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25)화 (625/1,004)

625화 저 외지인들을 쫓아 내게!

"청주에서 식량을 팔려고 하나? 분산하여 판매하려고?"

양 토사는 듣자마자 월령안이 뭘 하려는지 알아챘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고요. 시중에 줄곧 식량이 팔리는 한, 식량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게 뛰지 않을 거예요."

양 토사는 고개를 저으며 비웃었다.

"청주의 수비는 식량을 낮은 가격에 적국에게 팔아넘겼지. 그러나 자국민들은 높은 가격의 식량을 먹게 했어. 참 우습구나!"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이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도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아니었어도 청주에 식량이 부족한 문제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드러났을 것이다. 그녀는 식량이 부족한 문제를 조금 일찍 폭발시켰을 뿐이었다.

양 토사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가 월령안 일행을 안치하자마자 수하가 급히 와서 송(宋)씨 가문과 나씨 가문의 두 토사가 찾아왔다고 보고했다.

이 두 사람은 월령안의 일을 물으러 온 것이 틀림없었다.

월령안은 자기가 양 토사에게 폐를 끼쳤다는 것을 알고 순순히 물러섰다.

"양 숙부님, 가셔서 일을 보세요. 저희는 일손이 많으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그래, 조심해. 만약 심심하다면 북쪽의 몽산(夢山)에 가서 구경하게. 거기의 풍경이 아주 좋단다."

양 토사는 의미심장한 암시의 말을 툭, 던지고 떠나갔다.

월령안은 서남의 비밀, 즉 청주의 그 노친네들이 제멋대로 식량을 파는 저력이 바로 몽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 토사에게 감사의 뜻으로 예를 올렸다.

이번에 서남에 와서 양 토사는 그녀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녀는 양 토사가 아끼는 아들에게 손을 쓴 것이 못내 미안해졌다.

물론,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녀는 여전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녀는 양 토사와 엮일 기회가 필요했다. 자연스러운 기회가 없으니 그녀는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양 토사가 떠난 뒤, 그녀는 바로 추수와 소육자를 불러 그들더러 밤에 몽산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라고 했다.

"가서 보기만 하면 된다.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거라."

육장봉의 사람들이 갈지 안 갈지는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

그녀가 사람을 데리고 왔고 또 길도 열어 주었다. 앞으로 그들이 어떡할지는 그들의 사정이었다.

육장봉의 두 번째 서신은 금방 도착했다. 육십이에게 간절한 애원을 받은 월령안은 편지를 뜯고 아무렇게나 훑어보았다.

육장봉의 두 번째 편지는 딱딱한 언사가 줄어들어 훨씬 홀가분해졌다.

육장봉은 편지에서 북요와의 담판이 끝났고 이미 청주로 오는 길이라고 했다.

금나라의 일은 그가 이미 황제에게 보고했고 군의 장사들에게 준비를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육장봉은 또 같은 말을 귀찮을 정도로 반복했다. 그는 편지에서 자세하게 그녀의 안전을 중심으로 여기고 다른 일들은 그가 도착한 뒤에 하라고, 또 그녀더러 목숨으로 모험을 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당부하는 말을 무려 두 장이나 썼다.

월령안은 자세히 보기도 귀찮아 바로 맨 마지막 장을 펼쳤다. 그러자 육장봉이 낙관(落款) 옆에 작은 글을 쓴 것이 보였다.

'날개가 돋쳐 옷고름을 여며 주고 싶어라.(願托晨風翼,束帶侍衣衾)'

"옷고름을 여며?"

'육장봉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육십이는 월령안이 입을 열자 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월 누님, 회신을 쓰실 건가요? 제가 먹을 갈아 드릴게요."

'육일 형이 나한테 보낸 회신에서 말했지. 내가 일을 아주 잘했으니 기다리라고. 이번에도 꼭 노력하여 월 누님이 대장군께 편지를 쓰도록 해야지. 육일 형이 날 또 칭찬하게 말이야.'

