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90)화 (690/1,004)

690화 부자가 된다!

"당신…… 이건 너무 무섭잖아요."

듣기만 하는데도 온조는 온몸이 덜덜 떨리고 소름이 끼쳤다.

'이게 좋아하는 거야?

이건 사무치는 한이 있는 거잖아?'

"무서우세요? 전 아직 얘기를 마치지 않았는데요."

월령안은 억울한 얼굴을 했다.

"또, 또 있어요?"

온조는 숨을 들이쉬었다.

'내 친구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월령안같이 악독한 여인을 만난 거야?'

"가학적인 사랑을 해서 절대 절 떠나지 못하게 하는 거죠. 물론, 육장봉을 아주 비참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그가 제 헌신에 감동을 받겠죠. 예를 들면 그의 부인 신분으로 그에게 적국과 내통하는 매국노의 죄명을 뒤집어씌워 세상 사람들이 그를 욕하고 손가락질하게 하는 거죠.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버릴 때, 전 그의 편에 서서 그를 믿는 거죠. 그러면 그가 절 버릴 수 있겠어요?"

월령안은 눈을 깜빡이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온조는 이미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야 겨우 마음속의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었다.

"월 회장, 표호의 일은 생각대로 하세요. 전 절대 간섭하지도 않고 개입하지도 않을게요. 약속하죠!"

그는 월령안이 자기에게 '계략'을 꾸밀까 두려웠다.

월령안은 정말이지 너무 잔인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녀가 만약 애초에 육장봉에게 계략을 꾸미고 싶었다면 육장봉이 아무리 그녀를 경계해도 결국에는 시달려 반죽음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월령안의 버리지 않음에 감격해야 했을 것이다.

잔뜩 겁을 먹은 온조의 모습을 보자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온 태수…… 첫 번째 표호를 좀 사지 않으시겠어요? 처음으로 발행하는 표호는 다른 것과 달라요. 무역지역을 저당 잡히고 발행하는 표호예요. 월씨 가문의 표호는 일 년 뒤에 백 장마다 열 냥씩 더 얹어서 회수할 거예요. 작은 돈으로 큰 이익을 얻는 장사인데 좀 해 보시겠어요?"

'온 태수가 이토록 귀여운데 내가 온 태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아쉬울 거야.'

월령안은 온조가 돈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가난할 줄은 몰랐다!

그녀가 발행하는 첫 번째 표호는 무역지역의 점포를 사는 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일 년 뒤, 무역지역의 점포는 대외적으로 판매할 수 있으나 표호로만 구매할 수 있었다. 표호가 없다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팔지 않을 것이다.

만약 표호가 있으나 점포를 사고 싶지 않다면 일 년 뒤에는 돈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 또 아주 높은 수익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첫 번째의 표호를 사면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올해 무역지역의 경영이 잘 되어 사람들이 무역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좋게 본다면 표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점포를 사고 싶으나 표호가 없는 상인들이 두세 배의 가격으로 표호를 사는 것도 희한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온조가 육장봉의 좋은 벗인 것을 봐서 월령안은 이 잠재적인 이익을 하나하나 온조에게 설명해 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조는 표호 천 냥을 사려던 데서 만 냥으로 올렸을 뿐이었다.

"저한테는 돈이 이것밖에 없어요. 제 전부 재산이에요. 한 푼도 더 없어요."

온조는 사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월령안이 말한 무역지역을 아주 좋게 바라보고 있었고 월씨 가문의 표호에도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가난하면 포부가 작은 법!

"대인은 참…… 가난하네요!"

월령안은 돈을 받고도 온조를 무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당한 봉강대리(封疆大吏 - 지방의 수석 장관)가!

그녀는 양광(兩廣 - 광동과 광서를 가리킴.), 양강(兩江 - 절강과 강소를 가리킴.)을 다녀보았다. 봉강대리는 물론, 일개 지부라도 하나같이 팔만, 십만 냥은 거뜬히 내놓았다. 온조의 전 재산인 만 냥은 그녀의 안목을 길러 주었다.

'이 세상에 이렇게도 가난한 봉강대리가 있다고!

다행히 그녀도 온조가 얼마를 사는지에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온조가 샀고 그녀는 온조를 간판으로 월씨 가문의 표호를 판매할 수 있었다.

월령안은 모든 것을 계획해 두었다. 순서대로 실시만 하면 되었다. 그녀가 온조를 간판으로 내세우며 구경하는 상인들과 백성들을 설득해 스스로 돈을 내고 월씨 가문의 표호를 팔려고 나설 때였다. 척연이 은전을 담은 큰 상자 하나와 은표를 담은 작은 함 하나를 가지고 찾아왔다.

척연은 물건을 월령안의 앞에 두고 직설적으로 입을 열었다.

"제수씨, 이건 우리 군의 모든 장병들이 모은 돈이에요. 모두 백십이 만 냥이에요! 제수씨, 저한테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그 표호는 정말 돈을 벌 수 있나요?"

"척 수비, 지금 뭐 하시려는 건가요?"

월령안은 이미 짐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좋아, 표호를 누구에게 팔아도 파는 거지. 돈을 벌 것이 뻔한 장사인데 자기 사람한테 팔면 당연히 좋지. 그런데 백만 냥이 넘는 돈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그녀는 모두 오백만 냥의 표호를 팔려고 했다. 척연 한 명이 이 할을 차지한다면…….

'관성이 가난하고 관성의 병사들이 힘들다고 하지 않았던가?'

"표호를 사려고 해요!"

그게 아니면 뭐겠는가?

월령안은 난감한 얼굴을 했다.

"표호는 아직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어요."

