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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608)화 (608/1,004)

608화 누명을 벗게 되었군요!

"뇌 선생, 혹시…… 다시 조정으로 돌아갈 생각이십니까?"

월령안은 뇌 선생의 출신을 떠올리고 그녀가 이 일을 성사시킬 때의 이해득실을 따져 보았다.

월씨 가문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최고의 장인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뇌 선생은 이미 나이가 들어 아무리 성심성의껏 힘써 준다 해도 몇 년을 더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아들과 제자들은 뇌 선생처럼 월씨 가문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이 그녀에게 불만이 많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뇌 선생이 세상 뜬다면 이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었다. 뇌 선생처럼 줄곧 월씨 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익도 분명했다.

뇌 선생을 도움으로써 뇌씨 가문 전체가 그녀에게 인정 빚을 지게 되고 따라서 조정에서도 그녀에게 인정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잘 이용하면 그녀에게 상선, 그것도 철선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월령안은 순식간에 확신이 생겼다.

뇌 선생은 조선(造船) 대가 출신으로 그때 당시 공부 조선사(造船司) 관리로 있었다.

어쩌다가 고종이 총애하는 비에게 밉보이게 되었고 고종 황제는 어명을 내려 해역에서 삼천 리 떨어진 지역에 유배 보냈다.

애당초 모두들 뇌 선생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종 황제가 직접 내린 명령이기에 누구도 감히 뇌씨 가문에 구원의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때 오직 월씨 가문, 월령안의 아버지만이 뇌 선생의 가문 구성원 모두를 구해 주었다.

사실이 증명하듯이, 월씨 가문의 이 장사는 매우 수지가 맞았다. 뇌 선생은 그 후 월씨 가문을 위해 끝까지 일했다. 설령 월씨 가문이 무너져도 뇌 선생은 떠나지 않았다.

뇌 선생이 산속에 남아서 철선을 계속 연구하게 된 데는 설욕의 이유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월씨 가문에 대한 그의 충성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월령안은 뇌 선생에게 말을 분명하게 했다. 그리고 뇌 선생이 조정에서 명성을 바로잡고 다시 공부의 조선사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즉석에서 뇌 선생 일가를 변경으로 돌려보내고 동시에 형부상서에게 뇌씨 가문의 사건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말을 끝내자마자 뇌 선생이 미처 어떤 말을 하기 전에 그 아들이 비아냥거렸다.

"고종 폐하께서 판결한 사건입니다. 사건을 뒤집을 수 있다고요? 큰아가씨, 뭐라도 되시는 겁니까?"

"그러니까요. 큰아가씨께서는 그런 말로 우리를 구슬리다니요. 재미있나요?"

뇌 선생의 큰 제자도 맞장구를 쳤다.

월령안은 그들을 외면하고 한마디만 했다.

"서 원수 사건을 폐하께서 어명을 내리시어 재심사하시고 계십니다."

"서 원수라면?"

뇌 선생은 놀라 어리둥절해졌다.

"제가 생각하는 그 서 원수입니까?"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박간(博間) 골목의 서 원수입니다."

"서 원수 사건을 재심사한다는 말인가요?"

뇌 선생은 흥분하여 물었다.

월령안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 직접 어명을 내려 서 원수 매국 사건을 재심사하라고 했습니다."

뇌 선생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변경 방향으로 쿵, 소리 나게 무릎을 꿇었다.

"폐하 영명하시옵니다. 폐하 영명하시옵니다!"

그가 무릎을 꿇자 그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덩달아 무릎을 꿇었다.

"뇌씨 가문이 드디어 누명을 벗게 되었군요!"

뇌 선생은 땅에 엎드려 무릎을 꿇은 채 통곡했다. 가슴이 찢어지게 소리도 쳤다.

다른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순식간에 눈빛이 기쁨으로 차 넘쳤다. 너도나도 옆사람에게 변경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는가 물었다.

월령안은 한쪽에 서서 뇌씨 가문 및 그 제자들의 반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묵묵히 뒤돌아 나갔다.

상인의 지위는 눈에 보이듯이 뻔했다. 월씨 가문에서 뇌씨 가문을 아무리 잘 대해 주어도 소용없었다.

뇌씨 가문은 그래도 변경에 돌아가려고 했다.

변경, 공부에 돌아가려고 했다.

비록 이리저리 제재를 받아 월씨 가문에 있는 것보다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분이 있고 체면이 서고 가족과 자녀들도 앞길이 훤했다.

어떻게 봐도 자그마한 월씨 가문을 지키고 있는 것보다 나았다.

뇌씨 가문이 변경으로 돌아가면 각자 모두 이익이었다.

이 거래는 잘한 것이었다.

뇌 선생은 한창 흥분에 들떠 있었다.

월령안은 이 시간을 틈타 상천을 데리고 동굴 밖에 나가 육십이를 찾았다.

육십이는 추수에게 억눌려 풀이 죽은 채 구석 쪽에 꿇어앉아 바닥에 원을 그리고 있었다. 가련하기 그지없었다.

월령안은 웃으며 육십이 곁에 다가가 말했다.

"십이, 당신네 삼백 명이 청주를 떠나도 괜찮나요?"

육십이는 고개를 들어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글썽하여 가련하게 자기 입을 가리키며 말할 수 없다고 눈짓했다.

"됐어요. 이젠 말하고 듣고 보아도 돼요."

월령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육십이는 정말로 외골수였다.

하지만 정말 귀여웠다.

육십이가 금세 활기를 찾고 벌떡 일어서더니 웃음을 되찾았다.

"월 누님, 가능해요. 누님이 시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산에 이재민들을 수로를 이용해서 변경까지 호송해 주세요. 될까요? 물론 돈은 제가 지불할게요."

