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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79)화 (679/1,004)

679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이 급한 일

월령안의 이런 용모는 절대 사대부들이 아내를 선택할 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육장봉이 월령안을 그에게 소개할 때, 그는 확실히 선입견을 가지고 육장봉이 미색에 미혹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온조는 육장봉이 왜 황제의 비위를 거스를망정, 월령안을 추구하고 그녀를 위해 모든 공무를 팽개친 채 그녀와 함께 각지를 돌아다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월령안은 확실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월령안은 독한 술 같았다.

처음 보면 너무 짙어서 경계심이 생기지만 그녀와 가까이 지내고 그녀를 알게 되면 곧 알아보게 될 것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깊게 묻어 둔 술로서 깊고 은은하여 마시지 않아도 취하게 했다.

그녀의 매력에 한 번 빠져든다면 그 누구도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 * *

온조는 이 일을 될수록 빨리 결정하려 했다. 하지만 무역지역을 짓든지, 사국 호시를 열든지 모두 머리만 쓴다고 결정되는 일이 아니었다.

사국 호시는 네 나라의 이익에 관계되고 주나라의 북요, 금나라, 서하에 대한 전략방침에 관계되므로 추호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때문에 아무리 월령안이 사전에 계획이 있었고 그가 전력으로 협력해도 오전 내내 큰 틀을 짜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온조는 월령안과 오전 내내 상담했다. 지치고 배고픈 나머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어도 아무런 효율도 없을 것 같아 말했다.

"우리 오후에 이어서 상담합시다. 괜찮죠?"

월령안은 이에 이견이 없었다. 온 태수와 오후에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계획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육장봉과 함께 산책하던 중, 육장봉이 갑자기 그녀에게 말했다.

"얼마 동안 관성을 떠나야 할 것 같소. 뜻밖의 일이 없으면 이틀 뒤에 떠날 것이오. 두 달쯤 뒤에야 돌아올 수 있소. 온조와 척연에게 부탁했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그들을 찾아가시오. 그들과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소."

"폐하께서 부르셨나요? 당신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월령안은 잠시 멍해져서 경악스러운 눈길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들은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녀는 사전에 조금도 몰랐다.

"아니오. 개인적인 일을 처리해야 하오."

그가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황제는 그에게 즉시 복명하라는 암지(暗旨)를 내렸다.

그날 조계안은 그를 만난 뒤 여러 가지 상황을 알려 주었다.

우선 황제는 그가 제멋대로 떠나 청주로 월령안을 찾아간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했다. 또한 그가 접경지대에서 보여 준 태도에 대해 더욱 불만스러워한다고 했다.

월령안의 수중에는 분명 철광산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직접 가서 조사하고도 아무것도 조사해 내지 못했다.

황제는 그가 정말로 조사해 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월령안을 비호하기 위해 군주를 기만했다고 여겼다.

조계안은 암황으로서 황제의 뜻을 전하며 그더러 즉각 변경에 돌아가 사죄하라고 했다.

반면 형제로서 그에게 조정의 분위기를 알려 주었다.

최근에 문관들이 또다시 날뛰며 황제더러 육장봉 수중의 병권을 회수하라고 했다. 이는 황제가 묵인한 것이기도 하고 황제가 직접 추진한 것이기도 했다.

목적은 그를 강요해 타협시키려는 데 있었다. 아쉽게도 그는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물론 그는 이런 일들을 월령안에게 알려 주지 않을 것이다.

자기 여자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자기 여자를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것은 남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가 보호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해서 그녀가 걱정하게 할 필요 없었다.

월령안은 황제가 그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육장봉이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줄곧 알고 있었다.

그녀를 단념시키기 위해 심지어 삼 년간 육장봉을 속이는 동시에 한 번 만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수를 써서 이혼하게 만들었다.

황제는 그녀가 육장봉과 함께하는 것을 동의하지도, 허락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육장봉이 그녀를 찾아 청주에 왔다. 황제는 반드시 화를 낼 것이고 어명을 내려 육장봉더러 즉시 돌아오라고 명령했을 것이다.

심지어 황제는 이미 육장봉에게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다만 육장봉이 그녀가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육장봉이 말하지 않는 것은 그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녀도 모르는 척하고 눈앞의 순간순간을 아끼면 될 것이다.

동시에 그녀는 또 육장봉이 언제든지 떠나가도 서운해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도 해 두었다.

그렇기에 육장봉이 떠난다고 말하자 그녀는 비록 살짝 실망감이 들었으나 상심하지는 않았다.

이 순간의 이별은 앞으로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서이기에 그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황제가 그에게 돌아오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그녀는 의아해했다.

"폐하께서 부르시는 것이 아니니 돌아가서 뭐 하시려는 건지 물어도 되나요? 국경에서 무슨 이상한 조짐이 있는 건가요?"

그녀가 모르는, 육장봉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국경에는 아직 이상한 조짐이 없소. 내가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소."

반드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말해 줄 수 있나요?"

월령안은 질문을 끝내자마자 후회했다. 즉시 한마디 덧붙였다.

"궁금하지 않아요. 다만…… 한마디도 묻지 않으면 제가 당신에게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닐까 싶어서요."