월령안은 편지를 거두었다.

"당신네 대장군께서는 오시는 길이라네요. 그가 회신을 받을 때쯤이면 청주에 도착하겠어요."

'이런 괴상야릇한 편지는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게 좋겠어. 육장봉은 염치가 없어도 나는 있으니까.'

"월 누님,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비둘기로 편지를 보내서 아주 빨라요."

육십이는 가슴팍을 두드리며 장담했다. 월령안이 꿈쩍도 하지 않자 그는 바로 불쌍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월 누님, 저를 가련하게 여겨 주세요. 제가 일을 잘하지 못하면 대장군께서는 앞으로 저한테 일을 맡기시지 않을 거예요. 그럼 저는 더 이상 월 누님을 따라서 돈을 벌 기회가 없어요."

"돈을 가지겠어요? 아니면 회신을 가지겠어요?"

'육장봉 그 인간은 내가 가만히 있는데도 남사스러운 소리를 하는데 만약 내가 대답이라도 한다면 더 남사스럽게 나올지도 몰라. 옷고름을 여민다는 소리도 하는데 육장봉이 못할 말이 뭐가 있겠어?'

"선택은 어른이나 하는 거죠, 어린애는 다 가질 거예요!"

육십이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월령안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저한테 돈 벌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소육……."

육십이는 바로 돌변하더니 급해서 펄쩍, 뛰었다.

"월 누님 말씀이 맞아요. 대장군께서 곧 청주에 도착하실 텐데 회신은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육 대장군과 직접 하셔야죠."

육십이는 이치가 타당하게 자기의 입장을 표현했다. 그리고 아부하듯 입을 열었다.

"월 누님,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한테 맡겨만 주세요. 전 꼭 잘 해낼 거예요. 소육자를 귀찮게 굴지 마세요. 소육자는 아주 바빠요."

월령안은 원래 육십이를 놀리려고 꺼낸 말이었다. 육십이가 급해하자 그를 힘들게 하지 않고 통쾌하게 말했다.

"내일 열 사람을 데리고 상천과 같이 성안으로 가서 식량을 파세요. 식량의 가격은 시세보다 오 할 높으면 됩니다. 한 사람에 두 근씩만 살 수 있게 하고 번 돈은 나누세요."

육십이는 즐겁게 대답했다. 그는 회신의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대장군께서도 월 누님더러 회신을 받아내지 못하셨는데. 내가 대장군보다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야. 하지만 그래도 나는 대장군께 회신을 해서 육일 형의 공로를 밝혀야겠지? 월 누님이 저번에 한 회신은 모두 육일 형의 공로라는 것을 대장군이 아셔야지. 난 편지에 육일 형을 잘 좀 칭찬해야겠어. 육일 형이 돌아와서 나를 때리지 않게 말이야. 아이고, 난 정말 약삭빠른 놈이라니까!'

육십이는 기뻐서 펄쩍, 뛰다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에 이마가 부딪혔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 *

몽산은 나씨 가문의 영역이었다. 그 산은 높지는 않았으니 척박한 토양을 가지고 있어 곡식을 심을 수 없는 황폐한 산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황폐한 산에는 대군이 지키고 있었다.

추수와 소육자는 밤길을 걸어 산기슭에 닿았다. 산 아래에 끊임없이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둘은 눈을 맞춘 뒤, 묵묵히 뒤로 물러섰다.

한 시진 기다리자 순찰하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었다. 두 사람은 멀지 않은 곳의 그림자를 보고 철수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추수는 월령안에게 몽산의 상황을 보고했다.

"너희들은 더 이상 몽산에 가지 말거라. 나머지는 육장봉의 사람들에게 맡기자."

그녀는 육장봉의 사람들을 데려오기까지 했다. 만약 이런 작은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일찌감치 돌려보내서 육장봉더러 다시 조련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네, 큰아가씨."

