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5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야
그녀는 묵묵히 선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비록 쉬운 일이었으나 이 소녀들은 그녀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녀들은 보답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월령안의 인정을 기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몰라서는 안 되고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여겨서도 안 되었다.
"달님아, 넌 참 대단해. 감히 태후 마마께 사정하다니. 태후 마마께서 나한테 말을 거실 때, 난 머리가 너무 하얘졌었어. 뭐라고 했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아."
"달님아, 네가 있어 다행이야. 네가 없었더라면 궁에서의 우리 생활은 아마도 죽기보다 못했겠지."
월령안은 그녀들의 고마움을 태연히 받아들였다. 그녀는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하거나 고마워하지 말라는 유의 말을 하지 않았다.
금나라 태후는 그녀가 편하게 궁을 나가 일을 하라고 순장되는 소녀들에게 음식을 더 주고 또 그녀들이 조를 나누어 영당으로 가게 한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태후는 이 순장되는 소녀들의 생사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녀들의 유일한 가치는 바로 황제를 위해 순장되는 것밖에 없었다. 태후의 입장에서 가치 없는 사람은 주목할 가치도, 동정할 필요도 없었다.
금나라 태후와 순장되는 소녀의 엄호 하에 그날 밤, 월령안과 3할 정도 비슷하게 생긴 소녀가 궁으로 와서 월령안을 대체했다. 그래서 월령안은 순조롭게 몸을 뺄 수가 있었다.
이때, 소녀들 사이에서 월령안의 위상과 그녀가 전에 소녀들을 위해 했던 일들이 큰 작용을 했다.
순장되는 소녀들은 월령안이 궁을 나갈 것이고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자 더없이 불안하고 두려워했다. 그러나 나서서 월령안을 가로막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월령안을 고발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더 없었다.
소녀들은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진심으로 월령안을 위해 기뻐했다.
"떠나도 좋아! 달님이는 이렇게 좋은 사람이잖아. 역시 여기에 남아서는 안 돼."
"달님아, 가……. 우리 모두를 대신하여 잘 살아 줘. 그리고 궁 밖의 세상을 잘 봐 줘."
"달님아, 걱정하지 마. 우리는 널 감출 거야. 네가 알려지지 않게 도울 거야."
눈물이 소녀들의 눈에서 맴돌았지만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낙심하고 불안했으며 월령안에게 버려진 것에 대신 속상함도 느꼈지만 진심으로 월령안을 위해 기뻐했다.
월령안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눈앞의 소녀를 위해 눈물을 닦아 주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이번에 나가는 것은 나 혼자 살려는 것이 아니야. 내가 너희들과 약속했잖아. 너희들을 보살펴 주겠다고. 너희들이 내 말을 들으니 나도 너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내가……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오면 우리는 모두 괜찮아질 거야."
"달님아, 너, 넌……."
어린 소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달님이가 황궁을 떠나고 자기들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월령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렇게 너희들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너희들도 이렇게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달님아, 넌 우리를 달래려는 게 아니지? 걱정하지 마. 설령 네가 홀로 도망치는 것이라 해도 우리는 널 탓하지도, 고발하지도 않을 거야. 우린 모두 네가 우리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다는 것을 알아. 네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니 우리도 아주 기뻐."
소녀들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그녀들은 월령안의 머릿속의 생각을 파내 똑똑히 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녀들은 월령안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또 감히 바라지 못했다.
그녀들이 황제를 위해 순장하는 데 뽑힌 그 순간부터 그녀들은 죽을 운명이었다. 그녀들은 오로지 고통스럽지 않게 죽는 것만 바랐지 살아남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월령안의 말을 듣고 그녀들은 참지 못하고 기대를 품었다.
'우리는 정말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가?'
산다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순장되기보다 나았다.
월령안은 소녀의 이마를 톡, 튕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말 홀로 도망가려면 너희들과 말할 필요가 있었겠어? 바로 달아나면 그만이지. 아무튼 내가 궁을 나가면 누구도 날 찾지 못할 텐데."
소녀는 머리를 감싸고 바보 웃음을 지었다.
"난 달님이가 최고로 좋은 사람일 줄 알았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야."
"됐어, 궁에서 다들 조심해. 내가 돌아올 때까지 한동안 참아."
월령안은 소녀들과 길게 얘기하지 않았다. 또 그녀들에게 자기가 무엇을 하러 가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소녀들도 똑똑해서 더 묻지 않았다. 또 생각이 있는 소녀는 자기가 간직하고 있던 물건도 꺼냈다.
"달님아, 이건 내 어머니가 주신 거야. 난 태적이부(泰赤爾部)의 사람이야. 어머니는 부락 수령의 딸이었어. 비록 지위는 없었으나 태적이부의 수령은 우리 어머니를 매우 좋아하셔. 만약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늑대 이빨을 들고 우리 어머니를 찾아가. 어머니는 반드시 널 도울 거야."
"나, 나도 있어…… 나는 아파알(阿巴嘎) 부락의 사람이고 아버지는 양치기야. 달님아, 만약 네가 아파알 부락으로 간다면 내 양 피리를 들고 우리 아버지를 찾아가. 아버지는 분명 초원에서 가장 맛있는 양젖으로 널 접대할 거야."
"달님아, 내 것도 있어…… 이건 내 것이야……."
소녀들의 출신은 좋지 못했다. 그녀들은 자기의 부락에서 지위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버려져서 던져질 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자는 망해도 삼 대는 간다고 소녀들은 이미 자기 부락에서 십 년 넘게 산지라 좋은 벗 한둘은 꼭 있었다. 도저히 없다 해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있었다.
