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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47)화 (647/1,004)

647화 와호산(臥虎山)

월령안은 봉한 편지를 탁자 위에 내버려 두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상업계에서 내가 지려는 생각이 없는 한, 누구도 나를 이기려 하지 마."

오늘 밤, 그녀는 청주의 모든 이들, 그리고 금나라 대황자 완안경에게 청주 월씨 가문의 힘을 보여 줄 것이다.

월령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재를 나섰다.

탁자 위에는 그녀가 방금 쓴 편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암위는 편지와 월령안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았다.

마님이 그가 잘못을 저지르게 유인하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증거까지 있었다.

한 시진 뒤 웅 표사는 월령안이 원하는 소식을 가져왔다.

유씨의 관은 조정의 흠차(欽差) 대신이 청주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조정의 흠차 대신들은 불운하여 청주 지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화적 떼와 만났다. 그들은 거웅령(巨熊嶺) 부근에서 실종되어 현재 행방불명이었다.

"수비군이 손을 쓴 건가?"

조정에서 청주에 파견한 관리들 중에서 노친네들의 사람이 아니 사람은 모두 '화적 떼'들의 손에 죽었다.

요행으로 살아남아 청주에 이르러 부임한다 해도 노친네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곧 급사했다.

그러나 그 노친네들은 수비군이 매번 손을 쓰게 하지는 않았다. 대다수 경우에는 '화적 떼'를 매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조정 관리를 살해하는 일은 한두 번쯤 괜찮았다. 손쓰는 횟수가 많아지면 반드시 증거를 남기게 될 것이다.

청주의 노친네들은 약아빠져서 좀처럼 겉으로는 황제에게 약점을 잡히려 하지 않았다.

"네, 거웅령에는 적어도 천 명이 남아 있습니다. 화적으로 분장했지만 군인으로서의 기세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웅 표두는 말을 마치고 잠깐 주저하다가 말했다.

"큰아가씨, 거웅령은 청주 대군의 주둔지와 멀지 않아 그들은 수시로 증원할 수 있습니다. 정말 손쓴다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이 인원으로는 청주의 십만 대군과 견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유리하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청주의 십만 대군이 쉽사리 출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감히 추가 병력을 보내지 못할 겁니다."

월령안은 나쁜 심보가 가득 서린 미소를 지었다.

"서남의 양씨, 송씨 두 씨족이 서남 접경지대에 집결해 있어요. 그 노친네들이 소식을 받았다면 내 뜻을 알 것이에요."

그 몇 노친네들이 거웅령으로 감히 증원한다면 육장봉은 양씨, 송씨 두 씨족을 거느리고 노친네들의 수중에서 크게 이익을 취할 것이다.

서남에서의 이익은 정해져 있다. 양씨, 송씨 두 씨족이 이득을 보게 되면 당연히 청주 상인들의 이익에 손해가 가게 된다.

청주 상인들의 이익이 손해 보면 당연 그 노친네들에게 주어지는 이득도 줄어들 것이다.

청주와 같이 작은 곳에서는 도저히 십만 대군을 기를 수 없을뿐더러 그 노친네들의 반란을 지탱할 수도 없었다.

그 노친네들은 청주의 상인들에게서 돈을 받아 병마를 길러야 했다. 서남에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노친네들은 감히 군대를 증원하지 못할 것이다.

웅 표사는 월령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월령안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자 그도 겁을 내지 않았다.

"큰아가씨, 그럼 제가 가서 형제들을 소집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거웅령에 병력을 증파하지 않는 한, 제 혼자서도 천 명을 모두 섬멸할 수 있습니다."

웅 표사는 급히 가 버렸다. 그가 떠나자마자 곧이어 추수가 달려왔다.

"큰아가씨, 양씨, 송씨 두 씨족에게 모두 연락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협조하여 움직일 겁니다."

추수는 말을 마치고 편지 한 통을 꺼내 월령안에게 올렸다.

"큰아가씨, 이건 범 가주가 보내온 편지입니다."

월령안은 편지를 받아 보고는 웃었다.

"거웅령이라? 범씨 가문은 여전하군. 항상 금상첨화인 일만 하려 하지."

그녀는 편지를 한쪽에 던져 버리고 웃으며 물었다.

"완안경 그쪽은 어떤 반응이 있더냐?"

"큰아가씨, 완안경은 수비부에 갔습니다."

추수는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도 인정사정 볼 것 없구나."

월령안은 탁자 위에서 금나라 황제에게 보내려던 편지를 꺼내 추수에게 던져 주었다.

"가장 빠른 속도로 금나라로 보내라."

완안경은 금나라 대황자이다. 그녀는 완안경을 어찌할 수 없지만 금나라 황제는 가능했다.

만약 금나라의 황제가 완안경을 단속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아버지를 본받아 금나라의 다른 황자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 * *

미시(未時 - 오후 한 시부터 세 시 사이) 삼각, 웅 표두는 소집한 사람들을 거느리고 와호산으로 가서 녹림 인사들과 합류했다.

월령안도 경장 차림으로 웅 표사 등과 함께 갔다.

육삼은 이 상황에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웅 표두 일행의 살기등등한 모습을 보고 오늘은 아마도 격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떡하든 월령안을 남기려고 설득했다.

"큰아가씨, 이런 치고받고 하는 일에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아가씨께서 누구를 죽이고 싶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대장군께서 사람을 거느리고 가면 됩니다. 저희 대장군께서는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십니다."

"이런 사소한 일에는 당신네 대장군께 폐를 끼칠 필요가 없어요. 그분은 이다음 더 큰 역할이 있을 거예요."

