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6화 내 사람
"당신은 내 사람이오. 내가 당신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를 지키겠소?"
육장봉은 패기 넘치게 말을 하고는 고개를 들어 불쌍한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상으로…… 월령안, 내가 오늘 밤 여기서 자면 안 되겠소?"
월령안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물론 안 되죠!"
"당연히 될 줄 알았소!"
그러나 육장봉은 그녀보다 더 빨랐다. 바로 발을 구르더니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스스로 이불까지 끌어갔다.
"육장봉, 여기는 남의 집이에요. 예의 좀 차리세요."
월령안은 화가 나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또 육장봉에게 눌려 누웠다.
육장봉은 돌아눕더니 월령안을 끌어안았다.
"난 내일 아침에 일찍 떠나오. 걱정하지 마오. 난 당신이 서러움을 당하게 하지 않겠소. 착하지, 잡시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잔다고? 이 상황에 어떻게 자라는 거야?'
옆에 술주정뱅이가 누워서 온몸으로 진한 술내를 풍기는데 그녀가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육장봉은 정말 내일 아침 일찍 가면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한테서 풍기는 술내는 하룻밤은커녕 하루 밤낮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일 아침이 아니라 지금 간다고 해도 태수부의 하인이 내일 아침에 들어올 텐데 방안의 술내를 맡는다면 바로 무슨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정말로 취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멀쩡한 정신에서는 이렇게 멍청한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직접 고른 남자인데 무슨 수가 있겠는가?
월령안은 결국 깨워서 쫓아내지 못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척 계속해서 잘 수밖에 없었다.
옆에 사람이 하나 더 많아진데다 그것도 술주정뱅이라 그녀는 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의외로 월령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심지어 육장봉이 언제 떠났는 지도 몰랐다.
물론, 그녀도 몰랐다. 그녀가 잠이 든 뒤에 '술에 취한' 육장봉이 눈을 뜨고 돌아누워 그녀의 미간 사이에 입을 맞췄다는 사실을.
"나의 신부, 좋은 꿈 꾸시오."
또 육장봉이 떠나기 전에 술 냄새로 가득한 이불을 가져가고 월령안에게 새 이불을 바꿔 줬으며 특별히 밖으로 나가 가장 신선한 꽃과 과일을 따서 월령안의 방에 두어 향을 풍겼다는 것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월령안이 잠에서 깼을 때, 태양은 이미 하늘 높이 솟은 뒤였다. 방안에는 육장봉의 모습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를 제외하고 방안에는 술 냄새가 전혀 없었다. 옅은 과일 향만 풍길 뿐이었다.
옷에 술내가 묻어 있거나 베개에 그녀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이 한 가닥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어젯밤에 그녀의 방에 나타난 육장봉이 환상이었다고 의심이 들 뻔했다.
손에 든 굵고 억센 머리카락을 보면서 월령안은 말할 수 없이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가버리다니. 진지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는 없었던 건가?"
그러나 이슬을 머금은 채로 탁자에 놓인 꽃과 나무에서 딴 것이 분명한, 씻지 않은 복숭아를 보았을 때, 월령안은 또 미소가 나왔다.
'내 대장군, 다정할 때는 또 정말 다정하네.'
그녀는 결국 육장봉이 좋았다. 그가 그녀를 위해 이렇게 세심하게 배려한 것을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조는 간신히 육장봉을 보내고 월령안과 구체적인 사무를 상의하려고 했다. 그런데 앉자마자 하인이 와서 공숙무가 왔고 두 시진 뒤에 입성할 것이라고 했다.
공숙무는 기관의 건설에 능했다. 그가 있어야만 무역지역의 건설도 있을 수 있고 관성에 관한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앞으로 관성의 건설은 전부 공숙무가 주관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인들의 지위가 낮아서 주인이 중시하지 않는다면 장인들은 발언권이 거의 없었다. 또 전적으로 무역지역을 건설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공숙무에 대한 중시를 나타내기 위해, 또 무역지역이 순조롭게 건설을 시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월령안도 온조와 말을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직설적으로 공숙무의 중요성을 말하고 직접 성을 나가 공숙무를 마중하여 관성에서 공숙무의 지위를 치켜세우겠다고 했다.
온조도 이의가 없었다. 심지어 월령안과 함께 가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관성 태수의 중시를 받고 있으니 공숙무가 지나치게 나대지 않는 이상, 완전히 관성에서 활개치며 다닐 수 있었다. 월령안도 당연히 이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마차 두 대에 나누어 탔다. 문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장병 부대를 만났다.
그들은 금방 순찰의 임무를 마쳤는데 온 대인과 월 회장이 외출한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두 사람을 성 밖까지 호송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월령안은 비록 의아했으나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육장봉이 떠나기 전에 온조, 척연과 술을 그렇게도 많이 마신 것이 바로 두 사람더러 그녀를 보살펴 달라는 것이 아니었는가? 그녀가 성을 나갈 때 척연이 보호할 사람을 파견한 것은 전혀 놀라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온조는 눈앞의 이 늠름하고 기세가 평범치 않은 무장들을 바라보며 입가를 실룩였다.
'금방 순찰의 임무를 마쳐? 언제부터 순찰하는 일을 이런 장병들이 했던가? 언제부터 온종일 순찰하고도 옷이 깨끗하고 얼굴에 먼지 한 톨 없었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군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눈앞의 이 열여덟 명이 모두 미혼인데다 출신도 괜찮다는 것을 모른다고 여기지 말라고.'
