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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31)화 (631/1,004)

631화 나를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건가?

그러나 월령안이 자기의 구애에 놀랐던 것을 떠올리자 소년은 마음속의 기쁨을 애써 억누르고 낮게 불렀다.

"월 누님."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양문종은 빨개진 얼굴로 두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월령안에게 쏠려 있었는데 눈 속의 기쁨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는 정말 월 누님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는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월령안과 혼인하여 다른 사람이 그녀를 보지 못하게 영원히 숨겨 두고 싶었다!

월령안과 양홍엽, 양문종이 도착했을 때,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닥불 옆에 앉아 있었다. 소년, 소녀들은 진작부터 참지 못하고 모닥불을 둘러싼 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세 사람이 다가오자 열정적인 소년, 소녀들이 앞으로 다가와 세 사람을 초대해 함께 춤을 추었다.

양홍엽과 양문종은 열정적인 친구들에게 끌려갔다. 그러나 월령안은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월령안은 아름답고 대범하며 성격이 좋았다. 이 소년, 소녀들의 마음속에서 월령안은 여신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양홍엽과 양문종을 억지로 끌고 갔지만 월령안은 감히 억지로 끌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 그들 마음속의 여신에게 강요하는 것은 여신에 대한 모독이었다.

월령안은 한가하게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모닥불 옆에 앉아서 젊은 소년, 소녀들이 모닥불 옆에서 마음껏 춤을 추는 것을 구경했다.

그러나 소년, 소녀들이 월령안에게 강요하지 못한다 해도, 월령안 옆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미소가 달콤하고 열정적이며 대범한 이 소녀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젊은 아가씨면서 늙어서 춤을 못 추는 우리 늙은이들과 함께 앉아 있어 뭘 하겠냐? 너희 젊은이들은 함께 놀아야지. 어서…… 가서 문종이나 다른 젊은 애들이랑 함께 우리 풍년을 축하하고 내년에 더 큰 풍년을 기원하는 춤을 추려무나."

월령안은 이렇게 열정적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떠밀려 거절할 틈도 없이 춤추는 사람들 틈에 끼게 되었다.

"월 언니, 여기로 오세요. 제가 함께 춤 출게요."

눈썰미가 좋은 양홍엽은 단번에 월령안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때, 양홍엽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월령안이 일어서는 순간, 양문종이 다가와 양홍엽보다 먼저 월령안을 춤추는 사람들 사이로 데려갔다. 그리고 월령안을 둘러싸고 양가촌 특유의 풍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년의 활기찬 몸이 월령안 주변을 맴돌았다. 그의 아름다운 용모가 수시로 월령안 앞에 다가오자 월령안은 얼굴이 화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날 밤은 양씨 일족이 풍년을 축하하고 명년의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인데다 양문종이 그녀의 옆에서 추고 있는 춤도 풍년 춤이었다. 그녀가 이때에 물러가거나 양문종에게 눈치를 준다면 양씨 일족에게는 길하지 못한 행위로 비춰질 것이다.

월령안은 하는 수 없이 양문종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월령안이 움직이자 소년, 소녀들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꺄악!"

"너무 아름다워!"

"사귀어라! 사귀어라!"

월령안이 춤을 추는 순간, 양문종의 동작이 갑자기 더 격렬해졌다. 일거수일투족이 기운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서 마치 장병을 공격하는 듯이 위풍당당했다.

월녕안은 그의 장단에 맞추기 위해 춤동작을 바꾸고 속도를 높여 양문종의 동작을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절세의 미모를 가진 소년과 청아하고 멋쟁이 소녀가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모닥불 옆에서 마음껏 춤을 추었다.

두 사람의 기운 넘치는 춤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젊은 소년, 소녀든, 나이 든 중년이든, 모두 흥분해서는 소리를 지르며 함께 춤을 췄다.

그래서 육 대장군이 왔을 때 그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꽃 아래에서 요염한 소년과 날렵한 소녀의 어여쁜 춤사위가 조화를 이루었다.

요염한 소년의 시선은 항상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들고, 마주 보다가 또 뒤돌아서 보았다. 그들은 마치 미리 여러 번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항상 적절하게 박자를 맞추었다.

소녀는 장단을 밟으며, 손을 들거나 발을 들 때, 기운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새하얀 팔과 종아리가 불빛 아래 보일 듯 말 듯 드러나 활활 타오르는 불빛 아래서 사람을 유혹하는 기운을 뿜었다.

불꽃 아래서, 소년, 소녀들의 시선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두 사람의 춤사위가 격렬해질수록 분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있는 듯, 없는 듯한 애틋한 기운이 풍겼다. 그들을 둘러싼 소년, 소녀들은 이를 보고 흥분되어 연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바로 이때, 검은 피풍의가 하늘에서 떨어져 월령안의 어깨에 떨어졌다. 그것은 월령안의 부드러운 춤사위를 꽁꽁 가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건 새 춤동작인가?'

모닥불을 둘러싸고 춤을 추던 소년들은 월령안의 몸에 갑자기 나타난 피풍의를 보고 잠깐 멈칫했다. 그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잊고 말았다.

월령안을 중심으로 하던 이곳의 노래와 춤은 잠시 멈춰졌다.

월령안도 굳어졌다. 그녀는 몸의 옷을 잡아당겨 보니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사람들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육장봉이다! 그가 어떻게 온 거지? 내가 귀신이라도 본 건가?'

월령안은 놀라서 반응하는 것을 잊고 말았다.

악기를 연주하던 사람들도 월령안 쪽의 소년들이 움직이지 않자 멈춰 섰다. 그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월령안 등 몇몇을 바라보았다.

