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7화 두 동강 난 옥
육장봉은 수림을 반 바퀴 돌고 나서 요리산의 지리와 상황을 거의 파악했다. 그는 시간을 가늠해 본 후 송씨 남매가 올 때쯤 산에서 내려왔다.
예상대로 송씨 남매는 도착했다. 송옥성은 육장봉과 양문종이 이미 산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서둘러 입산했다.
그들은 월 누님 앞에서 오늘 누가 사냥감을 많이 잡는지 겨루겠다고 말했었다. 만약 진다면 얼마나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가?
양홍엽은 성격이 활발했다. 비록 월령안에게 붙어 있기 좋아했지만 밖에 오니 노는 것이 더 좋았다. 송옥기가 오자 두 소녀는 한데 붙어 예쁜 돌멩이를 찾으러 강으로 뛰어갔다.
월령안은 두 사람더러 절대 깊은 강 쪽으로 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옆의 강기슭으로 걸어갔다.
옥대하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강기슭에 서 있으니 강물에 씻긴 강바닥의 매끄러운 돌멩이가 보였다. 강의 돌은 양문종이 말한 것처럼 아주 예뻤다. 그녀가 전에 보았던 돌들과 달랐다.
월령안은 강에서 파헤쳐 볼 큰 돌을 찾고 있었다. 양홍엽과 송옥기가 얕은 물에서 돌을 찾는 것을 보자 월령안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때, 육장봉이 월령안의 앞으로 걸어왔다.
"이 강이오?"
"왜 산에서 내려오셨어요?"
월령안은 육장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냥하러 가셨던 거 아니었어요?"
"어린애들과 놀아 줄 흥미가 없소."
육장봉은 싫은 내색을 하며 말했다.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겨루자는 그들의 말에 응한 사람이 당신 아닌가요?"
"누구 때문이겠소?"
육장봉의 시선에는 원망의 빛이 서려 있었다.
월령안은 몸을 흠칫 떨었다.
"대장군, 하던 얘기나 계속 하면 안 되나요?"
'육 대장군의 이 눈빛은 아주 무섭다고! 소름이 끼쳐.'
육장봉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난 왜 이토록 멋이 없는 여인을 좋아하게 된 거지?'
육장봉은 기가 죽었다. 그는 가라앉은 기색으로 물었다.
"강의 돌을 보는 것이오?"
"물 안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아요. 돌멩이 하나를 찾아서 분해해 보려고요. 이 돌들은 원석을 아주 닮았어요."
본론으로 들어가자 월령안은 훨씬 편안해졌다.
사실상, 육장봉의 차가운 눈매는 이런 '원망'의 시선을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방금 전에 겁에 질릴 뻔했다.
"기다리시오."
육장봉은 겉옷과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 머리만 한 돌을 건져 왔다.
"어떻게 분해하려고 하오?"
육장봉은 돌을 안고서 월령안 앞으로 왔다.
월령안은 돌을 뚫어져라 자세히 관찰했다.
"이 돌은 확실히 옥의 원석 같아요. 땅에 놓으세요. 제가 분해해 볼게요."
월령안은 손목의 것을 풀어서 곧게 폈다. 그리고 양쪽을 잡고 힘을 주어 잡아당기니 은빛을 내뿜는 철사가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
"이런 거친 일은 내가 하겠소."
육장봉은 월령안 손의 팔찌를 가져가 돌의 중간을 찍었다. 그의 행위는 깔끔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진 기운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아연실색했다.
월령안은 저지하려고 했다. 그녀는 육장봉에게 돌을 분해하는 것은 중간에서 베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손쓸 새도 없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돌은 두 동강이 났다.
그 돌은 깔끔하게 반으로 잘려 벽록색의 아름다운 옥의 모습을 드러냈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 온전했던 옥이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져 버리다니…….'
멀쩡하던 옥이 육장봉에게 잘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보름에 걸친 탐색 끝에 드디어 옥이 있는 강을 찾은 월령안은 아주 기뻤다.
월령안은 즐겁게 말했다.
"우리 먼저 이 옥을 강에 묻어 두어요. 서남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게요. 그렇지 않는다면 담판할 때, 우리는 주도권을 잃을 거예요."
"담판할 필요가 없소. 이 땅을 내가 징수하겠소."
