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화 월 누님, 절 선택하세요!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가 장가들지 않은 건 적합한 아내를 얻을 수 없어서야. 나씨 가문을 도와 서남에서 양씨 가문을 대체해 줄 수 있는 아내를 얻을 수 없는 거야. 청주의 그 노친네들이야 나씨 가문과 인척 관계를 맺으려 하지. 하지만 나씨 가문도 어리석지 않거든. 나씨 가문 장자가 그 노친네들의 손녀를 맞아들이면 완전히 그 노친네들과 한 배에 타는 거잖아. 그러면 뒤로 물러설 여지도 없단 말이다."
"아가씨께서는 나씨 가문에 손쓰려 하십니까?"
상천은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 소식들은 그와 추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남 사대 가문에 손쓸 생각은 미처 하지도 못했다.
네 가족은 너무나 배타적이었다.
월령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난 남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 싫어.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것보다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을 좋아하지. 청주의 그 노친네들이 얼마 전에 내 주변 사람에게 독을 썼잖아. 내가 염명경 귀시에 가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야 사람을 살릴 수 있었지.
지금 양씨 가문 장자가 또다시 기괴한 독에 중독된다. 그러면 그들은 누구를 의심할까? 장자한테 일이 생기면 양씨 가문이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나씨 가문이 양씨 가문을 한입에 먹으려 하지 않을까?"
상천은 가까스로 흥분을 누르며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남이 혼란에 빠지면 우리에게는 기회가 오죠."
"물이 흐려야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법. 서남이 혼란에 빠져야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 거야."
월령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말투는 평소대로 강하고 시원했다.
"그러니 가서 처리해. 멋있게 한번 해 보렴."
상천은 순간 냉정해졌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월령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상천에게 양씨 가문에서 조사해 내지 못하면 그에 대한 대처가 있다고 알려 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양씨 가문에서 그녀를 조사해 낸다면 또 그에 맞는 대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끝까지 몰아붙일 것이다. 양씨 대공자의 목숨을 성의로 내걸고 나씨 가문에 찾아갈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서남 네 가문의 기세를 빌리기로 했다.
누가 그녀의 길을 가로막으면 그녀는 누구를 괴롭혀 죽일 것이다.
추수와 상천은 월령안에게 꼭 필요한 오른팔과 왼팔이었다. 한 명은 글에 강하고 한 명은 무공이 뛰어나 서로 보완했다.
지금 월령안이 상천을 다른 곳으로 보내 버려서 월령안 옆에는 추수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없이 바쁜 게 틀림없었다.
월령안이 관리자에서 한 사람을 골라 추수의 수하로 두려고 고민하고 있을 때, 육십이가 기회를 잡고 바로 자리를 차지했다. 이유도 아주 충분했다.
"월 누님, 전 누님이 저보다 더 충성스러운 사람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님을 위해 전 우리 대장군과도 싸울 수 있어요!"
월령안은 자기 주변의 사람이 되려면 충성만으로 부족하고 반드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뒤의 말을 들은 월령안은 한 글자도 더 말할 수 없었다.
육십이의 충성심은 진실된 충성심이었다. 그녀를 첫 자리에 두는 충성심이었다. 그녀는 이런 육십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월령안의 암묵적인 허락을 받고 육십이는 금방 자리에 올라 상천의 자리를 대체하여 월령안을 따랐다.
물론, 육십이는 아직 상천처럼 월령안의 걱정을 덜어 줄 능력이 없었다. 그는 월령안을 도와 심부름을 하고 월령안의 곁에서 안전을 보호하는 등 일밖에 하지 못했다.
월령안은 육십이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았고 육십이도 멍청하지 않았다. 할 줄 몰라도 괜찮았다. 배우려는 마음이 있으면 되었다.
월령안은 청주로 온 뒤, 하루도 한가하게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육십이를 데리고 밖에서 하루 종일 바삐 보냈다. 날이 저물어서야 돌아왔다.
월령안은 피곤했지만 내일의 일을 떠올리자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내일, 가서……."
"월 누님, 왜 외출하실 때 쟤만 데려가고 절 안 데려가나요? 전 쟤보다 잘 싸우고 먹는 것도 적게 먹어요."
소육자는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월령안과 육십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섰다가 다리가 저려서 다시 쪼그리고 앉았다.
소육자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입구에서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다리가 저려서 일어설 수도 없었다.
월령안을 기다리려고 그는 너무 고생을 했다.
"소육자? 얼마나 쪼그리고 앉아 있었던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월령안은 앞으로 다가가 소육자를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육십이가 먼저 뛰어갔다.
"월 누님, 제가 할게요!"
육십이는 소육자를 한 번에 잡아 일으켰다. 소육자는 쪼그리고 앉아서 다리가 저린 탓에 육십이에게 잡아끌리자 휘청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육십이가 그런 소육자를 바로 설 수 있도록 잡아 주었다.
소육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욕을 하려는데 육십이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
"소육자, 왜 이런 거야? 하체가 왜 이렇게 부실해? 어젯밤에 뭘 하러 갔어?"
"소인배!"
소육자는 화가 나서 발을 들어 육십이를 차려고 했다.
육십이는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하다가 몸을 피하려는 순간 월령안을 보았다. 육십이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꾹 참고 소육자의 발길을 맞았다.
소육자는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있은 탓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육십이는 과장되게 땅에 철퍽, 넘어지며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중상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렸다!
