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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91)화 (691/1,004)

691화 청주에서 온 상인들

소식이 퍼지자 전체 관성이 들썩였다. 다들 더 이상 표호의 일을 토론하지 않았다. 분분히 무역지역의 일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평민 백성들도 더없이 흥분되었다.

이렇게 큰 무역지역을 지으려면 분명 일손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 관성의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우세를 차지하고 있으니 어찌 되어도 그들을 먼저 고려할 것이다.

관성의 부모관인 온조 온 대인도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월령안이 돈을 내고 무역지역을 건설할 것이라고 선포한 뒤, 온조는 직접 월령안을 찾아가 관성의 백성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해 일손을 돕게 하는 일을 상의했다.

확정을 한 뒤, 온 대인은 관청에 고지를 내려 민심을 안정시켰다.

일순간, 전체 관성의 백성들은 모두 온조를 백성들을 보살피고 백성을 위해 일을 하는 좋은 관리라고 찬양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온청천(溫青天)이라 불렀다. 온조의 명성은 관성에서 전례 없는 높이에 도달했다. 온조를 찬양하지 않는 관성의 백성은 없었다.

온조는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아주 기뻤다. 그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리를 한 것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백성을 위한 것이었고 백성의 편을 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금 그 첫걸음을 뗀 것이었다.

그러나!

월령안이 무역지역을 짓겠다고 선포한 뒤로, 연속 대여섯 날이 흘렀지만 월령안을 찾아와 공사를 도맡겠다는 상인이 없자 온조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고지가 붙었는데 무역지역은 짓지 못하니 또 조정이 그의 책임을 물을까 걱정되었다. 관성의 백성들도 그의 약점을 찌르려고 했다.

온조가 조급할 뿐만 아니라 관성의 백성들도 조급해졌다.

'무역지역을 시작한다면서? 우리들을 고용해 공사를 돕게 한다면서? 우리가 집안의 일을 다 마쳤는데 왜 한참 지나도록 소식이 없는 거지? 혹시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닐까?'

관성의 백성들은 조급해졌다. 성미가 급한 사람은 태수부에 쳐들어가 따지고 들었다. 온조는 그 사람을 달래고 확실하게 보장했다. 그러나 무역지역을 도맡겠다고 찾아오는 상인이 없자 온조도 자신감이 바닥을 쳐서 신분도 개의치 않고 월령안을 만나러 달려갔다.

그가 달려갔으나 허탕을 치고 말았다.

월령안은 사람을 마중하러 성을 나갔다고 했다. 그녀가 맞이하는 사람은 청주에서 오는 대상인인데 한 사람이 아니라 족히 삼사십 명이 된다고 했다.

"청주의 상인? 언제 일이냐? 난 왜 몰랐느냐?"

온조는 멍한 얼굴을 했다.

"대인, 월 회장께서 이 일을 말씀하셨어요. 그분께 상인 친구가 몇 명 있는데 무역지역에 관심이 있다면서 며칠 안에 관성에 올 거라면서요."

하인은 낮은 목소리로 온조를 일깨워 주었다.

그들의 대인은 최근에 표호를 사기 위해 돈을 마련하고 조정과 말장난을 하느라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인의 귀띔을 들은 온조는 정말 이런 일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아이쿠, 내 정신 좀 봐. 괜히 걱정했잖아."

월령안은 일을 행함에 있어 조리가 있었기에 허점이 생길 리 없었다. 당사자인 그가 얼떨떨한 것이었다!

온조는 괜히 속을 썩인 것이었다. 월령안이 무역지역을 짓겠다고 선포를 했다는 것은 당연히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전에 갑자기 무역지역을 짓겠다고 선포한 것은 표호의 정보가 누출된 데다가 당분간 표호를 발행할 수 없자 다른 일로 관성 백성들의 주의력을 끌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상인을 불러들여 무역지역을 짓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관성의 백성들뿐만 아니라 부자들도 무역지역을 짓는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심지어 어떻게 관성 현지의 부유한 상인들과 외지 상인들의 이익을 균형 있게 맞출까 생각도 해 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닷새나 기다렸지만 관성 현지의 부자 상인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실망했다.

관성의 상인들은 상업적 기회에 전혀 예리하지 못했다. 이곳이 이렇게 가난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청주의 상인들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미 관성에서 무역지역에 관한 이야기가 잘 되고 있다고 전하자 청주 태반의 상인들이 모두 왔다.

청주의 상인들뿐만 아니라 서남의 양, 송 두 가문도 사람을 보내왔다. 심지어 부삼 나리도 사람을 보냈다.

부삼 나리의 사람은 월령안을 보자마자 반은 농담, 반은 진담을 하듯 말했다.

"우리 셋째 나리께서 말씀하셨어요. 집에 형제가 많아 형제들을 위해 아내를 맞이할 돈을 마련해야 하신댔어요.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우리도 놓치지 않을 거라고요. 그렇지만 월 가주,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도 욕심을 부리지 않을 거예요. 월 가주께서 고기를 드신다면 우리에게 국물을 좀 남겨 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이 나온 이상, 월령안은 어떻게 해도 부삼 나리의 사람을 돌봐 주어야 했다. 좋은 일, 돈 버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상대방을 불러야 했다.

청주의 사람들이 오자 월령안은 일손이 부족하지 않았다. 돈이 부족할까 봐 걱정할 일은 더욱 없었다.