육장봉은 월령안의 행동을 저지하며 말했다.
"내가 있는 이상 당신이 뭘 하고 싶든지 다 할 수 있소. 감히 당신이 점찍은 물건을 건드릴 사람은 없을 것이오."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육장봉을 흘겨보며 말했다.
"대장군,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장사할 때, 가장 금기시하는 것이 바로 독식하는 거예요. 대장군이 그렇게 독식해 버리면 누가 대장군과 함께 일하려고 하겠어요? 그런 장사는 한 번뿐이고 오래가지 못해요."
"이건 내가 당신에게 선물하는 것이지 장사가 아니오."
육장봉은 월령안이 들고 있는 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것은 그가 직접 찾은 옥이었고 직접 분해한 옥이었다. 장사가 아닌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 강은 저에게 바로 장사인걸요. 그리고……."
월령안은 육장봉의 시선이 손에 든 옥으로 가 있는 것을 깨닫고 덧붙였다.
"당신이 준 이 옥은 팔 수 없어요. 팔아도 높은 값을 받지 못하고요. 당신이 이렇게 멋대로 두 동강을 내서 망가뜨려 버렸으니까요. 제 마음속에서 이것의 가치는 길가의 들풀과 다름이 없어요. 제가 이것을 써서 뭘 하겠어요?"
월령안은 얼굴의 웃음기를 거두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대장군께서 이곳이 마음에 들거나 여기의 옥이 마음에 든다면 징수하실 수 있으세요. 그러나 만약 저를 위해서라면 절대 그러지 마세요. 대장군께서 이 땅을 징수하시면 전 다시 서남과 협력할 수가 없어요."
육장봉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나에게 선을 그어야 속이 시원하겠소?"
'꼭 내 마음을 거절해야 하는 것이오?'
"대장군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재미가 없죠."
월령안도 이제는 정말 화가 났다. 그녀는 손에 든 옥을 던져 버렸다.
"제가 정말 당신과 선을 그으려고 했다면 육십이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당신이 보낸 삼백 명의 병사들도 쓰지 않았겠죠. 청주에는 제 사람들이 많아요. 반드시 당신의 사람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반드시 당신의 이름을 내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요!"
월령안은 육장봉이 좋은 의도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육장봉의 강압적이고 독재적인 처사 방식은 그녀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제 뒤에는 염 황숙, 최 승상, 조왕이 있어요. 제가 그중 아무나 한 사람을 써도 청주의 상인들을 짓누를 수 있고 서남의 상인들에게 줄을 댈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하지 않고 육십이를 비롯한 그들이 저한테 당신의 간판을 내거는 것을 묵인했어요. 제가 이 이상으로 어떻게 해야 당신과 선을 긋는 것이 아닌 게 되는 거예요?"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육십이를 비롯한 그들이 그녀에게 육장봉의 이름을 내거는 것을 내버려 둔 것은 그녀가 일부러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황이 정해진 것이었다.
그녀는 육장봉에 대한 거부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이 발전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화난 그녀를 보던 육장봉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화내지 마시오."
육장봉은 갑자기 가까이 다가섰다. 그의 기세는 아주 날카로웠다.
"나는 이제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단 말이오. 날 떠나지 말아 주오."
육장봉은 그렇게 월령안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월령안은 멍해졌다.
말을 마친 육장봉은 월령안의 뒤통수를 가볍게 눌러 자기 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다.
월령안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육장봉은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거야?
우리 지금 싸우고 있었잖아?
싸우다 말고 갑자기…….
갑자기 이렇게 손을 쓰는 게 어디 있어?'
그러나 월령안이 반응하기 전에 육장봉은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는 뜻을 이루고 여우보다 더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입맞춤을 해 주다니 날 용서한 걸로 알겠소."
"육장봉, 미쳤어!"
월령안은 화가 나 눈이 빨개졌다.
'이 남자는 이 이상으로 더 염치없을 수가 있나?
지금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충분하지 않소! 아직 무슨 맛인지 느끼지도 못했단 말이오."
육장봉은 입술을 핥고 아쉬운 듯이 말했다.
"하……, 당신이 이겼어요."
월령안은 자기가 옹졸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화가 나 어쩔 줄 몰랐다.
'육장봉 이 인간이 치사해지니 정말…….'
월령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스스로 다짐했다.
