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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44)화 (644/1,004)

644화 손해를 봤다고 생가하지 마세요

육 대장군은 끝까지 월령안이 직접 한 음식을 맛보지 못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추수는 범씨 가문에서 보내온 편지를 가져왔다.

범씨 가문은 주요하게 월령안과 범, 월씨 두 가문의 십 년 쟁탈전에 관한 사항을 얘기했다.

"조왕 전하가 오셨어요?"

월령안은 편지를 읽고 나서 육장봉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 의아하게 물었다.

범, 월씨 가문의 십 년 쟁탈전은 조정의 사람이 입증해야 했다. 그리고 입증자는 암황인 조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식을 받지 못했다.

"내가 봅시다."

육장봉은 살짝 굳은 얼굴로 월령안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 육이를 바라보았다.

육이는 멍해졌다.

소식 정보는 그가 상관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육일의 일이었다.

'대장군께서 왜 날 보시지?'

육이는 육일의 이름을 말하려고 했으나 곧 대장군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또 대장군은 그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묻는 것이지 육일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육이는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다가갔다.

"대장군, 소인은 이런 소식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얼른 알아보지 않고 뭘 하느냐!"

육장봉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네, 대장군."

육이는 고개를 숙인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명령을 받았다. 돌아서고 보니 그제서야 육삼, 육사와 진주 등 사람들이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모두 입구까지 물러간 것을 보았다. 그와 여러 걸음 떨어져 있었다.

'어쩐지 대장군께서 한눈에 날 보신다 했어. 이 인간들 정말 너무하잖아!'

육이는 험악하게 육삼과 진주 등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티 없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대장군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들 중 한 사람은 대장군의 분노를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육장봉은 육삼을 비롯한 아랫사람들에게 경고의 시선을 보내고 돌아서서 월령안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왕은 아마도 청주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오."

조계안이 청주에 도착했다면 그가 몰랐을 리 없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마도 몽산의 일로 그들이 급해져서 저를 서남에서 내보내고 다시 당신을 상대하려는 것인가 봐요."

월령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귀띔했다.

"서남의 물건이 청주 밖으로 나가려면 그 사람들이 허락해야 해요. 대장군께서도 몽산의 작물을 청주 밖으로 운반하려면 쉽지 않을 거예요. 서남 날씨는 무더워서 작물들도 땅에서 파내서 얼마 두지 못하고 썩어버릴 거고요. 대장군께서 어떻게 몽산에서 가져온 두 가지 작물을 처리할 건지 잘 생각하셔야 해요."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사람을 시켜 잘 처리하게 하겠소."

육장봉은 차갑게 대답했다.

양식인 작물에 관한 일인지라 월령안이 개입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월령안은 귀띔만 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추수와 말했다.

"추수야, 가서 양 토사와 말하거라. 내가 내일 휴양하러 청주로 돌아간다고 하거라."

당분간 그녀는 다시 서남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양 토사와 협력 사항을 확정 지어야 했다.

그 옥이 있는 강은 단지 협력의 일부분이었다. 그녀가 양 토사에게 보이는 성의였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양 토사와 더욱 깊게 협력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전적으로 서남의 진귀한 양식과 약재의 판매를 도맡게 되는 것이었다.

서남이라는 이 거대한 보물 창고를 그녀는 반드시 가지고 싶었다. 서남 전체와 한 배를 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녀는 적어도 양씨 가문과 송씨 가문과는 한 배를 타고 싶었다. 그 몇몇 노친네에게 서남을 통째로 삼킬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이토록 빨리 양 토사의 신임을 살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요리산의 멧돼지 사건에서 그녀가 목숨을 걸고 양씨 가문과 송씨 가문 사람을 구한 결과, 양 토사와 송 토사의 신임을 샀다.

양 토사도 아주 영리한 사람이었다. 추수의 소식이 도착하자마자 양 토사는 송 토사를 데리고 다시 월령안에게 사과하러 찾아왔다.

이번에는 육 대장군이 막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수시로 물 주전자들 들고 들어와 월령안에게 차를 따라 주거나 차가 식지 않았는가 물어보았다.

양 토사와 송 토사는 월령안의 맞은편에 앉아 억지로 육 대장군의 색다른 애정 표현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차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차를 따르는 사람이 육 대장군인데 그들이 어찌 감히 육 대장군더러 그들에게 차를 따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목이 마르지 않다고, 물을 마시지 않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끈질겨!'

옛 저택에서 나온 뒤, 양 토사는 손에 든, 그나마 평등한 계약서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월 가주는 역시 광명정대한 사람이군!'

사실 그들은 월령안과 무슨 얘기를 나누었던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육 대장군의 기세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그들은 전혀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또 월령안에게 시시콜콜 따지지도 못했다. 그저 월령안이 뭐라고 말하든 그저 대답만 할 뿐이었다.

월령안의 마음이 독했더라면 그들의 바지마저 벗겨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러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들을 착취하지 않았고 그들을 고용한 농민으로 부리지도 않았다. 단지 돈을 내서 그들의 물건을 사면서 그들과 공동 경영을 하는 것을 허락했다. 또 그들에게 삼 할의 이익을 나누어 주었다.

이 삼 할의 이익을 무시하면 안 되었다. 그들은 예전에 서남 산에서 나는 음식들과 보석을 헐값에 상인들에게 팔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가격을 올리지도 못했다.

