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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76)화 (676/1,004)

676화 충분히 투자할 수 있나요?

온조가 묻자 월령안은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관아에서 부지를 내준다면 무역지역을 건설하고 싶습니다. 무역지역은 오직 네 개 국가의 물건만 거래할 것입니다. 북요, 서하, 금나라, 주나라의 상인들은 오직 무역지역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고 그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역지역에 들어오는 상인은 모두 관아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무역지역은 크게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은 견본만 진열하면 됩니다. 모든 견본에는 반드시 가격을 매겨야 하고요. 우리 상인들이 말하는 정찰 가격을 써서 사기 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물건을 사는 상인은 무역지역에서 자기가 원하는 물품을 선택할 수 있으며 특별한 요구가 있으면 무역지역 내에서 요구를 발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끼리 사적으로 뒷거래를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거래는 반드시 주둔군의 감독하에 성사되어야 합니다."

"우리 일도 있는가요. 제수씨……!"

척연은 무역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월령안이 그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자 흥분되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온조가 그의 말을 가로채 버렸다.

"주둔군이 감독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주둔군이 돈을 벌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물론 거래의 안전을 위해서죠."

월령안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어요. 신용을 지키는 상인도 있지만 사기를 치는 상인도 있죠. 어떤 상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어요. 질이 떨어지는 것을 좋은 것으로 둔갑시켜 선금을 받은 다음 도망치는 경우도 수두룩해요. 대상인들마저도 가끔 그렇게 속임을 당하거든요.

상인들이 모두 신용을 지킨다고 말할 수 없어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규칙을 잘 정해서 그들이 빈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에요. 만약 빈틈을 노려서 사기를 쳤다면 그에 대한 큰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주둔군이 감시해 계약금을 대신 받고 상인들을 도와 거래를 성사시키면 쌍방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있어요.

물론 무역지역을 감독하고 보호하는 것은 공짜가 아닙니다. 무역지역에서 성사된 거래는 구매자나 판매자나 모두 주둔군에 반 할의 수고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만일 당신들이 좀 더 심하게 처사한다면 그들에게 반 할을 더 받아 관성의 세금으로 걷을 수도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면 관성은 유일하게 네 개 나라 사이의 장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예상하건대 상인들은 기꺼이 이 돈을 내려고 할 것입니다."

월령안은 온 태수와 척 수비가 반 할의 수익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까 봐 특히 한마디 더 귀띔했다.

"무역지역에서는 사국 무역을 합니다. 반드시 모두 큰 장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인들께서는 그 반 할의 수익을 적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 반 할의 수입을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월 회장이 어떤 이득을 얻는지 궁금하군요."

온조는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장사는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다.

그런데 월령안이 이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도 그는 그녀가 이 무역지역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척연이 아니었다. 그들이 육장봉이 아닌 이상, 월령안은 정말로 그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지는 않을 것이다.

성중성을 짓는 데서는 집을 파는 것이 월령안의 수익 경로이다. 그럼 사국 호시에서 월령안은 어떤 경로로 수익을 얻는 것인가.

사국 무역지역은 온전히 관아와 주둔군이 감독, 관리하고 얻은 수익도 양쪽이 나눠 가진다.

온조는 월령안이 그 가운데에서 무엇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월령안이 수익이 없는 장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뒤에 있는 청주상회에서는 절대로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월령안이 청주상회 회장의 명의로 그에게 이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월령안은 관성 무역지역에서 설령 관아와 주둔군이 감독, 관리한다 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월령안은 숨기려 하지 않았기에 온조가 물어보자 대범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하기 전에 그녀는 먼저 온조에게 한마디 물었다.

"대인, 무역지역을 혼자서 지으렵니까?"

"무슨 뜻인가요?"

온조는 어렴풋이 무언가를 느꼈지만 콕 짚어 낼 수는 없었다.

그가 아무리 영리하다 해도 결국 상인이 아니었다. 상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반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대인, 네 나라의 상인은 무역지역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나라의 상인은 그나마 괜찮지만, 다른 세 나라의 상인들이 당일에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무역지역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들의 물건을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죠. 심지어 그들도 거래소에 상품을 전시할 곳이 필요하죠. 이런 것들을…… 대인은 혼자서 지으려고 하십니까?"

"지금 무역지역에다 술집, 주점을 열게 허락해 달라는 것입니까?"

온조는 그 속에는 있는 거대한 상업 기회와 소식 경로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어느 한순간, 그는 심지어 월령안을 차 버리고 홀로 이 장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척연은 모두 세가 출신이다. 그들의 배후에 있는 온씨 가문과 척씨 가문은 이 사업을 감당하기는 충분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역지역에는 사국이 뒤섞여 있다 보니 기필코 정탐꾼, 첩자가 섞여 있을 것이고 정보를 얻기 쉬운 장소였다.

이런 장소는 역시 자기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좋았다.

"아니에요…… 저는 대인들을 도와 무역지역을 건설하고 싶습니다. 대인도, 관아도 일 푼도 낼 필요 없이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지을 것입니다. 다 지은 뒤, 무역지역은 관아와 주둔군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될 것입니다."

