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9화 얼른 도망쳐!
"얼른 도망쳐!"
월령안은 급해져서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두 소녀는 겁을 먹은 탓에 도망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겁하며 풍덩, 강에 빠져 버렸다.
"살려 줘, 살려 줘-!!"
송옥성은 필사적으로 두 사람에게 손을 뻗어 둘이 자기를 구해 주길 바랐다. 그는 필사적으로 두 사람 쪽으로 달려 곧 강변에 도착하게 되었다.
송옥성은 이미 너무 오래 달린 탓에 체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멧돼지 세 마리는 아주 흥분한 상태였다. 그들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월령안이 가늠해 보니 예외가 없는 이상, 송옥성이 양홍엽과 송옥기 앞으로 도착했을 때, 멧돼지 세 마리도 마침 그를 따라잡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양홍엽과 송옥기 두 연약한 소녀들은 멧돼지의 공격을 전혀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송옥성이 곧 강에 뛰어들려고 하자 월령안도 멧돼지가 수전(袖箭 - 소매 속에 감추고 은밀히 쓰는 활)의 사격 범위 밖에 있다는 사실도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들어 멧돼지를 조준했다. 그리고 수전을 발사했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수전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허탕을 쳤다.
월령안은 다시 발사했지만 똑같이 허탕을 쳤다.
월령안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뛰어가며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송옥성, 내 쪽으로 와! 멧돼지를 내 쪽으로 끌고 와!"
이런 순간에 그녀는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강에 빠졌던 양홍엽과 송옥기도 일어났다. 둘은 월령안의 말을 들은 것인지 아니면 놀란 것인지 물속에서 미친 듯이 뛰어 월령안 쪽으로 달려왔다. 입으로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월 언니, 월 언니……!"
그러나 송옥성은 완전히 겁을 먹어 멍청해져 월령안의 말을 듣지 않고 여전히 앞으로 달려갔다.
월령안은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전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수전을 쏘았다.
슉……!
이번에, 멧돼지는 마침 수전의 사격 범위 안에 있었다. 월령안은 조준을 잘하여 마침 화살이 멧돼지의 목에 적중했다.
그러나 멧돼지는 가죽이 두껍고 살이 많은 탓에 수전의 화살이 통째로 멧돼지의 목에 들어가도 피만 흘리고 속도만 느려졌을 뿐이었다. 월령안은 멧돼지를 막아내지 못했다.
월령안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전을 다른 멧돼지에게 조준했다. 연속 두 번 쏘자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두 멧돼지에게 적중했다.
그녀는 멧돼지가 그녀를 발견하여 송옥성을 놔주고 자기를 공격하게 하려고 했다.
멧돼지 세 마리는 모두 부상을 당하고 속도가 느려졌다. 또 월령안은 그들과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월령안은 틈을 타 또 화살을 두 번 쏘았다. 수전은 멧돼지들의 옆구리를 적중했다.
멧돼지 세 마리는 부상이 심해지니 갑자기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몸을 돌려 월령안에게 돌진했다.
월령안은 진작에 준비가 되었던 터라 멧돼지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도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동시에 잊지 않고 기회를 틈타 멧돼지에게 화살을 쏘았다. 멧돼지의 주의를 끌어 자기를 쫓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멧돼지가 쫓아오지 않자 송옥성도 숨을 고를 틈이 생겼다. 그는 풍덩, 하고 강에 빠졌다.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난 송옥성은 철저하게 지치고 말았다. 그는 강에 넘어진 채로 일어서지 못했다. 다만 본능적으로 소리만 질렀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월 누님……!"
"월 언니! 월 언니, 조심해요……!"
양홍엽과 송옥기는 월령안을 향해 뛰어가던 중이었다. 멧돼지가 송옥성을 놔두고 월령안을 쫓는 곳을 보고 두 소녀는 깜짝 놀라 제자리에 굳어졌다.
월령안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어서 가서 도움을 청하지 않고."
'요즘 여자애들은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위기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거지? 위험을 맞닥뜨렸을 때, 자기 힘으로 안 된다면 도움을 청할 줄 모르는 것인가? 도움을 청할 줄 모른다면 도망치는 것은 할 수 있겠지?'
"맞아! 사람을 찾아야지, 사람을 찾아야……. 내가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해! 월 언니, 조금만 더 버티세요."
당황한 양홍엽은 바로 침착해졌다. 그녀는 돌아서서 말을 세운 곳으로 달려갔다.
"나도 가겠어!"
송옥기도 따라갔다. 그러나 송옥성이 강에 빠진 채,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또 돌아서서 송옥성을 도우러 달려갔다.
월령안은 고개를 돌려 세 사람이 멧돼지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보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지금 세 사람의 도움을 바라기는커녕 이 셋이 소란만 피우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멧돼지 세 마리는 부상을 입고 미친 듯이 달린 탓에 피를 잔뜩 흘렸다. 그러나 그들의 속도는 이것으로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난폭해졌다. 월령안은 양홍엽 등 세 사람에게 위험이 없는 것을 확신하고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멧돼지만 상대했다.
월령안은 예전에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멧돼지가 수림의 패왕이라로서 매우 다루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멧돼지를 연속 세 번이나 정확하게 쏘았는데도 그들이 쓰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 멧돼지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녀는 감히 방심하지 못했다. 심지어 멈추지도 못하고 필사적으로 앞을 향해 뛰었다.
도망칠 때, 월령안은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손에서 반지를 빼 손으로 잡고 있었다.
