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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72)화 (672/1,004)

672화 저 개자식을 내다 던져라

월령안은 그날 밤에 조의박이 보낸 전갈을 받았다.

그는 월령안이 제출한 조건을 승낙하면서 조운충과 완안경을 풀어 달라고 했다.

월령안은 크게 웃었다.

"수비 대인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그때 우리는 분명 조운충이라고 말했었어요. 지금 와서 저에게 완안경까지 풀어 달라니. 지금 저를 놀리는 건가요? 조운충은 제가 잡았으니 물론 제가 결정할 수 있죠.

하지만 완안경은 육 대장군이 잡은 것입니다.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완안경의 자유에 관해서는 육 대장군과 이야기하셔야죠. 저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조의박은 월령안의 답신을 받고 화가 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날 그는 월씨 저택에서 월령안과 이 일을 이야기할 때 일부러 어정쩡하게 말해 요점을 흐려 놓았다. 그녀가 자신이 원한 것은 조운충과 완안경 두 사람의 자유일 것이라고 오해하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그녀는 영리하기 짝이 없어 전혀 속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아들이 월령안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조의박에게는 담판할 힘이 거의 없었다. 설령 월령안의 요구가 아무리 각박해도 그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염명경 귀시에서 그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월령안을 괴롭혔다.

육장봉이 말한 것처럼 월령안은 그들이 애당초 했던 일을 그대로 그들에게 돌려주었을 뿐이다.

조의박은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움직이지 않았다.

조운충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그는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육장봉이 정말로 그의 아들에게 독을 쓴다면 그야말로 후회막급일 것이다.

조의박이 뒤에서 딴죽을 걸지 않으면 청주에서 아무도 감히 월령안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어지는 이틀 동안 그녀는 저택에 머물면서 수중의 일을 처리했다. 또한 청주의 동맹들에게 곧 청주를 떠날 것임을 알리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월령안은 잠시 떠나 있을 뿐이다.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월령안은 그들에게 일일이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 편지는 바로 작별 인사 대신이다.'

육장봉은 시간을 내어 서남에 한 번 다녀왔다. 서남의 일을 마무리 짓고 일부 대오를 남겨 서남에 주둔시켰다.

표면적인 이유는 월령안을 도와 서남의 장사를 돌본다고 했다. 하지만 월령안과 양 토사 그들은 모두 육 대장군이 서남에 정탐꾼을 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양 토사와 송 토사는 마음이 언짢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그들이 이미 조정에 의탁한 이상, 성의를 보여야 했다. 육 대장군이 광명정대하게 서남에 사람을 둔 것은 이미 그들의 체면을 봐준 것이었다.

월령안도 이 사실을 알고는 피식 웃을 뿐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육장봉이 그녀의 명의로 서남에 사람을 두는 것은 그녀에게도 유리했다. 그녀와 육장봉도 어쩌면 서로 혜택을 보는 셈이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자 곧 조계안이 정한 시간이 되었다.

월령안은 아침 일찍 육장봉과 함께 지주부로 갔다. 생각 밖으로 범씨 가문 가주는 그녀보다 더 일찍 도착해 있었다.

보아하니, 다들 급한 모양이었다.

범씨 가문 가주와 함께 온 사람은 지금 청주 정권과 병권을 각각 양손으로 쥐고 있는 조운천 백작이었다.

조운천은 왼편 아래쪽 첫머리에 앉아 있었다. 안하무인 격의 거만함을 드러내는 것이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오늘 계약 당사자 범씨 가문 가주인 줄 알 것이다.

월령안은 냉담하게 한번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범씨 가문 가주에게 인사말을 건넨 다음 육장봉과 함께 다른 한쪽의 차석에 앉았다. 범씨 가문 가주의 바로 맞은편 자리였다.

육장봉도 월령안에게 쏠린 주목을 빼앗으려 하지 않았다.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아래쪽에 앉았다.

두 사람은 오른쪽 윗자리를 비워 두었다.

범 가주는 이 모습을 지켜보더니 마치 부모를 잃은 것만 같던 안색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그는 월령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월씨 가문 이 여식은 역시 예의를 차리는군.'

범씨 가문 가주가 만족하는 반면, 조운천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이건 그의 체면을 깎는 행동이었다.

청주의 병권을 손에 쥔 다음부터 조운천은 청주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기 인물로 떠올랐다. 어디를 가도 추어올리는 사람들뿐이라 붕 뜰 정도는 아니더라도 많이 들뜬 상태였다.

월령안은 들어오자마자 그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체면까지 깎으려 들다니. 조운충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월 가주……!"

조운천은 요상한 목소리로 한마디 불렀다. 그리고 갑자기 온몸에 몰려드는 한기를 느끼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다가 육장봉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

그는 아차 싶었다. 육 대장군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조운천은 깜짝 놀라 흠칫 떨고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부했다.

"오랜만에 만나는군. 월 가주는 여전히 아름답네그려. 대장군과 함께 있으니 천상배필 같구먼."

그러나 육 대장군은 여전히 좋은 낯빛을 보여 주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꾸짖었다.

"같은 게 아니지."

"네, 네. 같은 게 아니고 그냥 천상배필입니다."

겁쟁이 조운천은 육 대장군의 살인이라도 할 것 같은 시선에 금세 시원하게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조운천은 육 대장군의 비위를 맞추다 보니 그만 문턱을 넘어서는 조왕 전하의 화를 돋우게 되었다.

조계안의 음침한 눈동자에는 사람을 삼킬 듯한 폭풍이 일렁이었다. 그는 음산하게 조운천을 흘겨보더니 사납게 명령을 내렸다.

"저 개자식을 내다 던져라."

