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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93)화 (693/1,004)

693화 경성으로 돌아가야겠어

그 일로 그들의 소각주는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변경에 와서 죄를 청했다. 그런데 도착하니 대장군은 불쾌해하며 그들 소각주더러 온 것처럼 돌아가라고 했다.

육 대장군의 뒷배는 조정이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다. 그들 천궁각의 사람들은 육 대장군을 찾아 복수할 용기는 없어도 무림맹, 수횡천에게 화풀이를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소갑은 길을 가는 내내 몰래 수 맹주의 뒷담화를 했다. 소육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마음임을 표했다.

그들의 맹주는 가난뱅이가 맞았다.

월 누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들은 지금 찐빵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소갑과 소육자는 그들이 길가는 내내 떠든 수 맹주가 이미 관성에 도착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수횡천과 함께 관성에 도착한 것은 변경의 상인과 공작, 후작 가문의 공자도 있었다.

월령안은 미리 간략한 소식을 받았다. 그녀가 사람을 데리고 맞이하러 왔을 때, 일행은 이미 입성한 뒤였다.

"월령안!"

장군왕 세자 조홍후가 가장 먼저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거드름을 전혀 피우지 않고 먼저 나서서 월령안과 인사했다.

이번에 수횡천, 상인들과 함께 관성에 온 공자들 중에서 조홍후의 신분이 가장 높았다. 그가 월령안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지 않자 다른 공작과 후작의 공자들도 역시 월령안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지 못했다. 하나같이 분분히 마차에서 뛰어내려 열정적이고 친근하게 월령안과 인사를 건넸다. 마치 월령안과 아주 잘 아는 사이인 듯했다.

변경에서 월령안은 그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인사를 건넬 자격조차 없었다. 그러나 여기는 변경이 아닌 관성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월령안이 자기들을 데리고 함께 돈을 벌어 주기를, 본인이 두 번째 조홍후가 되기를 기대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들이 어찌 월령안 앞에서 거드름을 피울까.

공작, 후작 가문의 공자들도 이렇게 눈치가 있는데 따라온 상인들은 더더욱 월령안 앞에서 거드름을 피울 생각을 못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세를 낮추며 열정적이고 아부하는 말을 했다.

이를 본 월령안은 얼굴의 미소가 더욱 친절해졌다.

그녀는 눈치가 빠른 사람을 좋아했다. 이 사람들이 이토록 눈치가 빠르니 청주의 상인들보다 훨씬 나았다.

월령안도 세력을 얻었다고 으스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호의를 보이자 월령안도 열정적으로 접대했다. 그녀는 사람들을 다른 곳의 별장에 묵게 하고 오늘 밤에 그들을 위해 환영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월령안의 좋은 기분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수횡천이 변경에서 좋지 않은 소식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손불사가 궁에 불려간 뒤로 지금까지 궁에서 나오지 않았다. 또 전해진 소식도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 뒤, 서 아저씨가 급히 변경으로 돌아갔고, 변경에 돌아가자마자 입궁했는데 마찬가지로 궁을 나오지 않았다. 역시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추수도 변경으로 돌아간 뒤, 서 아저씨와 함께 입궁했는데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식도 없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황제는 며칠 전, 대조회를 취소한 뒤, 연속 사흘 동안 조례를 하지 않았다.

조계안은 급히 불려 가서 황성사를 지키고 있었다.

수횡천은 월령안이 흥분할까 봐 애써 평온하게, 감정을 담지 않은 말투로 변경의 상황을 월령안에게 솔직하게 알려 주었다.

그러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영…… 영감님이…… 혹시……."

수횡천이 첫마디를 꺼냈을 때부터 월령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몸을 덜덜 떨면서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온전한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수횡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월령안은 돌아서서 밖으로 뛰어갔다.

"난…… 난…… 돌아갈래. 경성으로 돌아가야겠어!"

'영감님이 잘못되신 걸 거야! 이미 한 달째인데……. 이 한 달 동안 변경에서 그토록 많은 소식이 전해왔으나 난 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거지? 내가, 내가…… 너무 무심해서 그래.'

"령안, 진정해."

수횡천은 월령안을 잡았다.

"그분은 네가 경성에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으셔! 네가 알게 되는 것도 원하지 않으신다고."

그게 아니라면 월령안이 전혀 알지 못하게 소식을 이토록 꽁꽁 숨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돌아갈래요."

월령안은 수횡천을 밀치고 뛰어나갔다.

"령안……."

수횡천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

그의 무공으로 월령안을 따라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한 월령안의 얼굴이 떠오르자 수횡천은 결국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 다만 월령안의 뒤를 바짝 따를 뿐이었다.

노인은 월령안에게 숨길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었다.

만약 변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월령안이 원하는 일이라면 그는 월령안과 함께할 것이다.

월령안은 마구간으로 들어가 아무 말이나 한 필 끌고 뛰쳐나왔다.

수횡천도 머뭇거리지 않고 다른 말에 올라타 월령안의 뒤를 바짝 쫓았다.

두 사람은 앞뒤로 성 밖을 향해 뛰어갔다.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방금 전에 달려간 사람이 월 회장 같은데?"

