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83)화 (683/1,004)

683화 인연은 하늘이 정하는 법

월령안은 지금이 언제인지, 산을 오른 지 얼마나 된 건지도 몰랐다.

육장봉은 줄곧 그녀를 내려놓지 않았다. 내려놓는 사이에 그녀가 혹여라도 깰까 봐 걱정하여 산꼭대기에 도착해서도 그녀를 업고 계속 걸었다.

그녀가 어떻게 알았는지 묻지 마라. 그녀가 깨어났을 때, 육장봉은 그녀를 업고 산꼭대기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월령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불편한 마음으로 말했다.

"빨리 절 내려놓으세요. 이렇게 계속 절 업고 계시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녀는 비록 육장봉을 조금 혼내 주고 싶었으나 이렇게 힘들게 할 생각은 없었다.

"힘들긴 하오. 당신은 가볍지 않으니까."

육장봉은 정색하면서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월령안을 업은 채로 내려놓지 않았다.

"당신……."

월령안은 발끈하더니 육장봉의 어깨를 깨물었다.

"너무해요!"

육장봉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괜찮소. 당신이 아무리 무거워도 업을 수 있소. 마음에 둘 필요 없소."

육장봉은 발걸음을 멈추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월령안이 깨물기 편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당신 이 사람…… 왜 이렇게 얄미워요."

월령안은 깨물었으나 볼이 아픈 것 말고는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는 수 없었다. 육장봉 어깨의 살이 너무나 딱딱한 탓이었다. 그녀가 힘을 쓰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가 다 부러졌을 것만 같았다.

"난 어렸을 때부터 귀여움을 받지 못했소. 그렇지만 당신은 날 좋아하오. 아니오?"

육장봉은 고개를 돌려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미소는 그윽하고도 황홀했다.

월령안은 기분이 확 좋아져 육장봉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얼굴도 참 두껍네요. 어서 절 내려놓으세요. 오는 길 내내 절 업으셨으니 힘드시겠어요."

"힘들지 않소."

육장봉은 움직이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

"내려놓고 싶지도 않소. 이렇게 당신을 쭉 업고 있고 싶소. 우리가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우리가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때까지 업고 있을 것이오."

월령안의 몸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금방 나른해졌다. 그녀는 육장봉의 등에 업힌 채로 얼굴을 등에 가져다 대었다.

"전 아주 무거워서 업기 힘들어요. 아주 지칠 거예요."

'육장봉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그녀는 자유의 몸이 아니었다. 그녀의 어깨에는 월씨 가문 전체의 존망이 걸려 있었다. 그 무게는 그녀 자신도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육장봉은 날 업은 채로 계속 길을 갈 수 있다고, 나의 평생을 정말로 짊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건가?'

"난 육장봉이오! 난 지치지 않소."

육장봉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월령안은 듣고 말았다.

그녀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먼 곳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월령안은 고개를 들어 살폈다.

그러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별빛이 밤하늘에서 가득 퍼졌다.

"불꽃이다!"

월령안은 깜짝 놀라서 앞을 바라보았다.

운선산(雲仙山)은 아주 높았다. 산봉우리는 마치 구름 사이에 서 있는 듯했다. 정상에 서 있으면 마치 별들이 머리 위를 장식하고 있는 듯했고 사람과의 거리도 가까워 마치 손만 뻗으면 별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특히 오늘 밤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달은 밝고 별은 드문드문 떠 있으며, 칠흑 같은 하늘이 반짝거리는 것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사람을 흠뻑 취하게 했다.

불꽃이 밤하늘에 흩어지고 원래 매혹적이던 밤하늘에 한 줄기 눈 부신 빛을 더해 준 후에야, 월령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없고 더 아름다운 것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팍……. 팍…….

불꽃 한 떨기, 한 떨기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별빛이 되어 밤하늘에서 반짝였다. 뒤이어 세상에 떨어진 별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똑같은 '별빛'이 또 하늘에 나타났다.

한 떨기, 한 떨기, 불꽃은 쉬지 않고 하늘에서 꽃을 피웠다. 흑막 같은 밤하늘은 마치 빛을 발하듯 눈을 깜빡이기조차 아쉽게 만들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의 등 위에서 기쁨에 차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하라고 시키신 거예요?"

"맞소."

관성의 운선산은 아주 높았다. 주나라에서 보기 드문 별을 볼만한 곳이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누구도 파악할 수 없는 법. 그도 월령안을 데리고 산에 올랐을 때, 반드시 별을 본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고 그는 미리 호위병을 관성으로 보내 준비하게 했다.

지금 보니 그들이 잘 해낸 것이 분명했다!

"전 당신이 뭐라고 말하는지 안 들려요. 절 내려 주세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등에 엎드린 채, 큰 소리로 말했다.

불꽃은 아주 아름다웠다. 그러나 터질 때의 소리가 너무 커 그녀는 육장봉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이번에, 육장봉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사람을 내려놓고는 품속에 끌어안았다.

"좋소?"

하늘에서 불꽃이 여전히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알록달록한 빛이 밤하늘에 한 송이, 한 송이씩 피어나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너무 아름다워요."

물론 그녀는 좋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불꽃이 아닌 육장봉의 이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불꽃을 보고 있는 사이, 육장봉은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월령안은 모르고 있었다.

월령안은 전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하늘의 불꽃보다도 더 반짝이는 눈을 했다. 이를 본 육장봉의 눈동자에 별빛이 반짝였다.

"당신보다는…… 아름답지 않소."

쿵…….

불꽃이 다시 터지면서 육장봉의 소리가 묻혔다.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월령안은 듣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육장봉은 고개를 젓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월령안을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운선산에는 전설이 있었다.

