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7화 공숙무의 설계
두 번째였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 월령안이 그의 가난을 비웃은 것이.
월령안과 비한다면 그는 정말로 가난했다. 그러나 장인 한 명에게 돈을 지불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온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월 회장께서 포기하신다면 전 절대 공숙 선생을 섭섭하지 않게 챙기겠다고 장담하지요."
장인 한 명일 뿐이었다. 황제를 위해 황궁이나 별장을 지어도 한 달에 수십 냥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어찌 돈을 지불하지 못하겠는가.
"공숙 선생의 기본 녹봉은 일 년에 금 백 냥입니다. 그리고 절 위해 일을 한 가지씩 새로 하실 때마다 보수가 따로 있지요. 구체적으로 얼만지는 온 대인께 말씀드리지 않겠어요. 저는 온 대인께 제가 공숙 선생이 무역지역을 공사하는 데 드리는 돈은 절대 그의 일 년 치 녹봉보다 적지 않다고밖에 말씀드리지 못하겠네요."
월령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고개를 돌리고 떠나갔다. 온조의 놀라고 경악하며 의아한 표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큰돈을 들여 장인 한 명을 쓴다고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공숙무는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해마다 금 백 냥이 되는 돈을 들여 장인 하나를 쓰고 그 장인이 일을 할 때마다 돈을 더 준다. 또 그 한 번의 보수도 금 백 냥보다 적지 않다!
온조는 월령안의 큰손에 깜짝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길 가는 내내 어리둥절하여 자신이 어떻게 태수부로 돌아간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의 일 년 치 녹봉은 은전 백 냥뿐이었다.
'난 힘들게 수십 년 글공부를 한 고중(高中 - 과거 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함)에, 진사(進士)인데 내가 장인 하나보다 못해?'
온조가 경악한 만큼, 월령안을 성 밖까지 호송하던 열여덟 명의 미혼 장병들은 흥분했다!
월 회장은 장인 한 명을 고용해도 보수로 일 년에 금 백 냥을 지불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젊고 싸움도 잘하니 만약 월 회장의 눈에 든다면 금 백 냥은 몰라도 일 년에 금 열 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한 미혼 장병들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월령안을 마차에서 끌어내 자신들의 '용맹함'과 '멋짐'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월령안은 마차에서 줄곧 공숙무와 얘기를 했다. 일행이 태수부에 도착하자 마차는 바로 저택 안까지 들어갔다. 미혼의 장병들은 월령안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월령안 앞에서 실력을 드러내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 장병들은 풀이 죽지 않았다. 오히려 투지가 더욱 불타올랐다.
월령안이 바로 관성에 있었다. 당분간 분명 떠나지도 않을 것이니 그들은 언제든지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월령안은 공숙무에게 하루 동안 휴식할 시간을 주었다. 이튿날에 그녀는 공숙무를 데리고 현장으로 시찰하러 갔다.
월령안은 미리 사람을 보내 관성에 도착한 뒤, 곳곳을 관찰하게 했다. 그리고 관성의 지형도를 그려 공숙무에게 주었다. 공숙무가 미리 관성의 지형과 토지의 질에 따라 무역지역과 주택 구역을 그려내게 했다.
공숙무의 실력은 월령안이 해마다 금 백 냥씩 받아 가는 가치를 충분히 발휘했다. 그는 관성의 지형도만 보고도 월령안이 원하는 무역지역을 그려냈다.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방어도 고려한 결과였다.
다만 도면지를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자세한 부분은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본 뒤에야 더욱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
공숙무는 사흘의 시간을 들여 월령안이 정한 몇 곳을 한번 돌아보았다. 또 소갑과 소육자더러 지형을 다시 한번 재라고 했다.
가장 완벽한 측량 자료를 얻은 뒤, 공숙무는 서재에서 사흘 밤낮을 두문불출했다.
사흘 뒤, 그는 온조가 트집을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완벽한 무역지역의 모형을 만들어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십리타(十裏垛)에 세울 무역지역이라고?"
척연은 모형을 보더니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공숙무의 설계에 따라 건물을 짓게 되면 군사적으로도 완벽하게 지형을 이용할 수 있었다. 방어 요충지로서 이보다 더 완벽하게 십리타에 어울리는 설계는 없을 것 같았다.
공숙무의 생각대로 무역지역을 만들면 관성은 돈벌이뿐만 아니라 방어선도 생기게 된다.
"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십리타에 지을 무역지역이에요. 척 수비께서 보시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우리도 고칠게요."
월령안은 척연의 반응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공숙무의 재능을 본 사람이라면 천궁각이 왜 천궁각으로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천궁각의 대사는 확실히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또 천궁을 세울 만한 재주도 있었다.
"공숙 선생은 아주 대단하시군요. 제가 생각한 것은 공숙 선생께서도 전부 생각하셨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도 공숙 선생께서는 생각해 내셨습니다. 전 일말의 부족한 점도 찾을 수 없겠네요."
척연은 자신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그는 군사 방어만 알지 다른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다.
척연은 시원하게 자리를 온조에게 넘겨주고 온조더러 말하게 했다.
까다롭기로 따지자면 온조야말로 전문가였다.
그러나 온조도 이번에는 트집을 잡을 수 없었다. 몇 곳 이해되지 않는 곳을 숨기지 않고 겸손하게 공숙무와에게 물어보았을 따름이었다.
공숙무는 비록 관가의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두려워했으나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온조가 무엇을 묻든, 그는 모두 유창하게 대답했다. 심지어 온조를 위해 자세하게 시범까지 보였다.
