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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08)화 (708/1,004)

708화 부술 때 조심하세요

내기를 좋아하는 도박꾼들은 분분히 내기를 걸었다.

"난 못 데려간다에 걸겠네!"

"나도 못 데려간다에 걸겠어!"

"데려갈 수 있다에 거는 것은 불가능해!"

"내가 비록 대부 도박장에서 이긴 적이 없었으나 이번만큼은 이길 거야!"

도박꾼들이 야유하는 소리에도 월령안은 한눈 팔지 않고 곧게 다탁 장군 앞까지 걸어갔다.

"다탁 장군께서는 병사를 데리고 절 잡으러 오신 건가요?"

"당신이 바로…… 월령안?"

다탁 장군의 칼을 잡았던 손이 움찔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눈앞의 이 빨간색 옷을 입고 검은 머리를 하고 열대여섯 살 넘지 않아 보이는 소녀가, 얼굴에 아직 감추기 어려운 천진난만함이 묻어 있는 소녀가 월씨 가문의 그 수많은 재산을 움켜쥔 월령안이라는 사실을 그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이 아무 소녀나 찾아내 날 속이는 거겠지?'

월령안은 손에 든 검은 우산을 흔들더니 다탁의 팔을 눌렀다.

"다탁 장군, 다른 것은 거두지 않아도 되나 칼을 든 손은 반드시 거두셔야 할 것입니다. 만약 사람을 잘못 다치게 한다면 결과는 장군께서 감당하실 것이 못 되지요."

"큰아가씨!"

도박장 집사는 목에 겨누어진 칼을 무시하며 월령안에게 공수 자세로 예를 올렸다.

"동(董) 아저씨께서 고생 많으시네요."

월령안은 우산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다탁을 바라보았다.

"다탁 장군, 제가 바로 여기 있으니, 무슨 일이 있다면 얘기하세요."

특별히 신분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그곳에 서 있고 말 두어 마디만 해도 눈앞의 이 소녀가 바로 월령안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려 주었다.

신분은 속일 수 있었으나 분위기는 그럴 수 없었다!

다탁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칼을 거두었다.

"월령안, 우리는 네가 폐하를 암살한 범인을 은닉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우리와 함께 가 주어야겠다!"

"폐하를 암살한 범인을 은닉한다고요?"

월령안 머리 위의 검은 우산이 흔들리더니 고개가 살짝 갸우뚱하며 믿을 수 없게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확실해요?"

"확실해!"

다탁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옆으로 늘어뜨린 월령안의 긴 머리에 떨어졌다. 그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애일 뿐이잖아. 어쩌다 해주 공주께 밉보였대? 정말 아쉽군.'

아쉬워도 누군가의 수하로서 그는 아무리 월령안을 동정해도 놔줄 수 없었다.

"제가 어디에 숨겼는데요?"

월령안은 검은 우산을 똑바로 들었다.

"대부 도박장에!"

그게 아니라면 그가 어찌 도박장의 사람들을 데려갔겠는가?

"다탁 장군께서 수색하셨나요? 나오던가요?"

월령안의 어조는 경쾌하여 마치 농담을 하는 것 같았다.

"증인, 물증도 없으면서 맨입으로 절 잡으시려고요? 당신네 금나라 사람들은 황위를 위해 이토록 염치가 없는 건가요?"

"내가……."

다탁은 변명하려고 했으나 월령안이 말을 묻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 뒤에 있는 주인은 누구예요? 내가 알기로는 각 황자들의 모두 직접 병사를 거느리고 폐하를 암살한 범인을 쫓으러 갔다던데요. 오직 당신만이 사람을 데리고 대부 도박장으로 와서 제가 범인을 은닉했다고 하시네요. 이 말인즉 당신네 주인이 바로 금도에 있고 다른 황자들이 밖에서 목숨을 걸 때를 노렸다는 말이 아닌가요?"

월령안은 말을 또렷하고 빨리했다. 다탁은 끼어들 틈도 없었다.

월령안이 말을 마치자마자 대부 도박장의 사람이 바로 말을 이었다.

"큰아가씨, 다탁 장군은 해주 공주의 사람이에요. 해주 공주는 방금 금도에 왔어요. 적지 않은 병마를 데리고요."

