 없는가는 그들에게 달렸다.

지금 이 두 사람이 모두 죽었다. 월령안은 자신의 이런 행위가 육장봉을 더욱 위험한 처지에 빠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

월령안이 금나라 수도에 온 것은 육장봉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그녀를 찾아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수 오라버니. 고현광은 믿을 수가 없어요. 그는 북요 대장군 신호의 아들이에요."

만약 고현광이 금나라 황제를 암살한 사람이 육장봉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육장봉을 팔아먹거나 심지어 기회를 틈타 죽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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