소녀들은 최선을 다했다. 신물이 있는 사람은 신물을 꺼내고 신물도, 부락에 가족도 없는 사람도 부락에서의 자기의 상황을 월령안에게 들려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월령안은 아주 열심히 들었다. 전혀 귀찮지 않았다.
그녀는 황권을 뒤엎는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소녀들은 보통 사람들에 불과하여 그녀들이 말한 것들은 월령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월령안은 소녀들의 말속에서 수많은 상업적 기회를 발견했다.
월씨 가문은 수십 년의 시간과 무수한 대가를 치러서야 금나라의 각 부락과 '두터운 우정'을 맺었다. 그래도 부락들은 그들에게 여전히 감추는 것이 많았다. 부락의 비밀을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털어놓지 않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상인은 간사하다고 말하기 때문이었다. 초원의 부락 사람들도 멍청하지 않았다. 그들도 당연히 상인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소녀들은 달랐다. 이 소녀들은 이미 그녀를 자기 사람으로 여겼다!
'역시 소녀들은 선녀들이라니까. 내가 많이 예뻐하기만 하면 되니까.'
"큰아가씨!"
월령안이 궁을 나가자마자 밖에서 누군가 그녀를 맞이했다.
심복의 엄호를 받으며 월령안은 금도에서 가장 큰 도박장으로 왔다.
그렇다, 금나라에서 월씨 가문이 벌인 것 중에 가장 잘되고 가장 돈을 잘 버는 사업이 바로 도박장이었다.
금나라 각 곳의 도박장에는 모두 월씨 가문의 그림자가 있었다.
월령안의 그 도박 기술도 천성적인 것이 아니라 각 큰 도박장에서 선들과 함께 연습해낸 결과였다.
"큰아가씨, 금나라의 부마 고현광이 천자호(天字號) 도박장에서 삼 일 동안 내기를 했는데 아가씨를 한 번 뵙고 싶답니다."
월령안이 도박장에 도착하자마자 집사가 다가와 보고했다.
"고현광? 데려와."
'수 오라버니는 완안경을 고현광의 손에 넘기지 않은 건가?'
그게 아니라면 대황자 완안경이 수중에 있는데 고현광이 무슨 여유로 그녀의 도박장에서 사흘씩이나 노름을 놀았겠는가?
고현광은 거드름을 피우지 않고 바로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월 가주께서는 역시 풍채가 남다르십니다."
"부마께서 과찬이십니다."
월령안은 시선을 들고 고현광을 힐끗 훑어보았다.
"앉으시죠."
고현광은 키가 구 척이나 되고 위엄이 넘쳤다. 눈썹이 검고 눈에 정기가 돌며 콧날이 오뚝했다. 그의 생김새는 매우 출중했는데 특유의 이국적인 준수함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금나라의 공주를 맞아들인 것이었다. 그녀가 만난 사람은 적지 않았으나 이 순간, 고현광의 외모는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출중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가 사람을 볼 때의 집중하는 듯한 그윽한 시선은 사람들의 경계심을 쉽게 풀어 주었다.
주나라 황제가 사람을 볼 때, 항상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는 것을 떠올리자 월령안은 고현광이 어떻게 황제의 신임을 받아 금나라의 첩자들을 모두 움켜쥐게 되었는지 의심이 들지 않았다.
하인이 차를 내오고 바로 물러갔다. 방안에는 월령안과 고현광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월령안은 급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찻잔을 들고 홀짝홀짝 들이켰다. 아주 여유로워 보였다.
고현광은 약간씩 찻잔을 돌리며 월령안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또 어떻게 월령안과 담판을 지을 것인지 고심했다.
비록 그는 오기 전에 이미 수십 가지의 경우를 준비했다. 월령안이 어떻게 입을 열든지 그는 모두 여유롭게 말을 이어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정작 월령안을 만난 고현광은 그가 미리 준비했던 말들이 전혀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다.
월령안은 그가 전에 만났던 여인들과 모두 달랐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그도 말할 수 없었다.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예전에 여인들은 그 앞에서 긴장한 나머지 말도 하지 못하고 망신이라도 당할까 두려워했다. 그러니 그는 항상 식은 죽 먹기로 전체 상황을 장악했다.
그러나 지금 월령안을 마주한 그는 말할 수 없이 조마조마하고 긴장되었다. 자기가 말을 잘못하여 월령안 앞에서 실례를 범할까 두려워졌다.
그도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참 기다렸으나 월령안이 입을 열지도 않고 조급해 보이지도 않자 고현광은 이렇게 시간을 끌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고현광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월 가주, 월 가주와 의논하고 싶은 사업이 하나 있습니다. 월 가주께서 관심이 있으신지요?"
'사업을 의논한다고? 그럼 완안경의 일이 아니잖아.'
월령안은 흥미가 동했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고현광을 바라보았다.
"부마 나리께서는 누구를 대신하여 저와 의논하시는 건가요?'
월령안의 눈빛은 평온하고 고요했다.
그러나 고현광은 월령안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월령안이 뭔가를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 없어!'
그는 금나라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냈고 또 진작에 아내를 맞이해 자식도 두었다. 그의 신분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고현광은 마음속의 당황스러움을 억누르고 일부러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월 가주의 그 말은 무슨 뜻이죠?"
"사업이잖아요. 누가 진짜 주인인지는 알아야죠. 아닌가요?"
어떤 일은 속으로만 알고 있으면 되었다. 굳이 까발릴 필요도, 얼굴을 붉힐 필요도 없었다. 월령안도 정도껏 하고 선을 지켰다.
고현광은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은 원래의 여유와 자신감을 회복했다.
"저희 집 공주마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