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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10)화 (610/1,004)

610화 반드시 따라잡아야 한다

소육자는 화가 났지만 눈을 커다랗게 뜨고 노려보기만 할 뿐 반박하지 못했다.

이를 본 육십이는 허리에 손을 얹고서 큰소리로 웃었다.

"당신네 맹주의 가난함은 천하가 다 알거든? 우리 월 누님이 인정이 많아서 당신네 맹주와 어울려 주는거지. 우리 월 누님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당신네 가난뱅이 맹주와 친하게 지내 주겠어."

육십이는 말을 매우 빠르게 해서 소육자에게 끼어들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그리고 가난을 언급하면 누구도 수횡천과 견줄 수가 없었다.

무림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가난해서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 가난뱅이 맹주였다. 이에 대해 소육자는 전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잠깐 멈춘 사이 육십이가 말을 가로챘다. 소육자는 다시금 발언권을 잃고 말았다.

말로 안 되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소육자은 두말없이 육십이에게 발길질했다.

"감히 우리 맹주를 욕해. 확 두드려 줄 거야."

육십이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터라 토끼처럼 폴짝 뛰어 달아났다. 그러면서 계속하여 소육자의 속을 긁었다.

"가난하면 가난한 거지. 말도 못 하게 하냐. 우리 대장군을 봐. 마누라한테 얹혀산다는 소리를 들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거든. 하긴 누구나 월 누님 같은 대단한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일 재간이 있는 게 아니지. 우리 장군께서 월 누님을 아내로 맞아들이고 또 월 누님께서 우리를 먹여 살리게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 남다른 재주가 있는 거야. 남들이야 부러워해도 어쩔 수 없지. 이런 일은 당신네 맹주가 부러워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집 밖에서 소육자가 육십이와 싸우기 시작했다.

방 안, 월령안은 책상에 엎드려 흐리멍덩하게 잠에 들었다가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에 깨어나고 말았다.

그녀는 머리가 아파서 관자놀이를 누른 후,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야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추수와 상천이 보였다. 그녀는 육십이와 소육자를 부르려던 생각을 접고 추수에게 말했다.

"마침 잘됐다. 두 사람에게 그만 싸우라고 해. 밤새워 지키고 피곤하지도 않나. 일찍 가서 자라고 해라."

추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섰다. 가볍게 훌쩍 뛰어 육십이와 소육자 사이에 끼어들어 둘 사이 어린아이 같은 싸움을 제지시켰다.

상천은 월령안을 따라 서재로 들어가 어젯밤 일을 보고했다.

뇌씨 가문 사람들은 월령안이 그들을 북경으로 보내고 그들을 위해 판결을 뒤집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사적으로 그 노친네 몇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또한 비밀을 누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역시 그 한마디였다. 청주 이 지역에서 그 몇 노친네를 속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월령안은 한꺼번에 몇백 명을 떠나보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았다. 그 몇 노친네가 빠르게 알아채지 못한 것은 월령안이 뇌씨 가문을 바로 떠나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뇌 선생과 같은 인재는 누구 손에 들어가든 달아날까 두려워 완전히 지배하려 한다. 어떻게 떠나갈 기회를 줄 수 있단 말인가.

때문에 육십이가 장병들을 성안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을 알아도 세 노친네는 월령안이 뇌씨 가문 사람들을 떠나보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사람들더러 장병 이백여 명이 무엇을 하려는지 지켜보라고만 했다.

철선이 움직이고 나서야 청주 세 노친네는 월령안이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노친네들은 당장 악에 받쳐 월령안을 갈기갈기 찢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범씨 가문은 뇌 선생이 철선을 연구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뇌 선생의 두 아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뇌 선생의 두 아들도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철선이 이미 만들어졌고, 강물에서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때, 월령안이 육씨 가문 병마를 동원해 뇌씨 가문 사람들을 호송해 수로로 변경에 간다고 수하가 와서 보고했다. 이제 와서 세 노친네는 어찌 된 영문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놀아났던 것이다.

뇌 선생의 아들들에게 한번 놀아나고, 곧이어 또 월령안에게 놀아났던 것이다.

"쫓아라. 반드시 따라잡아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뇌씨 가문 사람들과 그 배를 되찾아오라! 모든 사람에게 강 위의 배를 주의하라고 지시하라. 어떤 배도 청주를 떠나지 못하게 해라. 정 방법이 없으면 뇌 선생과 설계도만이라도 되찾아야 한다."

청주의 세 노친네는 즉각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사람과 배를 되찾아오기 위해 수하의 정예들을 모두 내보냈다. 각각의 검문소에서도 명령을 받고 모든 사람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청주에서 그때 월씨 가문을 망가뜨리는 것을 포함해, 이 세 노친네는 마음먹은 일을 못 해내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월령안의 예상 밖 행동에 손쓸 틈 없이 당했다.

육장봉 수하의 병사들은 그들로 하여금 실력으로 깔아뭉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했다.

상천은 육장봉을 극도로 싫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밤의 접전과 장병 백여 명의 용맹을 떠올리면 그는 양심을 어기고 육 대장군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가씨, 대장군이 훈련해 낸 병사들은 정말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어젯밤에 모두 다섯 패의 사람들이 저희를 쫓아왔고 또 갈수록 더 강해졌습니다. 제가 남의 사기를 북돋우고 우리 위세를 꺾는 게 아니라, 육 대장군의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온전히 몸을 빼기는커녕 뇌씨 가문 사람들과 배를 지킬 수도 없었을 겁니다."

어젯밤 그 다섯 번의 접전을 떠올리자 상천의 두 눈은 빛을 반짝였다.

