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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12)화 (712/1,004)

712화 이 천한 것, 네가 감히!

"허……."

해주 공주는 대수롭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완안유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심지어 완안유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무시를 담고 있었다.

"십육 숙부, 본인의 신분을 기억하세요. 저의 부마가 어떤 사람인지는 십육 숙부께서 물으실 일이 아니에요."

해주 공주가 보기에 완안유는 바로 사생아였다. 그녀가 만약 완안유라면 살아서 망신당하지 않고 진작에 머리를 부딪혀 자결했을 것이다.

"보아하니, 넌 알고 있었구나?"

완안유는 광명정대하게 완안해주를 위해 구덩이를 팠다.

그는 자기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해주 공주가 분명 함정인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완안해주는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제가 알면 또 뭐 어때서요?"

역시, 해주 공주는 아주 통쾌하게 대답했다.

완안유는 냉소를 지었다.

"알면 그와 한패라는 뜻이겠지!"

완안유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거리에서 갑자기 금군이 몰려오더니 날 듯한 속도로 공주부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해주 공주와 곽하를 둘러쌌다. 동시에 거리 전체를 봉쇄해 버렸다.

"언제 병사들을 데리고 오신 거예요? 제가 왜 소리를 못 들었죠?"

해주 공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완안유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금군이 도착하자 완안유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

"고현광과 한패인 해주 공주를 잡아들이거라!"

"완안유, 너 이 천한 것, 네가 감히!"

해주 공주는 화가 나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속았다. 이 천한 것에게 속았다.

해주 공주의 말에 대답하는 것은 금군의 우레같이 맹렬하고 바람같이 신속한 동작일 뿐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금군은 공주부의 시위를 쓰러뜨리고 달려들어 해주 공주를 붙잡아 놓았다.

해주 공주는 당황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곽하, 뭘 하는 거야? 어서 손을 쓰지 않고. 나한테 일이 생긴다면 완안경도 나와 함께 묻혀야 해!"

"공주의 입을 막거라."

완안유가 명령을 내렸다.

"읍읍읍……."

해주 공주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아름다운 눈 한 쌍만이 뚫어져라 곽하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그더러 빨리 움직이라고 협박했다.

곽하가 머뭇거리고 있는 순간, 월령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곽 장군, 제가 장군이라면 이런 시기에 손을 쓰지 않겠어요. 여기에는 이 병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곽하는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먼 곳의 담벼락에서 튀어나온 사람의 머리를 보고는 숨을 들이쉬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진작부터 나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두신 거요?"

"곽 장군, 생각이 과하셨어요."

그녀는 단지 처음부터 곽하를 믿지 않았을 뿐이었다. 또 곽하와 협력할 생각도 없었다.

청주의 은원이 있는 이상, 그녀는 완안경과 협력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완안경은 그녀가 고현광 손에 넘긴 것이었다. 곽하가 완안경을 구한다면 완안경과 곽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을 것이다.

"그럼 처음부터 절 이용한 겁니까?"

곽하가 또 물었다.

"아니에요, 제가 말한 건 다 사실이에요. 대황자는 정말 고현광의 손에 있어요."

그녀는 단지 곽하에게 고현광에게 완안경을 넘긴 사람이 자신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당신…… 해주 공주의 말이 틀리지 않았어. 간사한 여 상인 같으니라고!"

곽하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월령안은 미소로 대답했다.

완안유는 금군더러 공주부를 봉하고 고현광과 해주 공주를 함께 데려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완안유는 해주 공주와 고현광을 처리한 뒤, 또 곽하에게 말했다.

"곽하 장군, 당신은 사적으로 병사들을 데리고 입성했네. 내일 병부로 가서 여러 대인들에게 해명하는 것을 잊지 말게."

"전하, 고 부마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곽하는 월령안과 완안유가 모두 고현광의 신분에 대해 말한 것을 떠올렸다. 그는 순간 문제가 아마도 고현광에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안경은 대답하지 않고 월령안을 힐끔 보았다.

월령안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말하지 못할 것은 없죠."

월령안의 수긍이 있자 완안유가 입을 열었다.

"고현광은 북요의 이미 죽은 대장군 신호의 아들이네."

"뭐라고요?"

곽하는 놀라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해주 공주도 발악하는 것을 잊고 안색이 새하얘졌다. 그녀는 몸에 힘이 풀리더니 땅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부마가 북요 대장군의 아들이라니. 그녀는 끝장나게 생겼다!

오직 고현광만이 평온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완안경과 월령안이 자기를 놔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주나라와 북요의 사람이 그를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아주 많은 것을 아는 듯했다. 그가 어떻게 주나라와 북요의 첩자들을 연락하되 월령안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현광이 마음속으로 생각만 잔뜩 하고 있느라 해주 공주가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 * *

그렇게 고현광과 해주 공주는 금군에게 체포되어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의 심문을 시작하자, 고현광이 죽었다.

그를 심문하는 병사의 손에 죽었다.

고현광이 죽자 완안유는 바로 함구령을 내려 이 소식이 밖으로 전해지지 않게 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해주 공주는 완안유보다 먼저 고현광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죽었으니 죄를 입증할 수 없었다. 해주 공주는 완안유가 사람을 죽여 입을 막았다고 잡아뗐다. 만약 완안유가 바로 그녀를 풀어 주지 않는다면 그녀가 반드시 완안유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조정의 대신들도 갑자기 완안유에게 압력을 가하며 완안유더러 바로 해주 공주를 풀어 주라고 했다. 절대 이런 시기에 가족끼리 싸움이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지 말라고 했다.