쉬는 시간을 이용해 월령안의 거처 근처를 배회하며 순찰하던 미혼 장병이 미친 듯이 달리는 말을 보고 깜짝 놀라 다급히 옆으로 물러섰다.

"월 회장의 이 속도는…… 심상치 않아. 어서 태수에게 보고해. 난 사람을 데리고 쫓아가겠어."

비록 쉬는 시간이었지만 장병들은 직책에 최선을 다했다. 보고할 사람은 보고하고 쫓아갈 사람은 쫓아갔다.

그러나 두 다리는 결국 네 다리를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장병들은 곧 월령안을 놓쳤다.

다행히도, 성을 지키던 관병들이 마침 소식을 보내와 병마를 데리고 오던 척연은 월령안이 성을 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관병은 월령안이 길에서 미친 듯이 말을 모는 모습이 아주 다급해 보였는데 마치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시기에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혹시 장봉에게 일이 생겼나? 그럴 리가 없는데.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는 지금 아직 금…… 퉤퉤퉤, 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어서, 어서 쫓아가자!"

척연은 자기의 따귀를 때리고는 다급히 사람들을 데리고 쫓아갔다.

성과 십 리 떨어진 곳에서 척연은 땅에 앉은 채, 자신의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두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있는 월령안을 발견했다.

"월 회장이 괜찮으신가요?"

척연이 앞으로 다가가려는데 수횡천에게 저지당했다.

"령안의 기분이 아주 안 좋아요. 방해하지 마세요."

척연은 불안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혹시 내가 재수 없이 말한 게 적중된 것은 아니겠지? 장봉에게 정말 일이 생겼나?'

수횡천은 고개를 돌려 월령안을 힐끔 보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단지 기분이 좋지 않을 뿐이에요."

노인은 월령안에게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

수횡천이 월령안과 함께 성에서 십 리 떨어진 곳으로 왔을 때, 황성사의 사람과 마주쳤다.

아니, 마주친 것이 아니라 황성사의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황성사의 사람은 월령안이 이때 나타날 것을 미리 알고 진작부터 여기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월령안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황성사의 사람이 월령안과 무슨 말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월령안이 울면서 하는 말을 들었다.

"영감님은 당신의 계획을 빈틈없이 저한테 쓰시면서 제가 슬플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노인은 수횡천이 관성에 도착한다면 자기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숨기지 못할 것을 짐작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미리 선수를 쳐서 사람을 보내 성 밖에서 월령안을 기다리게 했다. 그들이 월령안을 막아서 월령안이 경성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수횡천은 월령안과 노인의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월령인이 지금 이 순간, 아주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전에 사람들 앞에서 육장봉에게 모욕을 당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소녀가 지금은 자기의 형상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땅에 주저앉아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월령안은 마치 버림받은 작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온몸의 슬픔이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평소에 아무리 괄괄한 성격을 가진 척연도 감히 더 묻지 못했다.

물론, 그가 물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그녀를 기다려야 하나요?"

척연은 불편한 얼굴로 물었다.

월령안이 단지 기분이 좋지 않아 울 곳을 찾은 것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그도 사람을 데리고 쫓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소녀들은 체면을 중히 여겼다. 월령안은 분명 자기의 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일부러 성을 나온 것일 것이다. 그런데 결국 그는 사람을 잔뜩 데리고 왔으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아뇨……."

수횡천이 거절하려는 순간, 웅크리고 있던 월령안이 일어섰다.

그녀의 두 눈은 빨갰고 얼굴에는 눈물의 흔적과 아직 감추지 못한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척연 등 사람들에게 꿋꿋이 사과를 건넸다.

"죄송해요. 제가 한순간 기분을 제어하지 못하고 척 수비께 폐를 끼쳤네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제수씨가 괜찮으시면 되죠."

척연은 월령안이 억지로 버티며 그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자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월령안은 이제 열여덟 살이었다.

이 나이의 소녀들은 보통 여린 존재였다.

이 정도로 슬프면 억지로 사람들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다른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육장봉이 왜 자세를 낮추면서까지 그들에게 월령안을 많이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는지 알 것 같았다.

월령안이 너무도 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보살피는 사람이 없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것이다.

이런 소녀가 다른 집의 사람이었다면 그들은 철이 들었다느니, 착하다느니,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리는 좋은 낭자라고 칭찬을 했겠지만 자기 사람이라면…….

그들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야말로 일찍 집을 떠맡는다.

집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경성의 어린애들은 열여덟 살은 말할 것도 없고 스물여덟 살이라 해도 여전히 제멋대로였다. 스스로 일을 감당하기는커녕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무슨 철이 들었다느니, 착하다느니, 사람 마음을 헤아린다느니…… 이것들은 모두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서러움을 견디며 다른 사람을 살뜰하게 챙기는 데서 나온 말이었다.

월령안이 철도 들고 책임감도 있는 것은 온갖 고생에 상처를 받고 단련된 것이라는 것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치 척연 자신과 온조, 그리고 육장봉처럼…….

다들 너무나 불쌍했다.

척연은 월령안을 보면 볼수록 가슴이 아팠다. 자기의 아들이 너무나 어려 월령안을 데려와 며느리로 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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