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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13)화 (613/1,004)

613화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월씨 저택에서 등불을 건 것은 그들과 끝까지 해 보자는 것이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내키지 않아 끝까지 버티고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두 시진을 꿇고 있으면 한 냥을 준다고 했는데 우리는 거기서 이미 한 시진이나 더 꿇었잖아. 반 시진만 넘게 꿇고 있으면 한 냥을 받는다고. 난 좀 더 버텨 볼래!"

"이만큼이나 꿇었는데 난 안 갈래. 뭐라고 해도 난 돈을 받아야겠어."

"날도 저물었지, 해도 없고 땅은 차지. 만약 한기가 다리에 스며들면 다리가 시린 고질병이 들겠는데 은전 한 푼으로 뭘 하겠어? 넌 꿇겠으면 꿇어. 난 못 꿇겠어. 난 갈래."

중년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의 다리를 문지르며 한탄했다.

"아이고, 내 이 늙어 빠진 팔다리야. 만약 늙어서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못한다면 자식만 힘들게 하는 거지 뭐."

그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자 다른 사람들도 버티지 못했다.

"내 다리도 안돼. 나도 꿇지 않겠어!"

"됐어, 됐어. 아무리 돈이 좋아도 쓸 팔자가 있어야지. 난 안 벌겠어."

"아직도 반 시진이나 넘게 꿇어야 돈을 받는데 난 안 되겠어. 나도 갈래."

일어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입구에 꿇어앉은 사람은 곧 열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열몇 명은 필사적으로 버티고 떠나지 않았다.

월령안도 쫓아내지 않고 살뜰하게 호위더러 밖의 사람들에게 차를 가져다주라고 했다.

밖에 무릎을 꿇은 그 몇몇은 그래도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호위가 들고 온 차를 보자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물론, 부끄러움은 잠시뿐이었다.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은 호위가 가져온 차를 마셨다. 그 몇몇은 마지막까지 버텼다. 결국, 두 시진 꿇고서야 그들은 떠나갔다.

떠날 때, 그 몇몇은 다리가 아픈 탓에 서로 부축하면서 걸어갔다.

월령안은 가볍게 탁자를 두드리고 호위와 말했다.

"가자, 그들을 보내 주자."

"큰아가씨, 이 사람들은…… 그럴 가치가 없습니다."

호위는 제자리에 굳어선 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쉽지 않은데 가자고."

'손을 들기만 하면 좋은 일이 생기겠는데 왜 안 하겠어? 우리 월씨 가문이 오랫동안 적선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구해 준 게 뭘 위한 거겠어? 좋은 명성을 얻기 위해서잖아. 모두 좋은 명성을 위한 건데 뭘 해도 안 하는 거겠어?'

"네, 큰아가씨."

호위는 비록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월령안의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호위가 사람을 보내러 가고 월령안은 또 입구에 일 각 정도 앉아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오지 않자 그제서야 사람을 시켜 탁자와 의자를 들고 들어가게 했다.

"구석에 놓거라. 내일 또 쓰게 될지도 모르니. 탁자 위의 초대장도 집사에게 줘서 내일 아침 일찍 보내게 하거라."

월령안은 방금 전에 진한 차를 한 주전자 마신지라 정신이 말짱했다. 하인더러 추수가 돌아온 뒤 자기를 만나러 오라고 이르고 본채로 들어갔다.

소육자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불쌍하게 말했다.

"월 누님, 오늘 우리 외출도 못했잖아요."

'오늘을 계산에 안 넣으면 안 되나?'

"괜찮아요. 우리는 내일도 외출하지 않아요."

월령안은 소육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한마디 위로했다.

소육자는 눈앞이 환해지더니 말했다.

"정말? 내일도 나가지 못하나요?"

'내일 육십이 차례인데 육십이도 외출할 수 없다면 난 손해를 본 게 아니야.'

"정말이에요!"

'내일뿐만 아니라 모레도 나가지 못할 것이다.'

소육자에게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월령안은 말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다음날 아침, 월씨 저택 앞에는 또 무릎을 꿇은 사람들로 꽉 찼다. 하나같이 월령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월령안은 둘러보고 나서 전부 낯선 얼굴인 것을 발견하고 이 일을 계획한 사람들에게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찾아오다니. 참 쉽지 않군.'

월령안은 또 한 번 그들과 하루를 소모했다. 날이 저물고 그 사람들은 시간을 채우고 하나씩 떠나갔다. 그리고 더는 문을 막으러 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월령안은 일어서서 손발을 움직였다.

"듣자 하나 한 시진을 꿇으면 은전 한 냥을 받을 수 있고 두 시진을 꿇으면 세 냥을 받을 수 있다더군! 이렇게 하루 종일 바꾸다 보면 천 냥 이상이 없다면 버틸 수 없겠는데. 남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없지. 너희들도 가서 책임자에게 물어보지 않겠느냐? 그가 사람 찾기도 힘들겠는데 너희들이 이 일을 받아서 내일의 돈을 벌게 말이다."

"그, 그래도 되나요?"

월령안 옆에 있던 육십이가 놀라운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호위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큰아가씨, 진지한 건가요?'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월령안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초대장을 모두 발송했다. 그들은 내가 모레면 연회를 여는 것을 알고 내일 분명 사람들을 시켜 저택 문을 가로막아 내가 문을 나서지 못하게 할 것이다. 또 우리 저택 사람들이 나가서 물건을 구입하지도 못하게 할 것이다. 남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이 돈을 너희들이 버는 것이 더 낫겠다. 그러나 상의할 때, 가격을 올리거라. 내 생각에는 이천 냥 정도가 그들의 한계일 것이다. 너희들은 이걸로 상의하거라."

"큰아가씨, 우리 정말 가요?"

