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5화 돌을 금으로 만드는 방법
척연은 말을 마치고 자기 혼자 잔을 비웠다.
육장봉이 술을 마시기도 전에 그는 또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는 몸을 돌려 월령안에게 말했다.
"제수씨께도 한잔 권할게요. 언젠가 생각이 바뀌어 육씨를 걷어차게 되면 우리 관성으로 자주 오세요. 우리 관성에는 좋은 사내가 많습니다. 제수씨가 관성의 어떤 사내가 마음에 들든지, 그 사내의 이름만 대면 제가 즉시 그자를 깨끗하게 씻어서 제수씨께 보내……."
"어디로 보낸다고?"
육장봉은 하마터면 입에 물고 있던 술을 척연에게 뿜을 뻔했다.
'왜 이리 하나둘씩 내 앞에서 내 부인을 꼬드기려는 거지? 내 존재를 무시하는 건가?'
"거…… 이건 말실수야. 말실수!"
척연은 흠칫 떨고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변명했다.
"군에 오래 있어 그 무뢰한들한테 물들어서 그래. 네 형수님도 나한테 삼십 년을 잘 배우다가 삼 일에 다 그르쳤다고 말해."
척연은 세가 출신으로 본래 고상한 세가 공자이자 풍류 소년이었다.
하지만 육장봉과 알고 지낸 뒤, 세자 자제로서의 풍류적인 면과 빼어난 기품은 깡그리 사라지고 그저 군대 무뢰한의 단순하고 거친 모습밖에 남지 않았다.
"네 자리에 가."
육장봉은 척연에게 차가운 눈총을 쏘았다.
척연은 술잔을 든 손을 흠칫 떨며 주눅이 들어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입으로는 지기 싫어 구시렁거렸다.
"넌 나이가 어리니까 너하고 따지지 않을 거야. 네 형수가 또 나에게 뭐라고 할 테니까."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육장봉에게 농을 던졌다.
"당신네 사이가 정말 좋군요."
육장봉에게 농담할 정도로 친하다면 보통 친구가 아니었다.
그녀는 줄곧 육장봉과 같은 사람은 친구가 없으며 또한 친구가 필요 없다고 여겼다.
강자는 친구가 필요 없다. 그들은 고독을 즐기고 독불장군으로서 혼자 다니기를 즐긴다.
마치 변경에 있을 때, 육장봉이 취한 자세처럼 말이다.
신단(神壇)에 앉아 도도하게 중생을 굽어보며 인간 세상에 내려와 사람들과 교제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변경을 벗어나자 육장봉에게는 친구가 있을뿐더러 둘이나 되었고 사이도 어지간히 좋아 보였다.
"사이 안 좋아요."
"누가 저 자식하고 친하다고 그러는 거요?"
육장봉과 척연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둘 다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척연은 더욱 못마땅해서 육장봉에게 눈을 부라리고는 곧 월령안에게 하소연했다.
"제수씨는 모를 거예요. 육장봉, 저 녀석은 어릴 때부터 폭력적이었어요. 만나기만 하면 때렸다니까요. 제수씨도 좋기는……."
"흠흠……!"
온조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척연을 귀띔했다.
"소연(小然). 적당히 해. 아니면 또 누군가한테 모래주머니 처럼 맞을 거면서. 형수님께서 마음 아파할 거다."
"온소조(溫小兆), 말했잖아. 소연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척연은 온조를 흘겨보더니 곧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우리 관성이 이렇게 가난한데 드디어 재신이 찾아오셨잖아. 당연히 재신에게 아부를 해야지. 그래야 재신이 우리를 두 번째 육장봉으로 여겨 먹여 살릴 거 아니야."
"허!"
육장봉은 차갑게 웃었다.
온조는 머리가 아파 이마를 짚으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척연 저 멍청이 같은 자식.'
바보라고 하자니 또 월령안에게 친한 척하면서 자기 사람이라는 말로 허를 찔렀다.
그러나 똑똑하다고 하자니 그는 또 죽을힘을 다해 육장봉의 미움을 사고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면서 척연은 아직도 육장봉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단 말인가.
월령안에게 밉보이면 기껏해야 육장봉에 한번 맞아 주면 되었다.
하지만 육장봉에게 밉보이면 육장봉은 그들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었다.
'참 피곤하군!'
온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육장봉의 차가운 얼굴을 외면한 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친절하게 입을 열었다.
"제수씨, 척씨는 정중한 멋이라고는 없어요. 그의 말은 염두에 두지 마세요. 우리 공적인 이야기나 합시다. 방금 전에 관성에 성중성을 만들어 호시를 열겠다고 하셨죠. 제가 갑자기 또 흥미가 생겼습니다."
"온 대인, 저를 월 회장이라고 불러 주세요. 성중성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후일 시간을 따로 정해서 정식으로 말씀을 드리지요. 어떤가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이 두 친구가 바로 전해 듣기만 하던 전문적으로 자기 사람만 골탕 먹인다는 '나쁜 친구'들임을 알아차렸다.
온 대인이 제수씨라고 부르자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어쩐지 함정에 빠지는 것만 같았다.
월령안은 먹고 마시며 좋은 분위기에서 장사 거래를 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온 태수는 그나마 괜찮지만 척 수비가 말끝마다 제수씨를 부르자 대화를 이어 갈 수가 없었다.
육장봉의 체면을 봐서라도 그녀는 절대로 온 태수와 척 수비를 손해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안에 들어온 이익을 고스란히 남에게 넘겨주는 일도 할 수 없었다.
상인으로서 그녀는 뼛속까지 깊이 새겨진 원칙에 따라 눈을 뻔히 뜨고 밑지면서도 소리만 지르는 장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잠시 접어두고 다시 시간을 정해 이야기하는 것이 쌍방에게 다 이로웠다.
