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8화 황제가 자객을 만나 죽었다!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것은 오직 이익뿐이다.
"잘 해내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하실 관성의 일은 적어도 당신들이 십 년은 걱정 없이 살게 할 겁니다."
월령안이 내놓은 가격은 높았다. 착실하게 일을 한다면 비록 많이 벌지는 못해도 오래도록 할 수 있었다.
단기간 안에 벼락부자가 되기 싫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한탕주의 장사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래도 오래도록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택할 것이다. 상인들은 월령안 앞에서 맹세만 하지 않았을 뿐, 연신 그러겠다고 보장했다.
건설을 도맡을 상인들과 계약서를 일일이 작성한 월령안은 또 관성 주변의 지형도를 꺼냈다.
관성의 인구는 너무나도 적어 공인을 부르기도 어려웠다. 그녀는 어떻게 관성의 인구를 증가시킬지 생각해야 했다.
한 읍을 두고 말하자면 대량의 인구는 바로 무한한 상업적 기회를 가리켰다.
인구가 증가하면 이 덕은 당연히 그녀가 먼저 볼 것이다. 고생만 잔뜩 하고 남이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월령안은 손에 지형도를 들고 동시에 또 관성 주변 각 곳의 지지(地志 - 특정 지역의의 인문지리적 현상을 분류·연구 기록한 서적)를 펼쳤다. 그녀는 관성 주변 읍의 인품, 백성들의 생활 수준 등을 살폈다.
집에 있을 때는 다 좋으나 밖에 나가면 매사가 다 어려운 법. 돈을 위해 도처에 돌아다니는 상인들과 달리, 집에서 생활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 백성들은 밖으로 일하러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을 관성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월령안은 열심히 자료를 읽으며 필요한 정보를 보면 바로 적어 두었다. 쓸만한 방법이 떠올라도 열심히 기록했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갑자기 하인의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변경의 소식입니다. 속보입니다!"
말하는 사이, 하인은 이미 서재로 들어와 서신을 월령안의 앞에 바쳤다.
"령안, 큰일 났어!"
월령안이 아직 서신을 열지도 않았는데 수횡천이 바람처럼 뛰어 들어왔다.
"먼저 나가거라."
월령안은 하인을 내보냈다. 수횡천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금나라 황제가 자객을 만나 죽었다!"
"금나라 황제요?"
월령안은 잠깐 멍해졌다가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물었다.
"언제 일이에요? 누가 손을 쓴 건지 아세요?"
"아마도 천목신교 교주인 남상권 같다!"
그는 드디어 육장봉이 뭘 하러 갔는지 알게 되었다.
'그 남자는 참……. 재간이 있으면 담대해진다고! 한 나라의 황제를 암살하다니. 그것도 성공까지 하다니!'
"뭐가 '아마도'예요?"
월령안은 이미 마음속으로 이 일이 십중팔구는 육장봉이 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너무 공교로웠다!
육장봉이 한 가지 일을 하러 간다고 신비롭게 말했었다. 이 일이 완성되면 그녀를 데리고 서역으로 가겠다고 했었다. 또 시간을 대조해 보니 육장봉이 금나라에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시간이 지났다.
수횡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금나라 황제를 죽인 살수는 남상권의 귀신 가면을 썼어. 암살이 성공한 뒤, 그는 정면을 드러내지 않고 떠날 수 있었으나 일부러 몸을 돌려 자기가 남상권이라고 말하고 떠났대. 바로 이 말 때문에 금나라에서도 자기네 황제를 죽인 사람이 남상권이 맞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거야."
월령안은 이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관심이 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사람이…… 안전하게 도망쳤나요?"
고의로 현혹시키는 것은 그가 무사히 몸을 뺄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껏해야 금나라가 주나라와 따질 충분한 저력이 없게 하려는 것이었다.
"바로 이게 내가 너한테 말하려는 것이야! 소식에서 듣건대 금나라 황제가 암살당한 뒤, 금나라의 황자들이 황위를 쟁탈하려고 불자(佛子)를 모셔 남상권을 쫓았다고 하더라. 결국 남상권이 도망치긴 했지만 쫓는 과정에서 불자가 남상권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했어."
금나라는 전력을 동원해 남상권을 쫓았다. 남상권이 여유롭게 몸을 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상이요?"
월령안 손에 든 편지가 구겨졌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로 다쳤는데요? 그가 금나라 어디에서 다친 거예요? 천목신교에서 금나라로 사람을 보내 그를 맞이했나요? 그가 금나라에서 다른 조력자는 없는 건가요?"
"령안, 침착해! 지금 살수는 단지 남상권으로 의심되는 사람일 뿐이야. 천목신교의 사람이 나선다면 금나라 황제를 죽인 사람이 바로 남상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돼. 그때면 자국의 체면뿐만 아니라 이익을 위해서라도 금나라는 주나라의 양보를 강요할 거다. 적어도 범인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횡천이 월령안을 찾은 원인이기도 했다. 지금 시기에는 강호의 사람과 주나라의 사람들 모두 남상권의 일에 개입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선을 깔끔하게 긋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알겠어요!"
월령안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침착하고 절제되게 말했다.
"수 오라버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
그러나 수횡천은 더욱 두려워졌다.