그녀의 반지 안에는 약효가 아주 강한 마취약이 있었다. 그러나 반지 안의 빙침은 가까운 거리에서만 발사할 수 있었다. 키가 큰 사내 하나가 누운 정도의 거리를 넘어가면 빙침은 녹는다.
이 거리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동시에 세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그녀는 한번 겨루어 볼 만했다.
그러나 이 거리는 멧돼지에게 그저 한 번에 덮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녀의 뒤에는 멧돼지가 세 마리 있었다. 즉 그녀는 반드시 멧돼지가 덮치기 전에 세 마리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아주 모험적인 행위였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기회가 한 번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실수라도 한다면 반드시 죽기 때문이었다.
반격할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그것도 온전히 위험에서 벗어난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월령안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녀는 민첩한 편이었지만 체력이 부족했다. 그녀가 아무리 빨라도 멧돼지보다 빨리 지쳐 곧 따라잡힐 것이다. 아무리 부상당한 멧돼지라 할지라도 말이다.
멧돼지에게 물려 죽지 않으려면 그녀는 반드시 반격해야 했다.
사람이 구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녀는 자기의 생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구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자기가 겨루는 것이 나았다.
그녀를 구할 사람이 먼저 도착할지, 아니면 그녀가 먼저 쓰러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곧 달리지 못할 것을 느낀 월령안은 반격할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오른쪽 아래에 사람보다 더 커다란 바위가 돌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월령안은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령안은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짜내어 바위 쪽으로 뛰어갔다. 거의 도착할 때쯤, 월령안은 팔찌를 빼서 힘껏 던졌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팔찌의 한쪽 철사가 날아가 한 나뭇가지에 묶였다.
월령안은 팔찌를 잡아당기며 그 힘으로 돌출된 바위의 꼭대기를 향해 뛰어 올라갔다. 바위의 위로 몸을 날리는 순간, 월령안은 잊지 않고 손에 든 빙침을 발사했다.
슉……!
연속 두 번, 월령안은 빠른 속도로 빙침을 날려 맨 앞에서 달리는 멧돼지 두 마리의 머리를 맞혔다. 그 두 마리의 동작은 동시에 느려졌다. 그러나 관성 때문에 두 마리는 계속 앞으로 돌진하여 돌출된 바위에 부딪혔다.
월령안이 빙침 두 개를 연달아 발사하던 찰나, 셋째 멧돼지는 월령안이 계산한 것처럼 달려들어 월령안을 덮쳤다.
월령안은 머뭇거리지 않고 계속해서 세 번째 빙침을 쏘았다.
슉!
빙침이 발사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월령안이 힘을 빌었던 바위도 앞에서 달리던 멧돼지 두 마리의 힘에 무너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넘어지자 그 바위 위에 있던 월령안은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앞에 있던 멧돼지 두 마리는 바위에 부딪혀 앞으로 두어 걸음 뛰다가 '쿵' 하고 땅에 넘어졌다. 세 번째 멧돼지는 월령안이 넘어져 바위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 월령안을 덮쳤다.
"월령안!"
육장봉은 산에서 소리를 듣고 날 듯이 산을 내려오다가 그 위험천만한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는 가슴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발걸음은 멈추지 않은 채, 번개같이 월령안에게 달려왔다.
육장봉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공중에서는 그의 잔영만 휙, 하고 지날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한걸음 늦고 말았다.
퍽!
육장봉이 산 아래에 도착하는 순간, 세 번째 멧돼지가 월령안의 코앞에 도달했다.
"월령안!"
육장봉의 두 눈은 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난폭한 빛을 뿜고 있었다. 그는 마치 미친 것처럼 앞으로 돌진했다.
바로 이때, 월령안을 덮치려던 멧돼지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마치 탈진한 것처럼 '쿵' 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월령안을 깔아뭉개려고 했다.
멧돼지가 월령안 위에 떨어지는 그 순간, 육장봉이 훌쩍, 날아올라 멧돼지를 차 던졌다.
"령안! 괜찮소?!"
월령안은 땅에 누운 채, 몸은 피투성이고 얼굴은 흙투성이가 되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육장봉은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어 월령안의 목을 살피려고 했다.
'월령안은 괜찮을 거야!'
"콜록콜록……."
월령안은 기침을 두 번 하더니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파!"
육장봉은 안도의 한숨을 거세게 내쉬었다. 그는 월령안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재난 후에 살아남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괜찮소, 내가 왔소!"
"가슴팍이, 아파요……."
세 번째 멧돼지가 그녀를 덮칠 때, 이미 빙침을 맞아 동작이 좀 느려진 상태였다. 그래서 부딪히는 힘도 세지 않았다.
그녀는 멧돼지에게 부딪혀서 다친 것이 아니라 멧돼지의 무게에 깔려 다친 것이었다.
멧돼지가 완전히 주저앉기 전에 육장봉에게 차여 날려가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크게 다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디 봅시다!"
육장봉은 월령안이 말할 힘이 있고 또 피를 토하지 않는 것을 보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런 상처에 대해 경험이 있었다. 피를 토하지 않는 것은 내장을 다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월령안의 몸에는 외상도 없었다. 몸의 피도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어디 뼈가 다친 곳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뼈가 다쳤는지 보려면 뼈를 만져 볼 수밖에 없었다. 여름 옷은 얇았고 육장봉의 손은 뜨거웠다. 그가 만지자 월령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육장봉은 그녀의 뼈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느라 열중해서 그녀의 기분을 살피지 못했다.
월령안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육장봉은 다른 의도가 없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의 뜨거운 손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부끄럽고 간질거려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월령안은 한 번, 또 한 번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눈을 떴다. 그녀는 육장봉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 데도 부러지지 않았어요! 만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