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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64)화 (664/1,004)

664화 당신의 선택

추수는 그녀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아가씨, 아가씨는…… 그때 당시 그것이 혈옥주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래."

물론 아니었다. 아포가 성독종(聖毒宗)을 말할 때, 그녀도 단지 추측만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혈옥주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조운충이 꺼내 든 것이 혈옥주이고 일찍 월씨 가문에서 사람을 통제하는 데 쓰던 독약임을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그녀가 모험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 독약이 단시간 내에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없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가 그 순간에 죽지 않는다면 조운충이 그녀의 손에 있는 한, 해독약을 찾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조운충을 해독약과 바꾸지 못해도 아포가 있었다. 아포가 있는 한, 날카로운 칼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지만 독약은 그럴 수 없었다.

"아가씨, 아시면서도 복용하셨나요? 아…… 아가씨는 무엇을 하시려는 거예요? 아포가 혈옥주는 완전한 해독약이 없다고 했잖아요."

금방 멈췄던 추수의 눈물이 또다시 쏟아져 내렸다.

"울지 마. 울지 마……."

월령안은 얼른 기운을 차리고 계속하여 추수를 달랬다.

"혈옥주의 독은 해독할 수 있단다. 서역의 한 가지 풀이 혈옥주를 해독할 수 있대. 마침 내가 주나라와 서역 사이에 새로운 상업 경로를 만들려던 참이었다. 이것도 좋은 기회지."

월령안은 무슨 기회인지에 대해서는 추수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

추수는 성격이 단순했다. 어두운 꼼수 같은 건 추수에게 말해 줄 필요가 없었다.

* * *

그런데 추수는 달래기 쉽지만 상천은 달래기 쉽지 않았다.

상천은 돌아와서 약을 대충 바른 다음, 힘들게 월령안을 찾아왔다. 그녀를 보자 첫마디는 이러했다.

"아가씨, 그때 당시 그 알약이 혈옥주라는 것을 눈치채고 고의로 복용하신 거 맞죠?"

"아니야. 사실 그때 상황에서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

상천은 추수가 아니었다. 월령안은 그를 달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아가씨께서는…… 왜 복용하셨나요? 아가씨…… 저는 아가씨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모험하시리라고 믿지 않습니다."

상천은 추수도, 육삼도 아니었다. 그는 월령안이 그들 하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 대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 준다고 한들, 일개 하인 때문에 독약을 복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월령안은 탄식하고 말았다.

"내가 너를 위해 목숨을 건 것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냐?"

'아포나 추수는 얼마나 감동하는데. 상천은 왜 이리 따지려 하지. 참 귀엽지가 않군.'

상천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그 말을 스스로 믿을 수 있나요? 아가씨는 상인이시지 성인이 아니잖습니까."

"그래 맞아. 내가 감히 그 독약을 복용한 건, 염명경 귀시에서 누군가 아포의 뱀을 사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야. 그의 작은 뱀은 서역의 성사(聖蛇 - 성스러운 뱀)이며 그 이빨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인 견혈봉후지. 하지만 그 사담(蛇膽 - 뱀의 쓸개)은 최상급 해독약으로서 세상에서 그것으로 해독하지 못하는 것이 없단다. 그때 나는 무슨 독약을 먹었는지 확정 지을 수 없었어. 다만 조운충으로 해독약을 바꾸지 못할 경우, 아포의 뱀을 잡아 그 사담으로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

그녀는 물론 자신이 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감히 모험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을 희생해 남을 구할 정도로 위대하지는 못했다.

"그럼 지금은요? 아포의 뱀을 죽여서 해독할 건가요?"

상천은 월령안이 만반의 준비가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그가 말로는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두려웠다. 월령안이 그를 구하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음독했을까 봐 두려웠다.

정말 그렇다면 그는 만 번 죽어도 속죄하지 못할 것이다.

"아포의 뱀이 그렇게 귀한데 왜 낭비하겠어. 사실 혈옥주에 해독약이 없는 것도 아니야. 나는 당연히 서역에 해독약을 구하러 갈 거다. 내친김에 이 기회를 빌려 육장봉더러 나와 함께 서역으로 가자고 할 거야."

월령안은 눈을 감아 눈 속의 이해타산을 감추고 차분하게 말했다.

"너도 서역의 여러 나라들과 접촉해 봐서 알 것이다. 서역 여러 나라들이 얼마나 배타적이고 주나라의 상인들을 얼마나 배척하는지. 우리가 서역 여러 나라를 유세해서 그들이 우리와 통상하게 하려면 너무 어려워.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엄청난 인력과 물력을 소모해야지. 그런데……."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아무리 배타적이라 해도 강대한 주나라 앞에서는 굴복할 수밖에 없어. 육장봉이라는 막강한 군대를 장악한 대장군이 있으면 서역 여러 나라의 상업 경로를 개척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많은 대가를 지불할 필요도 없어."

상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말씀만 하시면 대장군께서는 반드시 함께 가실 겁니다. 해독약을 찾는다는 이유를 댈 필요가 없습니다."

'아가씨께서 이리 말씀하시는 건 내가 죄책감을 느낄까 걱정해서일 테지?'

필경 아가씨가 당시 음독을 선택한 것은 아주 모험적인 행동이었다.

"맞아. 내가 말하면 육 대장군은 반드시 같이 갈 것이다. 하지만 결코 지금, 이 시간은 아닐 테지. 그리고 나도……."

월령안은 입술을 오므리며 가볍게 웃었다.

