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6화 나한테 미인계를 쓰려고?
"금나라 공주인가요?"
월령안은 퍽 놀라웠다.
'고현광은 지금 세 가문의 노복이 되려는 건가?'
정말 인재였다. 세 나라를 누비면서도 일을 그르친 적이 없고 심지어 세 세력 모두의 중시를 받았다. 이것은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고현광이 진정으로 누구에게 충성하는지는 몰라도 내 밑에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네.'
물론, 월령안도 생각을 해 보는 것뿐이었다. 만약 고현광이 진짜로 그녀에게 다가와도 그녀는 쓰지 않을 것이다.
고현광의 배후에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세력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고현광 같은 사람은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았다.
고현광은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 집 공주마마 말입니다. 황제와 대비(大妃)의 여식이죠. 그녀의 뒤에는 강대한 세 부락이 지지하고 있어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마가 십만이 넘습니다."
금나라는 주나라처럼 조정에서 모든 병마를 장악하고 있지 않았다.
금나라는 조정에도 병마가 있고 각 부락에도 자기의 병마가 있었다. 병마는 매우 흩어져 있어 한번에 십만 병마를 움직이는 것은 금나라 황제들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고현광은 병마 얘기를 꺼내면서 신심이 가득해진 것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 얘기에 흥분하거나 고현광을 중시하지 않았다. 그녀는 태연하게 물었다.
"당신네 공주는 뭘 원하시나요?"
월령안은 일부러 '당신네' 세 글자를 강조했다. 그녀는 자기가 그의 말속의 뜻을 알아들었다는 것을 고현광에게 알려 주었다.
'저희 집 공주마마'라고 말하고 금나라 공주의 이름이나 봉호를 말하지 않았다.
이는 고현광이 금나라 공주를 자기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기가 완전히 금나라 공주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을 보여 줬다.
여기까지 말이 나오자 고현광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대범하게 말했다.
"월 가주께서는 금나라에서 첫 번째 여황제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여 황제요?"
월령안은 비록 진작에 추측했지만 진짜로 듣자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이는 정말 포부가 큰 만큼 망상의 크기도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왜죠? 월 가주, 두려우신가요?"
고현광은 입꼬리를 올리며 살짝 웃고는 곧은 눈빛으로 월령안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은 집중된 것이 마치도 사랑하는 정인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한테 미인계를 쓰려고?'
월령안은 웃었다.
"얕은 수작은 저에게 아무런 소용도 없어요. 한 공주에게 십만 병마는 아주 많은 거예요. 그러나 한 나라로 놓고 말하면 십만 병마는 너무 적어요."
만약 황자라면 몰라도 일개 공주가 십만 병마로 황위에 오르겠다니. 정말 황제의 아들과 금나라의 대신들을 만만하게 보는 것인가?
"바로 그렇기에 도전이 있는 것이고 보답도 더욱 큰 것이지요. 아닌가요?"
고현광은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이 자기의 '미색'에 넘어오지 않자 약간 실망스러워하며 시선을 거두었다.
"높은 보답은 큰 위험을 대표하죠. 모험은 해적이나 좋아하는 일이에요. 상인은 이득만 바랄 뿐이에요."
월령안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고현광은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위협조로 말했다.
"만약 제가 육장봉의 소식도 추가한다면요? 월 가주께서 이번에 금나라로 오신 것이 바로 그를 위한 것이 아니신가요?"
월령안은 웃어 보였다.
"상인은 이득을 중히 여기고 이별을 가볍게 보지요. 부마 나리께서 저한테 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요?"
'고현광은 금나라 황제를 죽인 사람이 육장봉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이는 지금 그녀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상에서 그녀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많아도 그중에 절대로 고현광은 포함되지 않았다!
월령안이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고 거절하자 고현광도 더 이상 겉으로의 신사적인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을 찡그리며 이를 악문 채로 말했다.