공숙무가 직접 시범을 보며 알려 주자 온조와 척연은 그제서야 공숙무가 설계한 모든 기관이 눈앞의 모형에 그대로 실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숙무가 온조, 척연에게 설명할 때, 화살 장치와 칼 장치를 열어 공숙무가 제조한 작은 화살과 작은 칼이 날아오며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의 몸에 박혔다.
"무역지역에는 문이 네 개 있습니다. 각각 주나라, 서하(西夏), 북요와 금나라 상인들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문 네 개는 모두 네 나라의 방향과 마주하고 있어 각 나라 상인들은 자기 나라와 인접한 곳의 문으로밖에 입성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서하, 북요, 금나라 세 문에는 제가 각각 단용석(斷龍石 - 고대 황제의 묘 위에 두는 천 근 이상의 돌)을 설계해 두었습니다. 일단 필요가 있다면 무역지역은 바로 봉쇄됩니다. 누구도 드나들 수 없습니다."
단용석은 한번 내려놓으면 다시 거두어 갈 수 없었다. 공숙무는 척연과 온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하에 대응되는 단용석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보시다시피 대인께서 일단 단용석을 내려놓겠다고 명만 내리신다면 그 누구도 나갈 수 없습니다."
"좋아! 좋아! 좋아!"
온조는 트집을 잡기는커녕 흥분되어 '좋아' 말고는 다른 말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온조는 더없이 흥분되었다. 그러나 척연은 흥분하면서도 한마디 물었다.
"이게…… 좋기는 좋은데 언제 다 지을 수 있나요? 곧 겨울을 날 텐데요. 관성은 겨울만 되면 날씨가 춥고 땅이 얼어 칼도 그을 수 없어요. 공사를 시작할 수가 없죠. 제가 본 바로는 이 무역지역이 백 묘(畝 - 고대의 면적 단위, 옛 중국의 기준으로 1묘는 약 243㎡) 이상 차지하는데 이삼 년 지나야 공사를 마칠 수 있겠죠?"
척연의 말은 찬물처럼 온조의 마음을 차게 식게 했다.
이삼 년이라…….
원래라면 그도 이삼 년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역지역의 모형이 바로 눈앞에 있는 지금 그더러 이삼 년을 기다리라고 한다면 그는 정말 기다리기 힘들었다. 생각만 해도 화가 났다. 하지만 또 공숙무에게 화를 낼 수는 없어 억지로 화를 참았다.
그래도 공숙무는 온조가 갑자기 내뿜는 위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움츠러들더니 말했다.
"만약…… 월 낭자 쪽에서 따라올 수만 있다면 무…… 무역지역은 석 달 뒤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잠깐만…… 방금 전에 얼마라고 하셨어요? 석 달이라고? 석 달이라고 확신하세요? 삼 년이 아니고? 석 달이라고요? 구십 일인 그 석 달요?"
온조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공숙무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들은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석 달이라고?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공숙무가 미친 건가?'
그러나 공숙무는 진정하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석 달 맞습니다! 월 낭자께서 건설을 맡길 사람만 찾는다면 석 달이면 충분합니다."
공숙무의 확답을 들은 온조는 바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 회장, 건설 청부를 맡을 사람은 어떤 요구가 있나요?"
"온 대인, 무역지역의 건설 청부에 관한 일은 우리 자세하게 얘기하시죠?"
월령안이 기다리던 것이 바로 이 말이었다.
그녀가 공숙무더러 완성된 무역지역의 모형을 만들라고 한 이유가 뭐겠는가?
바로 온조더러 스스로 함정에 뛰어들고 심지어 스스로 그 함정을 메워버려 다시 나올 기회가 없게 하려는 것이었다!
지금 온조는 이미 완전히 함정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돈을 건지는 일은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역지역은 수백 무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실용과 방어를 겸비해야 하니 백만 냥이 없이는 완성될 수 없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해 석 달에 완성하려면 드는 돈이 적어도 한두 배는 더 되었다.
공숙무의 설계로 무역지역은 세 기간으로 나누어 지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무역지역 주체의 건설이었다. 즉 삼백 무를 차지하는 단층 건물과 그것을 둘러싼 장벽이었다.
공숙무가 말한 석 달이면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무역지역 주체의 건축이었다. 나머지 가게, 객잔(客棧 - 여관) 같은 것들은 명년까지 기다렸다가 지을 수 있었다. 이건 돈을 버는 것에만 지장이 있을 뿐, 무역지역을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무역지역 주체의 건설 부분도 공숙무의 설계에서는 백 개가 넘는 부분으로 나뉘었다. 백 개의 부분은 동시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장사꾼들이 품질을 보장하고 공숙무의 도면대로 엄격히 지으면 나중에 하나로 합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속도를 보장하기 위해 각각 다른 상인들이 건설을 도맡는다. 각 상인마다 작은 부분 하나를 맡고 이 작은 부분은 공숙무가 계산해 보았는데 돈만 충분하다면 삼 개월의 공사 기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건 돈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내려진 판단이었다.
"무역지역은 석 달 안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역지역을 짓는 돈은 저도 마련할 수 있어요. 그러나……."
여기까지 말한 월령안은 잠깐 멈췄다가 해맑게 웃었다.
"온 대인의 지지가 필요해요."
"월 회장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직접 하세요. 우리 사이에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온조는 이상하게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나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미 월령안이 판 함정에 빠졌다. 협조하는 것 말고는 뭘 할 수 있겠는가?
"온 대인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직설적으로 얘기 못 할 것이 없긴 하죠."
월령안은 역시 사양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온 대인, 전 무역지역에서 월씨 가문의 표호(票號 - 환업무를 하던 상업 금융 기관)를 발급할 것을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