육장봉의 힘은 청주의 십만 병마와 같았다.

그는 서남에 있기만 해도 억지력으로 작용해 그 노친네들을 물러서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일은 육장봉이 손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럼 우리가 가면 됩니다. 큰아가씨께서 직접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육삼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서 월령안을 기어코 막아 나섰다.

만약 대장군께서 이 일을 아시면 그는 두 번째 육일이 될 게 틀림없었다.

월령안는 가볍게 웃으며 육삼을 바라봤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해요. 십 년 만에 월씨 가문이 다시 녹림 인사들과 접촉하게 되었어요. 만약 제가 얼굴도 내밀지 않으면 그들을 어떻게 항복시키고 그들이 왜 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어요? 누구든지 내놓을 수 있는 이익으로 가당키나 하겠어요?"

"하지만……."

마님은 이런 모험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대장군이 있는 한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화적 떼를 토벌하면 되었다. 그들과 교제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은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소용없어요. 이익이 있는 한, 화적 무리들은 끊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아니면 또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육장봉은 그 모든 사람들을 일일이 전부 제거할 수 없어요."

그녀는 이미 청주 암흑가 사람들을 만나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오늘은 때마침 시간이 맞은 것뿐이었다.

육삼은 물론 설령 육장봉이 이 자리에 있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월령안은 길을 막는 육삼을 에돌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웅 표두 등은 이미 다 모여서 월령안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월령안은 아무 말도 없이 선두에 서 있는 대춧빛 큰 말을 올라타더니 앞장서서 달렸다.

"출발!"

육삼은 월령안을 막지 못하자 뒤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어서 장군님께 전갈을 보내!"

육삼은 떠나기 전에 암위더러 육장봉에게 전갈을 보내라고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대장군께서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았다.

일행은 월령안을 뒤따라 곧장 와호산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월씨 가문의 녹림령에 호응하여 나온 암흑가 사람들과 만났다.

월령안 일행이 와호산에 이르렀을 때, 날이 어슴푸레 밝았다. 그들은 와호산의 유리한 지세를 차지하고 있는 녹림 인사들이 꽤 많은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월령안 일행은 상대방이 설치한 초소 앞에 멈춰 섰다.

멈춰 서자마자 얼굴에 칼자국이 난 화적 분장을 한 녹림 사람이 말에 채찍질해 앞으로 다가왔다. 그자는 천박하게 말했다.

"그 뭐, 월 가주 아닌가? 산에 올라가서 얘기하지."

이는 월령안 혼자 가서 만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갔다.

이는 그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큰아가씨……!"

육삼은 상대방의 인원이 충분히 많아 아주 걱정되었다.

그는 조정의 사람으로 이런 화적 무리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 정말 그들을 신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려 하는 순간, 웅 표두가 막아 나섰다.

"장사하는 사람은 흑백 양쪽 사람들과 모두 거래해야 합니다. 큰아가씨께서 이 정도 담력도 없으시면 어찌 녹림을 종횡무진하는 사내들을 굴복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 역시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는 월씨 가문 가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와호산은 청주 녹림의 지역이었다. 관아의 사람들은 쉽사리 와호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월령안이 와호산에서 청주의 암흑가 사람들과 만나기로 한 것은 그야말로 성의를 충분히 보여 준 것이었다.

하지만 월령안의 이번 걸음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일각 뒤 월령안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와호산에서 내려왔다.

"큰아가씨!"

웅 표두는 놀라서 하마터면 말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급히 말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갔다.

육삼은 웅 표두보다 더 당황했다. 말에서 내릴 때 하마터면 땅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큰아가씨, 괜찮습니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다니 얼마나 크게 상했단 말인가.

그가 지금 와호산에 들어가서 싸우면 공을 세워 잘못을 메울 수 있을까.

"괜찮아요. 남의 피예요."

월령안은 말 등에서 씩씩하게 뛰어내렸다.

"저는 먼저 가서 옷을 갈아입을 거예요. 웅 아저씨, 좀 준비해 주세요. 잠시 뒤에 와호산의 대두령을 만나러 갈 거예요."

"큰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웅 표두는 월령안이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 큰아가씨만 무사하다면, 다른 사람의 생사는 그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육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웅 표두, 정말 괜찮은 겁니까? 큰아가씨께서 누군가에게 손쓴 것 같은데요."

'살인하는 일을 어찌 큰아가씨가 직접 하게 할 수 있지. 우리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큰아가씨가 손해 보지 않았다면 큰일이 아닙니다."

웅 표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눈가에는 의기양양한 기색이 은근히 엿보였다.

암흑가에 몸을 담근 사람들 중에서 피를 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들 가문의 큰아가씨가 오늘 한차례 피를 보았다. 앞으로 청주 암흑가에서는 그들 큰아가씨를 감히 얕보지 못할 것이다.

월령안은 몸과 얼굴이 모두 피범벅이었다. 옷은 바로 갈아입어 괜찮으나 얼굴의 피는 그리 쉽게 씻기지 않았다. 그녀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서야 얼굴의 피를 깨끗하게 씻었다. 하지만 몸에서는 여전히 피비린내가 났다.

월령안은 눈썹을 찡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경 이 향락의 도시를 떠나는 순간, 그녀는 조만간 이런 피비린내에 다시 익숙해져야 했다.

이각 뒤, 산에서 사람이 내려와 월령안 일행을 산으로 모셨다.

웅 표두는 월령안을 흘끔 바라보았다. 월령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동행한 표사들에게 산으로 올라가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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