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614)화 (614/1,004)

614화 저택으로 부르면 되지!

책임자는 생각도 해 보지 않고 거절했다.

호위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죠. 이 거래를 하기 싫으시다면 하지 말죠. 어쨌든 이 이 천 냥으로 전 남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니까요."

호위는 의기양양하게 손에 든 은표를 흔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책임자는 이를 보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호위를 불러 세웠다.

비록 주인이 분부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곧, 두 사람은 합의를 보았다!

호위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불렀다. 무려 삼천 냥이나 요구한 것이었다. 그것도 은표를 먼저 받아야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책임자는 액수가 너무 커서 홀로 결정할 수 없었다. 그는 호위더러 자기의 주인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호위는 당연히 거절하고 떠나려고 했다. 책임자는 하는 수 없이, 반 시진 뒤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반 시진 뒤, 호위는 삼천 냥을 받았다.

이번에 그는 도저히 마음속의 기쁨을 자제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달려서 월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퉷! 돈이라고는 보지 못한 거렁뱅이 같으니라고."

책임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돈을 벌어도 쓰지는 못할 것이다!"

일을 마친 뒤, 그 사람을 죽이라는 주인의 말을 떠올리자 책임자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호위는 은표를 가지고 월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흥분되어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큰아가씨, 삼천 냥, 그들이 정말로 삼천 냥을 줬습니다! 또 어제 이천 냥까지 합하면 모두 오천 냥입니다!"

호위는 흥분되었지만 이 돈은 자기가 아닌 월령안이 번 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비록 아까웠지만 그래도 머뭇거리지 않고 오천 냥의 은표를 월령안에게 넘겨주었다.

월령안은 받지 않았다.

"너희들이 나누거라. 이건 너희들의 재주로 번 것이다."

호위는 월령안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기쁘게 저택의 모든 하인들과 은표를 나누었다.

호위는 혼자 꿀꺽, 삼키지 않았다. 저택의 모든 사람들에게 몫이 있었다. 심지어 소육자와 육십이도 있었다. 사람마다 칠팔십 냥의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그들의 몇십 년에 달하는 품삯이었다.

소육자는 자기 몫의 돈을 받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벌었다. 또 처음으로 저금이 생겼다.

육십이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육십이는 더없이 억울해졌다.

"월 누님, 왜 저를 보내서 처리하게 하지 않으셨어요? 저한테 친구가 백 명이나 있어 제가 더 잘해냈을 거예요."

그의 친구 삼백 명은 모두 월 누님을 따르면 떡고물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진작부터 월 누님을 위해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줄곧 기회가 없었다.

'어렵사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내가 못 잡은 걸 친구들이 안다면 날 때려 죽일지도 몰라. 엉엉엉, 나 혼자서 그들을 이길 수 없어.'

월령안은 육십이의 어깨를 다독였다.

"급하지 않아요. 앞으로 넘치는 게 돈 벌 기회니까요."

'이건 연환(連環) 판이다. 육십이의 신분은 물론이고 육십이가 날 배신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십이의 이 단순한 성격에 몇 명이나 속일 수 있겠어? 속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정말이에요? 우리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있나요?"

육십이는 눈앞이 환해져 기쁘게 말했다.

"너무 좋아요! 드디어 그들이 절 때릴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월 누님, 우리 삼백 명은 모두 시체더미에서 헤쳐 나온 실력이에요. 모두들 몸에 내상, 오래된 상처들이 가득하다고요. 달마다 주는 군량과 급료는 일부분 고향집에 보내고 나면 나머지로 치료를 하고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부족해요. 그들은 돈을 벌고 싶어 미칠 지경이에요. 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뻐서 절 때릴 거예요! 하하하하…… 역시 월 누님을 따라야 떡고물이 생기고 생활이 아름답게 피네요!"

육십이는 의기양양해서 허리에 손을 짚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돈을 받고 일을 안 하고, 태도를 바꾸는 일은 상업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다.

