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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09)화 (709/1,004)

709화 곽하 대장군

다탁과 함께 온 병사들은 도박꾼들의 말을 듣더니 저도 모르게 눈앞이 환해졌다.

"대장군, 아니면…… 우리 한 번 더 수색할까요?"

그들은 방금 전에 기회를 틈타 몰래 물건을 가지고 나오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만!"

다탁은 얼굴이 퍼레져서 다시 칼을 뽑아 월령안을 가리켰다.

"저년을……."

"장군, 큰일 났습니다."

한 병사가 말에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곽하(郭蝦) 대장군께서 병사를 거느리고 공주부를 에워쌌답니다. 부마 나리가 북요와 밀접히 연락했다고 합니다. 대장군께서 대황자가 부마 나리 손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부마 나리를 데려가 말을 물으시겠답니다! 공주께서 소인을 보내 장군이 지금 바로 월령안을 잡아 공주부로 압송하라십니다."

"곽하?"

'곽하가 성 밖에 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병사를 거느리고 입성하여 공주부를 토벌하는 것이지? 그것도 마침 이 시기에?"

다탁은 섬광을 번뜩이더니 손에 든 칼이 월령안과 또 가까워졌다.

"네가 꾸민 짓이냐?"

다탁이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손에 든 칼이 흔들렸다. 월령안이 재빨리 피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칼끝이 월령안의 얼굴을 그었을 것이다.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다탁 장군, 제가 일깨워 드렸을 텐데요. 다른 건 몰라도 칼을 쥔 손은 반드시 거두셔야 한다고요. 장군께서 이러시면 전 아주 난감해요."

곽하는 역시 대황자를 아주 중시했다.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소식 하나로 인해 병사를 거느리고 해주 공주부를 둘러쌌다. 참 통쾌했다.

'완안경이 중간에 끼지 않았다면 곽하는 참 끌어들일 만한 인재인데. 아쉽군……."

"네가……. 감히!"

'감히 부마를 능멸하고 곽하를 부추겨 공주에게 손을 쓰게 하다니!

월령안에게 어찌 이렇게 큰 능력이 있다는 말인가?'

"금나라에서 제가 감히 못 할 일이 있겠어요?"

황제도 감히 죽이려 드는 그녀인데 또 뭐가 두렵겠는가?

월령안은 손에 든 검은 우산을 아로한에게 넘겨주었다.

"해주 공주께서 장군더러 절 잡아가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갑시다! 저희들도 고 부마의 뛰어난 자태를 보자고요."

금나라의 태양은 너무나 강렬하여 양산을 쓰지 않으면 햇볕에 너무 그을렸다.

"주인님, 발치를 조심하십시오."

아로한은 우산을 받아들고 월령안의 뒤를 따랐다.

이를 보는 다탁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뒤에는 포기하지 않고 도박장을 부수고 싶은 병사가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장군, 우리 계속해서 대부 도박장을 수색할까요?"

무슨 수정 잔이나 금박지 같은 것들은 그들 형제들도 모두 원했다.

"수색하긴 뭘 해. 어서 가지 않고!"

'공주조차 지키기 어렵게 되었는데 이 사람들이 아직도 대부 도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니. 참 사리도 모르는군.'

병사들은 실망한 얼굴로 도박장의 집사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이 사람들은요?"

다탁은 잠깐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도박장의 집사들이 아주 협조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다탁 장군, 우리 도박장에 범인은 은닉했다면서요? 어서 우리를 잡아가지 않으세요?"

"아참, 장군, 제가 한마디 일깨워 드릴게요. 우리 도박장의 모든 물건은 다 등록되어 있어요. 이 물건들은 우리 배후의 주인들 것이에요. 만약 뭐가 줄거나 망가졌다면 우리는 반드시 사실대로 보고해야 해요."

해주 공주의 사람이 그들의 도박장을 토벌할 때는 언제이고 간다고 하다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것인가?

