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화 그런 것도 계략인가요?
전쟁을 치르느라 황제의 개인 창고도 텅 비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황제는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조정 대신들이 싸우지 않는 이상, 모르는 척 눈감아 줄 것이다.
"제가 만약 이 일을 조정에 보고했는데 조정에서 사람을 파견해 온다면요?"
관리 사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월령안이 그보다 적게 아는 것 같지 않자 온조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는 공들인 일을 다른 사람이 홀랑 성과를 가져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월령안이 기다리던 것이 바로 이 말이었다. 그녀는 바로 장담했다.
"대인, 걱정하지 마세요. 전 변경에서 인맥이 좀 있어요. 이 상주서가 제기는 되나 과도하게 주목받지 않게 될 거라고 장담할게요. 대인이 관성에서의 임기에 관해서는 감히 장담하지 못하겠네요. 그래도 관성의 태수를 한 임기 더 하시겠다면 절대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월령안은 가볍게 웃었다.
"더 좋은 갈 곳이 생긴다면 대인께서도 이런 춥고 고생스러운 곳에 남아 있으려 하시지 않으실 테니까요."
온조는 관성에서 한 임기만 더 하면 정치 성적을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성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높게 승진할 것이다.
조정의 중추 대신이 될 수 있는 승진의 기회가 있는데 온조가 돈이 아주 부족한 것이 아니라면 절대 관성에 남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뭘 믿고 장담하는 거예요? 최씨 가문? 아니면 장봉이?"
온조는 비웃음을 띤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 두 가문의 인맥은 그도 있었다. 월령안에게 인정을 빚질 필요가 있겠는가?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상냥하게 말했다.
"월씨 가문의 표호를 믿는다고 하면 대인께서는 믿으실 건가요?"
이것이 그녀가 왜 반드시 관성의 무역지역에서 월씨 가문 표호의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였다.
월씨 가문이 표호를 통제한다는 것은 무역지역을 통제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네 나라의 무역 시장이 시작되면 월씨 가문의 표호로만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수천만 냥의 월씨 가문의 표호가 발급된다면 조정은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하여, 월씨 가문의 표호가 폐지로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가를 아끼지 않고 월씨 가문 표호의 지위를 수호할 것이다.
그녀는 다 같이 돈을 버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원한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였다.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자기의 장사를 빼앗는 사람의 손을 잘라버릴 것이다!
온조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월령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괴물을 보는 것과 같았다.
"당신 정말 열여덟 살 맞아요?"
'이게 무슨 머리야?'
월령안이 표호를 내놓아도 그는 표호가 이렇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처음부터 생각해 두었다.
월령안이 이런 머리로 장사가 아니라 관리를 한다면 여야 모두를 휘어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곧 열아홉이 됩니다."
온조의 귀띔에 월령안은 육장봉이 그녀의 열아홉 생일 선물로 무엇을 줄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지난 십팔 년의 생일 선물로 육 대장군은 기세가 대단하고 기발한 것들로 보냈기 때문이었다.
"무슨 차이가 있어요?"
온조는 월령안에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이 머리로 왜 장봉을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어요? 왜 장봉이 당신을 내치게 했어요?"
월령안은 잠깐 멍해졌다가 말을 이었다.
"예전에…… 전 그에게 계략을 쓰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내가 육장봉에게 이혼당한 일은 지나갈 수 없는 거야?'
"지금은요?"
온조는 비록 무심결에 물어보는 듯해도 실은 탁자 아래에 둔 손이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월령안에 대한 장봉의 깊은 애정은 장봉 스스로도 모를지 모르지만 방관자로서 그들은 똑똑히 보았다.
육장봉이 월령안에 대한 감정은 뜨겁고 짙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이와 반대였다.
월령안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
마치 그녀에게는 장봉이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비칠 만큼 냉정했다.
친구로서 그들은 당연히 육장봉이 미인을 얻기를 바라지만 그의 감정이 다른 사람의 계략 속에 있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온조는 무심결에 물어본 것처럼 깊은 의미와 궁금증을 전혀 담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를 힐끗 보고는 그의 갑작스럽게 날카로워진 시선을 모르는 척 담담하게 반문했다.
"필요가 있나요?"
온조는 모르지만 월령안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애초에 육장봉에게 많은 정성을 쏟았었다.
그러나 감정은 계략으로도 얻을 수 있었으나 그녀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 더 좋았다.
필요하냐고?
담담하기 그지없는 말투가 월령안의 담담한 얼굴과 어우러지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세상 물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육장봉의 친한 친구의 온조의 눈에는 월령안이 오만하고 다른 사람을 낮잡아 보며 경멸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왜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의 친구인 육장봉은 무려 주나라의 사람들이 다 존경하는 전신이자 주나라 으뜸가는 좋은 사내였다. 주나라로 놓고 말하면…….
아니!
온 천하에 육장봉에게 시집오고 싶어하는 여인이 얼마나 많을지 모른다. 또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육장봉의 관심을 받으려고 꿍꿍이를 꾸미고 수단을 사용할까?
