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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81)화 (681/1,004)

681화 육장봉의 과거

"현음 공주는 선황의 친동생이었소. 우리 아버지 일로 인해 현음 공주는 체면을 모조리 잃고 홧김에 북요로 화친하러 갔소. 선황은 현음 공주를 안타깝게 여기는 만큼 우리 아버지와 자손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육씨 가문을 혐오했소.

우리 아버지는 절대 재취하지 않겠다고 하고 북요에 화친하러 가는 현음 공주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모가 불분명한 아기를 하나 데리고 왔소.

내 존재는 선황이 보기에 우리 아버지가 현음 공주에게 또 한 번 굴욕감을 안긴 것이었소. 또 황실에 대한 불경이었지. 그때, 선황은 총애를 받지 못하고 언제든지 폐위될 수 있는 태자여서 참을 수밖에 없었소. 현음 공주를 능멸한 육씨 가문이 밖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오.

그래서 선황이 등극한 뒤로 육씨 가문을 향한 선황의 증오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 것이오. 선황은 인자하여 한 아이에게 못되게 굴 수가 없었소. 그러나 제왕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했소. 육씨 가문 전체가 선황이 화풀이하는 상대가 된 것이오.

선황이 계실 때, 육씨 가문은 억눌려서 숨도 못 쉴 지경이었소. 전쟁이 없을 때, 육씨 가문은 늘 선황의 훈계를 받았고 조정에 들어가 관직을 하는 육씨 가문 자제도 난항을 겪었소. 만약 전쟁이 있다면 육씨 가문의 자손은 반드시 가장 위험한 전쟁터로 파견되었고 가장 선두에 나서야 했소.

짧은 몇 년 동안, 육씨 가문의 사내는 하나둘 전쟁터에서 죽었소. 적계 자손은 그나마 괜찮았소. 호위병의 보호가 있고 본인의 실력도 강해서 몇 년 더 살 수 있었소. 그러나 방계의 자제는 오래 버티지 못했소. 이렇게 여러 집안이 후손을 잃게 되었소. 육씨 가문은 그 몇 년간, 전쟁터에서 죽은 자제가 적어도 칠팔십 명은 되오. 죽은 사람이 남편이 아니면 아들인데 육씨 가문의 여인들이 미치지 않고 버티겠소?

분명 능력이 있으나 아버지의 일로 황실의 미움을 받아 전쟁터에서 죽어도 보답을 받지 못하는데 육씨 가문 남자들이 어찌 화가 나지 않겠소? 육씨 가문 사람들이 보기에 육씨 가문이 겪은 모든 불행은 다 내 아버지가 황실을 배반하여 신원이 불분명한 여인이 나를 낳게 했기 때문이었소. 육씨 가문의 방계들은 아버지더러 나를 죽여 황실을 분노를 잠재우라고 요구했소.

물론, 그들의 요구는 육 노태군, 즉 내 할머니에 의해 거절당했소. 내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은 알 것이오. 그녀는 날 좋아하지 않았소. 심지어 싫어했지. 그러나 일을 처리할 때는 그나마 공정한 편이었소.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내가 아닌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소. 그녀는 나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지만 나를 어쩌지는 않았소. 단지 무시할 뿐이었지.

그해…… 난 여섯 살이 채 되지 않았던 때. 내가 처음 육씨 가문의 사람을 만났을 때, 그들은 나를 손가락질하며 죄악의 근원이자 애물단지라고 욕했지. 내 기억속에 그때 한번 누군가 날 높이 안아 올렸다가 거세게 내리친 적이 있었소. 난 목숨줄이 길어 그때 넘어지면서 머리를 꼭 부둥켜안았소. 그때 난 아주 심하게 다쳤으나 숨이 붙어 있었소!"

육장봉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싸늘할 정도로 덤덤했다.

"그들이 한 번 더 해치려고 할 때, 노태군이 나타났소. 그래서 내가 산 거요. 이 일이 있은 뒤로 내 존재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었소. 나는 육씨 가문이 인정하지 않는 사생아고 육씨 가문에서 내가 죽기를 바란다는 것을 변경 전체가 알게 되었소."