월령안은 육십이에게 그들의 진정한 신분을 알려 주지 않았다.

육십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월 누님, 돈은 안 줘도 돼요. 먹고 자는 것만 책임지세요. 헤헤, 누님께서 조금이라도 돈을 주면 더 좋고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해요. 십이가 이백 명을 뒤따라 보내면 돼요. 오늘 밤에 길을 떠날 거예요. 배는 이미 준비해 두었어요."

뇌씨 가문 사람은 청주에 하루라도 더 있으면 폭로될 위험이 더 많아졌다.

청주의 진정한 집권자는 정세를 똑똑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동 지주가 아니었다.

노친네 몇은 아직 손쓰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들이 이대로 아무 손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육장봉의 편지를 한바탕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육장봉의 판단을 믿었다.

청주의 그 노친네들을 너무 압박하면 군사를 일으켜 반란할 수도 있었다.

육십이는 두말없이 대답했다. 곧이어 어딘가 이상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한마디 물었다.

"월 누님, 전에 그 상인들더러 청주의 재난 상황을 조정에 말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왜 또 이재민들까지 변경으로 보내야 하나요?"

월령안은 가볍게 웃었다.

"바보탱이, 상인이 되는 대로 대답한 말을 믿나요?"

"그래도 약속했잖아요?"

육십이는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약속했으면 또 어때요?"

월령안은 가볍게 비웃었다.

"종잇장에 따로 적은 것도 아니고 증거도 없잖아요. 만약 더 큰 이익이 있다면, 믿거나 말거나 그 사람들은 곧바로 저를 팔아먹을 거예요."

오직 이익만이 영원한 것이다. 상호간의 이익에 손상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만 친분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육십이는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월령안도 이에 대해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육십이도 그녀 곁에 따라다니면서 많이 보면 알게 될 거라고 했다.

육십이와 이야기를 끝낸 후 월령안은 다시 뇌 선생을 만나러 갔다.

뇌 선생은 황제가 어명을 내려 서 원수 사건을 재심사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변경으로 돌아가는 일에 대해 칠 할 정도의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그들을 호송해 변경으로 가는 사람이 육 대장군 수하의 병사라는 말을 듣자 뇌씨 가문에서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완전 확신하게 되었다.

뇌 선생은 월령안에게 정중하게 읍했다.

"큰아가씨, 우리 뇌씨 가문에 베푼 은혜는 우리 가문 전체가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큰아가씨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뇌씨 가문에서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뇌씨 아저씨, 천만의 말씀이에요."

월령안은 앞으로 다가가 뇌 선생을 일으켜 세웠다.

"뇌 아저씨를 변경에 보내 주면 저에게도 좋은 점이 있어요. 제 명의로 된 조선소가 없잖아요. 뇌 아저씨께서 변경에 돌아가시면 앞으로 많은 도움을 청할 수 있어요. 저를 도와 철선을 몇 척을 더 만들어 주면 좋겠네요."

"이건……."

뇌 선생은 난처해하다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큰아가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뇌씨 가문 사건 재심사가 끝나면 제가 곧 사람을 거느리고 돌아오겠습니다."

뇌 선생의 뒤쪽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저마다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몇몇 표정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은 통한이 서린 눈길로 월령안을 노려보았다.

월령안은 못 본 척했다. 뇌 선생의 손을 놓고 웃으면서 말했다.

"뇌 아저씨 제 뜻을 오해하셨군요. 저는 정상적으로 공부에 주문할 거예요. 뇌 아저씨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때 뇌 아저씨께서 제 주문을 먼저 받아들여 남보다 먼저 배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큰아가씨, 공부 조선소는 여태껏 민간 수주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뇌 선생은 다급하게 말했다.

"전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 선례가 없으면 만들면 되죠. 이 일은 제게 생각이 다 있어요. 뇌 아저씨께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월령안은 뇌 선생과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뇌 선생에게 읍했다.

"뇌 아저씨, 시간이 없습니다. 우선 변경에 가져갈 물건들을 정리해 두세요. 저도 돌아가서 사람을 움직여야 하고 변경에 편지도 써야 해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우리 변경에서 다시 만나요."

뇌 선생은 월령안에게 해 줄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시간이 촉박했다. 후에 변경에 도착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뇌 선생은 월령안을 만류하지 않고 동굴 밖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제자 둘을 보내 그녀를 하산시켰다.

월령안은 하산하는 내내 웃음꽃을 피우며 한담하듯이 뇌 선생의 두 제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티 내지 않고 그들 십 년간의 생활에 대해, 산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알아보았다.

두 제자는 말수가 적고 신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간혹 하는 몇 마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추측 가능했다.

청주의 그 노친네들이 과연 뇌 선생의 아들에게 연줄을 대었다.

다행히 그녀가 손이 빨라 눈앞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제때에 뇌씨 가문 사람들을 변경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 사람들을 곁에 두기로 했다면 언제든지 일이 생길 것이다.

월령안은 뇌 선생의 제자 둘을 돌려보내고 급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산기슭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배웅했다.

그 두 사람은 산 중턱까지 가서 뒤돌아보았다. 월령안이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배웅하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감개무량했다.

월씨 가문에서는 그들을 너그럽게 대해 주었다. 그들이 죄인이라는 이유로 업신여기지 않고 존중해 주었다.

만약 변경에 돌아가면 지금처럼 좋은 대우는 받지 못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월씨 가문에서 그들을 아무리 잘 대해 주고 중시한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변경으로 돌아가는 것과 월씨 가문에 남아 장인으로 있는 것 중에서 선택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변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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