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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09)화 (609/1,004)

609화 우리 월 누님이야!

그들은 변경에 돌아가야 벼슬을 얻을 수 있고 미래가 있었다.

그들의 자손들은 공부하고 과거에 급제하여 뛰어난 사람이 될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대손손 남에게 장인 노릇이나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설령 월씨 가문에서 그들을 아무리 잘 대해 주어도 월씨 가문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저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은혜에 보답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뇌 선생의 두 제자는 산을 오르는 발길이 더 확고해졌다. 심지어 더는 뒤돌아서 산자락의 월령안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월령안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산자락에 서서 두 사람을 배웅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비로소 미소를 거두고 뒤돌아서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추수, 여기 남아서 지켜봐라. 십이의 사람들이 그들을 떠나보내기 전에는 살아 움직이는 한 그 어떤 것도 산에서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추수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재빨리 대답했다.

"십이, 상천, 우리 돌아가자."

월령안은 몸을 날려 말에 올라타고 육십이와 상천을 재촉했다.

상천은 줄곧 월령안의 곁에 있었으므로 무슨 일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더욱이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육십이는 어리벙벙한 상태였다. 하지만 월령안이 엄숙한 표정을 짓자 감히 묻지 못했다.

세 사람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월씨 대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월령안은 좌우 사람들을 물리치고 육십이에게 말했다.

"십이, 즉시 당신의 사람들에게 연락하세요. 날이 어두워지면 곧바로 그들을 보낼 거예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육십이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손짓으로 알렸다.

월령안과 상천이 서재로 걸어가자 육십이는 바로 슬그머니 달아났다.

그가 아무리 철이 들지 않았어도 서재에 가는 것은 큰일을 얘기하기 위해서인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들 대장군의 서재에는 집사, 육일, 육이 외에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다. 육삼이 드문드문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육일, 육이의 부상 덕분이었다.

육십이는 눈치 있게 슬며시 떠나 버렸다. 월령안은 굳이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저도 모르게 칭찬했다.

'이렇게 착한 애라니. 아무리 육씨라 해도 도저히 싫어할 수가 없잖아.'

그러나 월령안 얼굴의 미소는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상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두거라. 그들을 뇌씨 가문과 함께 변경에 보내라. 그들더러 황제와 조정에 청주의 재해 상황 및 청주 집권자들의 무능을 제대로 하소연하라고 해라."

"네, 큰아가씨."

상천은 월령안이 왜 이렇게 준비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선 뇌씨 가문 전체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설령 월령안이 뇌씨 가문을 여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또 다른 무리를 변경에 보낼 것이다.

상인은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어 두지 않는다. 모든 패를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지 않을 것이다. 설령 십 할의 확신이 있다고 해도 보험을 남겨 둘 것이다.

그 보험은 쓰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만에 하나 상황이 예상을 벗어나면 어찌하겠는가.

그때에 가서 남겨 둔 보험은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다.

"다시 두 사람을 배치해 뇌 선생……."

월령안은 반쯤 말하다가 잠깐 숨을 고르고서 다시 말했다.

"뇌 선생 수중의 철선은 워낙 중요해서 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수 오라버니더러 한번 다녀오라고 해야겠다."

"큰아가씨, 곁에 사람이 없어서는 안 돼요."

상천은 엄숙한 표정으로 귀띔했다.

"청주는 이미 우리가 알던 청주가 아닙니다. 그들이 청주에서 손쓴다면 우리는 반격할 힘조차 없습니다."

"추수가 있어 두렵지 않아. 게다가…… 서남의 토사는 그렇게 쉽게 매수되지 않을 거야. 서남 사대 가문 모두 사람을 꿀꺽 삼키고 뼈조차 뱉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 월씨 가문이 그들과 얼마나 오랫동안 접촉했는데. 그 노친네들보다 서남 사대 가족의 본성을 더 잘 알아."

추수, 상천이 돌아오자 월령안은 이리저리 재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었다.

월령안은 뇌씨 가문의 일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뇌 선생은 나이가 많다. 약삭빠른 두 사람을 보내 여정에서 돌보도록 해라. 기회를 보아 설계도를 한 벌 베껴 내야 한다. 알겠느냐?"

뇌 선생은 그녀에게 철선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설계도는 보여 주지 않았고 심지어 입에 담지도 않았다.

아마 뇌 선생은 일찍부터 다른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경로가 없었던 것일 뿐이다.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뇌 선생은 아들한테 설득되어 청주의 그 노친네들한테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월령안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신중한 것을 탓할 수 없었다. 선박에 관한 일은 실로 중차대한 일이었다.

월령안은 긴장을 풀면서 가벼운 미소를 떠올렸다.

"상천, 가서 준비해라."

일이 긴급하다 보니 상천은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당장 저택을 떠나 월령안이 분부한 일을 처리하러 갔다.

월령안이 청주로 돌아온 다음부터 월씨 대저택을 지켜보는 눈은 부지기수였다. 상천이 아무리 조심해도 모든 이에게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상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간에 쫓겨 세심하게 숨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먼저 손을 써서 청주 그 사람들이 따라잡지 못하면 들켜도 크게 상관없었다.

재간이 있으면 따라잡은 다음 그때 다시 보면 되었다.

상천의 실행력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육십이의 협조까지 더해 금상첨화였다.

그날 밤 육십이는 이백 장병을 이끌고 두 갈래로 나누어 행동했다.

백오십 명은 뇌씨 가문 철선을 따라 수로로 출발해 뇌씨 가문 사람들과 상천이 보내온 '이재민'들을 변경으로 호송했다.

그 외 오십 명은 또 다른 한 무리 '이재민'들을 호송해 변경으로 갔다.