"온씨한테서 들었어요. 왜…… 제수씨는 온씨에게 팔면서 저한테는 안 파시나요?"

척연의 낯빛이 흐려졌다. 그는 노기등등하게 월령안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우리 같은 가난한 병사를 무시하는 건가요? 우리가 온씨처럼 내세울 게 없다고? 좋은 사업이 있는데 우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 해도 우리가 찾아오기까지 했는데도 거절하실 건가요?"

월령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척 수비께서 생각이 과하셨습니다. 제가 그 표호를 누구에게 팔아도 파는 거죠. 제가 온 태수에게 말씀드린 것은 우리가 마침 표호의 일을 상의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수비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허황된 소리를 할 수가 없어서였어요. 적어도 표호가 나와야 알려드릴 게 아니겠어요?"

"제수씨가 우리에게 팔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면 됩니다!"

척연은 낯짝이 두꺼웠다. 화를 내고는 해명을 해 주었다고 바로 웃음을 지었다.

월령안이 수그러들자 그는 바로 열정적으로 웃음을 지었다.

"제수씨,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같은 편이에요. 제가 제수씨를 믿지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표호가 발행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먼저 약속하는 거죠. 이건 모두 백십이 만 냥이에요. 우리도 제수씨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이 가치의 포호를 저희에게 주시면 됩니다. 한 냥, 두 냥짜리 액면 가치가 낮은 표호를 많이 주세요. 우리가 나누기 쉽게요."

돈을 문 앞까지 들고 왔는데 월령안은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대범하게 돈을 받았다.

"대인과 여러 장병들의 믿음에 감사드려요. 대인과 여러 장병들께서 걱정하지 마세요. 저 월령안은 절대 당신들이 손해 보게 하지 않을 거예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제수씨의 이 말 한마디면 우리는 시름을 놓을 수 있겠어요!"

척연은 기쁜 얼굴을 했다. 그는 더 이상 가치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돈을 벌 수 있다면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순식간에 큰돈을 벌게 될 줄 몰랐다. 월령안이 관성에서 크게 장사를 하니 그들은 뒤에서 따라다니며 국물만 얻어먹어도 되었다.

"제가 영수증을 써 드릴게요."

이렇게 큰돈을 월령안도 맨입으로 아무런 증명도 척연에게 주지 않고 받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즉석에서 영수증을 쓰고 개인 도장을 찍었다.

"대인, 걱정하지 마세요. 제 개인 도장의 효력은 월씨 가주의 공장(公章)과 같아요."

심지어 그것보다 더 소용이 있을 수도 있었다. 월씨 가문의 많은 재산들은 모두 사적인 것이며 드러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재산들은 개인 도장만 취급하지 가주 도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걱정 안 해요, 걱정 안 하고말고요! 제수씨가 계시는데 제가 무슨 걱정할 것이 있겠어요?"

척연은 영수증을 가지고 즐겁게 군영으로 돌아갔다.

군영에 도착하자, 척연은 군관들과 병사의 우두머리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였다.

"대인, 일은 잘 해결되었나요? 월 회장이 표호를 우리에게 팔겠대요? 우리는 살 수 있는 거예요?"

사람들은 척연을 둘러싸고는 표호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물어보았다.

척연의 손에 든 영수증을 보자 사람들은 날뛰면서 환호했다.

"부자가 된다! 부자가 된다!"

"대인은 역시 대인이시네요. 표호가 아직 발행도 되지 않았는데 대인께서 표호를 손에 넣으셨네요. 이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에요!"

군의 장병들은 기뻐 날뛰었다. 그들은 황제가 상을 내린 것보다 더 기뻐했다. 척연은 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차마 훈계하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표호 이 물건이 큰돈을 벌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제수, 그러니까 월 회장이 약속했어. 일 년 뒤, 백 냥당 적어도 열 냥씩 더 번다고.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틀림없이 믿지 않겠지만 제수의 말은 믿는다고."

"우리들도 믿어요."

그들은 많이 벌 생각이 없었다. 일 년 뒤에 동전 몇 푼 더 벌고, 은전 몇 냥 더 벌어도 충분했다.

어차피 가만 쓰지 않고 모아만 두고 있었는데 표호로 바꾸어 돈을 벌 수 있다면 어찌 좋지 않겠는가?

척연이 통 크게 월령안을 찾아 표호를 구매한 일과 관가가 관성에 무역지역을 설립한다는 소식, 무역지역의 집과 가게들은 월씨 가문의 표호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관성에 퍼졌다.

"못 들었어? 우리 대인도 다 샀대. 그 표호는 진짜야."

"월씨 가문에서 발행하는 그 표호는 나중에 배로 뛸 수 있대. 나한테 인맥이 있어서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은 표호를 살 수 있어. 너희들……."

"가자, 가자, 가자. 우리 가면서 얘기하자고."

관성의 백성들은 순식간에 활발해졌다. 그들은 매일 거리를 누비며 표호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물론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기도 했지만 손을 내밀기도 전에 월령안에게 한 방 얻어맞았다!

월령안은 무역지역을 짓겠다고 선포했다!

또 그녀는 돈을 내어 전체 무역지역을 다른 상인들이 건설을 맡게 하겠다고 했다.

월령안은 무역지역을 백 개 이상으로 나누고 각각의 구역마다 요구 조건과 공사 기간을 엄격하게 표시하였다. 자신이 있는 상인이라면 모두 그녀와 가격을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

얘기가 잘 되면 계약서를 체결하고 그녀는 첫 번째 돈을 지불하여 그들이 공사를 시작하게 했다. 전체 공사 기일이 완성되고 검수에 합격하면 그녀는 남은 돈을 모두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절대 연체하지 않을 것을 관청에서 보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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