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화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청주에 가까워질 때, 육장봉은 육십이가 보낸 세 번째 편지를 받았다. 다만 이 세 번째 편지는…….
육장봉은 한 번에 훑어본 뒤, 자기가 잘못 본 것으로 의심하여 자세히 한 번 더 살펴보았다.
그제서야 그는 글씨를 잘못 보지는 않았다는 것은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 글씨들을 한데 모아 놓으면 이루는 뜻이 자기가 생각한 뜻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월 누님이 서남에 도착하자마자 서남의 꽃이 되어 팔십 세 할머니부터 세 살 여자애까지 월 누님을 집으로 데려가지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이지?'
'우리 월 누님은 아주 대단하여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월 누님을 아주 좋아해요. 매일 월 누님에게 과일과 야채를 보내오고 있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 진주와 함께 여덟, 아홉, 열 명의 건장한 사내가 먹어도 다 못 먹을 정도예요.'
'이건 무슨 뜻이지?'
'우리 월 누님은 아이들 왕이 되었어요. 마을의 애들은 이제 월 누님을 가장 좋아해요. 매일 월 누님이 누구와 말을 한마디라도 더 많이 하면 싸움이 나고 있어요. 매일 월 누님이 누군가에게 가장 예쁘게 웃어 주면 싸움이 날 정도라고요.'
'이건 무슨 말이지?'
'또 우리 월 누님은 서남에서 어린 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서남의 어린 낭자들은 매일같이 그녀 때문에 질투하고 다투는 중이고요. 진주를 비롯한 몇 사람들은 화가 나 있어요. 그들 같은 미혼 남자들도 서남의 낭자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결국 어린 낭자들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매일 월 누님 주위만 맴돌고 있다고요!'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육장봉은 그래도 앞의 몇 가지는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월령안은 아름답고, 대범하며, 영리하고, 다정하며 성격도 좋다. 그의 할머니처럼 까다로운 사람도 편지에서 월령안을 칭찬했었다. 그런데 마지막 말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어린 낭자들이 매일같이 그녀 때문에 질투하고 다툰다고? 이게 무슨 괴상한 소리지! 육십이는 그 어린 낭자들이 월령안 때문에 질투하고 다투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그가 편지에서 말한 사람이 월령안의 동생이나 오라버니 따위가 아니라 월령안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나?'
육장봉은 보면 볼수록 미간이 찌푸려졌다.
팍!
손에 든 편지를 구긴 뒤, 육장봉은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육일, 말을 준비하거라!"
육일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장군, 진심이신가요? 우리는 이미 일박이일을 걸었다고요! 그리고 방금 전에야 막사를 세웠고요! 대장군, 우리의 체력에 대해 오해가 있으셔도 군마의 체력을 오해하시면 안 되죠! 우리가 뛸 수 있다 해도 군마는 뛸 수 없어요!'
육일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시큰거리는 어깨를 만져보고는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육 대장군에게 겨우 달릴 수 있는 말 한 필 골라 왔다.
"대장군, 우리의 말은 아직……."
"필요 없다!"
육장봉은 말을 올라타며 말했다.
"사흘 뒤, 청주에서 합류한다."
육장봉은 명령을 남기고 채찍질하며 떠나갔다. 말발굽이 날리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한 육일은 입안 가득 먼지를 먹고 말았다.
육일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난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
육장봉은 밤새 달려 다음날 점심이 되어서 청주에 도착했다.
청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육장봉은 급히 서남으로 가지 않고 암위에게 육십이를 데려 오라고 하였다.
육십이는 마침 사람들을 데리고 성안에서 식량을 팔고 있었다. 그는 머리에 천으로 된 수건을 쓰고 기세 드높게 팔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암위에게 납치되듯이 들려가자 놀라서 녹초가 될 뻔했다.
"대, 대, 대……."
"응."
암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육십이에게 소리 없이 바로 그가 생각한 대로라고 말했다.
"나, 나, 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까?"
육십이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암위와 상의했다.
'조금이라도 늦게 죽는 것이 상책이다!'
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육십이를 든 채로 길을 걸었다.
"대, 대장군……."
육장봉이 아직 묻지도 않았는데 육십이는 육장봉을 보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감히 육장봉을 바라보지 못했다.
"말하거라, 어찌 된 일이냐!"
육장봉은 한 시간 동안 잠을 잔 덕에 이미 급히 오느라 쌓인 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강한 기세를 뿜었다.
"어, 이게…… 그게……."
육십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내가 어떻게 대장군께 마님이 서남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먹힌다고 말을 해야 할까?'
그 어린 낭자들은 매일같이 월령안을 자기의 새언니로 만들겠다고 소리를 했다. 그녀들은 월령안을 빼앗기 위해 온갖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기의 오라버니와 월령안을 '우연히' 마주치게 했다.
마을에 미혼 소년이 있는 집에서는 월령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치 자기 집의 가장 아끼는 며느리를 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코흘리개까지 나중에 크면 월령안에게 장가들겠다고 했다. 또 자기들보다 열몇 살 큰 소년들에게 싸우겠노라 떠들기도 했다.
그들은 분명 양가촌에서 가장 외딴 구석에서 살고 있었지만 지금 그들이 사는 곳은 마을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곳이 되고 말았다.
어린 낭자들은 덥지도 않은지 매일같이 그들이 묵는 옛 저택으로 뛰어왔다.
월령안은 그녀들이 그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소육자더러 저택 앞에 정자를 세워서 어린 낭자들이 놀게 하라고 했다. 또 정자 주변에 꽃을 가득 심었고 사면으로 어린 낭자들이 좋아하면 발을 걸어 두었다.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곧잘 끼어들고는 했다. 그들을 볼 때는 퉁명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월령안을 대할 때는 항상 꽃처럼 활짝 웃어 주었다. 저녁 무렵이면 모두들 정자로 가서 서늘한 바람을 쐬었다.
