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96)화 (696/1,004)

696화 월령안의 새로운 손님

척 부인은 어리둥절해졌다.

"나도 모르겠네. 아니면…… 우리 가서 서방님에게 물어볼까?"

"물어는 봐야지."

온 부인은 월령안이 손해를 볼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역지역을 짓지 못하는 것이 더욱 두려웠다.

월령안은 무역지역을 지어야만 첫 번째 표호의 이윤이 두세 배로 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어젯밤, 그녀는 몰래 월령안을 찾아가 개인 돈으로 만 냥의 표호를 샀다. 만약 배로 뛴다면…….

그녀의 개인 돈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월령안이 손해를 보게 해서는 안 되었다.

온 부인과 척 부인이 온조와 척연을 찾았을 때, 마침 두 사람은 이 일을 상의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한참이나 상의했지만 월령안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월령안에 대한 믿음 때문에 온 부인과 척 부인이 말을 묻자 두 대인은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쳤다.

관성에서 누구라도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유독 월령안만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이 관성에 도착한 뒤로 관성의 일은 비록 그들에게 결정권이 있었으나 전부 월령안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온조와 척연은 자기의 부인들에게 남정네 둘이서 여자애 하나보다 못하다고, 자기들이 끌려다닌다고 말하기가 창피했다. 다만 월령안이 모든 준비를 했으니 두 여인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 세상에 바람이 새지 않는 벽은 없는 법. 온 대인과 척 대인이 자기의 부인과 한 얘기는 그날로 전부 퍼졌다.

청주의 상인 무리 중에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몇몇이 있었다. 그들은 변경의 상인 무리와 관성 현지의 상인들과 공모하여 사적으로 이 다섯 부분을 나누고 모두들 최저 가격으로 가자고 했다. 괜히 경매를 해서 월령안이 이득을 취하게 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심지어 모진 사람들은 모두들 가격을 부르지 말자고 생각했다. 월령안에게 돈이 부족해 유통이 안 되면 그들은 다시 기회를 틈타 더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들은 상업계에서 예삿일이었다.

그러나 온 대인과 척 대인의 말이 소문나자 그들은 바로 이 생각을 접었다.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을 당해내지 못하는 법. 마치 온, 척 두 대인이 말한 것처럼 월령안이 경매를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월령안이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경매하기 하루 전, 주나라에서 이름난 산서상방(山西商幫), 안휘상방(安徽商幫), 용유상방(龍遊商幫), 강좌상방(江左商幫), 강우상방(江右商帮)의 후계자가 일제히 관성에 도착했다.

그들을 제외하고 또 의외의 상인도 도착했다.

"범 가주?"

청주상방의 사람들은 하인의 보고를 듣고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가 어떻게 온 거지? 월 회장과 죽어라 싸우는 사이가 아니었나? 월 회장이 하는 사업에 그가 왜 달려온 거지? 구경하러 온 건가 아니면 끼고 싶은 건가? 월 회장이 좋아하겠어?"

월령안은 그날 직접 성문으로 가서 오대 상방의 후계자와 범 가주를 맞이했다.

이튿날이 바로 경매하는 날이었다. 오대 상방의 후계자와 범 가주는 길을 오느라 매우 지쳤으나 한숨도 돌리지 않고 입성하자마자 월령안의 안내를 받으며 태수부로 무역지역의 모형을 보러 갔다.

길에서 범 가주도 월령안에게 이 질문을 했다.

"월 조카, 초대도 안 받고 와서 실례는 아닐지 걱정이네. 자네 기분이 나쁘지는 않겠지?"

"범 숙부님인걸요. 제가 기뻐해도 부족한걸요.”"

월령안은 비록 이렇게 말하면서 얼굴은 전혀 웃지 않았다.

인사치례는 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범씨 가문을 상대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자기 자신을 기분 상하게 하면서까지 친한 척하지 않았다. 괜히 그녀와 범씨 가문의 사이가 좋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싫었다.

범 가주는 월령안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땅을 산다 해도 나한테 팔겠다는 건가? 날 난감하게 굴지 않고?"

"범 숙부님 이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땅을 내놓은 것은 바로 사라는 것이지요. 누가 높은 가격을 내놓는다면 전 그 사람에게 팔 거예요. 누가 사는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우리는 모두 장사꾼이에요. 누가 돈을 싫어하겠어요?"

그녀가 만약 범 가주가 빼앗는 것이 두려웠다면 각 대상방(大商幫)을 초대해 경매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범 가주가 사겠다는데 그녀가 못 팔 게 뭐가 있겠는가?

관성 무역지역은 그녀가 홀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무나 없어도 되지만 그녀가 없다면 관성의 무역지역은 지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범 가주가 빼앗을까 두려워한다고?

"월 조카의 이 말만 있으면 난 안심이네."

범 가주는 소식을 듣고 급급히 온 것이었다. 그가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월령안이 그를 겨냥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월령안이 이렇게 말하자 그는 내일 마음껏 가격을 부를 수 있었다.

그는 돈을 충분히 가지고 왔다. 오대 상방의 사람과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청주의 가난뱅이들을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 관성의 무역지역의 땅을 반드시 가져야 했다!

오대 상방의 후계자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관성에 왔으니 당연히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관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다섯 사람은 범 가주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서로 마주 보며 묵묵히 한쪽으로 섰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범 가주를 따돌렸다.

그들은 월령안의 초대를 받고 온 것이니 당연히 범씨 가문 사람들과 달랐다!