이 열여덟 명 사람이 무슨 꿍꿍이인지 온조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척연의 간이 보통 큰 것이 아니구나. 육장봉에게 맞아 죽을까 두렵지도 않나?'
온조는 한숨을 내쉬며 이 사람들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육장봉과 척연의 우스운 꼴을 보고 싶었다.
또 이 장병들은 그들을 호송하러 온 것이고 뭘 하겠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그도 돌려보낼 이유가 없지 않는가?
온조는 장병들의 호의를 홀연히 받아들였다. 그는 열여덟 명의 장병을 데리고 공숙무의 마중을 갔다.
관성의 백성들은 이 기세를 보고 분분히 호기심이 동했다. 태수 대인이 이렇게 대단한 기세로 누구를 맞이하러 가는지 궁금해했다. 또 할 일 없는 사람들은 구경하려고 따라서 성을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은 태수 대인이 성 밖까지 나가 마중하는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지 상대가 노인이라는 것만 알았다.
공숙무 노인이 미리 월령안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월령안에게 언질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마중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관성은 군사 요새였다. 보통 사람은 관성에 들어가려면 반복적으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더구나 그들은 도구까지 많이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라 잘 아는 사람이 길을 터 주지 않으면 성으로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간첩으로 오해 받고 갇힐 수도 있었다.
공숙무는 월령안이 직접 성까지 나와 맞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관성의 태수까지 따라서 성을 나와 맞이할 줄 몰랐다. 특히 온조는 그를 보고 아주 예의를 차렸다. 공석무는 한동안 쩔쩔매더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자칫 잘못해서 천궁각에게 큰 화를 불러일으킬까 두려웠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관가의 사람과 교류한 경험이 없었다.
그가 조정 관리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육 대장군에게 멈췄다. 조정 관리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그들의 천궁각을 멸망시킬 수 있었다. 조금만 기분이 상해도 천궁각의 소각주를 천 리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변경에 해명하러 가게 했다. 또. 조금만 언짢아도 그들 소각주는 성 밖까지 도착했지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말 이 온 태수와 감히 말을 섞지 못했다. 특히 이 온 태수는 놀라울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여기에 무슨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공숙무는 도움의 눈길로 월령안을 바라보며 그녀가 자기를 곤경에서 구해 주기를 바랐다.
그는 두려웠다!
월령안은 온조가 직접 맞이하는 것이 공숙무를 기쁘게 하기는커녕 겁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우습게 느껴졌다.
온조가 예의를 지키며 아랫사람을 대한 것은 틀리지 않았으나 열정이 너무 과했다. 공숙무는 물론, 그녀 자신도 온조가 자기의 사람을 노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월령안은 마음속으로 의심이 들었으나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상황을 수습했다.
"온 대인, 공숙 선생이 먼길을 오셨으니 우리 먼저 공숙 선생을 마차에 모시고 나중에 다시 말씀하시죠?"
"네, 네, 네, 월 회장의 말씀이 맞아요. 공숙 선생이 오시느라 수고하셨으니 공숙 선생 먼저 마차에 오르시지요. 우리 마차에서 얘기합시다."
온조는 전혀 거드름을 피우지 않고 공숙무를 자기의 마차에 태웠다.
공숙무는 깜짝 놀라서 다리가 나른해졌다. 그는 다시 도움의 눈길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이 관리는 너무 무서워요. 살려 줘요!'
그의 뒤를 따르는 소육자와 소갑도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의아하게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관성의 관리들은 다 이렇게 열정적인 건가?
혹시 가짜 관리는 아니겠지?'
월령안은 온조가 자기의 사람을 뺏으려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을 내렸다.
온조가 공숙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기를 보는 늑대의 시선과도 같았다.
'내 앞에서 내 사람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온 태수는 참…… 염치도 없군.'
이렇게 된 이상, 월령안도 온조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가 공숙무의 앞을 가로막았다. 미소를 지었지만 말투는 강경하게 말했다.
"온 대인, 공숙 선생께서 저한테 보고하실 일이 있으시다네요. 온 대인께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공숙무를 자기의 마차로 안내했다.
공숙무의 나이는 그녀의 할아버지로 될만한 나이였다. 두 사람은 한 마차에 앉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공숙무는 다급히 응하고 돌아서서 월령안의 마차로 걸어갔다.
육 대장군이 오만하고 그를 거들떠보지 않으니 그는 무서웠다.
이 온 태수가 열정적이고 친근하니 그는 더 무서웠다.
월령안은 급히 마차에 오르지 않고 살짝 굳은 얼굴로 온조를 바라보았다.
"온 태수, 전 줄곧 우리가 그래도 반 정도는 동맹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동맹의 사람을 뺏어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버릇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은 그렇다 해도 공숙무는 무려 천궁각의 으뜸가는 대사(大師)였다. 그는 장치, 건축에 능했다. 이런 인재는 천궁각에서도 보기 드물었다. 그녀는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공숙무를 초대해 온 것이었다. 온조는 무슨 제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인가.
"월 회장께서 생각이 과하셨어요. 저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온조는 넉살 좋게 웃으면서 절대 사람을 빼앗을 생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 우리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공숙 선생께 좀 공손하게 구는 것도 당연한 것이지요."
그는 정말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 버릇이 나온 것이었다. 좋은 것만 보면 참지 못하고 자기 영역으로 끌어당기는 버릇.
"온 태수께서 그러실 생각이 아니었다니 다행이네요. 그게 아니면 제 사람을 빼앗아도 돈을 지불하시기 힘들 테니까요."
월령안은 웃듯 말듯한 얼굴로 온조를 바라보았다.
'감히 내 사람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칼을 꽂아도 탓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