추수는 대답하고 물을 든 채, 돌아갔다.

양 토사는 월령안 일행에게 아주 외딴 곳을 안배해 주었다. 그 주변에는 사람은커녕 빈 집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움직이기 편하게 했고 또 그들과 서남 백성들이 접촉하는 것을 막아 주었다. 월령안이 어떻게 서남의 내부로 들어갈지 고민하고 있던 순간, 밖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사람 죽이네! 사람 죽이네! 외지인이 우리 사람들을 때려죽이네!"

"이 외지인들이 오자마자 소란을 피우다니. 목숨으로 갚으라고 해!"

"외지인, 썩 꺼지라고!"

"꺼져! 우리 서남에서 꺼져!"

방에서 나오는 순간, 월령안은 현지의 산민들이 그녀가 데려온 장병들과 싸우는 것을 보았다.

"큰아가씨, 마침 잘 오셨어요. 이 사람들이 우리가 사람을 때려죽였다고 해요. 오자마자 죽인다고 난리예요."

진주는 호미에 맞아서 피가 흐르는 머리를 움켜잡고 억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큰아가씨, 그들이 먼저 손을 쓴 거예요. 우리는 반격할 수가 없었어요."

월령안은 호위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해 여러 명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양보하지 마세요. 먼저 그들을 제압하고 얘기합시다."

"네, 큰아가씨!"

산민들은 무기를 들고 온데다 머릿수도 많았다. 진주 등 사람들은 비록 산민들과 싸웠지만 줄곧 자제하며 모질게 손을 쓰지 못했다. 일을 크게 벌여 월령안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줄곧 화를 참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월령안의 말이 있으니 진주 등 사람들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산민들의 손에 든 것이 호미든, 죽창이든, 쇠 절구공이든 모두 진주를 비롯한 호위병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양 토사가 사람을 데리고 왔을 때, 진주는 이미 소란을 피운 산민들을 죄다 묶어 둔 뒤였다.

묶는 데 쓴 것은 바로 산민들의 허리띠였다. 진주는 그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시끄럽다고 그들의 짚신을 벗겨서 입을 막아 버렸다.

양 토사는 손해를 본 것이 본고장의 산민인 것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그러나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뒤에 서 있던 전(田) 토사가 펄쩍, 뛰었다.

"월 가주, 이게 무슨 일인가! 왜 우리 전 씨 동문들을 묶어 두었나?"

"이들이 당신네 전씨 동문이에요?"

월령안은 그의 앞에 있는 진주에게 물러가라는 눈치를 주고 사람들 앞으로 다가갔다.

"어서 사람들을 풀어 주게."

전 토사는 화가 나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월령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계집이면 계집이 할 일을 할 것이지. 남자더러 나와서 나와 얘기하라고 해!"

월령안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추수가 의자를 하나 옮겨 와 월령안이 앉게 했다.

이를 본 소육자는 또 뛰어 들어가 의자 하나를 더 가져와 양 토사가 앉게 했다.

양 토사는 힐끗 보고 결국에는 앉아서 월령안과 마주 보았다.

양 토사 뒤를 따르던 송 토사는 한참 기다렸지만 그에게 의자를 가져오는 사람이 없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아니, 나더러 졸개처럼 양 토사 뒤에 서 있으라고?'

전 토사는 아직 이 문제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양 토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말했잖아. 외지인을 우리 영역에 들이지 말라고. 양씨, 봐봐…… 이제 첫날인데 사람이 죽은 데다 우리 사람들을 묶어 버리다니. 양씨, 어서 이들을 쫓아내게. 안 그러면 내가 자네 체면을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게!"

양 토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월령안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전 토사라고 하셨지요? 마침 잘됐네요. 우리 배상금의 문제를 상의해 봐요."

'이제 두 번째 날인데 참지 못하고 사람들을 시켜 우리를 내쫓으려 하는구나. 보아 하니, 몽산의 물건이 아주 중요한 게 맞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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