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24)화 (624/1,004)

624화 양가촌(楊家村)

"미인향의 해독약이다!"

양 토사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미인향이요?"

월령안은 눈을 살짝 치켜뜨며 말했다.

"참 공교롭네요. 양 숙부님께서는 제가 얼마를 내고 미인향의 해독약을 샀는지 아시나요?"

이 작은 행동으로 양 토사는 의심을 살짝 내려놓았다. 그는 약간 부드러워진 안색으로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난 계속해서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너한테 식량을 납품할 수 있다."

월령안은 양 토사가 왜 미인향의 해독약이 필요한지 묻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건의를 제기했다.

"양 숙부님, 이 조건을 내거시면 범씨 가문에서는 아주 통쾌하게 해답을 낼 거예요. 숙부님께서는 저를 찾아오실 필요가 전혀 없으시죠."

"가죽이 없다면 털이 어디에 붙겠는가? 나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범씨 가문에 찾아가 식량을 파는 일은 없을 것이네."

그의 아들이 갑자기 미인향에 당했다. 월령안과 청주의 그 몇몇 노친네들은 모두 혐의가 있었다. 심지어 월령안의 혐의가 더욱 컸다. 그러나 그는 먼저 월령안을 찾아왔다.

월령안 배후에는 조정을 대표하는 육장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 숙부님 고명하십니다."

월령안은 일어서서 약 토사에게 읍했다.

"저도 양 숙부님께 숨기지 않겠습니다. 미인향의 해독약은 만들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서역의 약재를 당분간 운반해 올 수 없을 뿐이지요. 저한테 해독약이 하나밖에 없기도 하고요."

양 토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월령안이 높은 가격을 부르기 기다리고 있었다.

월령안은 미인향의 해독약을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다는 것을 그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월령안이 높은 가격을 부르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터무니없지만 않다면 그는 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월령안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해독약을 양 숙부님께 드릴 수 있습니다. 또 양 숙부님께서도 식량을 저한테 싼값에 팔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양 숙부님께서는 제가 청주를 떠나기 전에 저를 한동안 거두어 주시면 됩니다."

"월씨 조카 이게 무슨 뜻인가?"

양 토사는 자기가 월령안을 파악할 수 없음을 느꼈다.

"저는 그들과 금나라의 거래를 까발려서 그들의 야심이 드러나게 했어요. 그들은 지금 아마도 절 찢어발기고, 힘줄을 다 뽑아 버리고 싶겠죠. 제 목숨을 생각해서라도 전 양 숙부님께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어요. 양 숙부님의 지역을 빌려 몸을 숨기려고요."

월령안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느긋하고 편해 보였다.

"서남도 안전하지 않아. 만약 안전하다면 나도 월씨 조카를 찾아와 미인향의 해독약을 요구하지 않았겠지."

양 토사는 월령안이 진짜로 봉변을 피하려고 서남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단지 봉변을 피하고 싶은 것이라면 더 좋은 곳을 추천해 주겠다. 월씨 조카, 생각해 보겠나?"

월령안의 목적은 서남 산지로 가서 사대 토사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양 토사의 거절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하는 수 어찌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양 숙부님, 미인향의 해독약은 오직 저만이 어떻게 쓰는지 안다고 말하게 다그치시는 건가요?"

양 토사는 월령안이 반드시 서남 산지에 들어설 것이고 반드시 그의 양씨 저택에 들어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양 토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정이 선택한 것은 나씨 가문이야."

'월령안은 왜 우리 양씨 가문을 선택한 거지?'

예전에 조정과 대항할 때, 선두를 선 것은 그들 양씨 가문이었다.

"양 숙부님께서는 진실을 듣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거짓을 듣고 싶으신 건가요?"

월령안은 찻잔을 들고 여유롭게 물었다.

양 토사가 물었다.

"진실은 무엇인가?"

월령안의 눈매가 차가워졌다.

"진실은 제가 속이 좁다는 거예요. 변경에서 조운충이 여러 번 저를 사지로 몰았으니 전 청주 조씨와 관계가 밀접한 사람들을 모두 싫어하는 거죠."

"거짓은?"

"거짓은 나씨 가문이 서열 이 위이니 그가 실력이 부족하여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죠. 저는 협력 상대를 찾으러 온 것이지 상대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에요. 양 숙부님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에요. 조정은 선택에 대해서는 말이죠?"

월령안은 가볍게 웃었다.

"양 숙부님께서 아시다시피 조정은 한 번도 나씨 가문을 선택한 적이 없었어요. 조정은 이간질하는 것을 선택했죠."

조정의 중시를 받은 나씨 가문의 세력은 날 듯한 속도로 커졌다. 그러나 서남은 결국 그만한 곳이었고 나씨 가문의 세력이 폭등하면 양씨 가문의 자원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그녀가 가짜 공주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진짜 공주인들 또 어떤가요? 조정의 대단한 인물들이 한 여인의 생사를 신경 쓸 것 같나요?"

월령안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이상하게 처량함과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양 토사는 침묵했다.

그는 월령안도 조정의 희생물이었고 혼인한 것과 내쳐진 것은 모두 그녀의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월령안은 그날 밤에 육십이, 추수, 소육자, 그리고 백 명의 호위를 데리고 함께 양 토사를 따라 서남 양씨 저택으로 갔다.

양 토사가 월령안이 데려온 호위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하늘만 알 것이다!

월령안은 처음에 호위 몇 명과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양 토사는 월령안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월령안이 서남에서 안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기에 월령안이 스스로 호위를 데려온다고 하니 그의 일도 덜어 준 셈이었다. 그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양 토사가 직접 월령안의 '호위 몇 명'을 본 뒤, 하마터면 폭발하여 사람을 때릴 뻔했다.

