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63)화 (663/1,004)

663화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월령안은 아주 영리했다. 그와 부삼 간에 생긴 감정의 골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들 둘을 절대로 다시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만남은 의외의 상황이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월령안은 자신의 뺨에 얹고 있는 육장봉의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내려뜨렸다.

"당신이 만약 부삼께 예의를 차리면 남들이 보기에 당신이 부삼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 부삼 수하들은 더욱 날뛸 거예요. 사람이 일단 날뛰기 시작하면 아무 일이나 다 할 수 있어요. 부삼은 좋은 분이시지만 그의 수하들은 대부분이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들을 날뛰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돼요."

"좋소. 당신 말을 들을 거요."

육장봉은 줏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거리낌 없이 말을 금방 바꾸었다.

월령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가요. 날이 밝았으니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음. 우리, 집으로 갑시다."

육장봉은 몰래 월령안의 손을 되잡으며 손깍지를 꼈다.

햇빛 아래 두 사람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는 소망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부삼은 육장봉에게 화가 나서 가 버렸다.

월령안은 비록 그를 나무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역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손을 놓고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월령안이 추수더러 남아서 뒤처리를 하라고 분부하자 육장봉은 자발적으로 입을 열었다. 추수에게는 먼저 월령안을 호송해 집으로 가서 손에 상처를 처리하라 시키고 거웅령의 일을 자신이 떠맡았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상천, 넌 너무 심하게 다쳐 말을 타고 달리기 적합하지 않아. 내가 돌아가서 마차를 보낼 것이다. 아포, 당신은……."

"저는 당신과 같이 갈게. 난 괜찮아!"

아포는 재빨리 일어나 자신의 몸 상태가 좋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두어 번 뛰어 보였다.

월령안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럼 같이 가요. 잊지 말고 조운충을 지혈시켜 주세요. 목숨만은 남기도록이요. 너무 쉽게 죽게 해서는 안 돼요."

월령안은 몸을 돌려 말에 올라탔다. 고삐를 가볍게 잡아도 팔뚝의 상처가 땅겨 한껏 숨을 들이쉬었다.

뭇사람들이 알아채기도 전에 그녀는 왼손으로 고삐를 바꾸어 잡고 채찍질하여 떠나갔다.

육장봉이 이 모습을 보았으나 그가 말하기도 전에 월령안은 이미 말을 타고 가 버렸다.

육장봉은 미간을 찡그리고 잠시 주저하다가 끝내 따라가지 않았다.

월령안은 중독되었고 조운충으로 해독약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이었다.

청주는 조의박의 세력 범위이므로 조운충을 청주에 남겨 두어서는 안 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사람을 내보내야지 조의박에게 사람을 빼앗아 갈 기회를 줄 수는 없었다.

* * *

월령안이 앞에서 달리고 추수와 아포가 바짝 뒤따른 채, 세 사람은 말을 몰아 달렸다. 얼마 달리지 못하고 길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부삼을 만나게 되었다.

부삼은 백마를 타고 길 한복판에 가로 서 있었다. 월령안을 기다리고 있는 게 뻔했다.

"셋째 두령."

월령안은 멀리서 보고 속도가 늦추어 앞으로 다가갔다.

부삼의 눈빛은 그녀의 상한 팔을 스쳐보았다.

"내가 바래다주겠다."

여기에는 말만 있고 마차는 없었다. 부삼이 바래다준다는 말은 월령안과 함께 말 한 필을 타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절했다.

"셋째 나리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저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

"확신하는 거냐?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냐?"

부삼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있었다. 불만이 큰 것이 분명했다.

월령안은 망설임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 그 자식인 것이냐?"

부삼은 미간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 목소리에도 냉기가 돌았다.

부삼은 원래 부드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애당초 가족을 위해 복수한 일 외에 남 앞에서 기분을 드러내는 일은 극히 적었다. 이 순간 전혀 거리낌 없이 기분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불쾌감이 극도에 달한 것이었다.

부삼과 교제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이런 때에는 절대 그를 거역해서는 안 되었다. 그의 말에 따르고 달래다가 화를 가라앉힌 다음에 다시 말해야 했다.

월령안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지금 양보하고 우선 먼저 부삼을 달래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삼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노인을 속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월령안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왜 그 사람이면 안 되나요?"

"그 자식은 너를 다치게 했었어."

부삼은 이를 악물었다. 고삐를 잡은 손가락이 하얗게 변했다. 분노를 극도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가 그에게 저를 상처 입힐 기회를 준 거예요. 그러니 탓해도 나 스스로를 탓해야 하죠."

그녀를 그토록 아끼는 노인도 그녀가 육장봉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면 다른 사람은 더욱더 반대할 자격이 없었다.

유일하게 반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 자신뿐이었다.

부삼은 차가운 얼굴로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 네가…… 그 자식을 선택하는 대가로 내 지지를 잃게 된다면 어쩔 것이냐?"

월령안은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

"셋째 두령께서는 진심이신가요?"

