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화 뭘 원하시나요?
월령안은 창문을 통해 이 장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젊다는 건 참 좋아.'
마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월령안은 창문을 닫았다. 그러자 창문 밖의 소란스러움과 번화함이 사라지고 적막이 찾아왔다.
월령안이 관성의 일을 처리하느라 바쁠 때, 검은 옷차림을 하고 귀신 가면을 한 육장봉도 성공적으로 금나라의 도성에 잠입했다.
서역으로 가기 전에 그는 먼저 일 한 가지를 해야 했다!
월령안이 예상대로 영낙방(永樂坊)의 경매는 아주 치열했다.
오대 상방의 개입으로 땅의 가격이 두 배로 치솟았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격을 부르는 방식이 마치 돈을 돈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땅 다섯 곳 중에서 가장 좋은 땅의 거래 가격은 백육십만 냥이었다. 강우 상방의 사람이 낙찰받았다.
가장 작은 땅도 거래 가격이 칠십만 냥 이상이었다. 관성 현지의 상인들이 낙찰받았다.
이것 말고도 산서상방도 땅 한 곳을 낙찰받았고 나머지 두 곳은 청주 상인 무리와 변경 상인 무리들이 구매했다.
범 가주는 비록 충분한 준비를 했지만 가격을 부를 때 겁을 먹었다. 결국 이 한순간의 망설임으로 인해 그는 점찍은 땅을 변경 상인 무리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범 가주가 다시 가격을 부르려고 했을 때에는 손에 든 돈이 부족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
물론, 이것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포기였다. 범 가주가 원하기만 한다면 청주의 상인 무리나 변경의 상인 무리의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오대 상방의 사람들과도 협력할 수 있었다.
월령안이 이렇게 큰 곳을 다섯 부분으로 나눠 팔아버리니 그녀는 일을 던 셈이었다. 그러나 땅을 산 사람은 편히 있지 못했다. 그들은 반드시 협력할 사람을 찾아야 했다.
마치 오대 상방처럼. 대표로 나선 건 강우상방과 산서상방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세 상방도 참여했다.
경매가 끝나자 월령안은 약속대로 옥선루에 술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오대 상방의 후계자를 초대하고 그들에게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다섯 명이 관성으로 와서 그녀의 사기를 북돋아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영낙방의 경매 가격은 오대 상방의 조력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높은 가격에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오대 상방에게 편지를 쓸 때, 오대 상방의 예리함으로는 반드시 고찰할 사람을 보내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오대 상방이 후계자를 파견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다섯 후계자가 관성에 온 것은 무심결에 관성 무역지역을 위해 몸값을 올린 셈이었다.
그 다섯 곳의 땅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던 데는 이 다섯 사람의 공이 컸다.
"월 회장, 별말씀을요. 앞으로 월 회장께서 많이 돌봐 주시기 바랍니다."
오대 상방은 상업계에서는 거물이었다. 그들 가문의 세력은 일개 홀로 싸우는 여상인인 월령안이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상방의 후계자로서 다섯 사람은 으쓱했다. 그러나 월령안 앞에서 오대 상방의 후계자들은 오만한 기색 없이 아주 예의를 차렸다.
한 끼 식사를 마치자 손님과 주인이 모두 즐거웠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산서상방의 후계자는 더욱 열정적으로 월령안을 산서에 초대해 그의 아버지와 함께 표호 협력에 관해 의논하자고 했다.
산서상방은 주로 표호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호는 대부분 상업이 발달된 남방에서 진행되었다. 북방 및 변관(邊關 - 변방의 요새. 국경 관문.)의 성들은 관계가 아주 복잡하여 산서상방의 표호는 들어갈 수 없었다. 많은 상인들이 산서상방의 표호를 들고 북방과 변관에서는 바꿀 수가 없어 몹시 불편했다.