구경하던 사람들 중에서 몇몇 눈에 띄지 않던 사람들의 안색이 변하더니 몰래 물러갔다.

"허튼소리!"

다탁은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뒤에 있는 병사에게 손동작을 했다.

"월령안, 시치미를 떼고 말을 돌릴 생각도 하지 말거라. 주나라 사람이 이 시기에 갑자기 금나라에 나타났으니 우리는 네가 다른 마음을 품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먼저 월령안을 잡아들이고 보아야 했다. 월령안은 말을 너무나도 잘했다. 월령안이 계속해서 말하게 둔다면 그의 공주는 아마 공공의 적이 되어서 사람들의 미움을 살 게 뻔했다.

월령안은 병사가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우산을 든 채로 뒤로 물러났다.

"해주 공주의 사람이었군요. 실례했어요! 어제 해주 공주의 부마께서 절 찾아오셨어요. 해주 공주의 배후에 세 개의 대부락이 지지하고 있으니 수시로 십만 병마를 움직일 수 있고 금나라를 통제할 수 있다고요. 전 또 부마가 저한테 허풍을 치며 농을 하는 것인 줄 알았잖아요. 오늘 보니 사실이었네요."

"닥치거라!"

다탁은 이를 악물고 명령을 내렸다.

"얼른 저년을 잡아들이거라."

'내가 다시 월령안을 동정하면 돼지다! 이게 어떻게 소녀야? 이건 분명 독전갈이야. 독성이 아주 강한. 오늘 후로 우리 공주께서 애써 일으키신 명성은 망가질 것이야.'

바로 이때,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월령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탁, 내가 만약 너라면 먼저 공주부로 가겠다!"

"아로한?"

다탁은 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 안 죽었어?"

놀라움이 지난 뒤, 다탁은 그제서야 월령안을 떠올리고 제자리에 멍해졌다.

"아니, 너…… 쟤와……."

다탁은 월령안을 가리켰다가 또 아로한을 가리키며 놀란 얼굴을 했다.

"너희들 어떻게 같이 있는 거야?"

아로한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월 낭자는 내 주인님이시다. 내가 이분과 함께 있는 게 뭐가 이상한가?"

"주인님? 여인을 주인으로 모시다니. 아로한 너 미쳤냐? 넌 네 존귀한 신분을 잊은 거야?"

다탁은 깜짝 놀란 나머지 손을 거두는 것도 잊고 아로한을 손가락질한 채, 손을 덜덜 떨었다.

초원에서 가장 뛰어난 독수리인 아로한 부락의 작은 왕자가 주나라 여인을 주인으로 모신다니. 다탁은 자기가 들은 것을 차마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소년 시절 친구이자 눈 부신 초원의 독수리인 아로한이 한 주나라 여인의 앞잡이가 되었다니.

이 주나라 여인에게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일까?

다탁은 월령안을 꿰뚫어 보려는 듯 쳐다보았다.

월령안은 미소로 답하고 다탁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에게는 돈이 많은 것 말고는 별다른 우세가 없었다. 또 야심이 있는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아로한은 월령안과 다탁 사이의 접전을 무시했다. 그는 다탁을 꼿꼿하게 쳐다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감추기 힘든 증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로한 부락은 이미 사라졌어. 아로한 부락에서 나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가 무슨 존귀한 신분이 있겠나?"

다탁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넌……."

아로한은 저도 모르게 냉소를 하였다.

"너는 해주 공주의 개가 되어 즐겁나?"

"난 아니……."

다탁은 변명하려고 했으나 아로한에게 말이 잘렸다.

"난 너의 일을 알고 싶지 않아. 어렸을 때, 잠시 알고 지냈던 정을 보아 내가 나서서 한마디 귀띔을 해주지. 아로한 부락이 왜 그토록 처참해졌는지를 떠올리고 행동을 하기 전에는 좀 생각을 하도록 해라. 괜히 이용당한 나머지 밉보여서는 안 될 사람에게 밉보이지 말고."

말을 마친 아로한은 뒤로 물러나 월령안의 뒤에 섰다.

바로 그가 말한 것처럼 나선 것은 오로지 다탁에게 귀띔을 해 주기 위해서였다.