관성 현지의 상인들이 그녀한테서 무역지역의 건설을 도맡을 생각이 없다 해도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좌우간 관성 현지의 사람들을 불러서 일을 시킬 것인데 어떻게 해도 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청주의 이 상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돌과 목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목재와 돌에서도 돈을 벌 수 있었다. 이 일은 그 상인들에게 엄청난 좋은 일이었다.

청주의 상인들은 상업적 기회에 아주 민감했다. 월령안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무역지역의 잠재력을 보았다.

월령안이 무역지역 전체의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그 주위의 토지와 구역 안의 가게 자리를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청주의 상인들은 모두 미쳐버렸다. 그들은 분분히 돈을 바라지 않고도 월령안을 위해 무역지역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사가 완성되면 월령안이 우선적으로 그들에게 무역지역 안의 가게 자리를 팔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시장 가격으로 살 것이며 절대 월령안을 난감하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무역지역 안의 가게 자리가 아니어도 된다고 했다. 무역지역 밖의 점포라도 좋다고 했다. 아무튼 그들은 무역지역의 장사를 놓칠 수 없었다. 그들은 무역지역을 짓는 데 버는 돈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청주의 상인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땅 한 곳, 자리 하나를 빼앗기 위해 분분히 월령안과 얘기를 나누며 감정을 이용하려고 했다.

이 사람들이 관성에 온 것은 월령안을 좋게 보았기 때문이고 월령안의 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오기 전에는 이것이 괜찮은 사업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오면 틀림없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나 오지 않고 놓쳐도 아깝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것이 이토록 큰 사업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무역지역의 사업이 정말 시작되면 그것은 작은 밑천으로 큰돈을 버는 것이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온 것을 더없이 다행으로 여겼다.

안씨와 달리…….

그때 가장 먼저 나서서 월령안을 옹호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월령안을 따르면서 국이라도 얻어먹고 있을 때, 안씨는 아무것도 얻어먹지 못했다. 그들은 정말 생각만 해도 기뻤다!

함께 돈을 버는 방식이 바로 월씨 가문의 처사 방식이었다. 월령안은 이것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사람들이 땅과 점포를 사겠다고 제기했을 때, 월령안은 즉석에서 표호를 내놓고 사람들더러 사라고 했다.

"무역지역 안의 가게 자리와 밖의 그 땅을 어떻게 팔지 전 아직 내놓을 만한 규정이 없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어요. 바로 무역지역에서 전 은표가 아닌 월씨 가문의 표호만 인정할 거라는 것을요. 땅을 사고, 점포를 사려면 반드시 월씨 가문이 처음으로 발행하는 표호만 소용이 있어요. 다른 것은…… 은표가 아무리 많아도 전 팔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은 차갑고 딱딱하게 말했다. 절대 사적인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공적인 일을 공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자세였다.

청주의 상인들은 이 말을 듣고 월령안이 맨손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의도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들의 돈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자기 사람으로 여기지 않자 하나같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바로 월령안의 말 한마디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다!

한 무리의 상인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것은 이익밖에 없었다.

상인들이 너에게 의리를 지킬 것을 기대하지 말고 그들이 너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월령안은 이 도리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가 공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자세에 불만을 품자 월령안도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상인들이 따지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여러 숙부님들 모두 저와 처음 왕래를 하는 게 아닐 거예요. 제가 어떤 성격인지 다들 아실 거예요. 저 월령안은 제 사람들을 절대로 섭섭하게 하지 않아요. 무역지역의 표호도 좋고, 대외적으로 파는 점포도 좋고 그건 모두 제가 남한테 파는 것이지 제 사람들한테 파는 게 아니에요.

전 진작에 여러 숙부님들을 제 사람으로 여겼어요. 무역지역을 계획할 때부터 전 미리 온 태수와 상의하여 특별히 한 곳을 표기했어요. 이 부분은 바로 여러 숙부님들께 남겨 드리는 거예요. 숙부님들께서 귀찮지 않으시다면 저와 함께 무역지역의 모형을 보러 가시죠. 제가 숙부님들께 남긴 자리가 마음에 드시는지 한번 보세요."

월령안은 먼저 일어서는 것으로 성의를 표시했다.

청주의 상인들은 이를 보고 월령안이 대충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들에게 자리를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같이 화를 거두고 기뻐하며 분분히 일어났다.

"귀찮지 않소. 귀찮지 않소. 회장, 우리 지금 보러 갈 텐가?"

그들은 당연히 월령안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 사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직접 보지 않는다면 결국 안심이 되지 않았다.

"숙부님들 절 따라오세요."

이 상인들은 진정으로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왕래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주 부유했다. 그녀도 기꺼이 좋은 자리를 그들에게 남겨 주려 했다.

좋은 자리는 고가를 의미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것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몇 걸음만 사이 두고 있을 뿐인데 돈을 일 할조차도 더 지불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인들은 그럴 수 있었다.

공숙무의 모형은 태수부에 있었다. 월령안이 청주 상인을 초대한 것은 그녀가 관성에 임시로 마련한 저택으로 태수부로부터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다.

이만한 거리를 마차로 움직이는 것도 귀찮은 것이라 일행은 아예 걸어갔다.

저택을 나서자마자 청주의 백성들은 월령안의 거처 밖에 장병들이 자주 순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순찰하는 장병들은 하나같이 늠름하고 젊으며 기운이 넘쳤다. 보기만 해도 활기찼다.

월령안이 나가자마자 순찰하던 군관들은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특별히 다가와 월령안에게 인사를 했다.

"월 회장!"

"월 낭자!"

하나같이 싱글벙글 웃으며 친근감을 지니고 있었다. 월령안과의 사이가 아주 좋은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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