책임자는 월씨 가문의 호위가 그를 속일까 두려워 월씨 저택 맞은편의 골목에서 하룻밤이나 지켜보았다. 날이 밝아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주인에게 돌아가 보고했다.

"드디어 갔네. 안 가면 내가 손을 쓰려고 했다니까!"

책임자가 가자 그를 지켜보고 있던 추수는 손에 든 신호 연기를 쏘아 올렸다.

미리 입성하여 산장에 숨어 있던 장사 백 명은 월씨 저택에서 쏜 신호 연기를 보고 우두머리 열 명은 땅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움직인다."

백 명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그들의 옆에 두었던 술과 과일을 담은 광주리를 들고 일제히 월씨 저택으로 갔다.

백 명은 무거운 광주리를 두 개씩 들었지만 속도는 조금도 느리지 않았다. 묘시(卯時 - 오전 5시부터 7시)에 월씨 저택에 도착했다. 월씨 저택의 집사는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술과 과일 백 지게가 뒤뜰에 놓이자 집사는 마음이 편해졌다.

"병사 나리들 수고하셨습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선두를 선 장군은 어깨의 지게를 내려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집사는 이 사람들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기로……. 음식과 옷은 모두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께서 수고해 주셔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두머리 장군이 딱딱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집사와 함께 편전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또 월씨 가문의 하인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그들은 월씨 가문의 호위가 된다!

월씨 저택에서 오늘에는 점심 연회를 펼치게 된다. 연회가 정식으로 시작되기까지 아직 두 시진이 남아 있었다. 시간은 아주 빠듯했다. 집사는 병사 백 명을 편전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하인더러 잘 보살피라 이르고 급히 앞뜰로 갔다.

"너희들이 만든 나무 틀을 들어서 무대를 세우거라. 탁자와 의자를 배열했느냐? 다 배열했으면 술과 과일을 올리거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왜 낙엽이 있느냐! 어서, 어서 와서 깨끗이 쓸거라."

집사가 앞뜰로 가자 난폭해졌다.

"오늘은 앞서 상회 사람들을 초대했던 때하고는 다르다. 그때는 술자리였고 오늘은 우리 월씨 가문이 청주로 돌아온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큰 연회다. 손님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신분은 더욱 고귀하다. 모두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세심하게 하거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월씨 가문의 하인들은 오가면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혼란스럽지 않았다. 사람마다 얼굴에 기운이 넘쳤다. 집사에게 혼나도 불만 없었고 오히려 기세가 더 세졌고 더 힘차게 움직였다.

집사는 연회청에 가서 검사를 해 보았다. 모든 곳이 깨끗하고 탁자의 술과 과일이 모두 정연하게 오른 것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치사한 소인배들이 우리 큰아가씨를 가두려고 해? 꿈 깨셔! 우리 큰아가씨를 외출하지 못하게 하면 사람을 월씨 저택으로 부르면 되지! 우리가 나가서 물건 사지 못하게 하면 물건을 배송시키면 되지! 우리 월씨 가문의 하인들은 무슨 일인들 못 겪어 봤겠어? 반나절의 시간은커녕 한 시진만 줘도 연회를 차릴 수 있다고!'

집사는 자신이 넘쳤다. 사람을 지휘하는 것도 기운이 넘쳤다.

사시(巳時 - 오전 9시-11시) 쯤, 월령안이 나왔다. 그녀는 연회청의 배치가 거의 된 것을 보고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집사더러 밖의 상황을 많이 주시하며 무슨 일이 있으면 제때에 보고하라고 했다. 그리고 추수를 데리고 옷 갈아입으러 본채로 갔다.

연회청의 주인으로서 그녀는 오늘 다른 사람에게 기세를 빼앗길 수 없었다.

