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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80)화 (680/1,004)

680화 당신에게 알려 줬어야 했소

온조는 화가 나서 척연의 손을 탁 쳐 던졌다.

"어린 아가씨? 자네 어린 아가씨에 대해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닌가? 아니면 월령안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가 관성에서 여러 해 동안 있으면서 상인들과 적지 않게 접촉했다.

월령안이 만약 어린 아가씨라면, 나이 반백이 넘어 세상 물정을 훤히 아는 상인들도 월령안 앞에서는 어린애가 될 것이다.

온조는 눈썹을 찡그리고 척연을 흘겨보았다.

"그리고 자네 왜 갑자기 남의 이름을 불러. 제수씨라고 부르지 않았어?"

"허, 쳇!"

척연은 분노가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월령안을 제수씨라고 부르면 육장봉을 띄우는 것이 아닌가. 육장봉 그놈은 얼굴 하나를 제외하면 월령안에게 완전 기울지! 월령안이 앞뒤가 꽉 막혀서 육장봉 그놈에게만 매달리는 거야.

만약 월령안이 원한다면 나는 여덟이든 열이든 다 찾아 줄 수 있어. 어떤 사람을 원하든지 내가 그 요구에 맞춰 찾아 줄 거야! 설령 삼천 명을 요구해 하루에 하나씩 바꾼다고 해도 찾아 줄 수 있어."

"척씨, 진짜 괜찮네! 육장봉이 월령안을 데리고 오게 할 방법이 생겼어."

온조는 눈앞이 환해졌다. 급히 하인을 불러들였다.

"온씨, 무엇을 하려는 거야?"

척연은 왠지 불안감이 몰려와 허겁지겁하며 말했다.

"우린 형제야. 자네 형제를 해코지하면 안 돼."

온조는 아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상기된 표정으로 하인에게 분부했다.

"척 대인이 한 말을 다 기록했지? 어서…… 박차를 가해 육 대장군을 쫓아가 척 대인이 한 말을 한마디도 빠뜨리지 말고 그대로 읊어 드려라."

그는 육장봉이 이 말을 들으면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육장봉은 두 달 동안 관성을 떠나며 월령안을 그들한테 맡겨 돌보게 했다.

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척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온씨, 너는 사람이 아니야!"

'빌어먹을, 이게 무슨 형제야?'

* * *

육장봉과 월령안은 나들이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기에 당연히 열심히 길을 재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느긋하게 둘만의 시간을 즐기면서도 도로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온조가 파견한 사람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여 산 아래에서 두 사람을 따라잡았다.

온조의 요구대로 그 사람은 척연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옮겼다.

육장봉은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월령안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척 수비는 역시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돌아가서 제가 그분과 술을 좀 마셔야겠어요."

"돌아가면 그와 좀 멀리하시오."

육장봉은 몰래 월령안의 손등을 꼬집었다. 이는 성공적으로 월령의 웃음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차가운 얼굴로 하인에게 분부했다.

"너희 대인에게 이르거라. 내가 돌아가기를 기다리라고."

'온조의 그 꼼수를 내가 모를 줄 알고.'

하인은 온조의 분부를 떠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군, 우리 대인께서는 척 수비가 오늘 오후에 변방을 순찰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육 대장군이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척연을 패는 것으로 화풀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허!"

육장봉이 비웃었다.

"날 대신해 네 대인에게 말을 전하거라. 그가 키가 크지 않는 이유는 바로 꿍꿍이가 많아서라고 말하거라."

'꼼수를 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 부리려고 하네. 온조, 다 컸다 이거군.'

온조는 키가 크지 않았다. 이건 그에게 영원한 상처였다!

하인은 그들의 온 대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이 그와 키 얘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지 알고 있었다. 하인은 계면쩍어 당장은 말을 못하고 육장봉과 월령안이 산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인은 육장봉의 직설적인 말에 놀라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당신과 온 대인은 참 각별하네요."

육장봉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각별하지 않소."

'나와 다 큰 사내인 온조랑 뭐가 각별하다고? 월령안의 머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각별하지 않다면서 키로 온 대인을 비웃나요? 온 대인의 키는 그의 상처겠는데?"

월령안은 변경에서 십 년을 산지라 변경의 풍기를 잘 알고 있었다.

주나라는 위진(魏晋) 풍속을 숭배했다. 문인 학자에게 위진 때처럼 풍류스럽고 병적인 수척함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정에 들어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외모에 있어 어느 하나 빠지는 이가 없었다.

온조의 외모로는 관직에서 분명 많은 고생을 겪었을 것이다. 또 하인의 반응을 보니 특히 키는 온조의 상처였다.

또 육장봉의 홀가분하고 예사롭지 않으며 전혀 악의를 담지 않은 말투를 보면 육장봉이 키로 온조를 '공격'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그녀는 온조의 반응을 보지 못했지만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온조가 육장봉 때문에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당신이 온조가 악독할 때를 보지 못해서 그렇소. 온조와 비한다면 이게 다 뭐겠소?"

키는 확실히 온조의 상처였다. 온조도 이것 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었다.

고종 황제의 영향을 받아 변경은 겉치레에 신경 쓰고 사치스러웠다. 남녀 불문하고 외모에 아주 신경을 썼다.

