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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41)화 (641/1,004)

641화 대장군 기분이 안좋으십니다

육장봉은 한 번에 들이키면 편할 약을 고집스레 한 숟가락씩 떠서 주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심술을 부리느라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육장봉은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숟가락을 든 채로, 월령안의 입가에 대었다. 월령안이 입을 열지 않으면 그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육장봉은 어떻게 훈련한 것인지 이렇게 숟가락을 반나절 들고 있어도 팔이 저리지 않았다. 숟가락 안의 약도 흘리지 않았다. 다만, 오래 지나면 약이 식어 맛이 더욱 고약해졌다.

월령안은 하는 수 없이 꾹 참고 고통스럽게 한 입, 한 입, 받아먹었다.

한 입씩 먹을 때마다 그녀는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육장봉, 두고 봐…….'

그녀는 육장봉이 자기의 손에 들어올 날이 있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의심하면 뭐 어때서요? 양 토사는 총명한 사람이에요. 절 좀 보세요. 저도 폐하께서 절 이용하시고 버릴 거라고 의심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제가 반항이라도 했나요?"

월령안은 입안의 약을 삼키고 매섭게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입안이 쓰니 월령안의 말투도 자연스럽게 상냥하지 못했다.

육장봉의 안색이 흐려졌다.

"폐하 쪽에는……."

"그만!"

월령안은 티를 내지 않고 육장봉의 손에 든 약을 밀쳤다.

"월씨 가문과 황실 사이의 일은 당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스스로 잘 처리할 테니까요."

"당신이 어떻게 처리한다는 것이오?"

육장봉은 월령안의 꼼수를 눈치챘다. 그는 말하면서 묵묵히 약을 월령안의 앞에 가져갔다. 여전히 월령안이 입을 열지 않으면 그가 손을 거두지 않는 방식이었다.

월령안은 그를 노려보고 뒤로 기대며 먹지 않았다.

"폐하께서 약속을 하셨어요. 그분께서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신다면 전 반드시 약속을 따를 거예요."

만약 황제가 신의를 저버린다면 그녀는 자기가 손해를 크게 보더라도 기필코 황제를 독하게 물어뜯어 그를 힘들게 할 것이다.

"십 년, 기다릴 만하오?"

육장봉은 손에 든 숟가락을 앞으로 조금 밀어 월령안의 입술 바로 앞에 두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월령안은 입을 열자마자 쓴 약이 입 안으로 들이밀어 지자 화가 나 욕을 퍼붓고 싶었다.

"육장봉, 짜증 나 죽겠어요! 한 번에 마시면 될 약을 왜 굳이 한 숟가락씩 먹이는 거예요? 저와 해보겠다는 건가요?"

"난 당신이 나와 한번 해보아도 괜찮소."

육장봉은 식은 약을 다시 그릇에 넣고 다시 한 숟가락 떠서 월령안의 입가로 가져갔다.

"착하지, 입을 벌리시오."

월령안은 화가 나 폭발할 지경이었다.

"저는 성격이 좋지 않아요. 저를 화나게 하지 마세요!"

"괜찮소, 내가 성격이 좋소."

육장봉은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착하지, 입을 벌리시오. 우리 령안이는 다 컸지. 멧돼지도 안 무서워하는데 어찌 쓴 것을 무서워하겠소? 안 그러오?"

월령안은 정말 화낼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순순히 입을 열어 육장봉이 한 입 떠먹여 주면 그대로 한 입 받아먹었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고 약만 받아먹었다. 육장봉이 뭐라고 하든 그녀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두 번 받아먹은 뒤로는 눈을 감고 아예 육장봉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약 한 그릇을 다 먹은 뒤, 피곤하다는 이유로 이불을 끌어 머리를 덮고는 육장봉을 상대하지도 않았다.

육장봉은 손에 든 빈 그릇을 바라보다가 또 그를 등지고 '나 화났어'라는 네 글자를 쓰지만 않았을 뿐, 화난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는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순간 자기가 이겼는지 졌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월령안이 앞으로 오늘의 일을 기억하고 다시 모험하지 않는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조금만 있어도 그는 좋았다.

약 안에는 수면제 성분이 들어 있었다. 월령안은 방금 전에는 심통을 부리느라 자는 척을 했던 것이었지만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말로 잠이 들었다.

육장봉은 옆에서 지켜보다 월령안의 호흡이 고르고 잠든 것이 확실해지자 그제서야 밖으로 나갔다.

방문을 나서자마자 육장봉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차갑고 날카롭게 변했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추수는 깜짝 놀라 몸을 덜덜 떨 뻔했다.

육장봉은 추수를 차갑게 훑어보고 말했다.

"그녀를 잘 보호하거라."

추수는 대답하고 나서야 아가씨를 보호하는 것이 원래부터 그녀의 직책이니 대장군이 특별히 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가 왜 육 대장군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그녀는 월령안의 수하였지 육장봉의 수하가 아니었다.

추수는 생각할수록 고민되어 참지 못하고 바닥에 원을 그렸다.

"상천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는데. 그는 나보다 아는 것이 많으니."

육장봉은 냉랭한 기색으로 옛 저택의 앞뜰로 향했다.

앞뜰에서 진주 일행은 소나무처럼 줄을 서서 뜰 안에 서 있었다. 육장봉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일제히 예를 올렸다.

"대장군!"

"산의 멧돼지는 어찌 된 일이냐?"

육장봉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진주는 앞으로 다가가 대답했다.

"대장군께 아룁니다. 사고가 아니라 몽산 사람이 저지른 짓입니다. 그들은 혼란을 만들어내 큰아가씨와 양 토사의 협력 관계를 깨뜨리려고 했습니다."

"뭐?"

육장봉은 진주를 차가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진주는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대, 대장군?"

