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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84)화 (684/1,004)

684화 운선산에서의 하룻밤

운선산의 불꽃놀이는 밤이 깊어서야 끝이 났다.

불꽃이 터지는 기이한 광경은 보기 드문지라 관성의 백성들은 밤을 새울 수 없는 어린애를 제외하고 모두 집 밖에 서 있었다. 그들은 불꽃놀이가 끝나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불꽃놀이가 끝났으나 육장봉과 월령안은 바로 산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육장봉은 비록 급히 월령안을 이끌고 운선산으로 온 것이었지만 관성에 오기 전에 이미 월령안을 운선산으로 데려올 준비를 했었다. 비록 급히 온 것이었지만 산 위에는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 육장봉은 동굴에 넣어 둔 천막을 꺼냈다. 막사를 지으려는 순간, 월령안이 달려와 돕겠다고 했다.

육장봉은 당연히 응하며 말했다.

"내가 알려 주겠소."

월령안이 거절하기도 전에 육장봉은 등 뒤로 월령안을 끌어안고 차근차근히 막사를 짓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렇게 가르치면 편하고 월령안의 손도 쉽게 다치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저 할 줄 알아요. 가르쳐 줄 필요 없어요. 장사를 하며 돌아다닐 때도 저 스스로 막사를 지었는걸요."

아까 전에 육장봉의 품에 기대 불꽃을 볼 때만 해도 이상한 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육장봉에게 안긴 채로 두 사람이 꼼지락거리니 육장봉 특유의 남자 숨결이 얼굴에 닿아 월령안은 아주 어색해졌다.

그녀는 밤의 산꼭대기가 조금 덥게 느껴졌다. 그래서 괴로울 정도로 짜증이 났다.

그러나 육 대장군은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군용 막사요. 당신이 평소에 쓰는 천막과 다르오."

"다를 게 뭐가 있어요. 당신은 절 변경의 어린 낭자로 보시네요."

월령안은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고개를 돌려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잊으셨나 본데 당신네 군용 막사도 제가…… 읍…… 당신……."

육장봉은 고개를 숙이고 월령안의 빨간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월령안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육장봉이 날 능멸해!'

육장봉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날 유혹했소."

육장봉은 힘을 쓰지 않고 살짝 입을 부딪힌 뒤, 월령안을 풀어 주었다.

"제가 언제요."

월령안은 화가 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여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육장봉은 낮은 소리로 웃고는 월령안을 품에 안았다.

"방금 전에는 자세가 불편하지 않았소?"

월령안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그는 몸을 기울여 월령안의 입술을 한 번 더 삼켰다.

"놓으……."

월령안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빨간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오히려 육장봉이 편히 입맞춤을 하게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때에 눈을 감는 게 좋소."

육장봉은 무지막지하게 들이받지 않았다. 도리어 아주 인내심이 있게 살며시 월령안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월령안이 방심한 틈을 타 입안으로 침입해도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조금씩 월령안을 혀끝을 건드리며 월령안이 그의 존재를 적응하게 했다.

"읍……."

곧 월령안은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육장봉이 바란 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여전히 육장봉의 옷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 은근히 불안하고 긴장해 보였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이런 긴장감을 알아챘다. 또 월령안이 그를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것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급해 하지 않고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였다. 월령안이 그의 존재에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적응되고 또 그의 존재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월령안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그의 옷자락을 꼭 잡고 있던 두 손이 그의 허리를 감싸자 육장봉은 그제서야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육장봉이 깊이 파고들자 월령안은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졌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갓 세운 원추 모양의 막사가 두 사람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러나 지금 누구도 막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둘은 막사 위에 누워 꼭 끌어안은 채,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달빛이 월령안의 얼굴을 비추자 흥분하여 홍조가 깃든 그녀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마찬가지로 육장봉의 절제된 등도 보였다.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육장봉은 드디어 월령안의 입술을 놓아 주었다. 그러나 그는 월령안을 풀어 주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월령안의 몸 위로 엎드린 채, 월령안의 목에 얼굴을 묻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월령안은 천막 위에 느긋하게 누운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촉촉한 눈은 사랑을 나눈 뒤의 운치를 담고 있었다.

육장봉이 가슴속의 열기를 식히는 동안 그녀도 점차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녀는 육장봉이 갑자기 입을 맞출 줄도, 자신이 자제력을 잃을 줄도 생각지 못했다.

육장봉의 자제력이 뛰어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밤, 육장봉이 자기 자신을 절제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순결을 잃었을 것이다.

"미안하오, 당신을 놀라게 했소."

육장봉의 자제력은 아주 뛰어났다. 심호흡 몇 번 만에 그는 이미 마음속의 뜨거움을 가라앉혔다.

그는 옆으로 반 바퀴 돌아서 월령안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팔을 뻗어 월령안을 품에 안아 그녀가 자기의 몸 위에 엎드리게 했다.

바닥이 차서 천막 위라 할지라도 육장봉은 월령안이 바닥에 눕는 것이 안쓰러웠다.

월령안의 몸은 한기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 손불사는 근 이 년 동안 절대 다시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잘 보살피라고 했다.

"당신 방금 전에…… 깜짝 놀랐네요. 전 당신이 절 잡아먹으려는 줄 알았어요."

월령안의 숨결도 점차 진정되었다. 그녀는 육장봉의 품에 안겨서 방금 전의 그 입맞춤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는 깜짝 놀랐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는데 점점 강렬해졌다. 그 기분은 마치…….