육장봉이 말하고 싶으면 진작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묻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육장봉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말할 수는 있소.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 나를 믿어 주시오. 곧 돌아올 거요."

그는 다시 돌아오면 반드시 월령안과 함께 서역에 갈 것이다.

월령안이 잘 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앞서 청주에서 먼저 월령안과 함께 서역으로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월령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았다. 그를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가 주나라의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녀와 함께 서남에 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월령안이 그를 믿지 못하는 게 그의 됨됨이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정세에서 주나라의 병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장군인 그가 주나라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희망을 품었다가 다시 실망할까 두려워했다.

그는 이미 한번 월령안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실망도 안겨 주었다. 이번에 그는 월령안에게 뜻밖의 기쁨을 안겨 주고 그녀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믿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그가 그녀를 위해 다시 신세계를 펼칠 수 있다고 말이다.

깜짝 선물인 이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월령안에게 미리 말해 줄 수 없었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월령안은 원래 호기심이 많은 사람도, 꼬치꼬치 캐묻기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육장봉이 말하지 않자 그녀도 더는 묻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줄 수 있을 때, 알려 주세요."

육장봉은 고분고분 아무것도 묻지 않는 월령안을 바라보며 마음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아직 이틀이 남았소. 당신과 함께 관성을 좀 다녀보고 싶군. 관성에서 북쪽으로 가면 운선산(雲仙山)이라고 있는데 산꼭대기는 일 년 내내 구름과 안개가 감돌아 마치 선경과 같다오. 그런데 저녁이 되면 산꼭대기는 또 구름 한 점 없이 맑지. 일찍 흠천감(欽天監) 사람들이 산꼭대기에 관성대(觀星臺)를 세웠다오. 우리 밤에 가서 별을 보는 게 어떻소?"

산에 올라서 별을 구경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절대 산에 오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오전에 온조와 오후에도 계속 무역지역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약속했다.

한쪽은 공적인 일이고 한쪽은 그저 노닐며 구경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월령안의 성격으로 보면 당연히 공적인 일을 우선시해야 했다. 노닐며 구경하는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설령 내일 갈 수 없다 하더라도 육장봉이 돌아오면 다시 가도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월령안은 제멋대로 행동하려 했다. 한 번쯤은 성숙하지도, 신중하지도 않으려 했다.

월령안은 거의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육장봉 몰래 하인더러 온조에게 그녀가 오후와 내일 혹은 모레까지 모두 시간이 없을 거라고 전하라고 했다. 원인은 말하지 말고, 만약 물으면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하라고 했다.

육장봉은 행동파였다. 두 사람은 돌아가서 등산하기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곧 떠났다.

온조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 두 사람은 떠난 지 오래였다.

온조는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육씨 이 나쁜 놈은 분명 일부러 이러는 것일 거야. 내가 전에 월령안을 소홀히 대했다고 말이야. 내가 얼마나 급해 하는지 뻔히 알면서 이 시간에 월령안을 데리고 놀러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육씨가 저러는 게 뭐 처음도 아니잖아."

척연은 나뭇가지에 긁혀서 붉은 줄이 죽죽 간 얼굴을 쳐들고 이를 갈며 말했다.

육장봉 그 나쁜 자식은 얼굴을 때려도 그냥 주먹으로 때리면 안 된단 말인가.

기어코 나뭇가지, 그것도 가장 가는 나뭇가지로 그의 얼굴을 때려 벌건 줄이 죽죽 가게 만들었다. 그 상처는 마치 여인의 손에 할퀸 것처럼 보였다.

그는 오늘 이런 얼굴을 하고서 군영에 갔다가 고참병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그의 집 포도나무 넝쿨이 쓰러졌느냐고 물었다.

그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또 놀림조로 말을 받았다. 그의 집에 포도 넝쿨이 없으니 틀림없이 고양이, 그것도 암고양이가 할퀸 것일 거라고 했다.

그가 변명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고참병들은 자기들의 추측만을 믿었고 그의 해명을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가 여태껏 쌓은 명성이 이렇게 육장봉 때문에 무너져 내렸다.

온조도 척연의 얼굴을 보았다. 만약 평소라면 분명 척연을 한바탕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이 척연보다 훨씬 비참하게 여겨졌다.

"너는 사적인 일이고, 나는 공적인 일이다! 그것도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이 급한 일!"

온조는 울화통이 터져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입동도 몇 달 안 남았어. 사국 호시는 조정에서 허락해야 시작할 수 있단 말이다. 지금도 지나가고 있는 일분일초가 모두 결정적인 순간이야. 하루라도 낭비하면 무역지역은 하루 더 늦게 건설되고 변방의 백성들은 하루 더 고생하게 되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단 말이야. 알겠어?"

"난 몰라. 난 다만…… 만약 월령안이 오지 않았더라면 올해 입동 전은 물론이고, 명년 입동, 후년 입동에도 우리는 여전히 지금처럼 지내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어. 전에 월령안이 오지 않았을 때, 우리는 이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왜 지금은 안 되는 거야?"

척연은 온조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무게감 있게 말했다.

"온씨, 내가 말하는데 자네 이러면 안 돼. 어찌 모든 희망을 월령안에게 걸 수 있어. 자네가 이러면 어린 아가씨가 얼마나 압력을 느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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