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화 월령안을 잡아들여라
월씨 가문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월씨 가문의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고 월씨 가문을 적의 진영으로 떠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날 저녁에만 해도 사람을 다섯 번이나 만났다. 고현광을 제외하고 월령안은 모든 사람들의 선물을 받았다. 또 그녀는 모두에게 선의를 내보였다.
하는 수 없었다. 금나라의 황자, 왕들은 너무나도 선물을 줄 줄 알았다. 선물마다 모두 그녀의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상인으로서 그녀는 모두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 * *
고현광은 이 몇 년 동안, 겉으로는 금나라 공주가 뒤를 봐주고 뒤로는 주나라와 북요가 자원의 지지를 해 주니 금나라에서 원하는 것이면 다 이루었다. 감히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황자들도 금나라 공주 배후의 세 개의 대부락을 봐서라도 그를 대할 때, 말끝마다 매형이라고 부르며 관계를 좋게 하려고 했다.
과도한 추앙은 비록 고현광을 으스대게 하지는 못했으나 처음 금나라로 왔을 때의 신중함과 조심스러움에 비했을 때, 고현광은 확실히 부풀어 있었다.
도박장에서 월령안이 아직 이용 가치가 있다고 느껴져 그는 간신히 월령안에 대한 불만을 억눌렀다. 그러나 공주부로 돌아오자 고현광은 참지 못하고 월령안의 '악행'과 '오만무례함'을 아주 과장하여 금나라 공주인 해주(海珠) 공주에게 들려주었다.
"그녀는 날…… 무시하는 건가?"
금나라 공주 해주는 키가 크고 피부가 까무잡잡하며 광대뼈가 튀어나왔다. 이마에 푸른 보석이 달려 있어 그녀의 위풍당당하고 까칠해 보이는 인상을 한결 부드럽게 했다.
고현광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해주 공주의 손을 잡고 그윽하게 말했다.
"공주, 월령안은 당신을 알지 못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당신이 이렇게 뛰어난 것도 모르고 그 폐물 황자들보다 얼마나 강한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에요! 전 그녀가 상업계에서 피의 길을 만들어낸 것을 보고 주나라의 그 남자에 기댈 줄밖에 모르고 자신조차도 자기를 무시하는 여인들보다는 나을 줄 알았죠. 월씨 가문이 키운 여식도 뭐 별 것 아니네요."
해주 공주는 화가 나 자기의 손톱을 꺾어 버렸다.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도 그녀의 체면을 봐줄 필요가 없게 됐어요! 한낱 상인 집안의 여인 주제에, 내 그 남동생들이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염치없이 아부나 떨지."
"공주……."
고현광은 몰래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가 해주 공주를 설득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해주 공주가 차갑게 흘겨보며 말했다.
"왜요? 그녀의 편을 들려는 건가요? 혹시 그녀가 마음에 든 건 아니시죠?"
"공주, 지금 무슨 농담을 하는 것입니까?"
고현광은 목소리를 깔고 해주 공주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공주 같은 미인이 있는데 내 눈에 어찌 다른 사람이 들어오겠소?"
해주 공주는 몸이 움찔하더니 나른해져서 고현광의 품에 기댔다.
"그럼 제가 어디 한번 봐야겠네요. 부마 나리께서 절 얼마나 생각하시는지."
"이게 바로 공주요. 잘 보시오……. 당신의 부마가 얼마나 당신을 떠나지 못하는지."
고현광의 눈에 한 줄기 혐오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익숙하게 넘어갔다.
"오늘 제가 기분이 좋지 않네요. 부마 나리께서 절 잘 달래셔야겠네요. 제가 충분히 즐기도록요."
해주 공주는 고현광의 몸을 누르면서 시뻘건 손톱으로 고현광의 가슴팍을 그었다.
