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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14)화 (714/1,004)

714화 이 원수를 갚지 않으면

곽하도 금나라 수도에 있었고 그의 군대도 금나라 수도에 있었다.

모든 황자가 병사를 거느리고 자객을 찾아 나선 가운데, 완안경은 병권과 신망이 두텁고 마침 금나라에 있었다. 그런 그가 만약 기회를 잡아 명분과 대의를 다 차지하지 않는다면 그는 멍청한 것이었다.

황제는 완안경을 빌어 금나라에 내분을 일으키려고 했다.

심지어 이럴 가능성도 있었다. 황제와 완안경이 모종의 합의를 보고 황제가 완안경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절대 완안경이 자리에 오를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또 완안경이 나서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하든 다 금나라의 내분을 조장할 수 있었다. 완안경이 할 수 있는 일은 완안유도 해낼 수 있고, 심지어 더 잘할 거라고 그녀는 믿었다.

완안유를 왕부로 배웅한 뒤, 완안유가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월령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전하, 완안경은 고현광에 의해 공주부의 밀실에 가두어져 있습니다."

"첫째가?"

마차에서 내리던 완안유의 행위가 멈칫했다. 그는 고개를 홱, 돌려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네 생각은……."

"전하, 소인은 그저 상인일 뿐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요."

'완안유 너, 모든 일을 내가 해 주기를 바리지는 마. 난 그저 너한테 투자를 했을 뿐이지 네 어미가 아니야. 난 널 위해 모든 길을 깔아 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도 능력 좀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널 돕고 싶어도 못 돕는다고. 초원의 그 부락 수령들도 만만하지 않아. 그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보물들을 너같이 아무 능력도 없는 꼭두각시에게 걸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녀는 금나라에서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단지 뒤에 숨어 묵묵히 돈만 벌고 싶었다.

월령안은 손을 들어 완안유더러 마차에서 내리라고 눈치를 주었다.

그녀는 여기까지 도울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일은 완안유가 무언가를 보여 줘야 했다.

"월령안, 고마워!"

완안유는 월령안의 의도를 알아챘다.

이건 그의 싸움터였고 이제는 그가 무언가를 보여 줄 기회였다.

완안유는 어두운 구석에서 나와 세상 사람들에게 그의 빛을 보여야 했다.

"전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릴게요."

'완안유가 날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래, 기다려."

완안유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복숭아와 같은 얼굴은 빛이 나는 듯했다.

월령안은 시선으로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그러나 곧 사라졌다.

외모는 그녀에게 돈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마차 문을 닫고 아로한더러 마차를 몰라고 했다.

완안유는 왕부 밖에 서서 마차가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눈 속에서 반짝이던 빛도 조금씩 어두워졌다.

그는 손을 내밀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고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못생겨졌나?"

완안유는 말을 마친 뒤, 옆의 내관에게 물었다. 그의 측근 내관은 하마터면 놀라서 턱이 떨어질 뻔했다.

"저, 전하……."

전하는 평소 다른 사람이 그의 외모를 들먹이는 것을 가장 싫어하지 않았던가?

전하께서 오늘 귀신이라도 들린 건가?

"왜? 내가 정말 못생겨졌어?"

완안유가 또 물었다. 그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완안유의 살인적인 시선을 받으며 측근 내관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여전히 준수하십니다. 아니, 예전보다 더 준수하십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날 좋아하지 않는 거지? 분명 여인들은 모두 날 좋아할 텐데."

완안유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는 빛을 잃었다.

유왕부의 대내관은 갑자기 심장이 쥐어짜듯 아파 연신 위로를 건넸다.

"나리, 그 여인들을 어찌 월 낭자와 비하십니까. 월 낭자는, 그녀는…… 맞아요, 월 낭자는 겉모습만 보는 천박한 여인이 아니에요."

"네 말에 일리가 있구나. 잘생긴 것으로 치자면 고 부마도 나쁘지 않아. 월령안이 그에게 손을 쓸 때도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어."

완안유는 입꼬리를 올리며 어딘가 바보스럽게 웃었다.

"월령안의 눈에 든 것은 내 얼굴이 아니야. 그녀는 내 재능을 맘에 들어 한다고!"

완안유는 순식간에 자신감을 되찾고 투지가 가득해졌다.

그는 성큼성큼 왕부 안으로 걸어갔다. 동시에 잊지 않고 측근 내관과 말했다.

"태후께 전갈을 보내거라. 내가 만나 뵙겠다고!"

"네, 전하!"

측근 내관은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돌아서서 그의 나이에 맞지 않는 속도로 밖을 향해 걸어갔다.

처음이었다!

전하가 철든 이후 처음으로 먼저 태후를 만나겠다고 한 것이다.

평소 태후가 그의 나리를 만나려고 해도 네 번 말해서 한 번 보면 다행이었다. 만약 나리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를 만났다면 태후가 아무리 재촉하고 청해도 전하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 전하가 먼저 태후를 만나겠다고 했다. 태후가 안다면 분명 기뻐할 것이다.

내관의 보고를 들은 태후는 역시 아주 기뻐했다.

태후가 먼저 완안유 옆의 사람과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녀는 누가 그의 아들이 자발적으로 그녀를 만나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일과 월령안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태후는 즉석에서 궁인들에게 명령을 내려 순장될 소녀들에게 음식을 추가하고 또 그녀들이 사흘에 하루는 쉬게 하라고 했다.

