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화 정말 사람을 해치는구나
육장봉은 이 옥대하를 월령안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나 월령안의 말은 이치가 있었다. 거절을 위한 거절이 아니었다. 만약 육장봉이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은 반드시 사이가 틀어질 것이다.
육장봉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월령안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는 바닥을 구르고 있던 쪼개진 옥 덩어리를 손수 주워 흙을 닦았다. 그러더니 암위를 부른 후 가지고 돌아가 잘 보관하라고 일렀다.
월령안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육장봉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녀가 화가 나서 그냥 한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 옥은 가치가 없다고. 품질도 보통이고 잡티도 많이 들어 있는 데다가 이렇게 중간에서 잘렸으니 쓸 수 있는 옥의 함량이 더욱 낮아져 그냥 조금 예쁜 돌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이런 돌덩어리를 옮기는데 암위를 쓸 필요 없다고.
그러나 육장봉이 마치 무슨 희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에 든 잘린 옥을 정중하게 암위에게 넘기는 것을 보고 월령안은 결국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실리를 추구하며 현실적인 여자로, 그녀의 뼛속에는 낭만적인 정서가 결여되어 있었다.
마치 이 옥이 들어있는 강처럼 말이다. 육장봉은 그들이 함께 찾은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느끼고 이 강을 그녀에게 선물하고 싶어 했다. 이건 그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월령안의 마음속에서 이 강은 장사일 뿐이었다!
마치 이 옥처럼 말이다. 육장봉은 강에서 찾아서 손수 분해한 것이라 여겨 특별하고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옥의 실제 가치만 생각했다.
그녀는 이런 낭만적인 정서가 잘 이해되지 않았으나 저지하지도 않았다.
사람마다 자기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간섭할 권리가 없었다.
월령안은 힐끗 보고 옆으로 가서 마른 나뭇가지를 찾아왔다. 그녀는 불을 피워 육장봉의 옷을 말리고 나중에 소년들이 사냥감을 잡아 온다면 구울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했다.
육장봉이 돌아오자 월령안이 불을 피우는 것을 보고 바로 건네받았다. 그는 두어 번 만에 바로 불을 피웠다.
"배가 고프지는 않소? 물고기를 먹겠소? 아니면 짐승을 먹겠소? 내가 찾아오겠소."
육장봉은 문득 월령안이 조식을 들지 않은 채, 양홍엽에게 이끌려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못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배고프지 않아요. 불을 피워 당신의 옷을 말리려는 거예요."
월령안은 불이 피워진 것을 보고 또 마른 나뭇가지를 더 추가했다. 나뭇가지가 많지 않은 것을 보고 월령안은 일어나 주우려고 했다. 그런데 육장봉에게 잡히고 말았다.
"나 때문에 일을 하지 마시오. 이까짓 물은 아무것도 아니오. 또 햇살도 이렇게 강하니 옷은 곧 마를 것이오."
옷에서 분명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옷감이 몸에 착 달라붙어 몸매를 여지없이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몸의 근육도 보아 낼 수 있는데 어디를 보아서 금방 마를 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육장봉이 이렇게 말했으니 월령안도 더는 움직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불을 껐다.
'육 대장군이 좋으면 됐지. 아무튼 이 날씨에 얼어서 병들 일도 없고. 기껏해야 옷이 젖어 불편하고 눈에 거슬릴 뿐이지. 여기에는 다른 사람도 없어서 눈에 띄지도 않을 테니 괜찮아.'
"한 번 더 권할 수는 없는 것이오?"
육장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월령안을 끌어당겨 땅에 앉혔다.
"나를 조금만 더 생각해 주면 안 되오?"
그가 괜찮다고 한마디 했다고 월령안은 바로 불을 껐다. 그는 월령안이 두어 마디 더 권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또 무슨 트집을 잡는지 몰라 흘겨보며 말했다.
"제가 권한다고 당신이 제 말을 듣나요?"
"당신이 한 말을 내가 언제 듣지 않았소?"
육장봉은 옆에 있는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나더러 이 강을 징수하지 말라고 해서 난 하지 않았소. 난 말을 들었소."
"그럼 저와 멀리 떨어져서 앉으세요. 제 옆에 앉지 마시고요. 들으실 거예요?"
'내 옷도 다 적셨잖아. 육장봉이 젖은 옷을 입는 것을 개의치 않아 해도 난 신경 쓴다고.'
육장봉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때문에 그녀의 옷이 조금 젖어 있었던 것이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젖은 소매를 보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
"불씨가 아직 있으니 당신은 저쪽에 가서 서 있소. 난 불을 피우겠소. 날씨가 더우니 잠깐만 말려도 금방 마를 것이오."
그는 젖은 옷을 입고 있어도 괜찮았지만 월령안은 안 되었다.
월령안의 옷은 옷감이 얇아 물에 젖으면 몸에 붙어 속옷까지 비쳤다.
다행히 여기에 다른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그는 사람을 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 불을 왜 피워요? 제가 어디 아픈가요?"
월령안은 어깨 쪽이 조금 젖었을 뿐이었다. 햇볕에 금방 마를 것이다. 육장봉처럼 온몸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육장봉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그가 편지를 보지 않고 그녀를 상대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그에게 편지를 쓰고 먹을 것과 옷을 가져다주던 월령안이 그리워졌다.
'역시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아는 법이군.'
육장봉은 차마 월령안에게 밉보이지 못하고 코를 만지작거리다 순순히 일어났다.