"왜 안 추지?"

"외지인이 한 명 왔어. 전에 본 적도 없고, 옛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나이 든 남자들이 육장봉을 보고 경계의 눈빛을 했지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 낯선 외지인은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시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토사의 허락을 거쳤을 것이다. 토사의 명령을 받기 전에 그들은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었다.

바로 이때, 피풍의를 벗고 검은색 경장을 드러낸 육장봉 육 대장군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월령안의 옆으로 왔다.

그는 소년들의 이글거리는 시선 속에서 신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수많은 적의 목을 따내던 손으로 다정하게 월령안에게 피풍의를 매 주었다.

"바람이 세오. 감기 들라."

육장봉은 월령안보다 머리 하나가 컸다. 그가 앞으로 몸을 기울이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마치 월령안을 품에 안고 있는 듯했다. 옆으로 보면 두 사람은 목을 맞댄 것이 더없이 친밀해 보였다.

'이 사람은 누구지?

왜 그가 월 누님에게 다가갔는데도 월 누님은 피하지 않는 거지?'

월령안도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피하려는 순간, 육장봉이 갑자기 몸을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 설마 내가 지금 당신을 둘러업고 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육장봉, 미쳤어! 아니, 이건 분명 가짜 육장봉일 것이야!'

월령안은 놀란 시선으로 육장봉을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고 움직이지 않았다.

육장봉은 창피한 줄도 모른다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서남에 한동안 더 있어야 하니 그 창피함을 겪을 수 없었다.

소년, 소녀들은 육장봉의 강경한 거동에 극도로 불만스러웠다. 그중 양문종의 반응이 가장 격렬했다.

아름다운 소년의 시선에는 붉은 빛이 감돌았다. 사납게 육장봉을 노려보는 그 모습이 어린 늑대 같았다.

"당신은 누구예요?"

"계속해서 노시오."

육장봉은 소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월령안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 표정이며 말투는 양문종 등 소년들을 어린애 취급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성숙하고 듬직한 육장봉 앞에서, 양문종 등 소년들은 유치하기가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월령안은 양문종보다 한 살 많았을 뿐인데 양문종을 어린애라고 생각했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양문종은 원망스러운 듯 육장봉에게 눈을 부릅떠 보였다. 그리고 눈시울을 붉히며 월녕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월 누님, 가시려는 건가요?"

그 순간, 월령안은 자기가 어쩐지 비정한 사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난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월령안은 몰래 흠칫하더니 청아하고 수려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춤을 췄더니 지치네요. 좀 쉬어야겠어요. 먼저 놀아요. 전 충분히 쉬고 다시 올게요."

월령안은 몰래 육장봉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뿌리치지 못했다. 그녀는 몰래 육장봉을 노려보았지만 겉으로는 애써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육장봉은 애정이 듬뿍 담긴 미소로 답했다.

두 사람의 소리 없는 교류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마치 알콩달콩한 사랑싸움 같았다. 양문종의 시선이 어두워지더니 잘생긴 소년의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저도 춤을 췄더니 지쳤어요. 저도 월 누님과 함께할래요."

양문종은 월령안의 다른 한쪽으로 가서 도발적으로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월령안 머리를 장식한 공작새 깃털을 움직였다.

"월 누님, 깃털이 비뚤었어요."

거의 동시에, 육장봉이 앞으로 다가오더니 월령안의 피풍의를 여며 주었다.

"춥지 않소? 당신은 몸이 약하니 바람을 맞으면 안 되오."

육장봉은 월령안의 피풍의를 맬 때, 똑같이 양문종에게 도발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육장봉은 귀신이 들려서 육 귀신이라도 된 건가? 이렇게 더운 날에, 옆에 모닥불까지 있는데 내가 춥긴 뭐가 춥다고? 육장봉은 내가 땀을 잔뜩 흘린 것을 보지 못했나? 내가 피풍의를 끌어내리지 못한 것은 손이 잡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양문종도 지지 않으려고 월령안의 앞에 다가갔다.

"월 누님, 내일 우리 여전히 함께 요리산(瑤裏山)으로 가나요?"

양문종은 일부러 '함께'라는 두 글자를 강조했다.

"요리산에는 사냥감이 아주 많아요. 월 누님 머리 위의 공작새 깃털은 바로 제가 요리산에서 사냥한 거예요. 우리 내일 함께 가요. 제가 월 누님께 더욱 예쁜 공작새 깃털을 찾아 드릴게요."

"공작새 깃털?"

육장봉은 월령안 은관에 장식된 공작새 깃털을 바라보며 위험한 눈빛을 던졌다.

월령안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난 홍엽이 나한테 준 공작새 깃털이 양문종이 사냥했다는 것을 몰랐다고 지금 말해도 소용 있을까? 아니, 이 두 사람은 나를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건가?'

육장봉과 양문종 사이에 낀 월령안은 골치가 아팠다.

이 두 사람은 한 명은 그녀의 앞길을 막았고 다른 한 명은 그녀가 뒤로 물러설 길까지 막고 있었다. 또 둘은 마치 입담이라도 자랑하듯, 한마디씩 주고받아 그녀에게 말을 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이 둘은 정말 내가 성격이 좋은 줄로 아는 건가?'

월령안이 화를 내려는 순간, 양 토사가 양씨 집안의 어른들 한 무리를 이끌고 건너왔다.

그는 사람들 중에 있는 육장봉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육장봉과 양문종 사이의 기 싸움을 보지 못한 듯,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대장군, 드디어 따라잡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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