조운천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문밖의 호위가 들이닥쳐 결박하더니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놀란 나머지 반항하는 것도 잊고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조왕, 이게 무슨 뜻입니까? 저야말로 오늘……."

"시끄럽다."

조계안이 음침하게 입을 열자, 호위는 즉시 조운천의 입을 막고 억지로 끌어냈다.

격노한 조운천은 자신이 일찍 무예로 한자리했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 그의 무공으로 일반 호위가 그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다년간 호강스러운 생활을 하다 보니, 위험에 부딪쳤을 때 순간적인 반응을 못하게 된 지 오래되었다.

조운천이 끌려 나가자 대청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육장봉은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그는 비록 조계안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결코 공식 석상에서 조계안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오늘 그는 월령안의 들러리에 불과하니 그녀만 잘 돌보면 되었다.

조계안은 화끈하게 상석에 앉았다. 음침하고 냉담한 눈동자로 범씨 가문 가주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당신의 증인을 내쳤으니, 공평성을 위해 당신이 새로 한 사람을 찾게 허락하지."

"조왕 전하, 말씀이 과하십니다. 소인은 조왕 전하를 믿습니다."

조운천이 밖으로 끌려 나갔으나 범씨 가문 가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늘은 월씨, 범씨 두 가문의 십 년 쟁탈전을 이야기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냥 태도를 밝히러 온 것이었다.

그와 월령안 사이 담판 조건은 이미 사적으로 이야기가 끝난 뒤였다.

"가서 구 대인을 불러라."

조계안은 손을 크게 저으면서 범씨 가문 가주의 거절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 대인은 조정의 사람이었다. 그를 청해 오는 것은…….

범씨 가문 가주는 쓴웃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왕은 그가 조의박의 사람임을 분명 알면서도 기어코 조정의 사람을 그의 증인으로 불렀다.

조왕은 일부러 조의박 등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이렇게 처사하는 것이었다. 조의박 등에게 그가 황실을 위해 일하며 황실의 사람이고 황실에서 그를 후원할 것이라고 알려 주려는 것이었다.

범씨 가문 가주는 조왕 전하가 의도적으로 조의박을 언짢게 하고 그와 조씨 삼형제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부득불 조왕 전하의 이 수가 아주 훌륭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조의박이 그를 강요해 고개를 숙이게 한 다음, 조왕의 이런 처사는 사람의 마음을 녹여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숙명적으로 조의박을 배신할 수가 없었다.

그들 범씨 가문은 어느 정도에서 월씨 가문의 상황과 같았다.

범씨 가문의 뿌리는 청주에 있었다. 자자손손, 조상 대대로 청주에서 살아왔다.

그가 만약 조의박을 배신하면 그는 범씨 가문의 죄인이 되는 것이었다.

범씨 가문 가주는 일순간 마음이 착잡해졌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이 저도 모르게 가볍게 떨렸다.

월령안은 힐끗 바라보고 마냥 몰래 탄식할 뿐이었다.

월씨 가문이나 범씨 가문이나 모두 바둑돌일 뿐이었다. 바둑돌로서 판에 놓이는 순간, 그들의 운명은 그들 자신이 결정할 수 없었다.

"소인이 전하, 대장군을 뵙습니다."

구 대인은 급한 걸음으로 대청에 들어섰다. 각기 두 사람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눈치 있게 범씨 가문 가주의 아랫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구 대인은 뒤늦게 자신이 육 대장군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잠깐 안절부절못했다.

다행히 뭇사람들은 월씨, 범씨 두 가문 십 년 쟁탈전에 주의를 집중하다 보니 아무도 그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월씨, 범씨 두 가문의 십 년 쟁탈전에서 각 방면의 세부 사항은 전례를 참고할 수 있었다. 다만 전례는 모두 월씨 가문 내부 다툼이었다. 이번에는 두 가문의 다툼으로 바뀌었으므로 일부 세부 사항은 반드시 변경해야 했다.

예를 들어, 월씨 가문에서 가주 자리를 다툴 때는 우선 먼저 각 경쟁 당사자에게 일정한 자금을 제공했다. 그들이 힘들게 기초 자본을 축적할 필요 없이 직접 상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두 가문 간의 쟁탈전으로 바뀌었기에 이 조항은 적용될 수 없었다.

조계안이 해야 할 일은 전례에서 적용되지 않는 조항을 월씨, 범씨 두 가문의 쟁탈전에 적합한 조항으로 바꾸고, 조항마다 공평성과 공정성을 유지해 쌍방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 월씨, 범씨 두 가문이 은상(隱商)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은 모두 황실을 위해 재물을 긁어모으기 위해서였다.

설령 월령안이 황실에서 앞에 내세운 사람이라고 해도 황실은 대놓고 그녀에게 편애할 리 없었다.

게다가 조계안은 월령안에게 깊은 신뢰가 있었다.

그가 보기에 공평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월령안에게는 최고의 편애였다.

그는 이런 일에서 꼼수를 써 황실의 명성 내지 월령안의 명성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었다.

계약서 첫 조항에서 이는 월씨, 범씨 두 가문의 쟁탈전임을 밝혔다. 월씨, 범씨 두 가문이 모두 전 가문의 힘을 모아 황실의 은상 자리를 놓고 겨룰 수 있다고 했다.

이 조항 뒤로는 두 가문 쟁탈전에서의 구체적인 요구와 세부 사항이 따랐다.

조계안이 내놓은 계약서 조항을 보고 범씨 가문 가주는 황실의 대범함과 공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더러 월령안에게서 받았던 일 할 소득을 돌려주고, 더하여 범씨 가문의 십 년 동안 소득에서 일 할을 월령안에게 내어 주라고 하는 조항 외에는 아무 흠집도 찾아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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