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화 부마가 어떤 인간인지 아느냐?
그녀가 일부러 공주부 입구에서 곽하와 그런 말을 한 것은 해주 공주를 자극하여 해주 공주가 그녀를 잡아들이라고 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주 공주의 사람이 손을 쓰기만 한다면 그녀는 뭔가를 할 필요도 없이 그녀를 포섭하려는 황자들에게 성의를 표할 겸, 해주 공주를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월령안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했지만 유독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그녀가 해주 공주 이 물고기 대신 더 큰 물고기를 낚을 줄.
"고현광?"
고현광이 공주부에서 뛰어나오는 것을 본 월령안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뭐야?
큰 시련이 닥치니 각자 날아가는 건가?'
"월령안!"
고현광의 안색은 창백했고 발걸음은 휘청거렸다. 월령안도 놀랐으나 그는 월령안보다도 더 깜짝 놀랐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월령안은 운이 좋은 거야? 아니면 나쁜 거야? 공교롭게도 내 손에 들어왔네.'
고현광의 시선은 월령안과 아로한에게서 왔다 갔다 했다. 그는 속으로 손을 써서 월령안을 잡아들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보았다.
월령안도 마찬가지로 그녀와 아로한이 손을 잡고 고현광을 잡아들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월령안은 아로한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녀는 손에 검은 우산을 들고 고현광 앞에 서서 생글거리며 웃었다.
"고 부마, 지금 어디로 가시려는 건가요?"
"월령안, 나중을 위해 너무 매몰차게 굴지는 말지. 어쩌면 네가 내 손에 들어오는 날이 올지도 모를 텐데!"
월령안이 먼저 앞으로 다가가자 고현광은 기회를 발견했다. 말하는 사이, 고현광은 갑자기 월령안을 덮쳤다. 그러나…….
"부마 나리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 수중의 우산이 갑자기 각각의 면이 분리되어 떨어지면서 고현광을 향해 펼쳐졌다. 고현광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만 받았을 뿐인데 바로 무수한 은색 칼날이 검은 우산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이건 무슨 물건이야?"
고현광의 안색이 급변했다.
월령안이 말했다.
"우산살이잖아요? 고 부마께서는 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너…… 빌어먹을!"
두 사람은 너무 가까웠다. 은색 칼날은 우산에서 날아 나와 순식간에 고현광의 얼굴을 덮쳤다.
고현광은 반응은 매우 빨라서 월령안이 손을 쓰는 찰나에 갑자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나 은색 칼날은 촘촘하고 빠르게 날아갔기 때문에 그는 한두 개는 피할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푸흡!"
연이어 은색 칼날 두 개가 고현광을 적중했다.
그와 동시에, 아로한이 고현광을 덮쳤다. 손을 지지대 삼아 고현광의 왼쪽 어깨를 공격했다.
'촤락' 하는 소리와 함께 아로한은 고현광의 어깨에 세 줄기 피가 가득한 생채기를 만들었다.
"이 괘씸한!"
고현광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월령안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열심히 아로한을 상대했다.
"내 우산이 아깝게 되었네!"
월령안 손에 든 우산은 우산살의 지탱을 잃고 우산대와 우산살에 찔려 구멍 난 우산의 면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우산을 힐끗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버렸다.
고현광은 아로한에게 맞아 연속 뒤로 물러났다. 돌아서는 순간, 월령안의 말을 들은 고현광은 하마터면 화가 나 피를 토할 뻔했다.
'이 주인과 하인 두 사람은 정말 너무하군.'
촤락!
고현광이 잠시 정신을 판 순간, 아로한이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 그는 고현광의 상처를 누르고 힘껏 긁었다. 그러자 고현광이 우산살에 맞아 생긴 상처가 찢어지고 말았다.
"으악……!"
고현광은 몸이 멈칫하더니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아로한은 몸을 구부려 월령안이 땅에 던진 우산대를 집었다. 그리고 고현광의 두 다리를 향해 찔렀다. 고현광의 다리뼈가 '딱'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으악!!"
고현광은 아픔을 못 이기고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아로한이 손에 든 우산대를 다시 던졌다. 이번에 부딪힌 곳은 고현광의 필이었다.
'딱딱' 두 소리와 함께 고현광의 두 팔은 완전히 망가졌다.
고현광은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월령안, 네가 감히 날 건드려? 넌 내가……."
월령안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알아요, 북요 대장군 신호의 아들이잖아요."
"너……."
고현광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아로한은 우산대를 거꾸로 흔들며 고현광의 등을 후려쳤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우산대가 두 마디로 꺾였다. 고현광도 소리와 함께 쓰러져 월령안의 발치에 엎드렸다. 그는 두려워 어쩔 줄 몰랐다.
"너, 네가 어떻게…… 안 거야?"
월령안이 그의 출신을 알 리가 없었다.
'심지어 주나라 황제도 모르는 것을 월령안이 어찌 안다는 말인가? 그럴 리 없어!'
고현광의 몸은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
"난 당신이 신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뿐만 아니라 또한 당신이 자기의 생모가 주나라 사람인 것을 원망하고, 생모의 출신이 고귀하지 못하다고 원망하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신호의 인정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난 심지어 당신이 당신과 마찬가지로 주나라 피가 반쪽 정도 흐르는 야율헌일을 시기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가 북요 황제의 인정을 받는 사실에 시기하고 있죠. 그와는 달리 당신은 생부에게 버림받아 주나라로 보내져 첩자가 되었으니까요."