진주는 몸을 떨면서 무언의 압박감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머릿속이 새하얘져 어디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육장봉은 차가운 얼굴로 느긋하고 나지막하게 물었다.

"방금 전, 그들이 누구와 양 토사의 협력 관계를 깨뜨리려고 한다고?"

말속에는 위협과 살기가 다분했다. 진주는 멍청하지 않다고 자부하는 편이었지만 한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그는 도저히 방금 한 말에서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진주는 머리가 갑자기 맑아졌다. 그는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

"대장군께 아룁니다. 그들은 마님과 양 토사의 협력 관계를 깨뜨리려고 했습니다!"

"그래!"

육장봉이 대답했다. 그 순간, 진주는 몸을 짓누르던 위압감이 홀연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살았구나!'

"사람을 데리고 몽산 아래로 가서 육일과 합류하거라. 내일 난 몽산 산 위에 심은 물건을 보아야겠다."

그가 서남에 온 이상, 청주의 그 몇몇 노친네들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그 노친네들이 그를 만만하게 여기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네, 대장군."

진주는 명령을 받고 돌아서서 똑바로 선 뒤, 다른 사람들을 거느리고 몽산으로 갔다.

양씨 가문의 옛 저택은 마을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눈여겨 지켜보지 않으면 옛 저택이 부서져도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주 일행이 움직이자 양 토사와 송 토사는 바로 알게 되었다.

"역시 사고가 아니었군!"

양 토사는 분노하는 한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인명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월 가주에게 일이 나든, 다른 애에게 일이 났든, 우리와 대장군의 협력은 지금처럼 틈이 없지 않을 거야."

송 토사는 양 토사가 먼젓번에 그의 아들이 중독된 일이 월령안이 꾸몄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말했던 것을 상기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나 양 토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고 결국 말하지 않았다.

'장본인인 양씨가 그 일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것 같으니 나도 없었던 일로 치자.'

몽산 아래에서 진주를 비롯한 병사들은 육일과 만났다. 육일을 보는 순간, 진주는 깜짝 놀라, 떠보듯 불렀다.

"육일 장군?"

"그래!"

퍼렇게 멍든 얼굴을 한 육일은 도도하게 대답했다.

뒤에서 육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이 웃음은 마치 전염되듯 육삼, 육사…… 그 곳에 있던 친위대의 전부가 머리를 숙이고 키득거렸다.

육일은 고개를 돌려 육이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육이는 몸을 움츠리며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육삼, 육사 등 몇몇도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벌레가 울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 말고 다른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육일은 만족스럽게 시선을 거두고 엄숙한 얼굴로 진주에게 말했다.

"우리는 서남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서남을 잘 알지 못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네가 말하거라. 우리는 너에게 협조하겠다."

"네!"

진주는 거절하지 않았으나 바로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진주는 먼저 몽산의 상황을 간단하게 육일 일행에게 말하고 또 한마디 덧붙였다.

"마님께서 다치셔서 대장군께서 기분이 아주 안 좋으십니다. 아마도 오늘 밤 우리는 손을 독하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좋다!"

육일은 얼굴의 멍을 만지더니 험악한 눈빛을 했다.

그는 대장군에게 여러 날 동안 넘어지고 맞았다.

'오늘 밤 기필코 몽산 그 인간들에게 갚아 줄 것이다. 우리 대장군을 건드린 결말이 어떤지 알게 해 줄 테다.'

몽산에서 진주는 육일에게 설명한 뒤, 간단명료하게 방어가 가장 약한 길을 골라 바로 산으로 쳐들어갔다.

무슨 계획인지, 좋은 시간이나, 지리적 우세 등등은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모두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반드시 완승을 거두어야 하는 전쟁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몽산 사람들에게 깊은 교훈을 새겨 주고 몽산의 물건을 가지고 내려오면 되는 것이었다.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 계획은 육일의 마음에 쏙 들었다. 두 사람은 단번에 합의하고 공개적으로 산에 쳐들어갔다. 전혀 숨기거나 하지 않았다.

몽산을 순찰하던 병사들은 진주를 비롯한 육씨 가문의 병사들이 나타나자 자기가 헛것을 본 줄로 알았다.

육 대장군의 사람들이 서남에 온 뒤로는 수시로 몽산을 둘러보고는 했다. 다만 상대방의 재주가 뛰어나서 그들은 사람을 잡을 수 없었다.

이미 찍혔으니 몽산은 안전하지 않았다. 육 대장군의 사람들이 몽산의 비밀을 알아챌까 두려워 그들은 모험하지 않기로 했다. 산에 심은 양식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리 파서 수확했다.

그런데 산의 양식을 옮기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육 대장군의 사람들이 쳐들어온 것이었다.

"육 대장군의 사람이다! 어서 수비하라! 반드시 그들을 막거라. 절대 그들이 산에 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

"철수하라! 산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가지고 철수한다. 하나도 남기면 안 돼!"

"어서! 소식을 전하라! 지원을 증가하라!"

몽산의 사람들은 산의 양식을 옮기고 있었다. 육씨 가문의 병사들이 쳐들어오자 그들은 너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시위들이 미친 듯이 막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 사람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한 곳만 치고 피로 물든 길을 뚫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만약 이들이 몇 명뿐이었다면 산 위로 쳐들어가는 것은 좀 힘들었겠으나 육일을 비롯한 친위대 몇 사람이 더해지자 몽산의 시위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바로 산 위의 수비는 한 곳이 뚫리고 말았다.

방어가 뚫리자 나머지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육일의 인솔하에, 육 대장군의 호위병들은 가장 먼저 몽산의 복부 지역으로 쳐들어가 산 아래로 양식을 옮기던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그리고 그들이 옮기는 양식을 몰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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