월령안은 외부인으로서 웃기만 할 뿐이었다.

완안유는 비록 드러난 바로는 선황의 유복자이나 여야 사람들은 모두 그가 금나라 황제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금나라 황제는 조정 대신들이 완안유의 출신을 아는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금나라 최고 미인인 태후를 손에 넣은 것으로 인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금나라 황제는 대신들 앞에서 태후가 맛이 좋다고 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태후의 맛은 이 대신들이 모를 것이라고, 오직 자기 자신만 맛볼 수 있다고 했다.

금나라의 대신들은 금나라 황제에게 몸을 굽힌 태후를 업신여겼다. 물론, 완안유도 업신여겼다.

완안유는 조정에서 조력자가 하나도 없었다. 대신들이 압력을 가하자 그를 위해 말을 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는 홀로 억지로 대항할 뿐이었다.

그러나 스물이 넘도록 권력도, 세력도 없이 왕이라는 허울만 있는 완안유는 조정의 늙은 여우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조정 대신들이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이자 완안경은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입을 열고 말할 기회도 없이 대신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조정 대신들은 완안유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 거의 모든 직설적인 말을 써서 완안유에게 경고했다.

그가 만약 해주 공주를 풀어 주지 않고 내분을 종결짓지 않는다면 바로 금나라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완안유와 금나라 황제는 비록 죽었으나 오래된 대신들이 아직 있으니 그때가 되면 그들이 매정하다고 탓하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금나라 황제를 대신하여 황실의 죄인을 숙청하고 완안유를 서인으로 강등시키겠다고 했다.

완안유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들의 멸시와 혐오의 시선을 받고 자란 터라 오만하면서도 자비심을 가지고 있었고 마음은 누구보다도 예민했다.

조정 대신의 모욕에 가까운 말을 한마디 또 한마디씩 듣자 완안유는 마음속의 난폭함을 전혀 억제하지 못했다. 그는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두 눈이 벌겋게 되었다.

조정 대신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비록 겁이 났지만 입으로는 더욱 야박하게 굴었다. 완안유를 격노시켜 그가 손을 쓰게 하려는 것이었다.

일단 완안유가 손을 쓴다면 그들은 바로 이것을 빌미로 완안유를 잘근잘근 밟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때, 궁중의 내시 총관이 갑자기 도착했다. 그는 태후의 명의로 완안유가 영당으로 가서 금나라 황제를 위해 경을 읊어야 한다면서 완안유를 데려갔다.

완안유는 비록 아주 사람을 패고 싶었으나 이성이 그더러 반드시 참으라고 말해 주었다. 특히 이 시기에 조금의 약점도 잡혀서는 안 되었다.

완안유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자기의 손바닥을 다 후벼 파서야 마음속의 울분을 멈추고 대내관을 따라서 떠날 수 있었다.

내시 총관과 함께 궁문 입구까지 간 그는 궁 문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월령안을 보았다. 완안유는 그제서야 사람을 보내 조정 대신들 손에서 그를 구한 사람이 어머니가 아니라 월령안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나 왔어……."

완안유는 눈을 붉히며 억울하고 고집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차에 타세요."

월령안은 마차 안에 앉아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눈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완안유는 용모가 화려하지만 평소에는 도도하고 차가운 데다가 눈매마저 날카로워 그의 외모는 쉽게 잊혀지곤 했다.

지금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탓에 완안유의 눈가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는 마치 중상을 입었으나 고집스럽게 억지로 버티는 새끼 늑대 같았다. 이 나약하고도 오만한 모습이 사람들의 애달픈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 사람들에는 절대 월령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아름다울수록 치명적인 법이다.

그리고 월령안은 어엿한 황자에게 여 상인인 그녀의 동정심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완안유가 시선에 상처를 담은 채, 나약하고도 가련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월령안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완안유를 조용히 바라보며 그가 마차에 오르기까지 기다렸다.

완안유는 자기 외모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줄곧 외모로 목적을 이루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게 하면, 의붓아들에게 몸을 굽힌 어머니와 다를 게 없다고 느껴졌다.

완안유가 자신의 외모를 이용하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패했다.

그의 약한 내색은 월령안을 흔들지 못했다!

완안유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우울한 얼굴로 마차에 올라 야릇한 말투로 자극했다.

"월 낭자가 이렇게 마침 나타난 걸 보니 궁에 첩자라도 있나 봐?"

"이런 일에도 첩자가 필요할까요?"

월령안이 되물었다. 그녀는 완안유가 입술을 앙다문 채, 온몸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내뿜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 단지 평범한 소상인일 뿐이에요. 무슨 능력으로 궁에 첩자를 심어 두겠어요. 전하께서는 과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자는 단지 태후께 한마디 했을 뿐입니다. 전하를 불러낸 사람은 태후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내 운이 왜 이래? 만나는 협력 상대가 하나같이 골치 아프고 하나같이 더 성미가 이상하니.'

만약 완안유보다 더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반드시 협력 대상을 바꿨을 것이다.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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