촛불 아래서, 고현광의 늠름한 몸이 티가 나지 않게 움찔거렸다. 그의 그윽한 눈동자에도 공포가 언뜻 스쳤다. 그러나 바로 고현광은 평소대로 돌아와 평소처럼 공주와 시시덕거렸다.
다음 날, 고 부마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우울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윽하던 그의 눈동자에는 우울함과 매서움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쉽게도 실컷 즐긴 해주 공주의 웃음도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공주, 어젯밤에 이황자, 삼황자, 사황자와 몇몇 왕이 모두 사람을 파견하여 월령안을 만났습니다. 소인은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나 그 몇몇이 도박장에서 나올 때, 하나같이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것이 얘기가 잘 풀린 모양입니다."
만약 단지 이뿐이었다면 해주 공주도 화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눈가림을 누가 못하겠는가?
그의 부마가 어젯밤에 도박장에서 나올 때도 얼굴에 미소가 걸렸었다. 누군들 그와 월령안이 하마터면 안면을 몰수할 것을 알았을까?
해주 공주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도박장의 사람이 아침 일찍부터 그 몇몇 집에 선물을 보낸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냈는지 그녀의 사람들은 알아낼 수 없었다. 다만 작은 나무함에 담겼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대부 도박장(大富賭坊)에서 각 가문에 보낸 선물은 단지 손바닥만 한 크기였습니다. 게다가 직접 어젯밤의 그 몇몇 사람들에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소인은 도저히 월씨 가문에서 뭘 보낸 것인지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하인은 고개를 숙인 채, 전전긍긍해서 보고했다. 하인은 감히 해주 공주를 쳐다보지 못했다.
"월령안! 괘씸하구나!"
월령안은 지금 대놓고 그녀를 따돌리는 것이었다.
'내가 월령안을 중요시하지 않는 건 다른 일이야. 그러나 월령안이 감히 내 체면을 봐주지 않고 날 망신시키다니. 그렇다면 후에 벌어질 일에 날 탓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
해주 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매섭게 말했다.
"다탁(多铎) 장군더러 병사를 데리고 도박장을 포위하라고 하거라. 그리고 도박장의 모든 사람들을 가둬. 내 부황을 죽인 범인이 바로 대부 도박장에 있다고 하거라! 다탁더러 내가 원하는 사람은 바로 월령안이라고 전해!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월령안을 잡아들여야 한다고. 알겠느냐?"
'월령안이 나한테 쓰이기를 원하지 않으니 내가 월령안을 망가뜨린다고 탓할 것이 없지.'
다른 사람들이 월씨 가문의 세력을 두려워해도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 부황의 탄압 하에 월씨 가문의 세력은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을.
심지어 그때 월령안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에도 그녀의 부황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그때, 내 부황이 월령안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이고 월씨 가문의 세력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으니 나 완안해주도 할 수 있어!'
다탁 장군은 해주 공주의 사람이었다. 그는 해주 공주의 명령을 받고 비록 탐탁지 않았으나 그래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병사를 데리고 대부 도박장을 포위했다.
그러나 그는 도박장의 모든 사람들을 가두지 않고 손님들이 떠나게 한 뒤, 도박장의 사람들만 잡았다.
대부 도박장은 금도에서 가장 큰 도박장이었다. 안에서 도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들이었다. 다탁 장군은 스스로 수많은 귀족들의 미움을 살 수 없다고 여겼다.
그는 오늘 사람을 데리고 도박장에 온 이상, 초원 각 부락의 수령들의 미움을 살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인의 명령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탁 장군은 대부 도박장의 사람들을 잡아들이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 도박장의 사람들은 그가 사람을 잡으러 왔다는 말을 듣고 하나같이 흥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내가 도박장에서 일을 이십 년이나 넘게 했어도 관병이 사람을 잡으러 온 것을 본 적은 처음이야.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지 않아?"
"내가 예전에 도박장에 섞여 들어갔을 때는 말이야, 매일같이 관가에 끌려가 감옥에 갇혔어. 대부 도박장에서 일을 한 뒤로 다시는 감옥에 들어간 적이 없었지. 말이 나오니까 좀 그리운걸."