월령안은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눈매가 날렵하고 표정이 선했다.

그러나 온조는 왠지 경계심이 들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 있다면 그건 함정일 뿐이다.

여러 해 동안 벼슬하면서 온조는 이 도리를 깊이 알고 있었다.

"저는 오십 년간 무역지역을 경영할 권리를 원합니다. 이 오십 년 내에 무역지역의 가게 임대료는 제가 받으며 무역지역의 토지 계획과 건설, 경영은 제가 맡고 싶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조정에서는 저에게 돈을 지불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정에서는 다만 공터만 제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역지역의 사용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십 년 뒤 건물과 가게를 포함해 무역지역 전체를 조정에 넘길 것입니다."

사실 오십 년은 길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역지역에서 오십 년을 허비할 필요도, 허비할 여유도 없었다.

조정에서 준 오십 년의 기한이 있으면 그녀는 무역지역의 공터를 자신의 후손들에게 기반을 마련해 주려는 부유한 상인들에게 팔 수 있었다. 무역지역에 임대료를 오십 년 받을 수 있는 가게가 있으면 자손 삼대는 충분히 먹고살 만할 것이다.

그 돈을 들여 자손들의 앞날을 보장해 주려는 갑부들은 많고 많았다.

"이 생각은 참 괜찮군요. 다만……."

온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월 회장, 아직 한창 어리시군요. 무역지역 계획을 저한테 다 알려 주고 돈 버는 방법도 다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제수씨더러 무역지역을 지어 운영하라고 할 것 같나요?"

온조는 육장봉을 힐끗 바라본 뒤 큰 비밀이라도 있는 듯이 말했다.

"제수씨는 저희와 장봉의 관계 때문에 제가 제수씨밖에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앞서 이야기했습니다. 장사를 위해 사적인 이야기는 접어 둔다고요. 우리는 지금 당장 제수씨를 차 버리고 우리끼리 일을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

"온씨, 이러면 안 되지……."

척연은 유리한 시기를 틈타 이득을 얻으려고 온조에게 맞장구를 쳤다. 함박웃음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 자기 사람이잖아. 돈이야 같이 벌어야지. 제수씨의 생각을 얻어놓고 차 버리면 안 되지. 너무하는 거야. 내가 보기에 이 일은 우리 온씨, 척씨, 육씨 세 가문이 함께하면 될 거 같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월령안을 걷어찰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도권까지 쥐겠다는 말이었다.

육장봉은 화가 나서 웃었지만 월령안을 흘끔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온조와 척연 두 사람만으로 월령안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마음 놓으라는 눈빛을 보내고 우습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온 태수, 척 수비. 상업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과 가장 가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월령안은 온조와 척연의 '파렴치함'에 화내지 않았다. 심지어 좀 전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상업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생각이에요. 좋은 생각 하나에 날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어요.

마찬가지로 상업계에서 가장 값어치가 없는 것도 생각이에요. 상업계에는 언제나 시류에 맞춰 영합하는 사람이 적지 않죠. 일단 돈 버는 수가 있다고 하면 상인들은 비린 냄새를 맡은 고양이처럼 너도나도 득달같이 달려들 겁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일찍이 저에게 상인의 영리함을 결코 무시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스스로 혼자만의 좋은 생각이라고 여겨도 누군가는 일찍 다 생각해 냈지만 충분한 자금과 인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실행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요.

혼자만의 유일무이한 생각만 있어도 소용이 없죠. 돈, 나아가 큰돈을 벌면 따라 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만약 상대방이 당신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면 당신은 곧 밀려날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봅시다. 해운(海運)은 애당초 세도가들이 상선을 조직해 조정의 군함을 따라 바다로 나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그 세도가들의 상선은 어디에 있나요?

대인께서 제 계획을 좋게 봐주셔서 전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대인께서는 정말로 제가 없이 당신 두 가문…… 아니죠. 육씨 가문까지 해서 세 가문에서 무역지역이라는 이 커다란 기회를 독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신들이 세운 무역지역이 남에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들이 투자하신 돈을 정말 거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처럼 큰 기회를 그녀 역시 독식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온조와 척연은 생각의 제공자인 그녀를 차 버리려 하다니.

상업계에서 이러한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버림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돈도, 권력도, 배경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돈도, 권력도, 배경도 있었다. 두 사람은 무슨 근거로 그녀를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녀를 만만하게 보고 괴롭히려는 것인가.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들이 과연 충분하게 투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점이지요."

월령안은 이 말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다.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조와 척연이 먼저 과분하게 처사했으니 그녀도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

그녀를 차 버리고 저들끼리 독식하겠다고. 당연히 가능했다.

그들이 밑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금 상업계에서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밑지기는 아주 쉬웠다.

이 두 사람이 감히 그녀를 차 버린다면 그녀는 두 사람이 입고 있는 바지조차 남지 않게 쫄딱 망하게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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