수횡천은 청주에서의 월령안의 안위에 대해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직접 추수의 무공을 시험해 본 후 그날 밤, 몰래 배에서 뇌 선생을 데리고 나와 단독으로 변경으로 호송했다.

자정 무렵, 하루 종일 동분서주한 추수와 상천이 돌아와서 보고했다. 사람을 모두 떠나보냈고 뒤따르는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월령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청주에서 아무것도 그 노친네들에게 숨기지 못할 거다. 사람을 떠나보낸 건 이제 일이 절반 성사된 거야. 날이 샐 때까지 그들이 군대를 보내 추격하지 않는다면 그때야말로 문제없이 일이 성공하는 것이다. 너희 둘은 계속하여 지켜봐라. 무슨 일이 있으면 재빨리 보고해야 한다."

"예, 아가씨."

추수과 상천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달려 나갔다.

월령안은 밖의 하늘빛을 바라보고 일어났다. 밖으로 두 걸음 내디뎠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확실한 소식을 듣지 못하면 그녀는 아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 시간이 되었으니 자는 것과 안 자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월령안은 책상 앞에 앉아 위에 놓인 호두를 집어 들고 손에 잡히는 대로 만지작거렸다.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청주의 사람과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범씨 가문은 세 노친네의 앞잡이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앞잡이도 지금의 그녀로서는 처리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엇을 가지고 그 노친네들과 맞서야 하는가.

그 세 노친네의 손안에 있는 십만 병마, 그리고 육장봉이 편지에서 그 세 노친네가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 말을 떠올리자 월령안의 눈동자는 살짝 어두워졌다.

청주는 아주 위험했다. 그녀도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살려면 뭉칠 수 있는 모든 힘을 뭉쳐야 했다.

그녀는 청주의 상인들을 단단히 틀어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서남의 토사 쪽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었다.

소함연이 나씨 가문에 시집가서 성공하려면 그녀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힘 있는, 시집간 여식을 뒷받침해 줄 '친정'이 없으면 소함연이 아무리 예쁘고, 아무리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안다고 해도 노리개에 지나지 않았다. 재주가 뛰어나도 결국은 안방에 갇힌 가련한 신세가 될 것이다.

소함연이 서남에서 역할을 발휘하게 하려면 먼저 소함연의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 했다.

월령안은 서재에서 하룻밤을 앉아 있었다.

명을 받고 그녀를 보호하는 육십이 역시 밖에서 하룻밤을 서 있었다.

소육자는 한밤중 월씨 가문 대저택을 순찰하다가 서재 문밖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육십이를 보고는 두말없이 달려와 옆에 함께 쭈그리고 앉았다.

월 누님은 맹주의 여동생으로 무림맹의 사람이니 당연히 그들과 더욱 가까웠다.

그는 절대로 육십이 저 녀석이 홀로 공을 독차지하고 월 누님을 빼앗아 가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월 누님의 안위는 그들 무림맹이 지킬 것이다.

소육자가 오자마자 육십이는 마치 영역을 침입당한 사자처럼 분노했다. 소육자를 노려보며 당장 꺼지라고 눈짓했다.

월 누님은 장군부의 가주 부인이고 대장군부의 마님이다. 월 누님의 안위는 그들 육가군이 지키는 것이 당연했다.

둘 다 어린 젊은이인데다 외골수라 어느 누구도 눈빛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없었다. 서재 안에 있는 월령안이 신경 쓰이지 않았으면 둘은 아마 진작 싸웠을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문신처럼 차갑고 도도하게 월령안의 서재 밖을 지키게 되었다. 사나운 눈빛은 마치 상대방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추수과 상천은 하룻밤 내내 바쁘게 뛰어다녔다. 갔던 일이 일단락되자 급히 돌아와 월령안에게 보고하려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서재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둘이서 밤새 문 앞을 지킨 거예요?"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좀 사나워 보였다. 문을 지키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살인하려는 것 같았다.

육십이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대장군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월 누님의 안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어요. 당신들이 밖으로 나갔으니 당연히 제가 우리 월 누님을 지켜야죠."

"뭐가 당신네 월 누님이야! 월 누님은 분명 우리 무림맹 사람이야. 월 누님은 우리 맹주를 오라버니라고 부르거든. 당신네 대장군을 뭐라고 부르는데? 그만 잘난 척하시지."

소육자는 눈빛으로 싸우느라 한발 늦어 울화통이 터졌다.

육십이는 우세를 점하자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월 누님은 우리 장군의 마님이야. 당연히 부군(夫君)이라고 부르지."

"뻔뻔스럽긴. 월 누님은 진작 당신네 장군 부인이 아니게 된 지 오래거든."

"우리 장군께서 말씀하셨어. 월 누님은 예전에도, 앞으로도 우리 대장군의 마님일 거라고 했어."

"웬 김칫국이야. 당신네 대장군 같은 사람이 우리 월 누님한테 가당키나 해? 당신네 대장군 보고 그냥 꿈이나 꾸라고 하시지. 꿈에는 뭐든 다 있거든."

"우리 대장군이 어때서? 우리 대장군은 출신도 고귀하고 외모도 빼어났어. 게다가 수많은 군공을 세웠고 천하에 이름을 떨쳤지. 또한 권력이 막강해 일인지하 만인지상이거든."

"허, 권력이 막강하고 만인지상이라고. 그냥 가난뱅이잖아. 우리 월 누님이 아니면 그렇게 쉽게 싸움에서 이길 수나 있었어?"

"월 누님이랑 우리 장군은 부부간이다. 부부간의 일을 왜 제삼자인 네가 마구 떠벌여? 또 뭐, 가난뱅이? 허허…… 우리 대장군이 확실히 당신네 맹주보다는 부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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