호위는 이천 냥이라는 말을 듣고 창피하게도 마음이 흔들렸다.

육십이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흔들렸다고! 이천 냥이잖아! 내가 어떻게 해야 내 친구들이 이 돈을 몰래 벌게 할 수 있지?'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몰래 가거라. 그들이 만약 안 된다고 하면 위협하거라. 만약 너희들에게 이 일을 넘기지 않겠다고 한다면 내일 사람을 찾아서 끊임없이 밖에다 돌을 뿌릴 테니 그들이 찾은 사람들이 어찌 버티는가 보겠다고 말이다."

호위는 두 눈을 반짝거리고 가슴팍을 두드리며 장담했다.

"큰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절대 아가씨께서 노출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시름이 놓이는구나. 일찍 가거라. 다른 사람들이 먼저 차지하게 하지 말고. 그렇죠? 십이?"

월령안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육십이를 바라보았다.

육십이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너무 어렵잖아! 너무 어려워! 월 누님은 너무 똑똑해. 어떻게 내가 장사를 가로챌 것이라는 것을 아셨지?'

월령안이 말을 한 것이니 호위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월령안이 떠나가자 호위는 맞은편의 골목으로 들어가 책임자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럴싸한 말로 구슬리더니 정말 일을 따냈다.

하는 수 없었다. 청주에는 가난한 백성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돈을 위해 은인을 난감하게 구는 파렴치한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월씨 가문의 이 일은 아주 크게 번졌다. 엊그저께 월씨 저택에 가서 절을 하던 사람들은 돌아와서 모두 이웃의 미움을 받았다.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도 손대중해 보고 포기했다. 책임자가 가격을 거절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올리지 않는 이상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책임자는 하루를 더 소모했지만 사람들을 충분히 찾지 못해 어찌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찰나에 호위가 찾아온 것이다. 그야말로 발등의 불을 꺼 준 셈이었다.

책임자는 당연히 월씨 가문의 호위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호위는 협박하고 난 뒤, 달콤한 제안도 했다. 일이 끝나고 만족하면 돈을 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책임자가 머뭇거리자 호위가 또 덧붙였다.

"모두들 주인을 위해 일을 하는 건데 주인이 맡긴 일을 잘 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지요. 일을 잘 해내기만 하면 다른 것은 안 중요하죠. 그러지 않나요?"

책임자는 결국 머뭇거리지 않고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은들 어떡하리?

그는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호위가 저택으로 돌아온 뒤, 흥분된 자세로 월령안에게 보고했다.

월령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호위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

호위는 저택의 일손이 부족하여 전처럼 월씨 저택 앞을 꽉 채우지 못하여 책임자가 이것으로 트집을 잡아 돈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의 말을 들은 호위는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다시 가슴팍을 두드리며 꼭 잘해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호위와 월령안은 안팎으로 호응했다.

셋째 날,

호위는 아침 일찍, 목재 가게에서 목재를 한 더미 사서 월씨 저택 대문 밖에 모아 두어 월씨 저택 문 앞의 길을 전부 막아 놓았다. 또 목공더러 분장한 하인들을 거느리고 월씨 저택의 입구에서 일을 하라고 했다.

물론, 그들은 말로 여전히 월씨 가문에 감사하다고 했다. 다만 그들은 더 이상 꿇거나 절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재주가 없지만 목공일은 좀 할 줄 아니 월령안에게 가구를 만들어 줘서 고마움을 표하겠다고 했다.

책임자는 몰래 숨어서 이 장면을 보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할 수도 있어? 그저께 내가 도처에 사람을 찾으러 돌아다닌 것은 좀 멍청한 짓이 아닌가?'

책임자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행위에 회의감이 들었다.

월령안의 협력을 받으며 호위는 임무를 원만하게 마쳤다. 월령안을 성공적으로 저택에 가두었다. 또 월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저택에 가두었다. 그들은 내일 연회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물건을 구입하러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날이 저문 뒤에도 호위가 안배한 목공들은 여전히 떠나가지 않고 등불의 빛을 빌려 계속해서 가구를 만들었다.

호위는 월령안이 화장실에 간 시간에 책임자를 찾아가 돈을 물라고 했다.

책임자는 돈을 물기 싫었다. 심지어 호위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임무는 오늘까지 끝이 났다. 이 돈을 물지 않으면 자기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호위는 냉소를 지었다.

"말해 보세요. 당신이 소리를 지르는 게 더 빠를까요? 아니면 제 칼이 먼저 당신의 목을 베는 게 빠를까요?"

말하면서 호위의 칼은 이미 책임자의 목에 닿았다.

책임자는 바로 겁을 먹고 두말하지 않고 돈을 내놓았다.

호위는 칼을 거두고 또 넉살 좋게 책임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친구여, 우리가 즐겁게 협력을 마친 것을 봐서 즐겁게 거래 하나를 더 하는 게 어떻겠나요?"

집사는 호위의 손을 물리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무슨 거래할 게 남아 있겠습니까?"

"저기를 봐요."

호위는 월씨 저택의 대문을 가리켰다.

"당신이 내놓는 돈이 충분하기만 하다면 저는 목공더러 내일 날 밝을 때까지 일을 하게 할 수 있어요. 입구의 목재와 바닥의 톱밥도 날이 밝을 때까지 남겨 둘 수 있어요."

책임자의 눈알이 뒤룩거렸다. 마음이 흔들린 것이 분명했지만 말로는 딴소리를 했다.

"내일까지 남겨서 뭘 하게요? 오늘밤에 마치면 그만이지."

"광명정대한 사람은 뒷공론을 하지 않는 법. 내일이 무슨 날인지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저는 월씨 가문의 호위라고요. 이 일은 나는 해내도 당신은 못 해내요."

호위는 느끼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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