온조는 지금 월령안이 아직 관성의 빈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을 결정짓고 싶었다.
그렇지 않고 그녀가 관성에 며칠간 더 머물면서 관성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에는 그가 주도권을 잡기는 고사하고 이익을 하나라도 더 챙기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월령안이 이 정도로 말하니 그도 그녀에게 이야기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너무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모두 훼방을 놓은 척연 때문이야!'
온조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맞는 얘기네요. 오늘에는 친구 간 한담이나 하고 공적인 일은 얘기하지 맙시다."
"왜 이야기하지 않나요? 제수씨…… 그러지 마세요."
척연은 멋쩍은 분위기를 무시하고 열정적이면서도 대범하게 웃었다. 전혀 속셈 같은 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구체적인 협력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성중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내가 듣기로는 그 가운데 우리 장병들의 일도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럼 저한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세요.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대체적인 계획이 있으면 뒤따르는 일도 쉽게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월령안은 할 말이 없었다.
이 척 수비는 십이의 고급형이었다.
하지만 십이는 정말로 순진했고, 척 수비는 겉으로 순진하고 우직하지만 속은 영리했다.
그녀는 단지 온 태수가 영리하고 상대하기 힘들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상 이 척 수비가 온 태수보다 상대하기 훨씬 어려웠다.
월령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탄식했다.
척연이 입을 열었고 게다가 사업은 운운하지 않고 다만 성중성의 계획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월령안은 그에게 설명해 주어야 했다.
그녀는 정신을 바싹 차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오기 전에 관성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땅이 넓고 인구가 적습니다. 더구나 경작 면적이 극히 적고 대부분이 황무지입니다. 제가 건축 대가를 찾아서 알아보았는데 이곳 황무지는 경작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나 집을 짓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가장 단순한 계획으로는 관성에서 땅을 구획한 다음 집들을 지어 파는 것에 있습니다. 이 집들은 우선 먼저……."
"잠깐만요, 지금 집을 지어 팔겠다고 했나요?"
척연은 문득 월령안의 말을 끊어 버리고 바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제수씨께서 이야기한 대로입니다. 관성은 땅이 넓지만 인구가 적습니다. 집을 지으려는 생각이 있는 집에서는 스스로 부지를 선택한 다음 관아에 돈을 좀 내고 지을 수 있습니다. 누가 바보도 아니고 제수씨가 지은 집을 사나요?"
물론 생각할 필요도 없이 월령안에 지은 집을 사는 것은 틀림없이 스스로 짓는 것보다 훨씬 더 비쌀 것이다.
월령안은 척연에게 경시를 당해도 화내지 않고 웃으면서 설명했다.
"만약 집 밖에서 십이 시진 동안 경비를 선다면요? 집 바깥에 성벽보다 높은 벽이 둘러져 있다면요? 집 근처에 서원, 의관(醫館)이 있고 몇 걸음만 옮기면 번화가에 도착할 수 있다면요? 집 근처에서 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요?"
건축에서 버는 돈은, 집을 팔아서 버는 돈이 아니라 집을 팔면 따라오는 부가가치인 것이다.
비슷한 크기, 건축된 햇수가 같은 집이라도 변경에서는 수천, 수만 냥에 팔 수 있지만 관성에서는 몇십 냥에 팔아도 엄청 잘 판 것이다.
변경에서는 황성과 가까우면 아무리 낡은 집이라 해도 고가에 팔 수 있지만 관성에서는 낡은 집들의 가치가 해마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녀는 집을 팔아도 여태껏 집을 지은 수고비를 번 적이 없었다. 그까짓 푼돈을 버는 데는 아무 흥미가 없었다.
"이게 바로 제수씨가 이야기한 성중성인가요?"
온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표정에는 흥분이 어려 있었다.
그는 척연보다 더 멀리 내다보았다. 만약 이런 성이 있다면 관성의 백성들은 살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 성을 짓게 된다면 일꾼들의 수요가 얼마나 큰가.
월령안은 멀리 타지에서 수천만의 일꾼을 끌어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꾼들은 그래도 관성에서 찾아야 한다.
관성의 백성들은 일할 곳이 있게 되고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돈을 쓰기도 해야 한다.
그들이 돈을 쓰게 되면 관성의 상업은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관성의 상업이 활기를 띠면 더 많은 상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상인들이 관성에 와서 가게를 경영할 때는 심부름꾼과 날품팔이를 청해야 한다. 상인들의 물건을 이리저리 운송하자고 해도 사람이 필요하다.
설령 일부분만 관성의 백성들에게 맡기더라도 그들은 돈을 버는 경로가 더 많아진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순환되면 관성은 정말 월령안이 말한 것처럼 풍요로워질 것이다.
온조가 이리 흥분하는 데에 대해 월령안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백성들을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하려는 관리라면 누구든 그녀가 던져 준 미끼를 거절할 수 없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저었다.
"이는 다만 일상생활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호시 부분입니다. 이 역시 제가 두 대인에게 거래를 요청하는 장사입니다. 이 부분은 관아의 지지가 없이 우리 청주 상인들만으로는 성사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온조는 이때부터 푹 빠져들었다.
월령안은 정말로 돌도 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 틀림없었다. 남들은 장사를 하면 모두 사서 팔거나 아니면 남쪽의 물건을 가져다 북쪽에 가 팔았다.
그녀는 아니었다. 한번 시작하면 규모가 달랐다.
그는 월령안의 설명을 듣기만 해도 당장 그녀를 끌고 이 사업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척연 저 멍청이는 딱 한마디만 제대로 했다. 바로 육장봉이 그들에게 재신을 모셔다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