다른 사람들은 제자를 가르치니 스승을 굶어 죽인다고 하는데 그녀는…….
그녀는 자기가 육십이를 가르쳤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봐줄 수 없군.'
"너 이 비겁한 소인배야, 내가 힘을 쓰지도 않았는데 연기를 하기는."
소육자는 화가 나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는 바로 덮쳐서 육십이를 죽어라 눌러 두었다. 그리고 주먹을 들고 육십이의 얼굴을 치려고 했다.
"사람을 때리되 얼굴을 때리지는 말라고!"
육십이와 소육자는 한데 뒤엉켰다.
"그리고 난 연기를 하지 않았어. 네가 너무 세게 쳐서 그런 거야. 종아리가…… 아파 죽겠어요."
"잘됐네, 내일은 내가 월 누님과 나가겠어. 너는 다리가 상했으니 집에서 요양이나 하라고."
소육자는 바로 육십이를 풀어 주고 이 사실을 못 박으려고 했다. 그러나 육십이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는 소육자를 잡고 말했다.
"생각도 하지 마. 월 누님의 안전은 나 육십이가 책임진다!"
"너 까짓것이 뭐라고. 월 누님께서는 아직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고."
소육자도 내버려 두지 않고 또 육십이와 싸웠다. 그러면서 월령안에게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월 누님, 절 선택하실 거예요? 육십이를 선택하실 거예요?"
육십이도 급해졌다. 소육자에게 깔리면서도 머리를 내밀려고 애썼다.
"월 누님, 저요, 저요, 절 선택하세요."
월령안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정말 봐줄 수가 없군!'
월령안은 원래 앞으로 다가가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이미 그럴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집사를 불러 지켜보라고 했다. 둘이 죽을 지경까지 싸우지 않는다면 싸우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
"큰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소인이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
집사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하는 수 없었다. 나이가 든 사람은 어린애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기 좋아했다. 이 두 어린애는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었다.
월령안은 하루 종일 바삐 보낸 탓에 많이 지쳐 있었다. 그녀는 집사에게 분부하고 방으로 쉬러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월령안은 깨어나니 원기가 왕성해졌다. 그래서인지 육십이와 소육자에게 관심을 가질 여력이 생겼다.
"어젯밤, 그들 둘은 나중에 어떻게 해결을 보았느냐?"
"아가씨께 아룁니다. 그들 두 사람은 합의를 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씩 교대로 아가씨를 따르기로요."
월령안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그랬군."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가장 공평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그녀가 해서는 안 되었다.
그녀가 돌아가면서 하라고 한다면 십이과 소육자 모두 그녀가 다른 한쪽의 역성을 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둘이 상의해서 합의를 본다면 달랐다. 이건 그들 자신의 생각이라서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아주 공평했다.
"오늘은 누가 차례냐?"
월령안이 일어서면서 물었다.
"오늘은 남 협객 차례입니다."
"그래, 네가 가서 소육자에게 내가 진시에 나갈 거하고 말을 전하거라."
밖에서는 그녀 월씨 가문의 장인이 이미 철로 된 배를 만들어 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협력하지 않고 혼자 독식하려고 밤새 장인을 비밀리에 보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비록 유언비어였지만 이 소문은 범씨 가문과 청주의 수비가 퍼뜨린 것이라 신뢰도가 아주 높았다.
이 일로 청주의 몇몇 대상인들은 아주 불만이 많았다. 비록 그녀에게 따지지 않았지만 말속에는 날카로운 의도가 숨어 있었다. 며칠 전에만 해도 그녀를 하늘높이 칭찬하던 삼촌들과 아저씨들이 지금은 그녀를 언짢게 보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러했다. 돈을 벌 수 있는 장사라면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돈을 버는 것을 가로막는 사람을 원수로 대했다. 이에 대해 월령안은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이 이틀 동안, 월령안은 그 대상인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틀을 분주히 뛰어다니며, 어쨌든 우두머리의 대상인 몇 명을 안정시켰다.
월령안은 오늘 다른 대상인들을 만나러 외출하려는 것이었다.
월령안이 소육자를 데리고 문턱을 넘는 순간, 누군가 고함을 질렀다.
"월 낭자! 월씨 가문의 월 낭자면 나오시오."
곧이어, 나이가 지긋한 백성들이 각 귀퉁이에서 몰려나왔다. 이 사람들은 나오자마자 월령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면서 절을 올렸다.
"은인이세요. 대은인이세요!"
"월 낭자, 저는 이양 거리(二羊街) 야장간의 야장장이입니다. 폭설 재해가 내린 그해에 다행히 월 나리께서 우리한테 죽과 양식을 베푸시고 우리들에게 살 방법을 안배해 주셔서 우리 가족들이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소인은 월씨 가문의 은혜를 잊을 수 없습니다."
"월 낭자, 저는……."
월령안 앞에 꿇어앉은 백성들은 너나없이 한마디씩 하고 월씨 가문에 입은 은혜를 하나하나 나열했다.
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월씨 저택의 밖에 꿇어앉아 말을 하니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월씨 저택의 대문을 가로막아 월씨 가문 사람들이 나가지 못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행인들도 지나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폭동을 일으킨 게 아니라서 무력을 쓰기도 난감했다.
호위는 월령안 앞에서 가로막고 있었다. 그들은 이 장면을 보고 한순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월령안을 보면서 그녀가 지시를 내리기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