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92)화 (692/1,004)

692화 소갑과 소육자

청주의 상인은 이 장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월령안이 관성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관성의 장병들과 친해진 거야?'

그들은 월령안이 군의 고층과 사이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병사들과도 사이가 좋다는 말인가?

누군가 참지 못하고 떠보듯 물어보았다.

"월 회장과 관성의 병사들은 왕래가 있나요?"

"그런 편이죠. 거래 상의 왕래죠."

월령안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이 묻기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이틀 전에, 관성의 병사들이 돈을 모아 미리 저한테서 표호를 예약했어요."

"월 회장, 그들이 돈을 얼마나 마련했었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군 전체가 월령안과 거래 상의 왕래가 있었다. 그 말은 군의 이 병사들의 이익도 월령안의 이익과 일치하다는 것이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병사들은 외지인이 월령안의 장사를 빼앗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물론 외지인을 도와 월령안을 억압하고 귀찮게 굴지 않을 것이다.

"아주 큰돈이에요. 듣건대…… 많은 집에서는 전 재산까지 끌어모았다고 하더군요. 또 친척과 친구의 돈도 모조리 가져왔어요."

월령안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액은 한 글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월령안은 또 의미심장하게 말을 덧붙였다.

"관성에는 병사가 십육만 명인데 지금 관성은 줄곧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전체 군대에 내린 상도 적지 않아요."

한 사람당 한 냥이라고 해도 작은 돈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얼만지 그들더러 직접 생각하라지. 아무튼 난 한 글자도 말하지 않을 테니.'

월령안이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은 누구도 캐낼 수 없었다. 청주 상인들은 입이 닳도록 월령안의 입에서 관성의 병사가 표호를 얼마나 샀는지 알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이 돈을 얼마나 가져왔는지만 말하고 말았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다른 상인들은 이미 웃고 있었다.

다행히, 다들 상인인지라 서로에게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대충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상인들은 자기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들켜도 후회만 할 뿐, 화를 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사이, 태수부에 도착했다.

온조는 공숙무의 능력을 확인한 뒤로 특별히 마당 하나를 비워 공숙무가 묵게 했다. 바로 전에 월령안과 육장봉이 함께 묵던 마당의 옆집이었다.

태수부는 다른 곳보다 안전했다. 월령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월령안과 공숙무가 편히 드나들게 하기 위하여 온조는 또 사람을 시켜 문을 따로 냈다.

월령안은 청주의 상인들을 거느리고 태수부로 들어갔다. 그녀는 태수부의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일개 상인이 태수부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니!

청주의 상인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지만 얼굴에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월령안이 일부러 이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부러 이런 일들을 드러내 그들에게 자기의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비록 놀라기는 했으나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월령안과 협력하는 것은 맞으나 협력도 이익의 구분이 걸린 것이었다.

월령안의 배짱이 두둑할수록 그들의 발언권은 작을 것이고 도모할 수 있는 이익도 작을 것이다.

상인들은 말하지 않고 묵묵히 태수부에 들어섰다. 심지어 공숙무가 만든 무역지역의 모형을 보고 속으로 또다시 놀랐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수롭지 않는 척했다.

월령안이 그들에게 남겨 준 부분을 가리킬 때도 상인들은 고개만 끄덕일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말을 많이 했다가 그들이 매우 원한다는 것을 월령안이 알아채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를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월령안이 그들에게 남겨 준 땅은 무역 중심과 가장 가까운 노다지였다. 그곳은 그야말로 무역 중심을 제외하고 가장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또 가장 먼저 지어질 것이었다. 가격이 범상치 않을 것은 묻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상인들은 애써 마음속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들은 월령안과 가격을 물어보지 않고 월령안이 무역지역에 대한 계획만 물어보았다. 그리고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월령안과 자기들은 돌아가서 상의하겠다고 했다.

청주의 상인들은 가격에 대해서 한 글자도 묻지 않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들이 이 땅을 살지 말지에 관해서 의논하려는 것인 줄 알 것이다.

소갑은 월령안을 도와 이 상인들에게 무역지역 각 곳의 용도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다가 상인들이 회피하는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불안한 표정을 드러냈다.

'내가 말을 잘하지 못해서 상인들이 가지지 않겠다는 건가?'

그는 분명 그의 스승이 태수 나리에게 설명한 말 그대로,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옮겼는데 말이다. 왜 그의 스승이 말을 마쳤을 때는 태수 나리가 흥분해 마지않았으나 자기가 말을 마쳤을 때는 이 상인들이 하나같이 이상할 정도로 덤덤한 것일까?

상인들을 떠나보낸 뒤, 소갑은 참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월령안과 물어보았다. 자기가 소개를 잘하지 못하여 이 상인들이 소개를 듣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떠난 것이 아닌지?

소갑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자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소갑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아주 잘하셨어요! 이틀 뒤에 상인들이 또 올 거예요. 소갑은 오늘처럼 그들을 접대하시면 됩니다."

청주의 그 상인들은 소갑이 소개를 잘못하여 싸늘하게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갑의 소개가 너무 훌륭해 마음속의 흥분을 애써 누르느라고 한 것이었다. 그녀가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한 모든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한 격이었다.

어른들 사이의 속셈과 방어에 대해 월령안은 소갑과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간단하고 실용적이었다. 일을 잘한 수하에 대해서는 항상 큰상을 내렸다.

그날, 소갑은 상으로 은화 열 냥을 받았다. 공숙무와 소갑을 보호하던 소육자는 이를 보고 너무나도 부러워했다. 그는 계속해서 소갑더러 축하의 의미로 한턱 내라고 했다.

