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화 혼란한 틈을 타서 한몫 낚는 것
완안유는 눈을 살짝 치켜떴다. 소년 특유의 풋풋함과 유혹을 가지고 있었다.
또 그녀에게 미인계를 쓰는 사람이 나오다니!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어느 상놈이 헛소문을 퍼뜨려 내 명성을 더럽힌 거야? 금나라 사람들이 전부 내가 미색을 좋아하는 줄로 알잖아. 난 분명 돈을 좋아한다고!'
"전하, 우리는 지금 협력 관계에요. 만약 전하께서 일이 생기신다면 저한테도 막대한 손해인 거죠."
그녀는 지지할 사람을 바꾸어도 되었다. 그러나 황위 쟁탈에서 가장 금지된 것이 바로 중도에서 마음을 바꾸고 기회주의자가 되는 것이었다.
"나의 그 조카들이 하나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낭자를 포섭하려고 들지 않던가?"
완안유가 '조카' 두 글자를 말할 때, 비꼬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자기의 신분에 대해 혐오해 마지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월령안은 못 알아들은 척했다.
"그들은 안 돼요……."
"왜?"
완안유는 줄곧 이것이 궁금했다.
왜 월령안이 그 전도가 유망한 '조카'들을 포기하고 자기를 선택했을까?
눈이 있는 사람들은 다 보아 낼 수 있었다. 그 '조카'들에 비했을 때, 그는 병권도 없고 조정 대신들의 지지도 받지 못해 승산이 거의 없었다. 보물을 그에게 투자한다면 월령안은 전 재산을 탕진할 수도 있었다.
월령안은 완안유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전하께서는 제왕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왕은……. 왕자(王者)지. 패주(霸主)이고, 만민의 주재자지!"
완안유는 처음에 머뭇거리다가 곧 확신에 찬 답안을 내놓았다.
월령안은 웃었다.
"전하께서 말씀하셨으니 아실 거예요. 제가 왜 그 황자들을 지지하지 않는지."
완안유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왕으로서의 패기가 없어서?"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마음속에서 제왕은 구오지존으로서 천하를 깔보고 뭇 영웅들을 업신여기죠. 그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이에요. 모든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의 뜻을 의지로 삼고 실행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해요. 그 몇몇 황자들이 조정 대신의 요구대로 황제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으로 황위를 쟁탈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보좌할 생각이 없었어요."
조정 대신과 관계가 좋고 대신들의 권고를 듣는 황자를 보좌하여 그녀에게 좋은 점이 뭐가 있겠는가?
군신끼리 사이가 좋은 것이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보좌하려면 당연히 조정 대신들과 사이가 나쁘고 그녀 말고는 지지자가 없는 황자를 보좌해야 했다. 그래야만 그녀는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신하는 군주에게 복종해야 하는 법이죠. 황자들은 비록 군주라고 칭할 수 없으나 황자도 신하들의 주인이죠. 예로부터 주인이 이득을 약속하고 수하더러 쟁탈하라고 한 적은 있어도 수하가 떡을 그리고 주인더러 겨루어 빼앗으라고 한 적은 없었어요.
황위를 어떻게 쟁탈하는지는 신하의 뜻이 아니라 황자의 뜻에 따라야지요. 대신이 해야 하는 일은 주인이 필요할 때, 주인을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치고 불에 뛰어드는 거예요. 원을 하나 그리고 주인들더러 안에서 놀라고 하고는 자기들은 주인들 뒤에 숨어 그 결과를 즐기려고 하는 게 아니고요.
제왕은 규칙을 제정하는 사람이지 규칙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런 인식도 없고 패기도 없다면 그 자리에 앉아도 대신들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일 뿐이에요!
우리 월씨 가문이 보증인을 세우는 것은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지 선행을 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만약 황위에 오르는 사람이 대신들 수중의 꼭두각시라면 우리 월씨 가문은 거기에서 무슨 이득을 얻을 수 있겠어요? 상인은 이득을 중히 여기는 법이죠. 고생만 하고 이득이 없는 일은 우리 월씨 가문에서 안 해요.
전하께서는 여러 황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을 믿으시고 대신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분이세요. 또 대신이 정한 규정대로 황위를 쟁탈하지 않는 황자고요.
전 상인이라서 조정 분쟁과 황권 쟁탈을 잘 몰라요. 그러나 전 안목이 있어요! 전하께서는 천성적으로 왕이 될 분이에요. 금나라에서 아직 전하보다 그 자리에 더 어울릴 만한 사람은 없어요. 전 그 자리에 오로지 전하께서만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전하께 어울리고요!"
월령안은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완안유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완안유는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투지로 가득해졌다. 심지어 마음속에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싶은 패기마저 들었다.
그러나 월령안의 뒤의 말을 들은 완안유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찔렸다.
조정 대신이 황자들더러 내분을 포기하고 황제를 죽인 범인을 잡는 사람이 황위를 가진다는 규정을 정했을 때, 그는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 또, 한번 겨루어 보고 싶었다.
다만 그 사람들이 그에게 겨룰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완안유는 구더기나 다름없었다. 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하수구 속에서만 살 수 있고 나와서 사람을 만나서도 안 되며 황위를 원한다는 말조차 꺼내면 안 되었다.
일단 그가 그런 생각을 드러내게 된다면 그의 말로는 아주 비참할 것이다.
