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95)화 (695/1,004)

695화 경매를 할 겁니다

청주의 상인들은 급해져서 발을 동동 굴렀다. 심지어 서남의 양, 송 두 가문과 부삼 나리의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그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들더러 월령안에게 말이라도 좀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들 같이 앉아서 무역지역 외곽의 땅에 대해 토론하자고, 돈은 얼마든지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양, 송 두 가문과 부삼 두령의 사람은 그들을 돕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꼬기까지 했다.

"며칠 전에, 우리가 당신들을 찾아 십리타의 땅에 대해 의논하자고 했을 때, 당신들이 뭐라고 했어요? 당신들은 급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월 회장 수중의 돈이 다 떨어져서 공사가 멈추면 스스로 찾아올 거라면서요. 이제 와서 당신들은 그 땅에 대해 의논하자고 하네요? 흥, 제 좋은 생각만 하는군요. 월 회장이 만만한 사람인 줄 알아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쌤통이네요! 저더러 당신들을 위해 말을 해달라고? 꿈 깨세요!"

부삼 두령이 파견한 사람은 더욱 난폭해서 조금도 말을 가리지 않았다.

청주의 상인들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한사코 사정하며 월령안 앞에서 말을 잘해달라고 했다.

월령안의 그 몇몇 하인들은 태도가 강경했다. 그들은 언제 월령안을 만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저녁 무렵이 되자, 태수에게서 연회의 초대장을 받은 청주의 상인들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월령안을 만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비록 연회에 참가했지만 줄곧 뒤뜰에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과 만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청주의 상인들은 몰래 불운함을 탓했다. 그러나 여기는 관성이지 청주가 아니었다. 그들이 제멋대로 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무리 조급해도 막 나갈 수 없었다.

그들은 억지로 연회가 끝날 때까지 있다가 일부러 조금 늦게 떠나며 태수부의 사람들과 월령안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소식을 알아내지는 못하고 오히려 태수부의 하인에 의해 공손히 문밖에 내보내 졌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래!"

월령안의 이 태도는 전의 그들보다 더욱 거만했다. 이는 지금 그들에게 불만을 표하는 것인가?

상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우울한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우리 내일 다시 시도해 볼까?"

남은 사람들은 생각하다가 응했다.

땅은 월령안의 손에 있었다. 그들이 십리타의 땅을 사려면 기회를 보아 월령안을 만나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없었다.

"알아봐야겠어. 그 사람들이 뭘 했는지."

변경의 상인들도 똑같이 예리했다. 그들은 청주의 상인들이 불안한 얼굴로 모여 앉아 쑥덕거리는 것을 보고 바로 사람을 파견해 소식을 알아보게 했다.

그들은 청주 상인이 한 짓을 알고 난 뒤, 하나같이 비웃으면서도 자신들을 몰래 일깨웠다. 절대 구매자라는 위치에 취해 거드름을 피우지 말자고.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십리타의 무역지역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것이다. 이 시기에 무역지역 부근의 땅을 산다면 큰돈을 버는 것이었다.

그들이 월령안에게 사정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청주의 상인들만 잘난 척하며 월령안이 그들을 떠날 수 없다고 여긴 것이었다. 그걸로 월령안을 주무르며 기회를 봐서 헐값에 땅을 사려고 했다.

"범 없는 골에는 토끼가 스승이라더니. 그 상인들은 청주에 오래 있다 보니 청주 그 작은 땅에서 하나같이 자기가 천하 대단한 부자라도 된 줄로 안 것이군. 다른 사람들은 다 가난뱅이로 보아서 자기들 말고 다른 사람은 큰돈을 내놓을 수 없다고 여긴 모양이야."

변경의 상인들은 어쩌면 해상 운수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청주의 상인들보다는 부자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머릿수가 많았다!

사람마다 조금씩 모아 월령안 손에 있는 오백 냥의 표호를 사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날, 월령안은 변경의 상인들과 장군왕 세자 등을 데리고 태수부로 와서 십리타의 모형을 보았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소갑이 소개했고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소갑이 말을 할 때마다 변경의 상인들은 연신 찬사를 보냈다. 소갑이 소개를 마치자 상인들은 소갑을 둘러싸고 끝없이 질문을 했다.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예의가 바른 것이 자세를 아주 낮추었다.

그들은 물론이고 장군왕 세자 등 사람들도 소갑 앞에서 자세를 아주 낮추고 조금도 귀족 공자의 틀을 차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소갑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월령안의 체면을 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완전히 십리타의 모형에 푹 빠지고 만 것이었다.

소갑이 그들에게 무역지역의 장치를 보여 줬을 때, 장군왕 세자를 비롯한 귀족 공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분분히 소갑과 이 모형을 또 만들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주문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복잡할 것 없이 간단하게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소갑이 된다고 하자 귀족 공자들은 소갑과 호형호제하기 시작했다.

변경의 상인들도 이를 보고 더 이상 소갑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들은 분분히 월령안을 찾아가 십리타의 땅을 어떻게 파는지, 무역지역의 점포를 어떻게 파는지 물었다.

월령안이 팔기만 한다면 가격은 쉽게 상의할 수 있다고 했다.

월령안도 긴말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

"무역지역 반경 십 리 안의 땅을 다섯 부분으로 나눴어요. 한 부분당 한 집에만 팔 거예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가지게 될 거고요. 사흘 뒤, 관성 영평방(永平坊)에서 경매를 할 겁니다."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사람들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청주의 상인들이 그녀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던가?