'육장봉 이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에게 화내지 말자. 가치가 없으니까.'
연속 숨을 여러 번 들이쉬어서야 월령안은 비로소 진정이 되었다.
월령안은 애써 그 입맞춤을 잊으려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장군, 장사는 억지로 갈취하는 게 아니에요. 서남 사람들의 눈에, 그리고 양 토사의 눈에는 저와 당신 모두 한 몸이에요. 당신이 징수하나 제가 징수하나 무슨 다른 점이 있겠어요?
두 외지인이 자기의 영역에서 보물을 발견했는데 독식하려고 하고 그들에게 조그마한 이득도 남기지 않는다? 강도는 이렇게 할 수 있어요. 관부도 이렇게 할 수 있고요. 그러나 상인은 안 돼요. 제가 그렇게 한다면 이 옥이 있는 강은 제가 서남 사람들과 하는 마지막 거래가 될 거예요."
"한 몸이라고?"
육장봉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그는 바로 땅에 앉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음, 맞소. 당신의 말에 일리가 있소. 우리는 한 몸이오."
육장봉은 '한 몸', 두 글자가 나왔을 때, 눈가에 웃음기를 머금으며 까닭 없이 온화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여기서도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난 정말 육장봉을 당해내지 못하겠어.'
"전 지금 중요한 일을 얘기하고 있잖아요. 좀 진지할 수 없나요?"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내가 언제 진지하지 않았소?"
육장봉은 정말 뻔뻔했다.
월령안은 속으로 여러 번 '조정 명관을 죽이면 구족을 멸한다'를 되뇌어서야 마음속의 울화를 가라앉혔다.
월령안도 육장봉처럼 땅에 앉아 굳은 얼굴로 말했다.
"대장군, 서남에 옥도 있고 진귀한 약재도 있으며 양식도 있는데 서남의 백성들이 왜 이렇게 가난한지 아시나요?"
"청주 때문이오?"
육장봉이 물었다.
"맞아요, 청주 때문이에요! 서남의 목구멍은 청주에 의해 꽉 막혔어요!"
월령안의 표정은 무거웠다.
"서남의 화물을 운반해 나가려면 반드시 청주를 거쳐야 해요. 청주를 통하지 않으면 서남에 값진 물건이 아무리 많아도 서남에서 썩을 수밖에 없어요. 서남의 백성들도 보물산을 지키며 굶어 죽을 수밖에 없고요."
"음."
청주의 중요성은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다 보아 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의박 그 세 노친네들도 끝까지 청주를 지키며 놓아주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청주를 지키는 것은 서남 이 보물산을 지키는 것과 같았다.
"대장군, 상인들은 모두 이익이 없으면 일찍 일어나지 않아요. 그리고 능력이 닿는 범위 안에서 우리는 가장 큰 이익을 도모해야 해요."
월령안은 옥대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강에 있는 옥들은 서남 본지 사람들의 허락 없이는 파낼 수 없어요. 그리고 어떻게 옥을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청주의 대상인들의 허락이 없다면 세상 밖으로 운반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손에 병사가 있으니 이 땅을 징수할 수 있겠죠. 서남 사람들의 생각을 살필 필요 없이 강제로 강의 옥을 파내고 당신의 정예병과 장수들을 거느리고 조의박과 전쟁을 하여 강제로 옥을 운반해 나갈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익을 나누지 않기 위해, 이 장사를 독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목숨을 갈아 넣고 얼마나 많은 정력을 허비할 건가요? 조정은 이 시기에 청주와 전쟁을 벌일 수 있나요? 그렇게 해서 이따위 상품성도 없는 옥 쪼가리나 얻어내시려고요?"
월령안은 맨 마지막에 끝내 참지 못하고 육장봉을 한마디 찔렀다. 그녀가 던진 두 동강 난 옥이 아직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전쟁으로 말하자면 육장봉은 천재였다. 공격하면 반드시 이기고, 백전백승하는 신이었다. 그러나 장사에서 육장봉은 월령안보다 못했다. 마치 이 옥을 깨뜨려 상품 가치가 없게 만들어 버린 것처럼 장사도 망쳐 버리고 말 것이다.
그녀는 이 일로 육장봉이 본인이 문외한이며 상업계에 개입하면 방해만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설사 그녀를 위한 것이라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