만약 그가 불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그는 글을 익히고 무예를 닦을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월령안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
마치 월령안이 말한 것처럼 그는 태어날 때부터 왕자(王者)이고 그 자리는 마땅히 그의 것이어야 했다!
완안유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억눌렸던 우울함과 불만이 이 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것처럼 활짝 웃었다. 그리고 정중하게 월령안을 향해 읍했다.
"월령안, 만약 내가 높은 자리에 오른다면 절대 당신을 섭섭하지 않게 대하겠어."
그가 잡종이 아니라 황위의 우승권을 빼앗을 자격이 있는 왕가 혈통이라고 말한 사람은 월령안이 처음이었다.
그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을 때, 월령안이 그를 믿고 도와주었다. 그는 절대 월령안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반드시 월령안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위치에서 나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권리를 누리게 할 것이다!'
완안유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전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께서 걱정하지 마세요. 저 월씨는 반드시 전체 가족의 힘을 기울여서 전하가 높은 자리에 오르시게 돕겠습니다."
월령안은 차 두 잔을 부어 한 잔을 완안유에게 넘겨주었다. 그녀는 차로 술을 대체하여 완안유와 동맹 약속을 했다.
마음속의 부담을 내려놓은 완안유에게서 전의 우울한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세속을 벗어나 환골탈태한 것처럼 빛을 뿜었다. 미간 사이에는 온통 자신감과 패기로 가득했고 온몸으로 눈 부신 빛을 뿌렸다.
그는 심지어 먼저 물어보았다.
"월령안, 해주 공주의 일에 대해 대책은 있어? 조정 대신들이 사람을 몰아붙이는데 내가 고현광이 북요 첩자라는 것을 입증하고 해주 공주가 그와 한패라는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녀를 풀어 줄 수밖에 없어."
그가 일단 완안해주를 풀어 준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완안해주의 미친 듯한 복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완안해주의 보복을 감당할 수 없었다.
"전하, 그들은 증거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들은 해주 공주를 지켜 공주가 죽지 않게 하려는 것뿐이에요. 이런 시기에는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내놓더라도 그들은 전하께서 증거를 위조했다고 말할 거예요. 오히려 해주 공주가 용서할 수 없는 큰 잘못을 저질렀고 누군가 해주 공주의 목숨을 취해야만 한다면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될 거예요."
월령안은 여유롭게 다구를 치우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완안유는 민감하게 중점을 발견했다.
"네 말은…… 대신들 뒤에 또 한 사람이 서 있고 그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을 주무르는 사람이라는 거지? 그 사람은……?"
완안유의 두 눈이 갑자기 환해졌다.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분이야?"
월령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참지 못하고 몰래 찬사를 보냈다.
'완안유는 정말 다듬을 만한 인재야. 완안유가 그 자리에 오르는 날이 아주 기대되는걸.'
금나라 대신들의 괴롭힘을 많이 당한 완안유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분명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럴 리가? 그가 어찌……."
완안경은 혼란스러워졌다.
그 사람이 죽지 않았는데 그들이 왜 겨룬다는 말인가?
"나라는 황제가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법이죠. 금나라 황제가 죽었는데 조정 대신들은 하루빨리 황위를 이를 후계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황자더러 자객을 찾으라고 했어요. 자객을 찾는 황자가 황제로 등극할 수 있다면서요. 그들이 뭘 하려는 것 같아요?"
월령안은 찻주전자를 들고 차를 따라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완안유에게 건네주었다.
"황자들이 금도를 나가게 해서 그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지요. 그들을 밖에 흩어지게 하고 그들에게 황위에 등극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죠. 이러다 보면 그는 상처를 치료할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되는 거죠. 누가 그가 상처를 치료하는 사이를 틈타 권력을 빼앗고 등극할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완안유의 손가락이 월령안의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월령안 손가락 사이의 온도는 완안유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그는 몰래 숨을 들이쉬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런 것은 맞아요. 그러나……."
월령안은 가볍게 웃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전하,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요! 죽으면 죽은 거죠. 죽으면 절대 다시 살아날 수 없어요."
"그가 몸을 숨긴 곳을 알아?"
잔을 든 완안유의 손에 핏줄이 불거졌다.
"전 그가 어디 숨었는지 알지 못해요. 그러나 알아도 소용없어요. 여기는 금나라예요. 그의 장소이지요. 우리는 여기서 그를 죽일 능력이 없어요."
이미 자객에게 한번 당했다. 금나라 황제가 바보도 아니고 어찌 경계를 하지 않겠는가?
암살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지?"
완안유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그는 손에 단 찻잔을 움켜쥐고 깨 버렸다.
"전하, 나라에는 군주가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되지만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 없고 나라에 주인이 두 명일 수가 없죠. 그 황자들은 전하보다도 더 부황이 살아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게요. 그분은 전하보다 지금 이 시기에 황제라고 불리는 것이 더 두려울 거예요."
'완안유가 설마 병권이 없는 왕의 몸으로 금나라 황제와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완안유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직접 뛰어들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물을 흐려 모든 사람들이 뛰어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혼란한 틈을 타서 한몫 낚는 것이었다!
혼란한 틈을 타서 한몫 챙기려면 당연히 먼저 혼란을 만들어야 했다.
월령안은 금나라 황제가 어디 숨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완안경이 어디 숨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완안경이 있어야 금나라 이 죽은 물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것이 황제가 그녀더러 완안경을 곽하의 손에 넘기게 한 이유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