육장봉은 아주 평온하게 말했다.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는 것처럼 덤덤했다.

그러나 월령안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분명 이 남자는 병권을 움켜쥐고 있으며 천자의 바로 밑이자 만인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남자가 너무 안타까웠고 보호하고 싶어졌다.

"난 괜찮소."

월령안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눈치챈 듯, 육장봉은 가볍게 월령안의 머리를 다독였다. 그의 말투도 퍽 부드러워졌다.

"온조와 척연은 바로 그때 만나게 된 것이오."

온조와 척연의 말이 나오자 육장봉의 목소리는 한결 가볍고 빨라졌다.

"그 둘의 출신은 아주 좋았소. 그러나 한 명은 어렸을 때부터 검고 말라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소. 한 명은 공부하는 머리가 없어 똑같이 가문에게 버림을 받았소. 그들 둘이 날 찾아온 것은 자기들보다 더 비참한 아이인 나한테서 우월감을 찾으려는 것이었소. 둘은 처음 나를 봤을 때 날 손가락질하며 죄악의 근원이라고, 어미도 모르는 사생아라고, 낳은 어미만 있고 키우려는 어미가 없는 잡종이라고 했소.

그때 나는 이름이 없었소. 날 돌보는 하인은 날 도련님이라고 불렀고 육씨 가문 사람들은 날 죄악의 근원이라고 불렀으며 온조와 척연은 날 잡종이라고 불렀소. 난 그때 온조와 척연과 함께 크게 한바탕 싸웠소. 그때 나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그들을 이겼소.

그들 둘은…… 뭐라고 해야 하나. 비록 성미가 좋지 못하고 심보도 고약하나 그나마 정의로운 편이었소. 그들은 비록 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나 집으로 돌아가 나한테 맞았다고 일렀다면 육씨 가문 사람들은 분명 날 떳떳하게 처리했을 것이오. 그러나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나중에 그들의 말로는 부모님이 그들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들도 부모님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더군. 부모에게 빚지기 싫어서 부모가 나서게 하지 않았다고 말이오. 그들이 원하는 게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 한다고 했소. 지금 할 수 없는 일은 나중에 자란 뒤에 할 거라고. 원수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스스로 갚겠다고 했소.

나중에 그들은 자주 날 찾아왔소. 매번 만날 때마다 싸움을 했소. 그들은 날 잡종이라고 불렀고 난 온조를 난쟁이, 깜장이라고 부르고 척연을 바보, 멍청이라고 불렀소."

육장봉은 이 얘기를 하면서 얼굴에 추억을 떠올리는 미소를 지었다.

"싸움을 많이 하다 보니 천천히 익숙해졌소. 나중에는 싸우지 않고 같이 앉아 얘기를 나눴지. 세 어린애는 그때 호언장담하고 큰 뜻을 품었소. 반드시 강해져서 큰 인물이 되어 우리를 싫어하는 부모와 가족들이 평생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나중에…… 내가 무술에서 재능을 드러내자 아버지는 날 육씨 저택으로 데려가 육씨 저택 옆의 뜰에 두었소. 그리고 유명한 선생을 모셔 무술을 가르치고 날 육씨 가문 자제로 키웠소.

내가 순조롭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아버지는 선황에게 내 생모가 누군지 밝혔소. 선황 그분은…… 좋은 어른이셨소. 그는 내 생모가 누군지 모를 때, 비록 내 존재를 싫어했지만 화를 나한테 풀거나 직접 손을 써서 내 존재를 없애려 하지 않았소. 심지어 육씨 가문 방계가 날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그 방계를 혼냈소.

내 생모가 현음 공주라는 것을 알고, 내가 그의 외조카라는 것을 알자 그는 날 마치 친자식처럼 대했소. 황자를 가르치는 것처럼 날 가르쳤소."

육장봉은 선황의 얘기를 꺼낼 때, 목소리가 부드러워졌고 시선에는 담담한 온기가 드리웠다.