운선산은 유선산(留仙山)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신이 내려온 곳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운선산에 떨어졌다. 신은 인간 여인을 만났고 그 여인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 여인을 위해 선골(仙骨 - 신선의 골격)을 발라내고 속세에 남겨 두어 환생의 고통을 받았다.

유선산은 그래서 이름이 붙었으나, 유선(留仙 - 신을 남기다)이라는 말이 천정(天庭 - 천제天帝가 사는 궁궐)의 불만을 사자 운선산으로 고쳤다.

그는 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월령안을 위해 속세에 남아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싶어졌다.

* * *

관성과 세 나라는 맞닿아 있었으니 오랫동안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에 높은 소리가 울리자 관성의 백성들은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전쟁이 시작된 줄 알고 급한 나머지 길을 가릴 겨를도 없이 달려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은…….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였고 한 송이 한 송이 연이어 터지는 불꽃은 하늘에서 한 점, 한 점의 별이 되어 인간 세상을 비추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불꽃인가?"

"너무 예뻐!"

"불꽃이다. 어서, 어서 나와 보라고!"

관성의 백성은 가난하고도 고통스럽게 보냈다. 그들은 하루 세끼 먹고살기도 버거웠다. 그들은 매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다.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라고는 아예 없었다.

불꽃 같은 것은 관성의 백성들에게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고 황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 이것이 불꽃이라고 소리를 질렀을 때, 전체 관성의 백성들은 모두 흥분되었다. 그들은 이 굉장한 장면을 놓칠세라 분분히 높게 소리를 지르며 가족들과 이웃들을 불러냈다.

매년 명절을 맞이할 때도 관성에서는 불꽃을 터뜨리지 않았다. 등불을 두어 개 더 밝히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 * *

군대 안.

순찰을 하고 당직을 서던 병사들이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누워 있던 병사들도 그 소리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같이 적군이 접근하는 줄로 알고 강적을 만난 듯이 행동했다. 그러나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보인 것은 동료들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

뒤늦게 나온 사람은 영문을 모르고 따라서 고개를 들다가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온 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다가 휘황찬란하게 인간 세상으로 떨어졌다.

"누군가 운선산에서 불꽃을 터뜨리는 건가?"

"관아에서 터뜨린 건가? 우리 관성에 돈이 이렇게 많아졌어? 불꽃을 터뜨릴 수 있을 만큼?"

"오늘이 무슨 날인가?"

관병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주변의 사람들과 물어보았다. 대다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했다. 가끔씩 소식이 빠른 사람들은 물어보는 말을 듣고 신비롭게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변경의 그 재신이 우리 관성에 왔대. 내 생각에는 이 불꽃은 분명 그 재신이 터뜨린 것일 거야. 그 재신만이 이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는 것을 터뜨리겠지."

"재신이라고? 누군데? 난 왜 한번도 못 들어 보았지?"

"요성(遼城) 육가군을 먹여 살리는 그 재신? 그녀가 우리 관성에 왔다고?"

"내가 태수부의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분이 우리 관성에 오셔서 장사하실 거래. 관성에 큰 기와집도 짓고 우리 같은 군인들에게 돈을 벌 길을 찾아 주신대."

"그게 정말인가?"

"거짓일 리가……. 하늘의 불꽃 좀 봐. 벌써 반 시진이나 터뜨렸다고. 보아하니 계속해서 터뜨릴 건데. 보통 사람이었다면 감당할 수나 있었을까?"

병사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하늘 가득한 불꽃을 바라보며 부러워 마지않았다.

"듣건대 불꽃이 아주 비싸대. 이 한 방만 해도 몇백 문(文 - 고대의 돈 세는 단위)이래. 너희 한번 세어 봐……. 지금 무려 백 방이 넘었어. 이게 모두 동전 몇 개야? 얼마나 많은 양식을 살 수 있겠어?"

"양식에 대한 건 말도 꺼내지 마. 말이 나오니 배가 고파지잖아. 저녁에 마신 죽 세 그릇은 멀겋다 못해 투명해서 구리 거울로 삼을 수도 있겠더라고. 우리가 언제가 돼야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 난 요즘 배고파서 잠도 오지 않아. 오늘 밤은 적이 습격한 게 아니라 불꽃을 터뜨린 것이라서 다행이야. 만약 적이 쳐들어온 것이라면 칼을 들고 사람을 죽이기는커녕 도망칠 힘도 없었을 테니까."

"누가 아니래? 밤을 새우면서 순찰하는 그 몇몇 말고는 누가 저녁에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

"이 재신이 와서 우리에게 돈을 좀 가져다주었으면. 우리 태수는 육 대장군처럼 잘 생기지도 않으셨고 또 혼인도 하셨잖아. 난 우리가 육씨 가문처럼 한 사람이 득도하면 개와 닭도 승천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배부르게만 먹었으면 좋겠어."

"말하고 보니까 우리 관성의 사내들도 나쁘지 않아. 그 재신은 이미 육씨 가문과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고. 혹시……."

미혼인 군관의 눈앞이 환해졌다. 그는 심취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웃음을 터뜨리자마자 옆의 사람에게 따귀를 맞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재신이 너 같은 지지리 궁상을 마음에 들어 하겠어?"

그러나 말은 이렇게 해도 스스로 괜찮게 생겼다고 자부하는 주변의 미혼 군관들은 하나같이 기대에 차 있었다.

"먼저 얘기를 나누게. 난 어제 씻지 않아서 목욕하러 가야겠어."

한 미혼 군관이 불꽃놀이도 개의치 않고 몸의 퀴퀴한 냄새를 맡아 보더니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인연은 하늘이 정하는 법.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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