"내가 가서 먹을 것을 좀 구해 오겠소. 당신은 아침에도 음식을 먹지 않았잖소. 배고프지 않다고 하지 마시오. 당신이 배가 안 고파도 나는 고프오. 우리 함께 먹읍시다."
"좋아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뾰로통한 표정을 보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월령안이 웃음을 터뜨리자 육장봉은 더욱 화를 누그러뜨렸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은…… 날 괴롭히는데 이골이 났소."
월령안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어서 가세요. 가는 김에 옷도 좀 말리고요.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불편해요."
원하던 배려를 받은 육장봉은 마음속의 우울함과 씁쓸함이 전부 사라지고 마음속이 꽉 찬 기분이 들었다. 그는 순간 월령안을 껴안고 싶었지만 자기가 젖은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참았다. 그는 월령안의 손을 잡고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떡하면 좋소? 갑자기 당신을 데리고 함께 가고 싶어졌소."
"너무 더워서 움직이기 싫어요. 절 데리고 다니려고 하지 말고 갔다가 빨리 오시던가 하세요."
옥이 있는 강을 찾은 월령안의 머릿속에는 온통 일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육장봉과 함께 노닥거릴 여유가 없었다.
월령안이 가기 싫다고 하니 육장봉은 아무리 아쉬워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곧 돌아오겠소. 암위가 없으니 함부로 다니지 마시오."
월령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재촉하는 말을 하지 않았으나 그 뜻인즉 육장봉더러 빨리 가라는 것이었다.
육장봉은 그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는 월령안이 자기를 십 년 좋아했다는 말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내가 간다는데 령안이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다니.'
월령안은 육장봉의 원망 어린 얼굴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서 가세요! 만약 양문종과 송옥석을 만난다면 일찍 산을 내려오라고 하세요. 우리는 몇 곳을 더 가야 하니까요."
그녀는 바라던 옥이 있는 강을 찾았지만 여기서 돌아다니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양 토사가 나씨 가문과 요리산의 귀속에 대해 얘기할 때, 나 토사는 여기에 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었다.
그녀는 몇 곳을 더 둘러보아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헷갈리게 해야 했다.
육장봉은 상업계의 일은 몰랐으나 전쟁터에서의 일은 알고 있었다.
상업계는 전쟁터와 마찬가지였다. 예전의 그는 월령안의 입장에서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월령안의 입장에서 생각만 해 보면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육장봉은 금방 돌아온다는 말을 남긴 채, 산으로 훌쩍, 뛰어갔다.
"무공이 있는 게 참 좋긴 좋아."
월령안은 육장봉이 훌쩍, 뛰어오르더니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못내 부러워졌다.
그녀는 원래 몸이 약한데다가 무술을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할 일이 있었던 탓에 줄곧 무술을 연마하지 못했다.
그녀는 노인에게 무술을 배우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그녀가 고생을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헤엄 잘 치는 놈이 물에 빠져 죽는다'고 하고 그녀의 생각을 단념시켰다.
그랬던 것을 그녀도 후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만약 무술을 할 줄 알았다면 분명 걱정이 없었을 것이고 위험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은 부러운 시선을 거두고 마른 나뭇가지를 더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돌아서자마자 육장봉이 땅에 던져 놓은 옷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역시 신은 멀리서 보기만 해야지 가까이 있으면 안 되겠군. 가까이 있다 보면 신이 먹고 싸고, 옷을 마구 던지는 모습까지 봐서 아무리 대단하던 형상도 망가지지.'
월령안은 단념하고 앞으로 다가가 옷을 주웠다.
그런데 바로 그때, 뒤의 요리산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당황한 송옥성의 외침도 들렸다.
송옥성은 미친 듯이 산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 그의 뒤에는 멧돼지 세 마리가 따르고 있었다.
멧돼지는 두 마리가 크고 한 마리는 작았다. 그중 가장 실한 한 마리는 등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그 화살은 멧돼지의 등에 꽂혀 휘청거리고 있었는데 언제든지 떨어질 것 같았다. 그 화살은 멧돼지를 깊이 찌르지는 못한 것이 분명했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송옥성은 달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몸에 있던 화살통도 보이지 않았고 옷도 긁혀서 해졌으며 신발도 한 짝을 잃어버렸다. 그는 미친 듯이 산 아래로 달려오고 있었는데 그가 향한 곳은 바로 양홍엽과 송옥기가 있는 방향이었다!
송옥성은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본능적으로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양홍엽과 송옥기 모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 버렸다. 그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리면 그녀들을 해칠 뿐이었다.
"개구쟁이가 정말 사람을 해치는구나!"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욕을 했다. 그녀는 육장봉의 옷을 내던지고 송옥성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월령안은 양홍엽과 송옥석이 있는 방향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송옥석이 아직도 두 사람을 향해 달리는 것을 보자 월령안은 소리를 질렀다.
"송옥성, 동남 방향으로 뛰어!"
그러나 거리가 너무 먼 탓인지, 아니면 송옥성이 너무 당황한 탓인지 그는 방향을 전혀 돌리지 않고 여전히 양홍엽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
월령안은 송옥성이 전혀 듣지 못하고 앞으로만 달리자 양홍엽 두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
"홍엽아, 옥기야! 어서 도망쳐! 위험해!"
하필 양홍엽과 송옥기는 요리산을 등진 채, 강에서 돌을 찾으며 놀고 있어서 두 소녀는 위험이 닥친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월령안의 고함 소리를 들은 둘은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월 언니'라고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다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자 고개를 돌렸다.
달려오는 송옥성과 멧돼지를 보고 두 사람은 너무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