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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10)화 (710/1,004)

710화 제 손이 더 빨랐네요

월령안은 곽하의 병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 줄곧 곽 장군을 단호한 분이라고 여겼습니다."

'병사를 데리고 와서 상대의 집까지 둘러쌌으면서 사후에 너무 난감하지 않게 잘 풀려고 하다니.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생각도 해보지 않고.'

황위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도 한 명뿐이었다!

황위 다툼이란 먼저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오르려면 반드시 켜켜이 쌓인 백골을 밟아야 했고 길을 막는 모든 사람들을 적수로 여겨 모조리 죽여야 했다!

머뭇거리고 우유부단하며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 자리에 오르고 싶다면 일찌감치 목을 매는 게 나았다. 괜히 실패해서 가족들까지 힘들게 하지 않고 말이다.

"월 낭자, 이……."

곽하의 얼굴에 머뭇거리는 기색이 드러났다.

해주 공주의 배후에는 대부락이 세 개나 서 있었다. 만약 해주 공주와 척을 져서 해주 공주가 다른 황자를 지지하면 어쩔 것인가?

"고 부마가 사적으로 대황자를 감금했는데 곽 장군께서는 공주가 이 일을 몰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시겠죠?"

곽하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그녀는 곽하에게 불을 지폈다.

태후는 아직 궁에서 그녀가 성과를 보여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해주 공주를 손보지 않고 그녀가 어떻게 자기의 실력을 증명하겠는가?

공주부의 집사는 월령안이 곽하와만 얘기를 나누고 자신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화가 났다. 그는 나중에 반드시 해주 공주 앞에서 월령안을 곤경에 빠뜨려 월령안이 자기가 한 짓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해야겠다고 속으로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월령안이 공주에게 손을 쓰도록 곽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집사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월령안을 바라보았다가 또 곽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이 둘이 어찌 감히?'

여기는 무려 공주부였다!

그들 두 사람이 궁주부 대문 입구에서 다른 사람을 개의치 않고 어떻게 공주를 대적할 건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공주를 안중에 두기는 했는가?

공주부의 집사는 화가 나 온몸을 떨었다. 그때 월령안이 겉보기에는 담담하고 가볍게 하는 말 같으나 실제로는 기름을 붓듯이 말을 했다.

"곽 장군, 해주 공주는 이미 손을 썼습니다. 장군께서는 왜 계속 뜸을 들이시는 거죠? 장군의 적이고 대황자의 상대가 대황자께 자애를 베풀 것을 바라시는 건가요?"

빨간색 옷에 검은 머리를 한 월령안은 웃을 때는 아름답고 화려하나 웃지 않을 때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만약 그렇다면 전 곽 장군께서 어서 갑옷을 벗으시고 가시나무를 지신 채, 공주부 밖에 꿇어앉아 해주 공주에게 용서를 빌라고 권고할게요. 공주가 곽 장군이 꿇어앉은 자세가 좋은지, 사죄하는 자태가 충분히 비굴한지 보고 대황자를 놔주겠는지요."

"월 낭자께서 왜 절 헐뜯으십니까?"

곽하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호랑이 눈이 번뜩이면서 숨겨졌던 살기가 드러났다.

월령안의 말은 비록 듣기 거북했으나 도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안돼, 곽하 장군이 저 말에 흔들려서 우리 공주와 척을 지려고 하네.'

공주부의 집사는 몰래 '아뿔싸'를 외치고 돌아서서 안을 향해 뛰어갔다.

그는 바로 공주에게 보고해서 공주가 먼저 손을 쓰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돌아서는 순간, 빙침이 월령안의 손가락 사이에서 발사되었다.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졌네요."

곽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월령안은 지금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것인가?'

"앗……."

집사가 비명을 지르더니 바닥에 엎드렸다. 그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어서, 어서 공주께 보고드리거라. 곽하와……."

곽하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월령안의 명이 있자, 아로한은 바로 옆에 있는 병사의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손에 검은 우산을 든 채로 훌쩍 뛰어올라 집사의 등에 칼을 꽂았다.

푸슉!

칼은 세게 꽂혔다가 또 갑자기 뽑혔다. 그러자 피가 땅에 가득 튀었다.

"죄송해요, 제 하인의 손이 더 빨랐네요."

월령안은 또 한 번 진심이 없는 사과를 했다.

곽하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이미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여인의 부드러움과 겁이 하나도 없는 대신 과감하고 냉철했다.

월령안 같은 사람과 교류를 한다면 절대 그녀가 여인이라는 이유로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월령안은 먼저 성공한 대상인이었고 그 다음이 여인이었다.

그때 청주에서 대황자가 월령안의 손에 패배한 것은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

그가 대황자의 외삼촌이라 할지라도 그는 각 면에서 비교하면 대황자가 월령안보다 못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양손을 내밀고 친절하게 건의했다.

"곽 장군께서는 지금도 기회가 있으십니다. 사람은 제가 죽인 것이에요. 장군께서 절 묶으신 뒤, 해주 공주를 찾아가 성의를 보이세요. 반드시 해주 공주의 용서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부탁하는 것보다 자극하는 것이 낫는 법. 곽하는 월령안이 자기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그는 속았다!

곽하는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굳은 얼굴로 말했다.

"월 낭자의 귀띔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대황자를 구하고 나면 반드시 찾아가 월 낭자께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월령안조차 손을 썼는데 그가 계속해서 머뭇거린다면 한낱 여인보다도 못한 꼴이 되고 만다.

곽하는 이젠 더는 뜸을 들이지 않았다. 그는 돌아서서 칼을 뽑고는 병사들을 데리고 공주부를 쳐들어갔다.