"당신은 내가 말할까 두렵지 않나요? 만약 금나라 전체가 황제를 죽인 사람이 바로 육장봉이라는 것을 안다면 결과가 어떨 것 같아요?"
"어떤 결과가 있든, 저랑 무슨 상관이죠?"
고현광이 육장봉의 얘기를 말하면 육장봉에게 어떤 결과가 있을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나라의 황제가 반드시 고현광을 찢어버릴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당신은 육장봉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는 건가요?"
이는 그가 얻은 정보와는 달랐다.
'월령안이 육장봉을 아주 신경 쓴다면서?'
"부마 나리."
월령안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저 월령안이 미색에 넘어갈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날 위협하기 전에 자기 엉덩이 밑이 깨끗한지나 살펴봐야 할거야. 고현광은 이 몇 년 동안 너무 순조롭게 지냈나 봐?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총명하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은 전부 멍청이라서 그를 둘러싸고 도는 줄 알았던 건가?' 이런 사람도 폐하, 북요의 황제와 금나라를 쩔쩔매게 하다니. 정말…….'
그렇다!
월령안은 시샘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이 고현광이 주나라에 한 충성보다는 더 큰 공헌을 했겠지?'
그러나 황제는 그녀를 믿지 않고 경계했다. 그녀는 정말 피를 토하고 싶었다!
고현광은 상황에 따라 처신을 잘하는 편이었다. 그는 월령안의 기분이 상한 것을 보자 화난 얼굴을 거두고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월 가주를 오해했나 보네요. 제가 여기서 월 가주께 사과할게요. 월 가주께서 저와 똑같이 굴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부마 나리, 별말씀을요. 괜찮으시다면……."
월령안은 차를 들고 손님을 배웅하는 암시도 하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전 부마 나리를 배웅하지 않겠어요."
"월……."
고현광은 주먹을 움켜쥐더니 갑자기 탁자를 내리쳤다. 그러나 바로 이때, 도박장의 사람이 보고하러 왔다.
"큰아가씨, 이황자 전하의 사람이 도착했습니다."
"풉!"
고현광의 주먹이 책상 위에서 잠깐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졌다. 고현광은 빠른 속도로 말했다.
"월 가주, 죄송합니다. 제가 최근 며칠 새에 힘든 일이 많아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너무 예민했던 듯하여 죄송하군요.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하는 게 어떤가요?"
'내가 월령안이 금나라에 온 것을 알고 월령안을 포섭할 생각을 했다면 다른 황자들도 그럴 거라는 생각을 왜 잊고 있었지?'
그 몇몇 황자와 비했을 때, 그의 공주는 별다른 우세가 없었다. 월령안에게는 선택지가 그 하나뿐인 것이 아니었다. 그가 아무런 이득도 약속하지 않고 큰 미래만 그렸는데 똑똑한 월령안이 어떻게 응할 수 있겠는가?
'내가 말로만 협박한 거라 다행이야. 너무 선을 넘지 않았어.'
월령안에게 미움받는 것은 작은 일이나 월령안을 내몰아 그녀가 다른 몇몇 황자를 돕게 하는 것이야말로 손해가 막중한 것이었다.
"좋아요!"
월령안은 흔쾌히 응했다.
"그때면 부마 나리 댁의 공주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녀는 고현광이 아닌 진짜 주인과만 얘기하고 싶었다.
"저희 집 공주마마는 월 가주에게 감탄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월 가주를 뵙고 싶어 하지요. 월 가주께서 체면을 봐주셔서 한번 만나 주신다면야 더없이 좋은 일이죠."
고현광은 아주 저자세로 나왔다. 마치 월령안 앞에서 금나라 공주의 신분이 그녀보다 못한 것처럼 굴었다.
어엿한 일국의 공주가 월령안을 만나는데 월령안이 체면을 봐줄 것까지 있는가…….
금나라 공주가 만약 이 말을 알게 된다면 기뻐할 것인가?
고현광은 지금 그녀에게 함정을 파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월령안이 금나라 공주를 좋게 보는지 떠보는 것이었다.