"삼 년 전보다 욕심이 생겼거든. 육장봉이 나를 좋아해 주기만 해서는 안 돼. 나는 육장봉의 마음속에서 내 목숨이 중요한지, 아니면 그의 포부와 어깨에 짊어진 책임이 더 중요한지 알고 싶단 말이야."

촛불 아래 월령안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생기가 차 넘쳤다. 미소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했다.

그러나 상천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아가씨…… 무슨 뜻입니까?"

'내가 생각하는 그 뜻이 맞나?'

아가씨는 지금 육 대장군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상천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주었다.

"금나라와 북요가 손잡고 주나라에 출병하려고 해. 이 시기에…… 주나라의 안전을 책임진 영웅으로서 육장봉은 주나라를 떠날 수 없지."

일단 그가 주나라를 떠나면 금나라와 북요는 기회를 틈타 주나라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저기, 그런데도 아가씨께서는…… 대장군께 선택을 강요할 생각이십니까?"

'아가씨께서 혹시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육 대장군이 그들 아가씨를 좋아하게 되다니 정말 비참한 일이었다.

그는 갑자기 육 대장군이 왠지 좀 불쌍해 보였다.

"왜 안 되는 것이냐?"

월령안은 냉소하며 되물었다.

"이래야만 내가 육장봉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아니냐?"

이 문제는 그녀에게 아주 중요했다. 그녀는 반드시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

확실하게 알아야만 그녀는 앞으로 육장봉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오직 자기만의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 대장군께서 아가씨와 함께 서역으로 가는 것을 선택한다면요. 그러면 아가씨는 정말로…… 정말로 대장군더러 이 시기에 아가씨와 함께 서역으로 가자고 할 건가요?"

상천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 그는 아가씨께 독약을 복용할 때, 육 대장군을 함정에 빠뜨릴 생각까지 했는지에 대해 더 묻고 싶었다.

월령안이 눈을 깜박이며 능글맞게 웃었다.

"네가 육장봉도 아닌데 그걸 내가 왜 너한테 알려 주겠느냐?"

뒤집힌 새 둥지에 성한 알이 있을 수 없다.

'상천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녀는 육장봉의 선택을 원하는 것이지 주나라가 망할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 * *

조의박은 처나 첩실이 수두룩했지만 아들은 조운충 하나뿐이었다.

조운충에게 길을 닦아 주기 위해 그는 함께 '청주' 지반을 닦은 형제들을 억누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이 들고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해 버렸다.

때문에 조의박은 육장봉이 보내온 끊어진 손을 보자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했다.

그는 한눈에 그것이 아들의 손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육장봉! 네가 감히!"

조의박은 끊어진 아들의 손을 들고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소인이 직책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수비께서 벌을 내려 주십시오."

간밤에 조운충이 데려간 병마 가운데서 겨우 수십 명만 살아남았다. 이들 중에는 임시로 참장을 대신해 지휘권을 넘겨받은 부수 임양(林揚)도 있었다.

"임양, 자세히 말해 보거라.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조의박은 가까스로 슬픔을 참고 입을 열었다.

"네, 수비님!"

임양은 어젯밤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조의박에게 보고했다. 물론 육장봉의 말도, 당시 참장의 반응도 빼놓을 리가 없었다.

"육장봉이 어디선가 소식을 받고 거웅령으로 달려간 것이라고? 그가 직접 말한 것이냐?"

조의박은 함 속에 끊어진 손을 내려놓았다. 눈빛에 독기를 품고 음침하고 차갑게 임양을 바라보았다.

임양은 흠칫 떨며 대답했다.

"네, 육 대장군이 직접 한 말입니다."

"그래, 알았다!"

치를 떨던 조의박은 갑자기 냉정을 되찾고 차분하게 물었다.

"네가 보기에 세자의 목숨이 위험하더냐?"

"세자 전하의 두 손은 월령안이 손목에서부터 자른 것입니다. 그때 당시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소인은 와호방의 사람들에게 막힐 때까지 내내 뒤쫓았습니다. 그때까지 세자 나리는 살아 계셨습니다. 곧이어 육 대장군의 사람들이 세자 나리를 데리고 한발 앞서 떠났습니다. 소인이 무능하여 와호방의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세자 나리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임양은 자기의 잘못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조의박은 그를 한번 훑어보고 사람을 불러 데려가라고 했다. 그 뒤 나머지 사람들을 불러 직접 심문했다. 대답은 각기 달랐으나 대체적인 상황은 같았다.

그의 아들은 누군가에게 배신당해 육장봉에게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의 아들을 배신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꾸어 말하면 그의 아들에게 변이 생기면 누가 이득을 볼까.

"둘째일까, 아니면 셋째일까?"

조의박은 목구멍이 칼에 막힌 것처럼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쉭쉭 하며 말했다. 줄곧 혼탁하고 평온하기만 하던 눈동자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예리한 한기를 내뿜었다.

"대인, 셋째 장군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호위병이 들어서더니 대청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재빨리 말했다.

"셋째가? 들어오라고 해라."

조의박은 비단 함을 닫았다. 눈빛이 음침하고 차가웠지만 보건대 놀랄 만큼 차분했다.

호위병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옷을 입은 조기충이 피 냄새를 풍기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형님, 기충이 형님을 실망시켰습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조의박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얼굴에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젯밤 행동이 실패했습니다. 육장봉의 사람들은 백 대 가까운 수레에 돌을 실어 내갔습니다. 그 돌 속에는…… 몽산의 양식 종자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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