하는 수 없었다. 소육자는 공숙무와 소갑의 수입을 알기 전까지 줄곧 자신이 월령안을 따라 일을 하면서부터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숙무와 소갑의 녹봉을 알게 된 뒤로 소육자는 자신이 월 누님 곁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가난하면 포부가 작은 법.

다른 사람의 것을 먹을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있는 힘을 다해 본전을 뽑아야 한다.

소갑은 원래 기분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월령안의 상을 받은 그는 쩨쩨하기 굴지 않고 소육자를 데리고 주양완자(酒釀丸子,음식의 일종)를 먹으러 갔다.

소육자는 먹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월 누님께서 너한테 열 냥이나 상으로 주셨는데 넌 겨우 나한테 동전 세 푼짜리 주양완자나 사냐! 그것도 한 그릇밖에 못 먹게 하고! 넌 정말 너무너무 너무너무 쩨쩨해!"

"난 요즘 돈 없어. 난 돈 모아야 해. 월 누님께서 얼마 전에 우리 스승과 말하신 건데, 그녀의 수하가 좋은 철을 찾았대. 이례적으로 우리 스승께 도구를 한 벌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어. 난 도구를 한 벌 살 돈이 없으니 돈을 모아 쓸만한 도구 칼이나 하나 사려고."

소갑은 사치스럽게 자기도 주양완자를 한 그릇 주문했다.

'엉엉엉……. 도구 칼을 살 돈을 모으느라 오랫동안 밖의 음식을 먹지 못했네. 출출해서 죽을 뻔했어.'

"도구 칼을 산다고? 아주 비싼 거야?"

소육자는 완자를 입에 물고 무심결에 한마디 물었다.

소갑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좋은 철로 만든 도구 칼은 아주 쓰기 좋아. 그런데 아주 비싸. 내가 몰래 월 누님한테서 들은 건데 우리 스승께 최저 가격으로 주신다고 하셨어. 한 벌에 삼천 냥밖에 안 한대. 난 칼만 하나 있으면 되니 아마도……."

"뭐라고? 삼천 냥?"

소육자는 입에 물고 있던 완자를 뿜었다.

"무슨 칼이야? 내가 명검 산장에 가서 사도 팔백에서 천 냥밖에 안 해!"

"너무 더럽잖아!"

소갑은 황급히 그릇을 들고 피하며 꺼리는 표정을 했다. 그러더니 소육자가 멍청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고 우쭐거리며 말했다.

"넌 분명 명검 산장에서 사기를 당했을 거야. 명검 산장의 철기는 아주 평범해. 월 누님이 우리 스승께 만들어 주시려는 도구 칼은 좋은 철로 만든 거야. 밖에서 좋은 철로 만든 칼은 만 냥도 넘게 팔린다고!"

가난한 자는 글공부를 하고 부유한 자는 무예를 익힌다.

무예를 익히는 사람은 돈이 없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삼천 냥은 너무 비싸잖아!"

소육자는 갑자기 그릇 안의 완자가 맛이 없게 느껴졌다.

그는 한 달에 녹봉이 두 냥밖에 되지 않았다. 삼 천냥은 너무 멀었다.

"그만하면 괜찮아. 우리 스승님 삼 년 치의 급여거든. 만약 월 누님께서 우리 스승께 일을 많이 주신다면 스승님은 이 년 안에 칼 한 벌 사실 수 있을 거야."

소갑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소육자가 동의하지 않는 것을 보자 소갑은 친절하게 건의했다.

"우리 스승께서 장인이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그 연장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우리 장인들에게는 좋은 도구 칼이 빠질 수 없지. 너희 무예를 익히는 사람들도 좋은 병기가 꼭 필요한 것처럼 말이야. 월 누님은 자기 사람들에게 아주 잘하셔. 우리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물건을 살 때면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좋은 물건을 사지. 너도 좋은 병기를 사고 싶다면 무슨 명검 산장에 가지 말고 월 누님을 찾아가. 월 누님은 너한테 사기 치지 않으실 거야."

소육자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나도 가고 싶어. 그런데 돈이 없어.'

한 달에 두 냥밖에 벌지 못하는 사람은 삼천 냥 하는 칼을 가질 자격이 없었다.

향긋하고 맛있는 주양완자가 그릇 안에 있었지만 갑자기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소육자는 즐거움을 잃었다. 그는 입맛 없이 주양완자를 다 먹고 풀이 죽은 얼굴로 소갑과 함께 돌아갔다.

길에서 소갑은 소육자를 위로하려고 자기의 저금이 '이백 냥'밖에 안되어 좋은 철로 만든 도구 칼을 사려면 멀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금이 열 냥밖에 안 되는 소육자의 마음에 또 한 번 칼을 꽂은 격이었다.

소육자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난 후회돼! 난 우리 맹주를 따르지 말았어야 했어. 우리 맹주가 가난해서 나도 가난한 거야. 너와 네 스승을 봐. 너희들은 월 누님을 따르잖아. 월 누님이 부유하니까 너희들도 부유한 거야……. 엉엉엉, 내가 잘못한 거야! 난 그때 변경에서 월 누님의 다리를 꽉 잡고 놓지 않는 거였어."

"수 맹주가 확실히 가난하긴 해. 넌 애당초 좀 아쉬웠어."

소갑은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앞으로 수 맹주와 좀 거리를 둬. 내가 들은 바로는 가난은 병이래. 전염도 된대."

그는 애초에 변경에서 무림맹의 사람들이 소란을 피운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무림맹에서 사람을 한 무리 조직하여 대장군부로 들어가 잠 맹주를 구한다고 설쳤다. 그 탓에 그들 천궁각의 제자들까지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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