'역시 첩자는 첩자구나. 참 말을 잘해.'
월령안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티를 내지 않고 말했다.
"공주의 체면은 당연히 봐드려야죠. 부마 나리, 아닌가요?"
그녀는 금나라 대황자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데 일개 공주가 그리 대단한가?
고현광의 안색이 살짝 굳으며 말투도 딱딱해졌다.
"이만 가겠습니다!"
월령안이 금나라 공주를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월령안이 금나라 공주를 좋게 보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월령안은 일어나 배웅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앉은 채로 고현광이 가게 내버려 두었다.
고현광은 화가 나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여러 해 동안 누구도 감히 이렇게 그를 푸대접하지 못했다. 한낱 상인인 월령안이 아주 거드름을 피웠다!
고현광은 소매를 떨치며 떠나갔다. 나갈 때 문도 '쾅' 소리가 나게 닫았다.
도박장의 사람은 상황을 보고 낮게 말했다.
"큰아가씨, 이렇게 하시면…… 안 좋지 않을까요? 듣건대 그 공주께서는 고 부마의 말이라면 껌뻑 죽고 이 부마를 매우 좋아하신답니다."
"이황자의 사람더러 들어오라 전하거라."
안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고현광이 감히 그녀를 죽이기라도 하겠는가?
금나라 공주가 능력이 대단해 결국 금나라의 여황제가 된들 또 어떠하리?
그녀가 금나라 황제에 기대 밥을 먹는 것도 아닌데 두려워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네, 큰아가씨."
도박장의 사람은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즉석에서 물러났다.
이황자를 대표해 월령안을 포섭하려고 온 사람은 이황자의 처남인 노가광(鲁可光)이었다. 그의 누나는 이황자의 대비였다. 그는 이황자를 대표하기도 하고 이황자 대비 뒤의 부락을 대표하기도 했다.
고현광의 오만함과 방자함과는 달리 노가광의 자세는 마침 적절했다. 월령안을 치켜세우면서도 이황자의 실력을 드러냈다.
심지어 월령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노가광은 그들이 월령안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을 일일이 말했다.
"월 가주,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전하께서 그 자리에 앉기만 하신다면 전하께서는 월씨 가문이 금나라에서 했던 사업을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셨습니다.
제 누님, 그러니까 이황자 전하의 대비께서도 저더러 월 가주께 말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누님은 무슨 황후의 자리까지 내세울 수는 없으나 만약 월 가주께서 원하신다면 제 그 외조카의 대비는 반드시 월씨일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말을 마친 노가광은 또 계약서를 한 장 꺼내 월령안에게 넘겨주었다.
"우리 전하께서 월 가주의 변방에 있는 철광산이 이미 텅 빈 것을 아셨습니다. 마침 우리 전하의 수중에 철광산이 있는지라 월 가주께서 기꺼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철광산은 성의였다. 월령안은 받았다. 이황자를 돕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이황자를 대적하지 않을 것이다.
"절 대신하여 이황자 전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 주세요. 노 대인께서 이황자 전하께 전갈을 해 주세요. 저는 장사꾼이니 무슨 장사든지 다 합니다. 이황자께서 가격을 감당하실 수만 있다면 뭘 사려 하시든지 전 모두 찾아 드릴 수 있다고요."
황위도 살 수 있었다. 가격을 높게 내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월 가주의 말씀을 제가 꼭 우리 전하께 전하겠습니다."
월령안은 비록 응하지 않았으나 거절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황자에게 선의를 보이기도 했다.
노가광은 무척 만족하며 혈색이 좋은 얼굴로 돌아갔다.
그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황자, 사황자, 심지어 몇몇 왕도 사람을 보내 월령안을 찾아왔다. 그 모든 사람들이 후한 선물을 들고 왔다.
월 가주가 예전에 금나라 황제와 했던 거래가 그들을 자극한 것이 틀림없었다. 또 그들에게 월씨 가문의 실력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