그녀를 뱃속에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특히 마지막에 육장봉이 그녀를 등 뒤에서 안았을 때 그녀는 육장봉이 마치 그녀의 몸으로 들어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신을 먹고 싶은 건 맞소."

육장봉의 목소리는 월령안의 이 말로 다시 갈라졌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오."

육장봉은 월령안이 가고 싶어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팔을 뻗어 월령안의 몸을 눌렀다.

"착하지, 함부로 움직이지 마오. 난 막 나가지 않소."

"막 나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시나요?"

월령안은 믿기 힘들었다.

그녀는 육장봉의 몸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육장봉이 그녀를 놓아줄 수 있을까?

월령안은 눈을 치켜떴다. 아주 평범한 행위였지만 육장봉에게는 너무도 도발적인 유혹으로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는, 월령안의 그 어떤 동작과 말도 육장봉에게는 유혹적으로 비춰졌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육장봉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령안, 당신 나를 도발하는 건 아니겠지?"

그는 지금 확신할 수 없었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여인이 품 안에 있는데 정상적인 사내로서 그는 왜 참아야 할까?

"전 움직이지 않았어요."

월령안은 억울한 얼굴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과감하게 두 손을 치켜들었다.

육장봉을 골리는 것은 괜찮으나 과하면 절대 안 되었다.

그녀는 당분간 순결을 유지하고 싶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아니어야 했다.

육장봉은 한숨을 내쉬며 월령안을 품 안으로 끌어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산에서 내려간 뒤…… 우리 혼인합시다."

그는 참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계속해서 참다간 병이 생길 것 같았다.

월령안은 육장봉의 몸 위에 엎드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와 황실은 십 년의 약속이 있었다.

은상 쟁탈전의 규칙대로면 그녀는 십 년 동안 혼인할 수 없었다.

혼인한다면 그녀는 지는 것이었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에는 농을 하는 듯한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아마도 관성에서는 혼인을 못할 것 같소. 온조의 그 급한 성미로 내일 아침 일찍 산 아래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오. 그는 관성을 발전시킬 계획을 망칠까 두려워 절대 우리가 혼인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오."

"온 대인의 성격이 급하긴 하지요."

혼사를 벗어난 얘기가 나오자 월령안은 홀가분해졌다. 그녀는 육장봉의 몸 위에 엎드린 채,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아주 좋은 것이 분명했다.

온 대인의 성격이 급할수록 그녀에게 유리했다.

어제 온 대인이 하인을 파견해 육장봉을 쫓아낸 것이 바로 가장 좋은 증거였다.

육장봉은 온조의 친구답게 온조의 처사 방식을 빤히 꿰뚫고 있었다.

그들이 산을 내려가자마자 산 아래에서 한참이나 기다린 온조 태수를 보았다.

온조는 월령안을 보자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월 회장, 드디어 오셨군요. 계속해서 안 오시면 제가 사람을 데리고 산에 올라갈 뻔했어요."

'재신의 눈에는 돈밖에 없다면서? 돈이 안 좋나? 월 회장은 왜 돈을 벌지 않고 구린내 나는 남자랑 연애질이지? 그게 돈 버는 것보다 즐겁겠어?'

"온 대인,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건 큰일이라 서두르면 안 돼요. 서둘러도 이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아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등에서 내린 뒤였다. 월령안이 산 아래서 사람이 기다린다는 그의 말을 믿고 진작에 육장봉의 등에서 내려왔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온조 등 사람들은 육장봉이 그녀를 업고 하산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가 낯가죽이 아무리 두꺼워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적으로 친밀한 것은 두 사람의 일이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애정 행각을 벌일 수 없었다.

"곧 겨울을 날 테니 하루라도 빠르면 좋지요. 일찍 공사를 시작하면 관성의 백성들도 희망이 생기는 게 아니겠어요? 월 회장님은 모르시겠지만 어젯밤의 그 불꽃 축제를 보고 관성의 모든 사람들이 변경에서 유명한 재신이 우리 관성에 오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침부터 사람들이 무리 지어 찾아와 저더러 회장님께 소개시켜 달라고 했어요. 지방의 몇몇 현관(縣官)들도 다급하게 찾아와 좀 소개시켜 줄 수는 없는지 묻더라고요. 월 재신께서 그들에게 가셔서 그들이 도울 만한 것이 있는지 좀 보십시오."

육장봉과 월령안이 산에서 내려온 뒤로 온조는 육장봉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남녀가 유별한 것도 무시한 채, 온조는 앞으로 다가가 월령안을 데려가고 말았다.

요란스럽게 말을 마친 온조는 월령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또 급급히 재촉했다.

"월 회장, 마차는 제가 준비했습니다. 지금 돌아가도 괜찮으실까요?"

월령안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육장봉을 힐끗 바라보았다.

사람들 앞에서, 특히 육장봉의 친구 앞에서 그녀는 육장봉의 체면을 세워 줘야 했다.

육장봉은 앞으로 다가와 월령안의 손을 잡고 말했다.

"돌아가시오. 당신 어젯밤에 잘 자지 못했으니 돌아가서 푹 쉬시오."

말을 마친 그는 경고의 시선으로 온조를 힐끗 보고 월령안의 손을 잡은 채로 온조의 옆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월령안을 마차에 오르게 부축하고는 자기도 마차에 들어갔다.

온조는 제자리에 멈춰진 채,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아니……. 아니…… 월 회장께서 어젯밤에 잘 주무시지 못한 게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그건 육장봉의 잘못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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