"아가씨, 오늘 아침 일찍 강 위는 전부 끊어진 팔다리뿐이고 그 핏빛은 나와 추수가 돌아올 때까지 옅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절단된 팔다리와 피는 모두 상대측의 것입니다. 대장군 수하의 장병 백오십 명은 이십여 명이 상처를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가벼운 찰과상이었습니다.

웅 표두는 표국 생활 삼십여 년 동안 이 장병들만큼 잘 싸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만약…… 만약 우리 수하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서역 여러 나라에 가서 비단길을 다시 열 수 있을 겁니다."

월령안은 상천의 속뜻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일은 도모할 수 있지만 어떤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되었다.

월령안은 상천을 단념시키기 위해 냉담하게 말했다.

"십이가 데려온 장병 삼백 명은 보통 병사가 아니다. 그들은 북요와의 비무에서 대승을 거둔 정예 군대야. 우리 같은 사람이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소인이 괜한 생각을 했습니다. 소인은 그들이 잘 싸운다는 것만 생각하고 그들의 신분을 잊었습니다."

상천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 깜짝할 새에 거두었다.

능력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원한다. 하지만 우선 인재를 남길 수 있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뇌 선생 같은 대가를 월씨 가문에서 남기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남기고 싶다.

그러나 별수가 없었다. 월씨 가문은 그릇이 너무 작아 그런 인재를 잡아 둘 수가 없었다.

설사 잡아 둘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월씨 가문은 지켜 낼 수가 없었다. 때문에 황제에게 사람을 보내 주는 것은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상천이 순식간에 기운이 빠져 하자 월령안은 소리 내어 웃었다.

"설령 우리 손에 그렇게 날쌘 사람들이 없더라도 서역 여러 나라와 장사를 할 수 있어. 비단과 차를 가지고 가서 그곳의 보석과 금은을 바꿀 수 있어."

상천의 눈이 다시 밝아졌다.

"포리 황자 아포를 얘기하는 겁니까?"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자더러 먼저 청주에 와서 기회를 틈타 청주 그 노친네들에게 독을 쓰라고 했다. 시간을 보니 그자가 청주에 온 지 보름도 넘었건만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했잖아."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황자의 모든 영리함은 독을 만드는 데만 쓰는 모양이야. 남의 도움이 없으면 독을 쓰지도 못해. 하지만 손쓰지 않은 것도 괜찮아. 사람이 약삭빠르지 않아도 되지만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되지. 자신이 없으면 손쓰지 않고 가만있는 게 무모하게 손쓰다가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아가씨, 소인이 가서 도와줄까요?"

상천이 넌지시 물었다.

"음. 하지만 그 세 노친네에게 독을 쓰는 건 아니야."

월령안이 가볍게 대답했다.

"아가씨께서는?"

상천은 깜짝 놀라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여 상천의 짐작이 맞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가씨……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서남 네 가문은 한 뿌리에서 나온 줄기들이라 손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천은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아가씨는 너무 두려움이 없어!'

서남의 네 가문은 서남의 토황제(土皇帝)였다. 서남에서 그들에게 손쓰는 것은 황제를 암살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성공하든 못 하든 결과는 몹시 심각했다.

월령안이 불쑥 물었다.

"내가 왜 나씨 가문을 고르고, 폐하께 그 집 장남에게 사혼(赐婚 - 황제가 혼인을 지시하는것)해 달라고 한 줄 알아?"

상천은 넌지시 짐작해 말했다.

"서남 사대 가문 미혼 남성 가운데서 나씨 가문 장남이 신분이 가장 높습니다."

"그것도 원인 중의 하나지."

월령안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탁자 위에 있던 문진을 들어 상천 앞에 가져다 놓았다.

"서남 네 가문에서 양씨 가문이 으뜸이다."

그러고는 또 벼루를 들어 상천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다음으로 나씨 가문이야."

마지막으로, 한쪽에 놓아둔 완상용 호두 두 개를 상천 앞에 가져다 놓았다.

"송씨 가문, 전씨 가문은 또 그다음이지."

월령안은 완상용 호두 두 개를 벼루 옆에 가져다 놓았다.

"본래 나씨, 송씨, 전씨 세 가문은 실력이 비슷해. 세 가문이 연합하면 양씨 가문과 맞서고 서남 네 가문도 균형을 맞출 수 있었지. 하지만 청주 세력이 가세하면서 서남 네 가문의 균형이 깨졌어.

나씨 가문은 청주와 가장 많이 왕래하면서 이 몇 해 동안 세력을 신속히 확장했어. 양씨 가문을 턱밑까지 쫓아가 은근히 그들을 대체하려고 하지. 이제 와서 나씨 가문이 대장 할 생각이 없고, 양씨 가문의 대장 지위를 대체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양씨 가문에서 믿을 수 있겠어?"

월령안은 호두 두 개를 문진 쪽으로 옮겨 놓고 단독으로 특별히 큰 문진을 가리켰다.

"남들이 믿는지 안 믿는지는 모르지만, 양씨 가문에서는 믿지 않은 것이 분명해. 때문에 양씨 가문 가주 부인은 송씨 가문에서, 큰며느리는 전씨 가문에서 데려왔어. 양씨 가문은 송씨, 전씨 가문을 밀어주고 두 가문과 연합해서 나씨 가문을 눌러 죽여 버리려고 해."

월령안은 도로 자리에 앉아 탁자 위 벼루를 가리키며 능글맞게 웃었다.

"나씨 가문 장남은 나이 스물이 넘었다. 그런데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 장가가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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