월령안은 보지 못한 척, 소갑을 불러 그더러 무역지역의 정황을 소개하라고 했다.

무역지역의 소개가 끝나자 월령안은 하인을 시켜 여섯 명을 별장으로 보내 쉬게 했다.

"여러분들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전 그럼 여러분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을게요. 내일 경매할 땅의 그림은 이미 여러분들의 방으로 보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방으로 돌아가시면 보실 수 있으십니다."

"월 낭자, 감사합니다. 이 일이 끝나면 우리 다시 모입시다."

오대 상방의 후계자들은 모두 나이가 많지 않았고 노련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하며 월령안이 자기들보다 어리다고 낮잡아 보지 않았다.

이번에 오대 상방에서 그들을 파견한 것은 첫 번째는 월령안의 나이가 어려 젊은이들끼리 할 얘기가 더 많다고 여긴 것이었다.

두 번째는 월령안이 어린 나이에도 상업계에서 성과가 있으니 자기 가문의 후계자를 보내 그들더러 견문도 넓히고 경력도 쌓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들이 성심껏 키워낸 후계자가 여자애 하나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다섯 명은 오기 전에 월령안의 일을 적지 않게 들었다. 질투하지 않는다면 거짓이나 감탄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월령안은 기댈 부모와 오라버니가 없이 상업계에서 홀로 길을 냈다. 이는 그녀가 아주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아 낼 수 있었다. 그들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러 오라버니께서 먼 길을 오셨으니 령안이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이 일이 끝나고 옥산루(玉山樓)에서 술상을 보고 여러 오라버니들께 사죄하겠습니다."

미래 상방의 후계자가 먼저 선의를 베풀자 월령안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덥석 응했을 뿐만 아니라 '오라버니'라는 말로 범 가주를 배제했다.

범 가주가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와서는 관성의 땅을 사려고 한다. 장사꾼으로서 다른 사람이 그녀가 옹졸하다고 말하지 않게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저 이 정도만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결국 옹졸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덕으로 원수를 갚는 일을 할 수 없었다.

여섯 사람을 안배한 뒤, 월령안은 태수부로 돌아갔다. 길에서 '우연히' 장군왕 세자를 만났다.

장군왕 세자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바로 월령안의 마차로 들어왔다.

"헤헤…… 월령안, 우리 또 만났네."

장군왕 세자는 양반 다리를 하고 융단 위에 앉아 탁자 위의 대추를 입에 넣었다.

"그 상인들이 너더러 못 안의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 잡기 어렵대. 난 별로 어려운 줄 모르겠지만."

"제가 만약 세자를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면 세자께서는 제 마차에 가까이 있을 수조차 없으셨을 거예요."

월령안은 창문을 열고 밖의 호위를 가리켰다.

월령안의 마차 양쪽에는 무려 백 명에 가까운 호위가 있었다.

이 호위들은 평범한 헝겊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두 눈이 예리하고 눈빛이 횃불처럼 밝으며 몸이 꼿꼿한 것이 한눈에 봐도 군인이었다. 장군왕 세자는커녕 수횡천 맹주도 월령안의 마차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었다.

"헤헤…… 그래, 난 알아. 네가 날 각별하게 대한다는 것을."

장군왕 세자는 우쭐거렸다. 그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어딘가 민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뭐야…… 월령안, 너도 내가 무슨 꿍꿍이가 없다는 것도, 말주변이 없다는 것도 알잖아. 나도 돌려 말하지 않을게. 내가 오늘 널 찾아온 것은 내 친구들이 나더러 물어보라고 해서야. 너의 그 무역지역에는 좀 작고 외딴 땅이 없어?

나와 같이 온 그 몇몇은 모두 국공과 후부 가문의 공자들이야. 우리한테는 돈이 좀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많지 않아서 너의 땅 하나를 사기도 버거워. 우리는 작은 일밖에 못 해. 네가 우리에게 작은 돈 좀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면 안 될까?"

관성에 도착하고 통 큰 부자 상인들을 만나서야 그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깨달았다.

그와 몇몇 공자들은 원래 야심만만하게 관성에 와서 사업을 한번 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말았다.

그들이 가진 돈을 모두 합쳐도 땅 하나 가격의 잔돈도 되지 않는데 무슨 사업을 한다는 말인가?

"남겨 두고 있었어요. 최근 며칠 너무 바빠서요. 내일 일이 끝나면 다시 절 찾아오세요. 제가 세자께 방안 두 가지를 준비했어요. 당신들이 그때가 되면 어찌할지 생각해 보세요."

월령안은 장군왕 세자 앞에서는 억지로 버티지 않고 피곤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 며칠간 매일 두 시간도 자지 못했다.

노인이 위중하다는 소식이 그녀에게 긴박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관성의 일을 하루빨리 마치고 싶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서역으로 가기 전에 변경에 한번 들리고 싶었다.

노인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녀는 돌아가고 싶었다. 노인이 아프니 그녀는 노인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해 주니 시름이 놓인다. 정말 고마워!"

장군왕 세자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월령안의 긍정적인 답을 듣자 바로 마차에서 내렸다.

"뭐래? 월 회장이 뭐라고 했어?"

"월 낭자가 우리에게 땅을 남겨 준다고 했어?"

"우리에게 아직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거지?"

장군왕 세자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변경에서 온 공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이 공자들은 가장 빨리 소식을 알려고 길 가는 내내 마차를 따라 뜀박질을 하며 장군왕 세자를 따랐던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