대부 도박장의 사람들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다탁이 들어가 수색할 필요도 없이 사람들이 하나하나 나왔다. 그리고 하나같이 매우 흥분되어 있었다.
다탁 장군은 그들의 웃음을 보고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는 자꾸 골탕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도 손을 뗄 수 없었다. 다탁은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도박장의 사람을 묶고 또 사람을 보내 한 번 더 수색했다.
다탁의 수하는 도박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다른 사람을 찾지 못했다.
다탁은 한번 훑어보았지만 해주 공주가 특별히 말한 월령안을 찾지 못했다. 그는 엄한 목소리로 도박장의 사람에게 물었다.
"대부 도박장의 주인은? 그녀는 어디 있느냐?"
"장군께서는 우리의 어느 주인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대부 도박장의 사람은 다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부 도박장이 금나라의 수도에서 수십 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킨 것은 그 배경이 얼마나 단단한지 상상이 갔다.
"월씨 주인 말이다!"
다탁은 월령안을 겨냥해 온 것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도박장의 사람이 웃었다.
"장군께서 오해하셨나 보네요. 우리 대부 도박장에는 주인이 스물세 명이나 되지만 그중에서 월씨 성을 가진 주인은 없어요!"
이 스물세 명의 주인은 바로 전국 각 대부락의 수령들이었다.
아니, 금나라의 크고 작은 도박장 뒤에 있는 주인은 모두 각 부락의 수령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월씨 가문은 도박장 사업을 하지 않았다.
이 도박장들에게 월씨 가문의 그림자가 있는 것은 바로…….
각 부락의 수령들이 연 도박장을 모두 월씨 가문의 집사가 관리하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었다. 월씨 가문의 집사는 돈을 벌줄 알았다. 같은 도박장이라고 해도 부락의 수령들이 사람을 파견해 관리하게 하면 폐업에 이르게까지 손해를 보았다. 그러나 월씨 가문의 집사가 오자마자 수익은 위로 치솟았다.
도박장을 여는 것은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각 부락의 수령들도 돈과 척을 질 수는 없었다.
다탁은 대부 도박장이 쉽사리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월령안이었다.
대부 도박장의 주인들 중에는 월씨가 없었다. 그러나 해주 공주가 월령안을 원했다. 그러면 없어도 있는 것이었다!
도박장에서 일하는 이 사람들을 죽이지만 않고 각 부락 수령들이 돈을 버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 수령들은 해주 공주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 일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
따진다고 해도 그가 사죄하면 될 것이다.
'그 수령들이 설마 여상인 하나 때문에 나를 난감하게 굴겠는가?'
다탁은 이렇게 생각하자 마음속에 약간 남아 있던 불안도 사라졌다. 그는 칼을 뽑아 도박장 집사의 목에 겨누었다.
"월령안이 어디 있느냐? 어서 내놓거라!"
도박장 집사는 화가 나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토록 멍청한 물건을 처음 보았다.
"다탁 장군……."
"다탁 장군께서 날 찾으시냐?"
빨간색 옷을 입고 검은 우산을 든 월령안이 떠들썩한 사람들을 가로질러 걸어왔다.
다탁에게 쫓겨난 도박꾼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 도박장에 손을 쓰는 사람을 처음 보는지라 소란스러운 것도 개의치 않고 도박장 밖을 에워싼 채로 구경했다.
"이자가 바로 월 무슨 가주라는 월령안인가?"
월령안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구경하던 도박꾼들과 길거리에 있던 백성들의 눈은 저도 모르게 초롱초롱해졌다. 그들은 옆으로 물러서며 월령안에게 길을 내주었다.
"재미있게 되었네, 월령안이 나타났으니."
"자자자, 다들 내기를 하자고. 다탁이 월령안을 데려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걸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