월령안은 성격도 좋게 정자의 크기가 부족한 것을 보고 소육자더러 사람을 데리고 정자를 하나 더 지으라고 했다. 두 정자 사이에는 긴 화랑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수공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노인, 아낙네, 어린 낭자들까지 모두 왔으니 집에 있는 코흘리개도 당연히 뛰어왔다.
육십이의 말대로라면, 월 누님처럼 좋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 눈이 멀었기 때문일 것이다!
꼬맹이들이 얼마나 말썽꾸러기이고 개구쟁이든지 월령안은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꼬맹이들에게 먹을 것, 놀 것을 준비하는 것 말고도 시간이 있으면 그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자기가 시간이 없더라도 추수와 소육자를 시켜 가르치게 했다. 그 모습을 본다면 꼬맹이들은 물론이고 육십이 자신이 보아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월 누님은 정말이지 너무 좋은 사람이야. 엉엉……. 만약 월 누님이 여전히 장군 부인이었다면 앞으로 우리가 늙어도 그 노인들처럼 함께 모여서 수공 일을 할 수 있겠지? 우리의 아이들도 그 개구쟁이들처럼 글을 배울 수 있겠지? 우리의 딸들도 그 어린 낭자들처럼 매일 월 누님을 둘러싸고 있겠지? 진짜 서운하네!'
육십이는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이게 다 우리 대장군이 너무 쓸모없어서 그래!'
육장봉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팍!
육장봉은 탁자를 세게 두드렸다.
"어떻게 대답할지 잘 생각해 보았느냐?"
'한참이나 말도 못 하고 날 노려볼 줄이나 알고 말이야. 못 보던 새에 육십이가 간이 부었군.'
육십이는 두려움에 찬 얼굴을 했다.
'으아아, 내가 뭘 한 것이지? 대장군께서 말씀을 물으시는데 내가 정신이 팔렸다니. 난 끝났어.'
육십이는 놀라 미칠 것 같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백지상태였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무언가가 육십이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그는 큰소리를 냈다.
"대장군, 생각났어요! 오늘밤은 서남의 사망절(耍望節 - 명절의 일종)이에요. 어서, 어서 월 누님 찾으러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월 누님을 그 양문종(楊聞宗)에게 빼앗길 수 있어요!"
"사망절이 무엇이냐? 양문종은 또 누구냐?"
육장봉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육십이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육장봉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는 몸을 꼬며 말했다.
"사망절은 바로 서남 산민들 중 미혼 소년, 소녀들이 맞선을 보는 날이에요. 제가 올 때 들은 것인데 월 누님도 오늘 밤에 참가하신다고 했어요. 그…… 양문종은 바로 양 토사의 작은 아들이에요. 그는 처음 월 누님을 봤을 때, 월 누님께 자신과 혼인해 달라고 말했어요."
육십이는 양문종이 아주 잘생겼다고까지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같은 남자인 그가 봐도 양문종은 잘생겼다.
양문종은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아주 끈질겼다. 심지어 진주도 양문종을 막아내지 못했다.
대장군을 위해서 그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 * *
월령안은 옥이 숨겨진 강을 찾기 위해, 매일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야 돌아오고는 했다. 월령안은 양홍엽과 양씨 막내 양문종과 함께 양씨 일족의 산봉우리와 수역을 모두 한번 걸어 다녔다. 그러나 그 어떤 옥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연속 여러 날 동안 밖에서 뛰어다닌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남은 너무 커. 이렇게 찾다가는 한세월을 여기서 보내겠어.'
월령안은 소육자와 진주를 비롯한 호위들더러 함께 찾을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호위들은 서남에서 마음껏 나다닐 수 없었다.
밤에 몽산에 가서 상황을 살피는 것은 양 토사가 묵인한 일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저녁에 강으로 가서 옥을 찾는다면 분명 양 토사가 알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걸을 수밖에 없구나."
그녀는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괜찮았다.
그러나 반드시 그녀와 양홍엽과 함께하려는 양문종을 떠올리자 월령안은 이마를 움켜쥘 정도로 골치가 아팠다.
양홍엽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의 막내 삼촌은 확실히 아주 잘생겼다.
고풍스러우면서 아름답고 윤기가 나지만 깨끗하고 순수했다.
처음 양문종을 보았을 때, 월령안도 그의 미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양문종은 오관이 정교하고 화려해서 한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아름다움은 한계를 뛰어넘어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사람들의 눈빛은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떨어질 것이다.
기품도, 분위기도 아닌 그의 얼굴만으로도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년이 그녀와 함께 산수를 구경하는 것은 원래 좋은 일이어야 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머리가 아프기까지 했다.
양문종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한쪽 무릎을 그녀의 앞에 꿇고, 그녀의 손을 잡고 연모의 뜻을 밝히며 그녀와 혼인해 함께 자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다.
황제의 분노를 상대할 때도 안색을 바꾸지 않았던 그녀는 양문종 때문에 깜짝 놀라서 반응도 잊고 말았다.
'같이 자고 싶다고? 같이 아이를 낳자고? 서남의 소년들은 모두 이렇게 열정이 넘치나?'
월령안은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단호하게 양문종을 거절했다.
그러나 양문종 이 아름다운 소년은 서남의 다른 모든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열정적이고 집요하며 또 대담했다.
소년의 사랑은 뜨갑고 직설적이며 거절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가 단호하게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거절했으나 양문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열정적으로 월령안에게 꽃을 선물하고, 선물을 보내고, 기회만 잡았다 하면 월령안에게 들이댔고 또 노래도 불러 주었다.
그 탓에 마을 사람들 모두 양문종이 그녀에게 구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