월령안이 이 필요 없다는 한마디는 육장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표호에 관한 일로 온조는 화를 참고 있었다. 그는 계속 월령안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때, 월령안의 필요 없다는 말을 듣자 온조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
"월 회장, 당신은 전에 장봉에게 계략을 쓰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만약 쓰셨다면 어떻게 하셨을 건가요? 수를 써서 장봉을 접근하는 여인들을 모두 쫓아버리고 기회를 틈타 애를 낳아 육씨 가문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셨을 건가요?"
그의 머릿속에서 변경의 어린 낭자들은 평소에 다들 이런 수단을 썼다.
하나같이 자기가 대단한 줄 알았지만 머리가 있는 남자라면 한눈에 그녀들의 꼼수를 꿰뚫어 본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만약 그 삼 년 동안 그녀가 꼼수를 부려 변방으로 갔다면, 또 거기서 육장봉과 일을 벌여 엎지른 물이 되었다면, 그러다가 애라도 생겼다면, 육장봉의 책임감으로 아무리 못해도 월령안을 평생 보호하며 그녀를 아내로 존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었다. 월령안은 절대 육장봉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육장봉이 얼마나 똑똑한데 월령안이 계략을 쓴다면 그가 모를 수 없었다.
"그런 것도…… 계략이라고 할 수 있나요?"
월령안은 온조의 말을 듣고 한참이나 멍해졌다.
꼼수로 다른 여인을 쫓아버리고 아이를 낳아 자기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수단은 너무 얄팍하고 거칠었다. 그녀가 육씨 가문에서 삼 년 동안 한 것보다 못했다.
적어도 그녀는 육씨 가문에서 육씨 가문 전체를 '살뜰히 보살폈다.' 육씨 가문의 곳곳에 그녀의 흔적이 남아 그녀가 떠나더라도 육씨 가문에서는 그녀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육씨 가문을 떠나더라도 누구도 그녀를 대체할 수 없었다. 또 쉽게 그녀의 흔적을 지울 수도 없었다.
"이것이 계략이 아니면 뭐가 계략인데요?"
'여인에게 또 무슨 계략이 있겠는가?'
"계략이라……."
월령안은 웃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만약 제가 육장봉에게 계략을 꾸몄다면 육장봉은 분명 제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예를 들면요?"
온조는 월령안이 육장봉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월령안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딸이 있었다. 비록 그의 딸은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 배워도 이른 것이 아니었다.
그의 딸이 쓰지 않는다 해도 그의 아들이 쓸 수 있었다.
만약 그의 아들이 월령안처럼 대단한 여인을 만났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면 괴롭힘을 당해 죽을지도 몰랐다.
"예를 들면 그를 망가뜨리는 거죠! 그에게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들어 꽉…… 가두는 거죠. 그가 평생 저한테서 벗어나지 못하게요."
월령안은 아주 가볍게 말했으나 온조는 소름이 끼쳤다.
"그를 망가뜨린다고요? 가둔다고요? 어떤 식으로 망치는데요? 어떻게 가두는데요? 어떻게 장봉이 당신한테 홀딱 빠져서 마음이 변하지 않게 하려는 건데요?"
"아주 쉬워요……. 그는 전쟁을 하고 있었잖아요. 저한테는 그의 발목을 잡을 방법이 많아요. 그가 패전하게 하는 거죠.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게요. 만약 그가 중상을 입었거나 목숨이 위태로우면 더 좋고요. 그럼 전 이것을 이유로 변방에 그를 찾으러 가는 거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를 지키는 거죠. 제 자신을 초라하게 보이게 만드는 게 가장 좋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의 지고지순과 포기하지 않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게 하는 거예요."
월령안은 이 말을 하면서 줄곧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비웃음과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으나 또 비웃음을 담고 있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육장봉이 감동받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감동을 받을 거예요. 제가 그를 위해 한 모든 것에 감동하겠죠. 비록 제가 보기에는 이렇게 함께 있고 지키는 일은 의원과 하인들도 할 수 있어요. 가주 부인이 나설 필요가 전혀 없죠. 그런 시기에는, 가주 부인으로서 육장봉에게 일이 생겼을 때, 전체 육씨 가문을 떠안아야 해요.
육장봉을 위해 군에서의 사무를 떠안고 육씨 가문에 기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육씨 가문이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야 해요. 그러나 세상 사람들 눈에는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제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그 남자만 위해서 살며 자기 자신은 전혀 없는 여인이야말로 진정 그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보여지죠."
온조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미안하네. 나도 바로 그 세상 사람들이네.'
그는 듣기만 해도 상상이 갔다. 만약 그였어도 이렇게 그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여인이 중상을 입은 그를 지킨다면 감동받을 것 같았다.
"됐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계속 얘기하죠. 제가 육장봉에게 어떻게 계략을 쓸 건지."
월령안은 자기 마음속의 악독한 모습을 온조에게 말해 주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만약 제가 좀 더 모질었더라면 저는 철저하게 육장봉을 망가뜨렸을 거예요. 육장봉의 몸을 망가뜨렸을 것이고 육장봉의 자신감을 망가뜨렸을 거예요. 그를 맹인, 귀머거리, 불구로 만들고는 그와 함께 있고, 격려하고 그를 위해 명의를 찾아다녔을 거예요. 그와 함께 인생의 바닥을 벗어날 거예요. 이렇게 되면 육장봉이 나중에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도 절 포기하지 못할 거예요. 그가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여인을 버리는 일은 세상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책임감이 허락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