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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34)화 (634/1,004)

634화 언제부터 안 것이오?

"추수야, 나머지 천으로 모양 몇 가지를 더 만들어 내거라. 작은 꽃이든, 물고기든, 구름이든 모두 된단다. 몇 가지 더 만들거라. 선물로 줄 거야."

월령안은 경대를 조절하고 나서야 자기가 아직 세수를 못 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제서야 그녀는 옆으로 가서 세수를 했다.

혼자 아름다운 것은 다 같이 아름다운 것보다 못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식품을 어찌 그녀 혼자만 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다들 함께 둘러야 예쁜 것이었다.

"네, 아가씨!"

추수는 월령안이 매일 새로운 방식으로 어린 낭자들을 아끼는 것에 이미 적응이 되었다.

어린 낭자들이 아가씨의 주위를 맴돌면서 매일 '언니, 언니' 하며 소리를 낸다고 탓할 것이 못 되었다. 그녀였어도 아가씨가 이토록 너그럽게 봐주고 예뻐하는 데 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월령안이 어린 낭자들에게 경대를 선물하는데 당연히 경대 하나만 달랑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대충하는 티가 나고 말 것이다.

월령안은 대충 넘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한 사람을 살뜰하게 대하거나 아끼고 싶다면 그 사람이 깜짝 놀랄 정도로, 기분이 둥둥 뜰 정도로 잘해줬다.

월령안은 추수더러 갈대로 엮은 바구니를 찾아오라고 했다. 그녀는 손바닥만 한 바구니에 비단을 감고 꽃을 꽂은 뒤, 과일 한 알 넣고서야 경대를 올려 두었다.

평범하던 바구니가 월령안의 단장을 거쳐 바로 정교하고 색다르게 변했다. 방 안에 장식품으로 두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홍엽이와 그 친구들에게 가져다주거라. 그녀들이 좋아한다면 경대를 두르라고 해."

월령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을 내저어 추수더러 선물을 가져가게 했다.

추수는 무감각한 얼굴로 작은 바구니를 들고 나갔다. 그녀는 속으로 서남의 소년들을 안쓰러워했다.

'불쌍한 소년들, 우리 아가씨가 먼저 길을 잘못 들여서 소년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분명 많이 힘들 거야. 결국, 마음으로나, 돈으로나 소년들은 우리 아가씨와 비할 바가 못 될 테니 말이야.'

추수는 바구니를 들고 나가다 입구에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육 대장군을 만났다.

육 대장군은 추수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정교한 바구니 열몇 개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바로 굳은 얼굴로 물었다.

"이것들은 어디서 난 것이냐?"

그는 육십이가 매일 많은 사람들이 월령안에게 각종 선물을 보내온다고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대장군께 아룁니다. 우리 아가씨께서 준비하신 것입니다. 소인더러 마을의 어린 낭자들에게 나눠 주라고 명하셨습니다."

추수는 육 대장군의 차가운 얼굴에 겁을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대답한 것은 예의를 차려 아가씨의 체면을 깎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어린 낭자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육 대장군의 안색이 살짝 풀리더니 입꼬리에 옅은 미소가 드리웠다.

"가거라!"

'이른 아침부터 어린 낭자들에게 선물을 준비하다니. 월령안의 기분이 아주 좋나 보군. 그래도 내가 어린 낭자들보다야 중요하겠지. 그 여자애들도 가지는 선물이니 내 것도 있겠지.'

그는 아주 기대되었다.

육장봉은 순간 기분이 아주 좋아져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추수는 그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왜 오늘따라 육 대장군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추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바구니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육장봉의 발걸음은 가볍고 빨랐다. 그는 재빨리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양씨 가문의 이 옛 저택은 아주 컸다. 뒷마당은 따로 떨어져 있는 뜰이었다. 문을 닫으니 앞뜰과 완전히 분리되었다.

이것이 바로 양 토사가 옛 저택을 월령안더러 묵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여인의 몸으로는 바깥과 분리되는 안채에 묵는 것이 더 편할 것이었다.

월령안이 묵는 뒤뜰은 금지된 곳이었다. 추수 말고 다른 사람들은 감히 한 걸음도 발을 들이지 못했다. 진주를 비롯한 호위병들도 입구에서 순찰만 할 뿐, 절대 월령안이 묵는 곳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규칙들은 육장봉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육장봉은 월령안이 묵는 곳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자각이 없었다. 그는 뒤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월령안이 묵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비록 어제 서남에 도착했지만 오늘 처음으로 월령안의 방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육장봉이 들어올 때, 월령안은 책상의 천 조각을 치우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듣고 월령안은 고개를 들어 힐끗 보고는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육장봉을 상대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녀가 상대하지 않아도 육 대장군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방에 발을 들여놓은 뒤, 첫눈에 월령안이 목에 두른 경대를 발견했다. 추수가 손에 든 바구니를 떠올리자 육장봉은 순간적으로 월령안이 왜 어린 낭자들에게 선물을 보내는지 알게 되었다.

육장봉의 시선으로 한 줄기 웃음이 스쳐 지나갔지만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월령안의 거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는 어젯밤 월령안을 한번 데려다준 적이 있었으나 그때는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월령안에게 발에 차여 쫓겨났었다.