월령안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탁이 만약 정말 대부 도박장을 건드리고 월령안을 건드린다면 다탁과 그의 뒤에 있는 가족은 아로한 부락의 말로를 밟게 될 것이다.

"무슨 뜻이야? 말을 똑바로 해."

다탁이 앞서 억눌렀던 불안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로한을 막으려고 했으나 월령안이 손에 든 검은 우산에 막혔다.

"다탁 장군께서 폐하를 암살한 범인이 도박장에 있다면서요? 어서 사람을 데리고 수색하세요. 실컷, 마음껏 수색하세요. 다탁 장군께서 기분이 좋으시면 됩니다."

다탁은 창피한 나머지 화가 났다.

"넌 내가 못할 것 같으냐? 한낱 비천한 여상인인 주제에. 누가 너한테 감히 나와 이렇게 말할 권리를 준 것이냐?"

"다탁!"

월령안은 화를 내지 않았으나 다탁을 참을 수 없었다. 아로한은 그를 보고 손을 들고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월령안이 손에 든 검은 우산을 흔들어 아로한 앞을 가로막았다.

"아로한, 내 일을 막지 마. 대부 도박장의 저 휘황찬란한 장식들을 보기만 하면 골치가 아팠는데. 마침 다탁 장군이 부수길 바랐다고. 이 기회에 바가지나 씌워 다시 도박장을 꾸미게 말이야."

"주인님, 저자……."

아로한은 화가 나 두 눈이 빨개졌다. 월령안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원수는 임자가 있고 빚은 주인이 있는 법. 저자가 해주 공주를 위해 일을 하니 난 당연히 해주 공주에게서 받아낼 거야."

겨우 그녀를 두어 마디 욕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괜찮았다.

그녀가 해주 공주를 만났을 때 다시 돌려받을 것이다.

금나라에서 그녀는 무서워할 것이 없었다.

월령안은 우산을 거두고 돌아서서 한마디 재촉했다.

"다탁 장군, 사람을 보내 도박장을 수색해야겠어요. 그러지 않았다가 폐하를 살해한 범인이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좋지 못하니까요."

"너……."

다탁은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일개 여 상인인 월령안이 무슨 용기로 감히 그의 공주와 싸움을 거는지 알 수 없었다.

대부 도박장 배후에 있는 그 수령 주인들을 믿고서?

그러나 그 수령들은 초원에 있었다. 먼 곳에 있는 물이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는 못하는 법. 그 수령들이 사람을 데리고 왔을 때 즈음, 월령안은 진작에 수백 번도 죽었을 것이다.

다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또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아로한의 귀띔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아로한 부락이 망할 때의 처참한 모습도 마치 어제 본 듯 생생했다.

그는 겁을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그는 이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탁 장군이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자 구경하던 도박꾼들이 불만을 토했다. 그들은 연신 소리를 내며 재촉했다.

"다탁 장군, 멍하니 뭐하고 계세요? 얼른 병사들을 데리고 들어가 사람을 찾아야죠. 도박장을 한바탕 부숴야지요. 이 대부 도박장은 비록 몹시 화려하고 아름다우나 삼 년을 보았더니 질려서 토가 나올 것 같아요. 새로운 모양으로 바꾸는 것도 좋죠."

"도박장의 기둥에 금색을 물들인 것이 다 금박을 붙인 거래요. 평소에도 뜯어 볼 기회가 없었는데 다탁 장군, 아니면 제가 부숴 드릴게요. 또 금박지도 한번 뜯어보고요."

"내가 저번에 도박장 천자(天字) 일 호 건물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그곳의 도자기 장식이 아주 마음에 들더라고요. 주나라 황제의 어용 도자기랑 똑같다나 뭐라나. 다탁 장군, 부술 때 조심하세요. 너무 심하게 부수지 말고요. 내가 두어 조각 주어서 소장하려고 그래요."

"도박장의 술잔은 모두 수정으로 만든 거예요. 그것은 작고도 정교하여 주머니에 넣기만 해도 감쪽같다니까요. 형씨들, 들어갈 때, 신경 좀 쓰시라우. 보게 된다면 두어 개 넣어서 백 냥에 하나씩 나한테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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