그들의 큰아가씨의 체면은 그렇게 쉽게 깎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그들이 해주 공주의 다탁의 몸에서 가죽 한 벌을 벗겨내지 않는다면 그들이 금나라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경영한 것에 미안할 지경이었다.

염라대왕은 만나기 쉬워도 잡귀들은 다루기 힘든 법.

월령안은 심부름꾼인 다탁을 난감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도박장의 집사들은 다탁을 쉽게 놔주지 않았다.

모두들 심부름을 하는 입장이었다. 다탁이 그들과 트집을 잡는데 그들이 돌려주지도 못한단 말인가?

더구나 다탁도 두말하지 않고 그들의 도박장을 에워싼 것이었다. 그들이 이 원수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원하더라도 그 배후의 주인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사람들이 모두 다탁과 마찬가지로, 일이 없으면 병사를 이끌고 그들의 도박장을 에워싸고 도박꾼들을 모두 쫓아내고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도박장은 계속해서 열 수나 있을까?

다탁이 가려고 하는데 도박장의 집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다가와 다탁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자기의 양손을 내밀었다.

"다탁 장군, 우리 대부 도박장에 폐하를 죽인 범인을 은닉했다고 우리 전부를 데려가신다면서요? 네? 묶으세요! 우리들이 따라가서 감옥으로 들어갈게요!"

다탁은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좋게 얘기할 때 말을 듣지 않고 혼나고 싶어!"

'내가 이들을 다 놔줬는데 이들은 또 어쩔 생각인 거야?

도박장을 위해 앞잡이 노릇을 하는 추한 모습을 하고서는 세력을 위해 남을 업신여기다니!'

"다탁 장군의 이 말씀은 제가 알아들을 수 없네요! 장군께서 오시자마자 때려잡으시고 우리들에게 한층 또 한층 죄명을 뒤집어씌우시더니 우리를 감옥에 잡아넣겠다고 하셨잖아요. 우린 아주 협조적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더러 좋게 얘기하는 것을 잘 듣지 않는다고요?"

해주 공주도 그들의 도박장에서 감히 난동을 피우지 않았다. 다탁은 해주 공주 아래에 있는 개 한 마리일 뿐인데 너무 방자했다.

"너희들은 뭘 하려는 것이냐?"

칼집에 놓은 다탁 손등의 핏줄이 툭, 불거졌다.

"다탁 장군, 장군께서는 뭘 하시려는 건가요? 장군께서 우리가 범인을 은닉했다고 우리를 잡아들이시겠다 하시고는 지금 또 안 잡겠다 하시고. 장군께서 우리를 능멸하신 게 아닌가요?"

다탁이 그들을 능멸했다고 인정한다면 그들은 다탁이 전 재산을 탕진하게 할 능력이 되었다.

그들의 대부 도박장은 날마다 금을 백 말 가까이 벌었다. 한시라도 지체한다면 돈을 무더기로 손해 보는 셈이었다.

그들은 반드시 이 손해를 다탁에게서 찾아올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 대부 도박장을 건드리고 사과만 하고 사죄만 해서는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다탁은 수중의 칼을 뽑으며 말했다.

"무엄하구나!"

폐하를 암살한 범인을 은닉했다는 죄명은 해주 공주가 말한 것이었다. 또 해주 공주가 월령안을 잡아들이기 위한 핑계였다. 그가 만약 부정한다면 해주 공주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것이었다.

도박장의 집사가 냉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다탁 장군, 우리들에게 결백을 돌려주지도 않으시면서 가시려고 하다니……. 장군께서는 대부 도박장을 자선 단체로 여기셨나 보군요."

쿵쿵쿵…….

사방에서 일사불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다탁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그와 데려온 병마들이 한 무리의 얼굴이 다치거나 팔다리가 잘린 사람들에게 에워싸여진 것을 발견했다.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몸집이 크고 두 눈이 생기가 넘치며 보기에 난폭하고 무서운 기세를 풍기나 이상하게 정의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이 사람들은……

"병사인가?"

다탁은 그들에게서 동족의 냄새를 맡았다.