'월령안은 '호위 몇 명'에서의 '몇 명'에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백 명의 호위가 어떻게 몇 명이야?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월령안이 수를 셀 줄 모르는 것으로 알 것이다.

양 토사는 당연히 월령안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서남으로 데려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절하는 말을 하지도 못했는데 월령안이 먼저 말했다.

"이들의 식비는 제가 냅니다!"

'내가 그까짓 식량이 부족한 사람인가!'

양 토사는 화가 나 폭발할 것 같았다. 바로 이때 월령안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육 대장군의 사람이에요. 서남에 가는 것은 임무가 있어서예요."

양 토사는 다시 침묵에 잠겼다.

그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양 토사가 월령안을 서남에 들여보내는 것은 월령안 배후의 육 대장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 대장군의 지지가 있어야만 그는 조정과 청주 양쪽 세력의 도움을 받는 나씨 가문과 겨룰 수 있기 때문이다.

'육 대장군의 사람이 서남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내가 이까짓 편의도 봐주지 않고 어떻게 육 대장군의 지지를 바라겠나?'

양 토사는 화를 참으며 월령안 일행을 데리고 서남으로 돌아왔다.

자기가 응한 합작이니 무릎을 꿇어서라도 해내야 했다.

월령안이 거느린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조용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서남으로 들어가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조의박 삼형제는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었다.

"역시 한 걸음을 잘못 내디디면, 걸음마다 잘못되는군."

조의박이 한숨을 내쉬고 의기소침하게 명령을 내렸다.

"나씨 가문에 알려라.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가장 빠른 속도로 월령안을 서남에서 쫓아내라고. 우리가 서남에 심은 작물을 그녀가 절대 발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난 월 삼낭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알겠느냐?"

금나라의 대황자 완안경은 조의박보다 조금 더 늦게 소식을 접했다. 그는 아주 기분 좋게 옥패를 만지작거렸다.

"네가 서남에 가서 청주의 비밀을 캐내기 바란다."

청주가 주나라 조정의 봉쇄를 당하고도 어떻게 그토록 많은 식량을 저장했는지 그는 아주 궁금했다.

그는 청주의 내막을 파헤치고 싶었다. 또 주나라의 내막도 파헤치고 싶었다.

'지피지기여야 백전백승인 셈이니까!'

범씨 가문과 다른 상인들은 월령안이 서남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월령안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한 걸음 가면 세 걸음 내다보았구나. 우리는 그녀가 청주가 재해를 입었다고 잡아떼는 것이 그냥 동 지주를 겨냥하여 동 지주를 떨어뜨리려는 것인 줄 알았다. 우리는 그때 그녀가 헛수고를 한다고 비웃지 않았느냐? 동 지주가 떨어진들 다시 오는 지주 역시 조 수비의 사람일 것이 뻔하니 말이다. 그런데 동 지주는 단지 곁다리일 뿐이었구나."

"월씨 가문에 이런 여식이 있는데 어찌 일어서지 않겠나?"

상인들은 부러워하는 말을 하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서남에는 식량이 있었으나 그들은 돈이 있어도 사지 못했다.

월령안이 서남으로 들어간 것은 그녀의 능력이었다. 이 돈은 월령안이 벌 수 있는 돈이었다. 또 그들도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월령안은 꼭 식량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도 뒤에서 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월령안은 서남에 도착하여 양 토사의 주선으로 양가촌(楊家村)의 산자락에 있는 오래된 저택에 입주하였다.

"여기는 우리 집의 옛 저택이야. 산자락에 위치하여 있어 평소에도 오는 사람이 없지. 행동을 작게 하려무나."

모두 대대손손 서남에 사는 사람들인지라 누구의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다소 알고 있었다.

양 토사는 육 대장군의 사람들이 서남에 와서 무슨 일을 할지 대충 짐작했다. 그는 최대한 그들의 편의를 봐주었다.

"양 숙부님, 감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절대 숙부님께서 손해 보게 하지 않을게요."

월령안은 양 토사가 이토록 상대하기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정말로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심지어 양 토사에게 장담까지 했다.

양 토사는 고개를 저었다.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한 일이다."

청주와 조정의 싸움에서 청주의 그 몇몇이 이기면 세력을 확장할 수밖에 없었고, 서남이 청주 후방으로서 가장 먼저 봉변을 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청주의 그 몇이 만약 진다면 청주를 지키지 못하고 서남으로 물러나 반드시 그들과 지역을 다툴 것이다. 심지어 이 서남의 원주민인 그들을 내쫓을 수 있었다.

그가 월령안을 돕고 육 대장군을 돕는 것은 사실 자기를 돕는 것이었고 서남 이 땅의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양 숙부님께서 대의를 위하시니 이는 서남 백성들의 복입니다."

서남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양 토사 하나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서남 백성들을 헤아리는 사람은 양 토사 하나일 것이다.

나씨 가문처럼 조정과 청주 사이를 오가면서 기회를 노리는 사람은 이 땅의 백성들이 죽든, 살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래."

양 토사는 한숨을 내쉬고 이 화제를 멈추었다.

"해독약을 주어서 고맙다. 네가 원하는 식량은 내가 사람을 시켜 준비하도록 하겠네."

"양 숙부님께서 매일 저한테 식량을 백 석씩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의 사람은 서남의 경계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릴 거예요."

이렇게 되면 상천이 광명정대하게 나타날 수 있고 또 밖의 소식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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