'좋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줄 것이다!'

월령안은 이번엔 예상을 뒤엎고 강경한 자세를 비췄다. 사흘 뒤 영평방에서 경매를 하되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가진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문을 닫고 손님의 방문을 거절하고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십리타는 땅을 천 이랑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월령안의 계획대로면 무역지역도 백 묘의 땅을 차지하는 방대한 것이었다. 무역지역 반경 십 리의 땅은 절대 작은 것이 아니었다.

월령안은 그 땅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그 땅은 보통 상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게다가 그들은 월령안이 땅을 다섯 부분으로 나눈 것만 알지 어떻게 나누었는지,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나쁜지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더러 가격을 부르라는 것인가?

"월 회장은 도대체 무슨 뜻인 거야? 전에 우리들에게 땅을 남겨 주겠다고 한 약속은 지킬 수 있는 거야?"

청주의 상인들이 가장 조급해졌다. 또 가장 후회되었다.

전에 그들에게는 월령안과 직접 협상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들이 아끼지 않았다. 지금 모두 함께 공정하게 경매하게 되자 그들은 그제서야 월령안이 주었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더라면 이틀 전에 월 회장이 사람을 보내 우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어. 그 땅을 계속 가지겠냐고? 우리가 그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키가 작고 뚱뚱한 상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한탄했다.

"우리는 그때…… 고민 중이라고 했지. 확신할 수 없다고."

"그때 우리가 거드름을 피운 것이니 지금 더 이상 월 회장과 그때의 약속을 가지고 일을 논하지 말자고. 이번 일에서는 우리가 도리를 따지지 않은 것이니."

키가 작고 뚱뚱한 상인은 빠른 속도로 손에 든 호두를 돌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이미 놓친 기회를 아쉬워하느니 우리가 돈을 얼마나 꺼낼 수 있는지 자세히 계산해 보자고. 월 회장이 땅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었다는 것은 분명 우리더러 단체로 덤비라는 것이야. 단독적으로 개인에게 팔겠다는 게 아니라."

"이 지대의 땅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어. 월 회장이 땅을 다섯 곳으로 나누었다는 것은 분명 모두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이 다 있다는 말일 거야. 월 회장은 돈은 돈대로 벌면서 골칫거리는 우리에게 던진 것이지."

똑똑한 상인은 월령안의 판매 방식을 떠올리자 그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두뇌, 이 속셈하며…… 우리는 정말 비할 수가 없군. 월령안에게 한번 당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군.'

청주의 상인들에 비해 변경에서 온 상인들은 많이 단순했다.

그들은 변경에서 월령안과 적잖게 교류를 했던지라 월령안의 처사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월령안 이 사람은 일을 중요시하며 남자보다 더 대범하고 의젓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녀와 장사를 할 때, 마음만 먹으면 웬만해선 손해를 보지 않았다. 다만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버는 문제일 뿐이었다.

그들이 전에 월령안과 협력할 때, 그나마 유쾌했다. 월령안은 지금 땅을 다섯 부분으로 나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관성에서 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과 청주의 상인 무리, 그리고 관성 현지의 부유한 상인들뿐이었다. 가격이 합당하기만 하다면 그들은 어떻게 해도 적당한 땅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차분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월 낭자는 줄곧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했지. 우리가 헛걸음을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변경의 상인 무리는 아주 침착하게 월령안의 통지만 기다렸다.

월령안도 그들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튿날에 바로 십리타의 구역을 나누었다. 또 경매할 다섯 부분도 표기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월령안은 친절하게 최저 가격까지 표기하여 각각 변경의 상인 무리, 청주의 상인 무리, 그리고 온 대인, 척 대인의 부인들에게 보냈다.

온 부인과 척 부인 뒤의 배후는 바로 관성 현지의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돈은 변경의 상인 무리와 청주의 상인 무리보다 많지 않아도 그들은 현지 세력이었다. 이 고장의 세력을 보살피기 위해 월령안은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며 가장 싼 구역을 표기했다.

눈이 달린 사람들은 이 땅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보아 낼 수 있었다.

온 부인과 척 부인이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되어 두 사람에게 그림을 가져온 하인은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암시까지 했다.

온 부인과 척 부인은 마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월 동생은 참 일도 똑 부러지게 잘하는군. 이 가격은 마침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가격이네."

하루 저녁 사이에 관성 부자들의 재산을 파악하는 일은 보통 사람이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변경 사람들이 월령안을 재신의 품에서 자란 친딸이라고 말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능력은 하늘이 돌봐주는 것이었다.

"아내가 이런데 남편이 바랄 게 뭐가 있겠나? 육 대장군도, 육씨 가문도 참 복이 있어."

온 부인과 척 부인은 연신 감탄했다. 전혀 월령안이 상인 집안 출신이라고 무시하지 않았다.

덕을 보고 돈을 벌면서 돌아서면 바로 무시하는 일 따위를, 그녀들은 할 수 없었다.

"다만…… 이해가 안 가네. 관성에서 지금 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세 무리밖에 없는데 월 동생이 다섯 부분으로 나누었잖나. 나머지 두 부분은 누구에게 팔고 싶은 거지? 그리고 관성이 겨우 이만한데 월 동생은 우리끼리 손을 잡고 최저가에 가져갈까 걱정도 안 되는 건가?"

온 부인은 월령안이 보내온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며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

"월 동생이 손해를 보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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