정말로 차인 것이었고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심지어 암기를 가지고 그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는 당연히 월령안의 꼼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암기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그는 월령안에게 어떤 암기가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가 경계하고 있는 이상, 월령안에게 암기가 아무리 많아도 그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

월령안의 그 발길질에 대해서는?

그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월령안이 그를 걷어찰 때, 그는 아주 협조적으로 문밖까지 나갔다.

어쨌든, 월령안이 기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젯밤, 그는 월령안의 거처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 지금 들어온 김에 열심히 둘러보았다.

월령안이 묵는 이 방은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햇살이 아주 잘 들어왔다. 방안의 진열도 평범했다. 또한 이 지역 고유의 느낌을 잘 살려 탁자 위의 운금 조각을 제외하고는 변경의 장식품이 없었다. 곳곳마다 서남의 순박한 특색이 묻어 있었다.

육장봉은 한눈에 다 훑어보고 고개를 돌렸다. 월령안이 바느질 실을 정리하느라 자기를 상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뒤에서 월령안을 끌어안았다.

"내 선물은?"

'비록 월령안이 왜 어린 낭자들에게 선물을 준비한 것인지 알게 됐지만 내가 선물을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지. 아닌가?'

"뭐 하시는 거예요? 손 놓으세요!"

월령안은 육장봉이 갑자기 자기를 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또 지극히 어색해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육장봉이 비록 평소에도 자주 그녀를 만지작거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육장봉의 친밀한 행동은 그녀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더욱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그는 아래턱을 월령안의 어깨에 올려 두어 월령안을 꼼짝달싹 못 하게 했다.

"내 선물은?"

"무슨 선물요?"

뜨거운 남성의 향기가 확 끼쳤다. 월령안의 주변은 순식간에 육장봉의 숨결로 가득해졌고, 그녀는 그게 몹시 낯설었다.

"툭하면 끌어안는 게 어디서 배운 나쁜 버릇이에요? 이거 놓고 잘 좀 얘기하면 안 되나요?"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소? 내 것은?"

월령안 몸에서 풍기는 담담한 배꽃향기를 맡으며 그는 어젯밤 월령안의 목에 했던 입맞춤이 떠올라 마음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는 결국 참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천천히 해야 했다. 그는 다른 데에서는 인내심이 부족했으나 월령안에게만은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돌려 육장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제가 왜 선물을 준비해 사람들에게 돌리는지 모르시나요?"

월령안은 손을 들어 팔꿈치로 육장봉을 밀쳤다.

"멀리 떨어지세요. 전 지금 당신만 보면 짜증이 나네요."

육장봉은 피하지 않고 순순히 당했다. 그는 월령안을 풀어 준 뒤,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크게 다친 것 같은 모습을 했다.

"어젯밤에 나를 침대로 이끌더니 오늘에는 미워하고.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야말로 내 몸이 탐나는 거지!"

"제가 언제 당신을 침대로 이끌었어요?"

월령안의 손이 미끄러지더니 하마터면 들고 있던 바구니를 떨어뜨릴 뻔했다.

'육장봉의 올바르던 모습은? 진지함은? 정말 귀신이 들린 거 아니야?'

"어젯밤 내가 당신의 침대에 오르지 않았소?"

육장봉은 옆에 앉아 차분하고 느긋하게 물었다. 자기의 질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월령안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육 대장군의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어젯밤 그녀는 육장봉에게 안겨 침대에 오른 것이 맞았다. 육장봉이 그녀의 침대에 오른 것도 사실이었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날 농락하고 버리겠다는 말이오?"

육장봉은 월령안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령안, 지난번에 날 농락한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고 싶지 않소?"

월령안은 손에 든 바구니를 내려놓고 책상에 기대어 지지 않고 되물었다.

"대장군, 지난번에 저를 농락하고 버린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아시나요?"

"아니오!"

위험에 극도로 예민한 육장봉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

"농락하고 버린 적이 없소. 난 해명할 수 있소."

"뭘 해명하겠다는 건가요? 이혼서를 당신이 쓰지 않았다고 하실 건가요? 당신은 처음부터 아내를 내칠 생각이 없었다고 하실 건가요?"

월령안은 가볍게 웃었다.

"전 이혼서를 당신이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전 당신의 글씨를 아주 잘 알죠. 당신의 글씨체는 한 획도 놓치지 않고 제가 똑똑히 기억하니까요. 그 이혼서의 글씨는 아주 그럴듯하게 모방했지만 당신의 글씨체가 아니었어요."

육장봉은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

'언제부터 안 것이오?'

"그래서 제가 이혼서를 들고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가로막은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 같은 사람이 어떻게 내쳐졌다고 해서 약점이 잡히면서까지 성을 지키는 장군을 매수하는 짓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을까?

"그때 제가 거리로 뛰어나가 당신을 가로막은 일에서 확실히 절반은 충동적이었어요. 그러나 마음속으로 기대도 있었죠. 당신이 성 안의 모든 백성들 앞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니 아내를 내친다는 오명을 쓰기 싫어서라도 이혼하려고 한 일을 부인할 것이라고요."

월령안은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그 표정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이혼서가 당신이 쓴 게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저와 이혼하고 싶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고 저를 내치는 일을 명확히 하려는 게 맞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사실은 당신도 저라는 이 귀찮은 아내를 내치고 싶으셨던 거죠. 승리를 거두고 돌아와 조강지처를 내친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이혼서의 일을 부정하지 않으셨으니까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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