소녀들은 소식을 듣고 '마마님 만세'를 외치며 태후의 은덕에 감격을 표했다.

그러나 문이 닫히자 소녀들은 낮은 소리로 감탄했다.

"달님이야, 난 달님이 우리를 잊지 않을 줄 알았어!"

"나도 달님인 것 같아. 달님이 아니었다면 태후 마마님도 우리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우리는 달님을 믿어야 해. 그래야 달님도 우리를 잊지 않지. 달님이는 분명 우리를 구해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

"달님이는 참 대단해. 우리가 궁에 있어서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소녀들은 기쁜 와중에도 자기들이 너무 무능하다고 여겨져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순장될 소녀들을 관리하는 내관은 어두운 곳에 서서 소녀들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큰아가씨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 이 소녀들은 비록 나이가 많지 않으나 아주 굳세고 감사할 줄도 알아. 큰아가씨께서 이들을 구하기로 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시겠어.'

* * *

완안유는 그날 바로 입궁하여 태후와 만났다. 모자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완안유가 떠난 뒤, 태후가 눈이 빨개지도록 운 것은 사실이었다.

궁에서는 완안유와 태후가 오해를 풀고 모자간이 화해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금나라 황제의 심복 대신은 이 소식을 듣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완안유가 나서려고 하는구나.'

"내일 반드시 십육 전하께 공주를 풀어 주라고 해. 그가 금나라 수도에서 소란을 피우게 해서는 안 돼."

특히 완안유가 병권과 정권에 손을 댈 기회를 가지게 해서는 안 되었다. 반드시 그를 강하게 억제해야 했다.

일단 완안유가 세력을 가지게 된다면 밖의 세 황자들도 절대 순순히 범인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이유를 찾아 금도로 돌아올 것이다.

여러 황자들이 다 금나라 수도로 오게 된다면 황위를 쟁탈하는 일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날 밤, 금나라 수도에는 그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큰일이 벌어졌다.

그날 밤, 곽하는 부마 고현광이 사적으로 대황자 완안경을 구금했다는 이유로 군대를 이끌고 해주 공주부에 쳐들어갔다. 공주부를 샅샅이 뒤지다가 뒤뜰 연못에서 지하 밀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곽하는 밀실에서 용포(龍袍)와 위조한 옥새, 그리고 해주 공주가 그녀의 모족(母族) 부락과 주고받은 밀서를 찾았다. 밀서에는 역모에 관한 것도 언급되었다.

해주 공주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이 세 가지 외에, 그는 입구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는 완안경도 찾게 되었다.

곽하의 사람들이 완안경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숨이 떨어졌으나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었다.

완안경은 죽기 전에 학대를 받지 않았다. 오작의 검사에 따르면 그는 중독되어 죽었고 사망 시간은 한 시진 전이라고 했다.

곽하는 이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한 시진 전!

해주 공주의 사람이 한 시진 전에 완안경에게 독약을 먹여 죽인 것이 분명했다.

그 사람은 시신을 처리하려 했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곽하가 군대를 이끌고 들이닥쳤다. 급한 바람에 그 사람은 완안경의 시신을 버린 채 홀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딱 한 시진이었다.

전쟁터에서는 용맹 무쌍했던 장군 곽하가 풀썩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완안경을 안고 대성통곡했다.

모두 그의 잘못이었다.

만약 그가 어제 공주부에서 해주 공주의 권고를 듣고 물러가지 않았다면, 그녀가 승낙한 이익 때문에 물러가지 않고 강제로 공주부를 수색했더라면, 대황자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가 십육 전하의 소식을 받은 다음, 망설이지 않고 곧장 군대를 이끌고 달려왔더라면 대황자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저입니다……. 제가 전하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곽하는 완안경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은 채 애달프게 울부짖었다. 따라서 죽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장군, 이건 장군의 잘못이 아닙니다! 해주 공주입니다. 그녀가 우리를 속였습니다. 대황자의 누나로서 그녀가 이런 일을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장군, 기운을 차리세요. 해주 공주는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대황자를 위해 복수해야 합니다."

"장군, 대황자 전하를 이렇게 터무니없이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대황자 전하의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해주 공주더러 피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합니다."

곽하와 곽하의 측근은 모두 완안경의 진영이었다. 그들은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완안경에게 맡기고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황제를 보좌한 공을 빌려 왕에 봉되고 승상에 임명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완안경이 죽었다. 그들에게서 앞날과 꿈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남의 앞길을 망치는 것은 그 사람의 부모를 죽이는 것과 같다.

해주 공주가 자리에 없었으니 망정이지 자리에 있었으면 그들은 그녀를 산 채로 찢어버릴 수도 있었다.

"맞다. 내가 쓰러져서는 안 되지. 대황자 전하를 위해 복수할 것이다!"

곽하는 측근의 권유를 받아들여 마음에 맺혔던 죄책감과 자책감을 해주 공주에 대한 증오로 바꾸었다.

곽하는 얼굴을 힘껏 비비더니 완안경의 시신 옆에 정중하게 꿇어앉아 손을 들고 하늘에 맹세했다.

"나는 하늘에 맹세한다. 이 원수를 갚지 않으면 나 곽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뒤에 있던 심복 병사들도 모두 무릎을 꿇고 곽하를 따라 손을 들어 완안경을 위해 복수할 것을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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