그의 어린 시절, 선황은 유일하게 그에게 따뜻한 느낌을 준 어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황제가 재차 그의 사생활을 간섭하고 그와 월령안의 사이를 막아도 그는 선황에게 화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육장봉의 발걸음은 차분하면서도 힘 있었다. 산을 오르는 길은 험난하고 걷기 힘들어도 육장봉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말할 때, 숨도 헐떡이지 않았다. 물론, 아무런 감정의 기복도 없었다.

그는 자기의 어렸을 때의 얘기를 하면서도 마치 방관자처럼 침착하고 이지적으로 이 아무런 감정도 싣지 않았다.

"육씨 가문 적계의 됨됨이는 정의롭고 의리를 중히 여겼소. 아마도 무술을 행한 것이 원인인지 하나같이 머리가 단순했소. 마치 내 아버지가 쉽사리 청희 장공주의 계략에 당한 것처럼 말이오."

말 두어 마디로 자기의 어렸을 때 일을 얘기한 육장봉은 일부러 홀가분한 척하며 육 노태군의 얘기를 꺼냈다.

"육씨 가문의 가주 부인은 이와 반대였소. 내 할머니는 똑똑하고 능력 있으며 이지적인 분이었소. 그녀는 합당한 가주 부인이었지. 냉정하고 이지적이며 큰 국면을 파악할 줄 아는 분이었소. 그녀에게는 남편과 아들 말고 다른 사람들은 육씨 가문에 득이 되는지 아닌지의 구분만 있었을 따름이었소.

육씨 가문에 이득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녀는 뼛속 깊이 아끼오. 그 사람을 친손주처럼 보살피고 곳곳마다 살뜰히 챙기지. 그러나 육씨 가문에 이득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소.

내 할머니는 나의 천부적인 기질을 발견한 뒤, 마치 전에 냉담하게 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살뜰히 날 대했소. 그러나…… 난 그녀에게 있어서 단지 육씨 가문의 영예를 부활시킬 도구였소. 나는 반드시 훌륭해야만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소. 아니면 난 냉대를 받을 것이고 심지어 엄벌을 받을 수도 있었소.

날 엄하게 벌한 뒤에는, 할머니는 내 마음을 얻으려고 나를 안고 통곡했소. 나보다 더 슬프고 괴로운 얼굴을 하고 모든 것이 날 위한 것이라고 했소. 난 육씨 가문의 후계자니 앞으로 육씨 가문을 나한테 넘길 것이라고 했소. 내가 지금 열심히 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육씨 가문을 일으키겠냐고 했소.

내 할머니는…… 사람을 길들이는데 아주 능했고 인심을 사는데도 아주 능했소. 그녀가 직접 길들인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감격하고 저도 모르게 그녀의 뜻대로 움직였소. 물론, 그녀도 육씨 가문에 이득이 되는 사람을 대할 때, 간, 쓸개 다 꺼내 줄 것처럼 대했소. 이런 진심을 마다할 사람은 아주 적으니 말이오.

그런데 난 타고나기를 반항아였소. 그녀가 날 도구로, 꼭두각시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난 절대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소. 그녀는 내가 그녀의 소원대로 육씨 가문의 영예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 뒤로 금방 날 포기했소.

그러나 내 어머니가 현음 공주라는 것을 알고 또 그녀가 가장 아끼는 손자가 되었소. 그녀는 더 이상 내가 육씨 가문 후계자니 육씨 가문을 번성시켜야 하고 다시 조상의 영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지 않았소.

그녀는 잘 알고 있었소. 내가 현음 공주 아들인 이상, 육씨 가문은 무너지지 않고 다시 황실의 눈에 들 것을 말이오. 심지어 내가 병역에 복무할 때, 그녀는 날 부둥켜안고 크게 울었소. 마치 가장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노인처럼 구슬프게 나더러 가지 말라고 애원했소. 육씨 가문에 사내가 많으니 그들이 스스로 전쟁터에 가서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날 위해 육씨 가문이 군에서의 위치를 지킬 테니 그녀가 가장 아끼는 손자인 내가 굳이 모험할 것이 없다고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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