마침 월령안이 조정과 관계가 좋아 북방과 변관의 성에 세력이 많이 있었다. 만약 두 가문이 서로 보완한다면…….
전체 대주의 표호 장사는 그들이 주름잡게 될 것이다. 다른 상회에서 개입할 생각조차 말아야 할 것이다.
표호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월령안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도 일부러 허위적으로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 다만 난감하게 입을 열었다.
"소(紹) 오라버니, 전 지금 아주 산서로 가서 소 숙부님을 만나고 이 일을 결정짓고 싶어요. 그런데 관성에 벌여놓은 일을 오라버니도 보셨잖아요? 전 당분간 관성을 떠날 수 없어요. 만약 가능하다면, 소 숙부님더러 관성에 한번 오시라고 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지금 바로 아버지께 편지를 쓸게요."
산서상방의 후계자 소연(紹衍)은 아주 통쾌하게 응했다.
"월 회장, 듣건대 당신은 해상 운수의 사업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면서요? 혹시 우리를 데리고 하실 수 있나요?"
강좌상방의 세력은 강남 일대에 있었다. 그들은 주요하게 소금 장사를 했다. 그리고 비단, 양식, 자기 등도 있었다. 그들은 줄곧 해상 운수 사업을 하고 싶었으나 상선(商船)의 문제로 줄곧 시작하지 못했다.
강좌상방은 월씨 가문의 실정을 알고 있었다. 후계자 주익(周翌)은 월령안이 이토록 통쾌한 것을 보고 함께 해상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월령안은 이번에 급히 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얼마 뒤에 강남으로 가니 그때 직접 방문하여 얘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해상 사업은 표호보다 못했다. 해상 사업은 투자가 높고 위험도 컸다. 주익도 월령안이 바로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월령안이 거절한 것도 아니니 이 사업은 더 얘기할 수 있었다.
강우, 용유와 안휘상방의 후계자들은 먼저 월령안과 다른 사업을 함께 하자고 말을 꺼내지 않았으나 그들도 월령안에게 호의를 보였다. 앞으로 합당한 사업이 있으면 월령안을 초대해 협력할 것을 표했다.
마찬가지로, 월령안도 적당한 사업이 있다면 그들도 투자하겠다고 했다.
월령안은 당연히 흔쾌하게 대답했다.
강우상방은 무슨 사업이나 다 했다. 어느 한 가지를 아주 크게 하는 것은 없었으나 돈 버는 장사라면 다 했다. 범위가 아주 넓었다.
용유상방은 보석, 양식, 목재, 종이, 서책 등 사업을 주로 경영했다. 그 중요성은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안휘상방은 차(茶) 사업을 많이 했다. 그들 주나라의 찻잎은 해외와 북요 등 곳에서 모두 인기가 많았다. 판로를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대상방과 손을 잡게 되었으니 그녀는 앞으로 해외 사업을 하나 서역의 사업을 하나 물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월령안과 다섯 명은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비록 즉석에서 약속을 한 것은 없었으나 서로 마음속으로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식사자리가 끝난 그날 저녁, 월령안은 강우상방의 주익이 범 가주와 사적으로 만나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알겠다."
월령안은 대답만 하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다음 며칠 동안, 월령안은 줄곧 각지의 상인을 만나 공숙무와 함께 무역지역의 짓는 데 관한 상의를 했다. 마치 범 가주와 강우상방이 친분을 쌓은 일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강우상방의 후계자 주익은 처음 범 가주를 만났을 때 아주 조심하면서 줄곧 그를 피했다. 마치 사람들이 아는 것을 꺼리는 듯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나지 않아 주익은 전혀 거리낌 없이 범 가주와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났다. 심지어 함께 자리를 마련해 범 가주를 소연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소개시켰다.
식사자리가 끝났던 그날, 소연이 찾아와 월령안을 완곡하게 일깨워 주었다. 그들 여섯 명이 전에 옥산루에서 약속한 일이 아마도 변수가 생길 것 같으니 월령안더러 준비를 잘하라고 귀띔했다.