부삼은 머리를 끄덕였다.

"진심이다!"

"그럼……."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부삼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변함없는 청산이나 영원히 흐르는 푸른 물처럼 저도 초심을 영원히 간직할 겁니다. 셋째 두령,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요."

"너…… 정말 고집불통이구나!"

부삼은 월령안을 삿대질하며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월령안이 죽어도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손을 거두고 말을 몰아 떠나갔다.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월령안은 크게 외쳤다.

"저는 영원히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부삼은 머무르지 않고 훌쩍 가 버렸다.

월령안도 뒤쫓아 가지 않았다. 그녀는 부삼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채찍질하여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설령 가시밭길이고, 걷는 내내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더라도,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끝까지 걸어갈 것이다.

* * *

부삼의 기다림은 월령안의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추수와 아포를 데리고 계속 길을 재촉했다.

조의박이 자신의 아들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월령안은 월씨 대저택으로 돌아갈 때까지 조의박의 사람과 마주치지 않았다.

조의박이 아직 그녀의 손아귀에 자기 아들이 떨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보아하니, 조씨 삼형제도 결속력이 단단하지는 못하군."

어젯밤 일이 가장 좋은 증명이었다.

육장봉에게 전해진 뜻밖의 소식, 조운충의 목숨을 관계치 않고 그녀와 육장봉을 막으려 하던 장군, 그리고 기회를 틈타 권력을 탈취한 부수, 이 모든 것이 문제를 말해 주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부삼에게 그 부수가 그의 사람인지 묻는 것을 깜빡했다.

그 부수는 입으로는 조운충을 구하자고 부르짖었지만 그녀와 육장봉에게 길을 터준 것이 너무도 분명했다.

월령안은 머릿속에 온통 일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목욕할 때 방심하여 다시금 상처 난 손을 물에 담그고 말았다. 추수에게 반나절이나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가씨, 자신을 아끼지 않더라도 저희를 좀 생각해 주세요. 아가씨 손에 난 상처를 보면 제가 대신 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아직도 조심하지 않고 상처를 물에 담그다니요. 저희 가슴을 도려내는 것과 같다고요."

추수는 마음이 아파 눈물만 흘렸다. 손에 든 흰 천도 들 수 없었다.

살점이 커다랗게 썩둑 잘렸다. 그녀는 보기만 해도 아팠다. 그들 큰아가씨나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살갗만 다쳤어. 괜찮아."

사실 아팠다. 아픈 나머지 이를 악물고 싶었다. 하지만 마냥 울고 있는 추수를 보고 있자니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 집 계집애를 귀여워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괜찮다니요? 이렇게 크게 살갗이 떨어져 나갔으니 흉터가 남을 게 뻔해요. 그리고…… 또…… 그 독약을 아가씨는 어찌 그렇게 쉽게 복용하나요? 상천은 자살하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대요. 자신이 아가씨를 연루시킨 거 같아서요."

월령안이 혈옥주를 복용한 걸 떠올리자 추수의 눈물이 끊이지가 않았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는 상천을 직접 죽일 것이다. 그러는 게 아가씨가 독약을 복용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만 같았다.

"그 독약이 내 목숨을 앗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복용한 거야."

조운충이 그녀를 죽이려면 그냥 단칼이면 충분했다. 독약을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견혈봉후 독약의 가격도 엄청 비쌌다. 적어도 그녀는 단칼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결코 돈을 낭비하여 독약을 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약은…… 달마다 해독약을 먹어야 해요. 혹시라도 언젠가 해독약이 없어지게 되면 어떡해요?"

추수는 생각할수록 걱정되었다. 눈물을 펑펑 쏟다 보니 월령안에게 약을 발라 줄 수도 없었다.

"착한 추수야, 그만 울렴. 너희 아가씨는 별일 없을 거야."'

월령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한쪽에 놓인 깨끗한 흰 천을 들고서 살며시 추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아포가 외친 성독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조운충이 내게 준 독약이 혈옥주라는 것을 짐작했다. 때마침 혈옥주의 해독약이 월씨 가문에 있었거든."

이 세상에서 사람을 제어할 수 있는 독약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포가 성, 독 두 글자를 말하자 그녀는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운충이 그녀에게 독약을 먹일 때, 그녀는 시간을 지연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녀가 독약을 복용하고 조운충이 긴장을 늦춘 순간을 틈타 역으로 조운충을 제압했던 것이다.

당시 칼자루는 남에게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선택의 여지도,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조운충이 칼을 목에 대고 약을 먹으라고 강요할 때, 그녀는 육장봉이 소식을 받고 달려올 줄을 몰랐다.

만약 육장봉이 올 거라는 것을 알았다 해도 그녀는 독약을 삼키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조운충이 칼을 그녀의 목에 대고 있었다.

육장봉은 달려와서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구한 다음, 조운충까지 사로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조운충은 그녀를 죽이려 한 게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조운충을 철저히 폐인으로 만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하튼 그녀는 그때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