"대장군의 칭찬을 받지 못한 우리가 무슨 병사일 것이 있나요? 쓰레기들일 뿐이지요."

우두머리는 얼굴 반쪽이 없었고 팔 하나가 없었다. 그는 외팔로 나무 막대기를 든 채, 외눈으로 다탁 뒤에 있는 병사들을 훑어보았다.

"다탁 장군, 오시기 전에 대부 도박장에 경비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셨나요? 이만큼밖에 안 데려오다니. 형제들 간에 기별도 안 가겠네요!"

대부 도박장이 금나라에서 건재하고 도박꾼들이 구름처럼 모이는데도 불구하고 도박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은 배후의 주인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부 도박장의 경비들은 금도에서도 유명했다. 다만 오랫동안 도박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없어 사람들이 이 경비들의 명성을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 * *

예외가 없이 다탁은 도박장의 타수들에 의해 남겨졌다. 그와 함께 왔던 병사들도 같이 도박장에 남겨졌다. 해주 공주는 다탁이 월령안을 공주부까지 끌고 오기를 기다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해주 공주는 결국 월령안을 기다렸다.

그러나 월령안은 다탁이 끌고 온 것이 아니라 아로한이 든 우산 아래서 오는 길 내내 느긋하게 걸어온 것이었다.

월령안이 빨간색 옷을 입은 데다가 아로한이 또 검은색 우산을 들었으니 두 사람은 길가에서 아주 이목을 끌었다. 아로한은 처음에 조금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문을 나서기 전에 월령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늘 피를 볼 것이다. 다른 색은 피에 물들면 예쁘지 않지. 오직 이 빨간색 옷만이 피가 들수록 아름답단다. 난 비록 빨간색을 좋아하지 않으나 가끔 한 번씩 입는 것도 괜찮아."

아로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월령안이 원래는 빨간 옷을 좋아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며 싫어하게 된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빨간 옷을 입을 때마다 그때 새빨간 예복을 입고 육장봉에게 시집가던 기대와 기쁨, 그리고 만족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가 그 예복을 좋아한 만큼 지금 이 빨간 치마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

월령안이 공주부에 도착했을 때, 곽하의 사람은 아직도 공주부의 사람과 대치하고 있었다. 양쪽 사이에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으나 이상하게도 누구도 손을 쓰지 않았다.

월령안은 힐끗 스쳐보았다. 그녀는 곽하를 보지 못하자 시선을 거두었다.

"해주 공주는 어디 계시느냐? 떠들썩하게 날 만나려고 하셔서 내가 왔다."

월령안은 공주부의 정문 입구에 섰다. 아로한은 월령안의 뒤에 서서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 주고 있었다.

"가서 공주마마께 곽하 장군께 월령안이 왔다고 전하거라."

대치하던 양측은 갑자기 손을 멈추고 각자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곽하의 사람은 자발적으로 월령안의 뒤에 섰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지금 월령안과 같은 편인 셈이었다.

보고하는 사람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곽하 장군이 나왔다. 그는 월령안에게 포권했다.

"월 낭자!"

"곽 장군!"

월령안과 곽하는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러나 월령안과 곽하 두 사람은 모두 예전에 본 적이 있었던 것처럼 친숙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자마자 공주부의 집사가 나왔다. 집사는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월 낭자, 우리 공주께서 들라고 하십니다."

월령안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옆으로 한걸음 물러서 곽하에게 길을 내주었다.

"곽 장군, 아직 사람을 잡아들이지 않으신 건가요?"

"해주 공주께서 든든하게 보호하고 계십니다."

곽하의 안색이 매우 나빴다.

그는 이미 공주부에서 한 시진 넘게 시간을 지체했다. 해주 공주는 고집불통이라 뭘 어떻게 해도 고현광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위협하고 회유해도 소용없었다.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곽 장군, 장군께서 한시라도 더 지체하신다면 대황자께서도 그만큼 더 위험해지십니다. 제가 곽 장군이라면 전 한시도 머뭇거리지 않을 것입니다."

"낭자의 뜻은……."

'바로 손을 쓰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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