"해주 공주와 부마를 잡아들인다. 길을 막는 자는 사살한다!"

"네!"

곽하가 데려온 병사들은 모두 그의 심복들이었다. 또 그의 손에 있는 정예병들이기도 했다.

한순간에 그들 손에 든 칼은 공주부의 시위에게 휘둘러졌다.

"어서, 어서 공주께 알리거라. 곽하가 손을 썼다고, 그들이 미쳤다고."

공주부의 시위는 곽하의 병사들과 한 시진이 넘게 대치하면서 비록 줄곧 고도의 경계를 하고 있었으나 곽하의 사람들이 정말 그들에게 손을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당황하지는 않았으나 기선을 빼앗겼다. 곧 그들은 곽하의 사람들에 의해 대문이 뚫렸다.

월령안은 이때 이미 사람들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아로한의 손에서 검은 우산을 받아들었다.

"아로한, 따라가서 해주 공주의 처참한 모습을 보지 않을래? 미리 이자를 받는 셈치고 말이야."

아로한은 움직이지 않았다.

"소인은 주인님을 보호하렵니다."

"금나라에서 감히 날 건드릴만 한 사람은 없어."

'더구나 수 오라버니도 돌아오셨는걸.'

무림맹주의 무공은 비록 천하 제일은 아니라도 그녀가 도망치게 보호하는 데는 충분했다.

아로한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총명한 사람이 두려운 게 아니라 멍청이가 두려운 것입니다."

멍청이는 항상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기 대단한 줄로 안다.

"도리가 없는 건 아니야."

월령안은 고현광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현광 그 멍청이도 해주 공주의 신임을 사고 해주 공주가 그의 외죽 신분도 신경 쓰지 않고 시집오게 했다. 이것으로 봐서는 해주 공주도 그다지 총명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다지 총명하지 않은 해주 공주도 이번 한번은 총명했다.

바깥의 기척을 듣고 곽하가 갑자기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하인의 보고를 들은 해주 공주는 바로 측근더러 방법을 대서 월령안을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곽하는 가장 간이 작은 사람이야. 특히 대황자가 실종된 뒤, 곽하는 감히 나서려고도 하지 않았어. 대황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 자기의 뒷배가 사라질까 두려워 말이지. 그가 오늘 감히 나와 척을 지는 것은 월령안이 그에게 무언가를 약속한 것이 틀림없어. 너희들 가서 월령안을 잡아들여. 기억해, 난 살아 있는 월령안을 원해!"

"공주, 곽하가 말하기를 부마 나리께서 대황자를 가두셨답니다."

수하가 귀띔을 했다.

그러나 미색에 빠져 고현광이 그녀에게 침대나 덥혀주는 부마 외에 다른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해주 공주는 이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그녀는 고현광이 자기에게 둘러대던 말을 수하에게 알려 주었다.

"곽하가 쳐들어오려고 아무렇게나 찾은 핑계일 뿐이야. 너희들도 믿는 거냐?"

그녀가 다탁을 시켜 대부 도박장에 가서 사람을 잡아들이라고 했을 때도 월령안이 자객을 은닉했다는 이유를 둘러댔다. 그렇다면 이것도 진짜라는 말인가?

문밖의 격투 소리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곧 안채까지 쳐들어올 것 같자 하인이 다급히 보고했다.

"공주, 곽하가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터라 우리는 아마도 막아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끄떡없을 줄 알았던 해주 공주는 갑자기 안색이 확 달라지며 벌떡 일어섰다.

"다탁 그 인간은?"

곽하에게 병사가 있다면 그녀에게도 있었다. 그런데 어찌 막아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공주께 아룁니다. 다탁 장군은 도박장의 타수들에게 막혀서 오지 못했습니다! 공주, 우리 사람들은 기껏해야 일각 더 버틸 수 있습니다."

즉 그 말은 다탁이 지금 온다고 해도 늦었다는 것이었다.

"멍청한 놈!"

해주 공주는 또다시 손톱을 꺾어 끊었다.

"공주, 이곳은 이미 안전하지 못합니다. 공주께서 먼저 떠나십시오. 소인이 여기에 남아서 후방을 엄호하겠습니다."

공주부의 시위는 해주 공주에게 충성을 다했다. 모든 일에서 공주의 안위를 첫 번째 순위에 두었다.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어디 한번 곽하가 감히 날 건드릴 수 있는지 보아야겠다."

해주 공주는 자기 뒤에 있는 세 개의 대부락을 떠올리자 진정하고 다시 앉았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또 가까워졌다. 발걸음소리도 점점 그들과 가까워졌다. 공주부의 사람들이 오래 버틸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공주께서 자신의 안전을 중히 여기시기 바랍니다."

공주부의 사람은 다시 한번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 지척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해주 공주가 먼저 떠나기를 빌었다.

해주 공주는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고현광을 모시던 하인이 와서 보고했다.

"공주, 큰일 났습니다! 부마 나리께서 도망치셨습니다!"

월령안은 아로한을 데리고 공주부 밖에 서 있었다. 물론 그녀는 구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낚시를 하고 있었다!

자기를 미끼로 삼아 해주 공주라는 물고기를 낚는 중이었다.

마치 해주 공주가 사람을 시켜 그녀를 잡으려면 그녀에게 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처럼, 그녀도 해주 공주를 손보려면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러나 해주 공주가 그녀에게 거절당한 것으로 인해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보다 더 강한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해주 공주와 교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해주 공주가 오늘 아침 일찍, 사람을 도박장으로 보내 그녀를 잡아들이려고 했을 때부터 그녀는 해주 공주가 오만하고 방자하며 자신을 대단히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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