그녀가 아는 것이 많지 않았더라면 어찌 감히 금나라로 왔겠는가?
아쉽게도 고현광의 출신에 관련된 소식과 단서는 모두 말끔하게 지워졌다. 그녀의 손에는 고현광이 신호의 아들이라는 것에 대한 아무런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증거를 모아서 황제에게 보여 줬을 것이다. 황제 얼굴의 표정은 아주 재미있을 것이 뻔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네가 알 리가 없어. 내 출신을 아는 사람은 없어!"
고현광은 힘껏 일어나 앞으로 기어가 월령안을 잡으려고 했다.
그는 월령안을 살려 두어서는 안 되었다. 월령안을 죽여야만 그의 신분이 비밀에 부쳐질 것이다. 그래야 누구도 그가 북요 대장군 신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고 그는 여전히 주나라 황제의 신임을 받고 여전히 북요의 은밀한 지지를 받을 것이며 여전히…….
해주 공주를 발판으로 삼아 높은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월령안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부마 나리, 포기하세요. 당신의 시대는 이미 끝났어요."
월령안은 결코 목숨을 대가로 모험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아로한, 이자를 데려가."
"내려놓거라!"
해주 공주가 시위의 보호를 받으며 걸어왔다.
"그리고 월령안 너도 떠날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녀의 옆에는 곽하가 서 있었다.
월령안이 고현광을 잡느라 바쁠 때, 해주 공주와 곽하가 손을 잡은 것이 틀림없었다.
"공주, 공주…… 살려 주오, 살려 주오!"
절망적이던 고현광은 희망을 보고 일어나려고 발악했다. 그러나 아로한의 발에 밟히고 말았다.
"이들을 포위하거라. 이들이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
해주 공주의 시선이 월령안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월씨! 오늘은 네가 죽는 날이야!"
해주 공주가 명령을 내리자, 공주부의 시위가 아닌 곽하의 사람들이 월령안을 포위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동맹이었는데 바로 다음 순간, 서로 칼을 겨누는 사이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죽어라 싸우더니 바로 다음 순간, 술을 들고 즐거움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정치였다.
이것이 바로 어른의 세계였다.
충성과 믿음이 없고 오직 이익만 있을 뿐이었다.
월령안은 무장한 병사들에게 겹겹이 포위당했으나 전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실망스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곽하 장군, 지금 절 이용하고 버리시는 건가요? 전 우리가 방금 전에 아주 유쾌하게 협력했다고 여겼는데요. 제가 혼자 착각을 했네요. 정말 절 너무 속상하게 하셨어요."
"월 낭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곽하는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일말의 후회나 머뭇거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월령안과 비교했을 때, 해주 공주가 대황자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더욱 많았다.
무엇보다도 대황자가 고현광의 손에 있었다. 해주 공주가 손을 쓰기만 한다면 고현광은 사람을 내놓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곽 장군, 후회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정말 곽 장군이 아주 좋다고 여겼다.
손에 병사가 있고 쉽게 화를 내며 조금 자극받았다고 손을 썼다. 이렇게 쓰기 쉬운 사람을 앞으로 다시 쓸 수 없다니. 그녀에게도 일종의 손해였다.
"월 낭자, 가만히 계시지요. 제가 낭자께서 저한테 정보를 준 것을 봐서라도 공주께 사정하여 낭자가 한 번에 가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곽하는 월령안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무장으로서 싸움터에서 창을 거꾸로 돌렸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동맹에게 칼을 꼽았다. 이런 행위는 배신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는 전에 이런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곽 장군,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아쉽게도……."
월령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해주 공주를 바라보았다.
"공주, 공주께서는 당신의 부마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나요?"
해주 공주는 월령안과 말하고 싶지도, 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
"뭣들 하는 것이냐? 어서 저 천한 것을 잡아들이지 않고!"
곽하의 병사들은 움직이지 않고 곽하를 바라보았다.
곽하는 눈을 감은 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여라!"
병사들은 명령을 받고 창을 든 채,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지만 월령안의 옷자락도 건드리기도 전에 흰 날개가 달린 긴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길 건너편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긴 화살은 해주 공주의 얼굴을 스치며 날아왔는데 그녀 귓가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리고 그녀 뒤에 있는 높은 벽에 적중했다. 화살촉 전체가 벽에 들어가 버렸다.
"멈추거라!"
은백색 연갑(軟甲 - 부드럽고 질긴 재질로 만든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거리의 다른 한쪽에서 말을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해주 공주는 오고 있는 사람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십육 숙부?"
완안유(完顔遺), 금나라 태후의 아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전임 금나라 황제의 유복자였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왕으로 봉해졌다. 나이는 비록 해주 공주 등 사람들보다 어렸지만 드러난 바로는 촌수가 큰지라 공주들과 황자들은 그를 보면 십육 숙부라고 불렀다.
"완안해주!"
완안유는 활을 말의 옆쪽에 두고 해주 공주를 내려다보았다.
"넌 네 부마가 어떤 인간인지 아느냐?"
완안유는 미색이 뛰어나 여자 같은 인상의 남자였다. 오관이 어여쁘고 금나라 태후와 칠 할 이상 닮았다. 그러나 그는 예리한 빛을 내뿜었고 날카로운 두 눈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그를 여자로 오해할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