주나라에서 벼슬길에 오르는 첫 번째 요구가 외모가 늠름하고 기개가 비범한 것이었다.

앞서 고종 황제는 학자의 아름다운 자태만 보고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문장을 통과시켜 탐화(探花 - 문과전시에서 3위로 합격한 사람을 달리 이르던 말.)로 임명했다. 조정 대신들은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변경에서 명호로 불릴 수 있는 재자(才子)들은 하나같이 몸매가 늘씬하고 기개가 범상치 않으며 용모가 수려했다. 또 전부 희고 날씬한 사람들이었다.

온조는 얼굴이 못생긴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키가 크지 않았고 심지어 작다고 할 수 있었다. 키가 작을 뿐만 아니라 피부가 검기까지 했다!

어두운 피부에 키가 작은 온조는 천성적으로 주나라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자태와, 풍류스러운 분위기가 없었다.

출신이 좋고 학문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온조는 벼슬을 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온조는 벼슬길에서 많은 배척을 당했다. 그에게는 동료가 거의 없었다.

전에 어떤 관리는 심지어 온조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조정에 서 있는 온조는 마치 눈밭에 떨어진 개똥처럼 너무 눈에 거슬려 공무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했었다. 황제가 만약 온조의 관직을 파면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기가 사직하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선황은 자애롭고 너그러운 제왕이었다. 그는 양측을 설득했다. 그러나 온조는 여전히 조정에서 자리 잡기 힘들었다.

뭔가를 해내기 위해 온조는 문신들의 성에 차지 않는 척박한 곳에 가기를 먼저 지원했다.

그가 젊은 나이에 관성 태수의 위치에 든든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은 관성이 척박하고 가난하며 위험하여 관직을 하러 오기를 원하는 문관이 없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온 대인이…… 악독하다고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말에 의심이 갔다.

온조는 비록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월령안은 그의 악독함을 전혀 보아 내지 못했다.

기껏해야 그는 도도하고 오만할 뿐이었다.

육장봉이 비웃었다.

"당신은 나와 온조, 척연이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아시오?"

월령안은 온조의 '악독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아시게 된 거예요?"

월령안은 다른 일은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나 육장봉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녀는 항상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졌다.

십 년이었다!

그녀가 육장봉을 좇은 지 무려 십 년이었다. 육장봉을 주목하는 일은 이미 그녀의 뼛속 깊이 새겨진 습관이었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지운다고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참으며 지우고 고통스럽게 끊어도 유혹을 만나면 다시 중독되었다.

"난 어렸을 때, 육씨 가문에 의해 줄곧 밖에서 길러졌소. 다섯 살 되기 전에 그 오래된 저택에는 날 보살피던 늙은 노복밖에 없었소. 내가 더 어렸을 때는 내…… 아버지는 가끔씩 청희 장공주를 데리고 날 보러 왔었소. 그러나 내가 네 살일 때, 청희 장공주를 다치게 한 후로 내…… 아버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소. 내가 거의 죽을 뻔했을 때까지도."

육장봉은 평온하게 어렸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나 생부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의 말투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딱딱했다.

그는 지금까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내려놓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월령안은 살며시 육장봉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갑자기 알고 싶지 않아졌어요."

"사실 이런 것들은 미리 당신에게 알려 줬어야 했소."

그는 월령안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 예전에 그는 이런 것들을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특히 청주에서 월령안의 느끼는 불안감을 알게 된 뒤로 그는 월령안에게 이런 것들을 알려 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령안의 손을 잡고 육장봉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내 출신을 알잖소. 난 비록 육씨 가문의 핏줄이나 생모가 불분명하고 아버지도 날 인정하지 않고 밖에서 키웠소. 그리고 육씨 가문의 사람들은……."

육장봉은 코웃음을 치고 비꼬며 말했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지우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지. 날 목 졸라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으니까. 내가 어렸을 때, 목숨이 질기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육씨 가문 사람들의 손에 죽었을 것이오."

그가 아내인 월령안을 신경 쓰지 않고 심지어 배척한 이유는 그녀가 싫어서도, 그녀에게 불만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월령안이 육씨 가주 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육 노태군이 육씨 가문의 후계자를 위해, 육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 선택한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감정이 없이, 이익만을 위해 결혼했다는 점이 그의 반감을 샀다.

"왜……."

월령안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 육장봉의 손을 꽉 움켜쥐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곧, 그녀는 알 것 같았다.

월령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의 아버지와 두 공주의 갈등 때문인가요?"

그녀는 진작에 생각했던 것이었다.

생모가 '불분명한' 육장봉은 그때의 육씨 가문에게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육씨 가문은 절대 육장봉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혀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내 아버지와 현음 공주는 혼약이 있었으나 청희 장공주 때문에 혼인을 거절했소. 그래서 고종 황제의 큰 불만을 샀지. 고종 황제가 계실 때, 청희 장공주가 아버지를 위해 사정하고 또 아버지는 사람들 앞에서 속죄의 뜻으로 평생 재취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소.

그래서 고종 황제는 높이 들었다가 가볍게 내려놓는 식으로 우리 아버지를 작게 벌하고 크게 경고했소. 육씨 가문에 대한 태도도 여전했소. 육씨 가문은 이것으로 지장을 받지 않았소. 그러나 고종 황제가 붕어하고 나서 선황이 즉위하니 모든 것이 달라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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