"령안, 내가 너한테 이 일을 알려 준 것은 네가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하길 바라서가 아니야. 알겠어?"
월령안은 과할 정도로 침착했다.
과한 침착함은 사실 다른 의미의 광기였다. 그는 어쩐지 월령안이 큰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 오라버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뒤에는 그녀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도 많았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일을 행할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아주 침착하게 이 일을 처리할 것이다.
마치 노인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처럼.
그녀는 아주 침착했다!
탁자 위에 올려 둔 월령안의 손이 꽉 움켜쥐어 주먹이 된 채로,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월령안의 이상할 정도로 침착한 자세가 수횡천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월령안이 미친 행동을 취할까 두려웠다.
탁자 위에 올려 둔 월령안의 손이 끊임없이 떨리는 것을 보고 수횡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월령안은 걱정하지 않는 게 아니고 당황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단지 절제에 익숙해져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뿐이었다.
비록 월령안이 안타깝게 느껴졌으나 수횡천은 마음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긴장한 시선으로 월령안을 지켜보지 않았다.
월령안 수중의 편지를 보고, 전에 하인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자 수횡천은 더 이상 월령안을 방해하지 않았다. 다만 일이 있으면 자기를 찾으라고 당부하고는 떠나갔다.
월령안은 멀어져 가는 수횡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려 소리 없이 웃었다.
'수 오라버니는 역시 그 수 오라버니야. 정말 속이기 너무 쉬워.
내가 만약 정말 다른 사람에게 기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면 어떻게 손을 탁자 위에 올려 두겠어? 또 어떻게 이런 기본적인 감정 제어도 하지 못하겠어?'
그러나 이런 것도 좋았다. 그녀가 괜히 말을 많이 하게 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손에 든 서신을 펼쳤다.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필체였다.
'영감님의 필체인가?'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녀는 이 편지도 누군가 가짜로 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편지의 익숙한 말투를 보자 월령안은 이것이 노인의 편지라는 것을 확신했다.
월령안은 마음속의 흥분을 애써 가라앉히고 빠른 속도로 손에 든 편지를 한번 훑어보았다.
노인은 편지에서 모두 두 가지 일을 말했다.
하나는 그녀더러 안심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손불사에게 협조하여 잘 치료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더러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바람 소리만 들어도 경성으로 달려간다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아직도 채 크지 못했다고 여길 것이라고 했다.
말끝마다 싫은 내색이 팍팍 묻어났다. 그러나 바로 이 싫은 내색이 월령안은 익숙하고 감동스러웠다.
'영감님이 맞아!'
다른 하나는 금나라 대황자 완안경이 얼마 뒤에 비밀리에 관성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했다. 그녀더러 장사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거느리고 금나라로 가라고 했다. 금나라 대도통(大都統) 곽하(郭蝦)와 비밀리에 포로를 바꾸라고 말했다.
'포로' 두 글자에는 특별히 힘이 실렸다.
만약 수횡천이 가지고 온 정보가 없었더라면 월령안은 분명 어리둥절해서 노인이 말한 포로가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금나라 황제가 자객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월령안은 모든 것을 추측해낼 수 있었다.
"당신이 완안경을 잡아들였을 때 이미 모든 일을 안배했었군요. 제가 괜히 걱정했네요."
육장봉은 한 걸음을 가고 백 걸음을 계산했다.
그러나 그녀는 노인의 편지가 없었더라면 완안경으로 일을 꾸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당사자는 항상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법이다.
육장봉이 모든 것을 안배했다는 사실을 안 월령안은 그제서야 진정으로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자세하게 편지의 구겨진 흔적을 펴고 편지를 거두었다. 그리고 하인더러 온조와 척연에게 배첩을 보내라고 했다.
그녀가 관성을 떠나려면 그래도 두 사람에게 인사는 해야 했다.
그리고 관성의 일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상천에게 편지를 써 그더러 관성을 지키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천은 결국 하인의 신분인지라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신분과 배경을 믿고 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미리 온조와 척연에게 말을 해 두어 두 사람더러 상황을 살피라고 해야 했다.
온조와 척연은 조정 관리였다. 그녀가 완안경을 데리고 관성에서 금나라로 간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들을 속일 수는 없었다.
월령안은 두 사람 앞에서 살짝 말을 털어놓아 그녀가 관성의 일을 제쳐두는 이유가 조정의 일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했다.
온조와 척연은 적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심지어 더 묻지도 않고 바로 응했다.
육장봉이 떠나기 전에 특별히 두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신 일을 떠올리자 월령안은 이 두 사람이 금나라 황제를 죽인 자가 바로 육장봉이라는 것을 아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알아도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단지 의심만 들 뿐이었다.
온조, 척연과 인사를 나누고 월령안은 또 부삼 두령의 수하와 서남 양, 송 두 가문 사람, 그리고 장군왕 세자 등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부삼 나리와 양, 송 두 가문 사람들은 모두 큰돈을 가지고 관성으로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돈은 대상인들과 비할 수 없었다. 경매에 참여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들은 전에 장사를 한 적도 별로 없어서 땅을 사도 개발시킬 능력이 없었다. 겨우 땅을 세주어 차액이나 벌 뿐이었다.
월령안은 진작에 이 몇몇을 위해 생각을 해 두었다. 이번에 이들을 불러온 이유가 바로 그들과 상의하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