연회는 오시 정각에 열리게 된다. 오시까지 아직 일 각이 남았다. 월씨 가문의 호원 옷으로 갈아입은 장병 스무 명이 두 열로 나뉘어 종종걸음으로 월씨 저택에서 나왔다.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가 바닥의 목재를 옮겼다.

목재가 들려가자마자 또 스무 명이 두 열로 나뉘어 대문으로 나왔다. 일자로 줄을 서서 멈추자마자 두 사람이 두터운 융단을 들고 나왔다. 두 사람은 나오자마자 손에 든 융단을 밖으로 털었다.

"솩"하는 소리와 함께 빨간색 융단은 폭포처럼 날렸다. 두 열로 선 장사들은 바로 앞으로 다가가 융단을 받았다. 그리고 월씨 저택의 대문 입구에 폈다.

빨간 융단은 월씨 저택의 대문으로부터 길 건너편까지 펼쳐졌다.

백성들을 모아서 월씨 저택으로 소란을 피우러 오던 책임자는 시간을 맞춰 월씨 저택 맞은편의 골목에 나타났다. 오자마자 이런 장면을 보고 저도 모르게 깜작 놀랐다.

'일이 뭔가 잘못 된 것 같은데! 월씨 저택에 낯선 호위가 아주 많이 생긴 것 같은데? 이런 호위들이 있는데 내가 월씨 저택 입구에서 소란을 피우라고 배정한 사람들이 소란을 피울 수나 있겠어?'

책임자는 고민에 잠겼다. 그러나 그가 충분히 생각하기도 전에 월씨 저택 안에서 또 범상치 않은 호위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는 화분을 한 통씩 들고 있었다.

나온 뒤, 그들은 손에 든 화분을 융단의 양쪽에 놓았다.

그들이 대충 놓자 모든 화분들은 세로 보나 모로 보나 모두 꼿꼿한 일직선을 이루고 있어 보기가 아주 편했다.

같은 시각, 월씨 저택 밖에도 정교한 등불이 걸렸다.

대문 입구의 설치를 마치고 월씨 가문의 범상치 않아 보이는 호원들은 바로 옆으로 물러섰다.

월씨 가문의 집사도 따라서 대문을 나왔다. 그는 문밖에서 연회에 초대한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호위들은 묵묵히 집사의 뒤에 가서 섰다.

책임자는 자기가 잘못 보지 않았나 계속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눈을 문질러도 눈앞의 장면은 사라지지 않았다.

"월씨 가문이 준비를 마친 건가?"

책임자는 이 가능성을 생각하자 갑자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 아니, 아니. 월씨 가문에서는 나가서 물건을 사지 않았는데 그들은 연회를 꾸밀 수 없어. 이건 분명 겉보기일 거야! 그래, 이건 분명 겉보기일거야. 월씨 가문은 그럴싸한 일을 잘하지!"

집사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그때, 첫 번째 손님이 도착했다.

첫 번째 손님은 청주 상회의 안(顔) 대상인이었다. 그는 미리 와서 월령안에게 사기를 돋우려고 했다.

그는 청주에서도 손에 꼽히는 상인이었다. 그가 오면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물쭈물거리던 소상인들은 더는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안 나리!"

집사는 앞으로 다가가 맞이했다.

"안 나리께서 자리를 빛내 주시니 감사합니다."

"월씨 가문의 조카가 여는 연회인데 이 안씨가 반드시 와야지."

안 상인은 집사에게 공수하며 예의 바르게 웃었다. 갑자기 그의 시선은 집사의 뒤에 있는 호원에게 멈췄다.

"이 사람들…… 평범하지 않은데!"

집사 뒤의 호원은 평범한 옷을 입고 있더라도 몸에서는 군인의 강한 기운이 풍겨 지나치기 힘들었다.

집사는 허리를 곧게 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나리도 아시다시피 우리 집 큰아가씨께서는 영웅호걸들과 친분을 맺기 좋아하시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