이것은 바로 월령안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당연히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소연과 적당한 때를 봐서 서역 상로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역 여러 나라들에서 보석과 향료, 가죽들이 넘치게 생산되었다. 이 물건들은 주나라에서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다. 일단 서역의 상로가 열린다면 드나들 때마다 전부 돈을 벌 것이고 그 이윤도 해상 사업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월 회장께서 진작에 대응책이 있었군요. 제가 괜히 걱정했네요."
소연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이번에 환심을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연은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고 정중한 얼굴로 말했다.
"월 회장, 전 강우 요(姚)씨 가문과 친분이 두텁습니다. 제가 나서서 요형과 말한다면 주익을 무역지역에서 내칠 수도 있어요."
"소 오라버니께서 뭘 원하시나요?"
소연이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이자 월령안도 말을 돌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
"월 회장, 제 아버지께서 한 달 안에 반드시 관성에 도착하실 겁니다. 월 회장께서 우리에게 기회를 한번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산서에 있는 것은 표호뿐만이 아닙니다."
주익의 안목이 짧아 범씨 가문과 협력했으니 그가 이 이득을 취한다고 탓할 것이 없었다.
장사꾼들은 돈 버는 방식이 많아도 귀찮아하는 법이라고는 없으니…….
이익으로 합쳤다면 당연히 이익 때문에 흩어지기도 한다.
강좌 주씨 가문이 관성에 온 것은 처음부터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관성의 땅을 이미 샀으니 주씨 가문이 이익을 위해 또 범씨 가문과 협력하는 것에 대해 월령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상업계는 이런 것이었다. 영원한 친구는 없었다.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었다.
비록 그녀는 의리를 더 중히 여기고 의리 있는 사람과 협력하기를 더 원했으나 이 세상에는 의리를 첫 자리에 두고 이익을 두 번째에 두는 상인은 극히 드물었다.
짧은 협력이라면 그녀는 사람을 크게 고르지 않았다. 아무튼 다음이 없기 때문이었다.
월령안의 강좌상방의 이름을 작은 책에 기록해 두고 이 일을 내버려 둔 채, 무역지역의 일에 몰두했다.
미리 땅을 판다는 것은 돈을 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설령 무역지역의 땅에서 신기한 물건을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좋은 가격으로 팔려면 약간의 신경을 써서 무역지역의 몸값을 올려야 한다.
지금 그녀가 무역지역의 건설을 맡기려고 사람을 찾는 것이기에 돈을 내는 사람은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가 머리를 쓸 필요도 없이 많은 상인들이 찾아왔다.
월령안이 해야 할 일은 그중에서 알맞은 사람을 고르는 것이었다.
"신용이 좋은 자가 우선이고 현지 상인이 우선입니다."
월령안이 고르는 기준은 아주 간단했다. 먼저 수하더러 한번 거르게 한 다음 그녀가 다시 하나하나 약속을 잡고 만났다. 사람마다 반드시 면담을 해야 했다.
물론, 그녀의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각 상회와의 면담 시간은 일각을 넘지 않았다.
시간을 빽빽하게 안배한다면 하루에 그녀는 사오십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초보적으로 절반 이상을 확정할 수 있었다.
무역지역은 아주 컸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공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관성의 공인(工人)들은 많지 않았다. 월령안은 사흘의 시간을 들여 적합한 상인 육십 명을 골랐다.
계약을 체결한 뒤, 월령안은 처음 약정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재차 그들을 일깨워 주었다.
"절대 나쁜 물건을 좋은 물건으로 속이면 안 되고 절대 일꾼들의 임금을 연체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관성의 백성들을 고용하세요. 이건 모두 계약서에서 약속한 것입니다.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만약 검수에서 합격하지 못하거나 일을 한 일꾼들이 돈을 받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잔금을 받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