상인들은 진작에 동맹을 맺어 사람마다 내놓는 가격이 같았다. 그들도 산미가 흙에서 썩는 것이 아까워 헐값에 상인들에게 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서남에서는 대량의 옥석과 산미 등을 팔아넘겼지만 겨우 배를 곪지 않았을 뿐, 조금의 이득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월령안이 서남에서 상업 지부를 세웠고 양 토사와 송 토사가 경영에 참여하게 했다. 그들이 나서서 서남의 산미를 구입하고 시장가격으로 지불한다면 농민들은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양씨 가문과 송씨 가문은 서남 상사의 이익 삼 할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이 삼 할의 이익에서 일 할은 그들 두 토사의 것이고 나머지 이 할은 양씨와 송씨 씨족 백성들의 것이었다.

양씨와 송씨 씨족들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어 그들이 알아서 나누게 했다. 월령안은 여기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바로 서남의 백성들이 앞으로 더 이상 단순하게 산미를 상인들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경영에 참여하고 이익 분배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억압받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양 토사와 송 토사는 방금 전에 체결한 계약서를 들고 싱글벙글하며 길을 걸었다.

* * *

옛 저택에서 육 대장군은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양 토사와 송 토사가 가자 육 대장군은 어두운 얼굴로 월령안을 안아 자기의 다리 위에 속박했다.

"내가 나서서 당신의 편을 들었는데 왜 당신은 조금도 이용할 줄 모르오!"

"이용했거든요! 당신이 있지 않았더라면 오늘 협상이 이렇게 순조롭지 않았을 거예요."

월령안은 발버둥 치지 않고 순순히 육장봉의 품에 기대 있었다.

오늘 오후의 협상에서 많은 정력을 소모하지는 않았으나 그녀는 피곤했다.

매번 협상에서 그녀는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조금도 소홀하지 않으려 했다. 육장봉이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무력은 잠시 위협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양 토사와 송 토사가 오래도록 그녀를 위해 일을 하게 하려면 꼭 이익을 주어야 했다.

월령안은 삼 할의 이익을 내놓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말했다.

"제가 삼 할의 이익을 내놓는다고 제가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전 상인이에요. 전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아요. 제가 그들에게 나눠 준 이익이 높을수록 그들은 저한테 더욱 큰 보답을 할 거예요!"

서남의 산미가 해마다 얼마나 수확되는지, 얼마나 많은 진귀한 물건들이 거두어지는지 모두 그들이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었다. 삼 할의 이익은 그녀가 반드시 내놓아야 하는 것이었다.

왜 오 할이 아닌 삼 할인지는 바로…….

그녀는 나씨 가문과 전씨 가문이 양씨 가문과 송씨 가문이 이익을 얻은 것을 보고 자기에게 넘어오기를 바랐다.

양씨와 송씨 두 가문이 가져오는 이익은 그녀의 안중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서남 전체의 발언권이었다!

은상 쟁탈전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모두 월씨 가문 자제 내부의 전쟁이었지 외부의 사람이 개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월령안과 범씨 가문 자제의 쟁탈전은 처음이었다.

외부인이 가입하면서 월씨 가문 내부 쟁탈전의 일부 규칙은 적용되지 않았다.

월씨 가문 자제들의 다툼에서 월씨 가문은 사람마다 은 만 냥씩 주어 사업 밑천으로 사용하게 했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사람마다 집사와 감독자 한 명씩 분배해 주었다.

월씨 가문의 가주 쟁탈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월씨 가문의 자제들이었다. 월 가주는 그들의 경쟁에 끼어들 수 없었고 그들은 월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의 능력으로 월씨 가문의 집사를 끌어들이고, 매수하여 월씨 가문의 아래에 있는 상사와 협력할 수는 있었다.

그들은 상업계의 규칙 내의 수단이라면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월령안과 범씨 가문 자제들이 겨루는 것이었다.

범 가주는 편지에서 월령안과 이렇게 말했다. 월령안은 외부인이니 그들 범씨 가문에서는 번거롭게 월령안을 위해 사업 밑천을 마련해 주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월령안에게 마련해 주지 않고 자기의 자식들에게만 사업 밑천을 주는 것은 사람을 괴롭히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들 범씨 가문은 한 번도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짓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공평하고 공정하기 위해 그들은 먼저 월령안과 이 일에 대해 협상하겠다고 했다. 가장 좋게는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방식을 내놓는 것이었다.

그들은 월령안에게 사흘의 시간을 준다고 했다. 만약 사흘 안에 월령안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들과 협상하는 것을 거절한 줄로 알고 그들이 제기한 방식에 대해 월령안이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방식을 제기했는지에 대해 범 가주는 편지에서 말하지 않았다.

뻔한 것이었다. 범 가주가 이런 편지를 보낸 것은 바로 월령안을 가장 빨리 청주로 불러들이자는 목적이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 십 년 동안의 쟁탈전에서 그들 범씨 가문은 정정당당하게 온 가족이 나서서 월령안 한 사람을 상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편지에서 쓴 협박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범씨 가문이 먼저 자세를 취하고 협상을 제기한 것이니 월령안이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구설수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범씨 가문이 정정당당하게 온 가족이 나서서 그녀를 억누를 기회를 주는 것이 되었다.

손해를 보려면 밝은 곳에서 보아야 하는 법. 범씨 가문이 편지에서 그녀와 은상 쟁탈전의 사업 밑천에 관한 얘기를 하였으니 그녀는 체면을 봐서라도 갈 것이다.

그러나 이곳 서남에서 출발해 사흘 안에 청주에 도착하여 범 가주와 이 일을 논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범 가주는 나 월령안을 뭐로 본 것이지? 나더러 며칠 안에 도착하라고 하면 내가 그 안에 도착해야 하는 건가? 범 가주도 너무 자기를 대단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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